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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6/07/04 02:30:18
Name   눈부심
Subject   기분을 먹고 사는 어떤 장내세균
https://www.newscientist.com/article/2095769-gut-bacteria-spotted-eating-brain-chemicals-for-the-first-time/

제가 장내세균에 관심이 많아요. 똥캡슐은 언젠가 빛을 보고 말리니.

2011년에 이미 장내세균과 뇌의 연관성, 그로 인한 기분변화에 대한 논문이 발표되었었죠. 이번에 자세히 보니 뱃 속의 어떤 세균이 우리 뇌속의 기분을 좌우하는 중요한 화학물질을 먹고 살더란 얘기. 이 세균의 이름은 KLE1738이에요. 문득 제가 참 좋아했던, 전형적이고 유치했지만 재밌었던 헐리우드 액션영화 < 히트맨 >이 생각나는군요. 거기 나오는 전문암살요원 주인공 이름이 42번이었어요. No. 42. 남주를 맡은 배우가 Timothy Olyphant예요. 여주는 유명한 듯한 섹시러시아배우 올가였어요. 몸매가 정말 이쁘죠. 영화장면에 이런 게 나와요. 올가가 42번에게 납치되어 호텔이며 차며 강제인 듯 아닌 듯 끌려댕겨요. 어느날 호텔에서 옷을 훌러덩 벗고 42번의 넥타이를 확 끌어당기며 유혹을 합니다. 42번은 표정 하나 안 변하고 무뚝뚝한 얼굴로 여자를 휙 밀어버리는데 얼마나 가차없이 훌떡 밀어버리던지 그게 참 재밌고 멋있었어요 ㅋㅋ.

여튼 다시 장내세균으로 돌아와서, KLE1738에게 GABA라는 분자물질을 제공해 주었더니 이걸 먹고 살더란 얘기죠. GABA는 신경세포로부터 전해져 오는 시그널을 차단해주는 역할을 하거든요. 그로 인해 우리의 뇌는 안정하게 돼요. GABA가 많이 없으면 사람은 기분이 우울하게 됩니다.

연구팀은 GABA를 먹는 다른 박테리아나 심지어는 GABA를 생산하는 박테리아가 있나 살펴볼 거예요. 그리고 그런 장내세균이 우리의 뇌에 끼치는 영향을 알아볼 생각이죠. 우울증을 치료할 획기적인 약은 개발할지 못한다 하더라도 인간의 삶을 조금이나 개선해줄 묘책을 발견할 수 있다면 좋겠어요.

P.S. 그런데 뱃속에 있는 박테리아가 어케 뇌 안에 있는 물질을 먹고 살 수가 있나요? 뇌안에서 생겨난 분자가 뇌에서 깰짝거리다가 몇 놈이 삐져나와 몸을 마구마구 돌아다니면 뱃 속에 있던 박테리아가 걔네들이 지나가는 거 보고 잡아 먹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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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틀미
    일단 먼저 GABA는 gamma 그러니까 γ-aminobutyric acid라는 물질입니다. 대충 이름을 보면 느낌이 오듯이 아미노산인데요. 우리가 보통 얘기하는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은 알파 아미노산이고 GABA는 감마 아미노산이에요. 유기 화합물이 유기 산(acid)이 되려면 카복시 기(carboxyl group)라는 애가 있어야 하는데, 카복시 기와 아미노 기(amino group)가 함께 있으면 아미노산이 되는 거에요. 그런데 카복시 기가 붙은 탄소를 편의상 알파 탄소라고 부르는데 이 알파 탄소랑 아미노 기가 몇 칸 떨어... 더 보기
    일단 먼저 GABA는 gamma 그러니까 γ-aminobutyric acid라는 물질입니다. 대충 이름을 보면 느낌이 오듯이 아미노산인데요. 우리가 보통 얘기하는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은 알파 아미노산이고 GABA는 감마 아미노산이에요. 유기 화합물이 유기 산(acid)이 되려면 카복시 기(carboxyl group)라는 애가 있어야 하는데, 카복시 기와 아미노 기(amino group)가 함께 있으면 아미노산이 되는 거에요. 그런데 카복시 기가 붙은 탄소를 편의상 알파 탄소라고 부르는데 이 알파 탄소랑 아미노 기가 몇 칸 떨어져 있느냐에 따라 알파 베타 감마 등등으로 부릅니다. 알파 아미노산은 두 기가 같은 탄소에 붙어 있는 거고 감마 아미노산은 세 칸 떨어져 있는 것이죠.

    알파 아미노산은 쭉 이어져서 단백질을 구성하는데 감마 아미노산은 딱 세 칸 떨어져 있다고 생체 내에서 완전 다른 역할을 합니다. 뇌세포와 각종 신경 세포에서 신경 전달 물질(neurotransmitter)로 작용하는 거죠. 단순한 분자인 만큼 뭔가 큰 비밀을 가지고 있을 것 같은 느낌이 있죠. 이 사실이 밝혀지고 난 뒤 생리학자들과 약리학자들, 거대 제약회사들이 GABA에 큰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많이 해서 엄청나게 많은 지식을 얻었어요. 그래서 괜히 GABA를 세균한테 먹이로 줘보기도 하는 거지요. 보통 우리 주변에 흔한 세포들은 아미노산, 포도당, 지방산을 연료로 살아가는데요. 가끔 다른 환경에 살거나 특이한 조건에서는 다른 분자를 연료로 쓰는 경우가 있어요. 이 세균도 GABA를 줬더니 연료로 쓸 수 있다는 것이죠.

    GABA는 생체 내에서 합성하기도 하지만 연료로 쓰는 것이 아닌 만큼 많이 필요로 하진 않아요. 대신 음식물에서도 섭취할 수 있는 것이죠. 음식물이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으로만 되어 있는 건 아니겠죠. 동식물들을 먹으니 GABA도 당연히 먹게 되죠. 어떤 세균이 GABA를 빼앗아 먹게 되면 GABA가 부족해지고 이것이 뇌에 영향을 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약간 소설 같은 논문이지요.

    그렇다면 KLE는 무엇인가, 아마 Klepsiella 같은데요. 대표적인 혐기성 세균이자 장내 세균입니다. 혐기성이란 산소로 호흡하지 않기 때문에 산소를 싫어한다는 뜻인데요. 장내라니 공기가 안 통할 것 같지요. 그래서 장내 세균은 대부분 혐기성 세균이고 장 바깥 세상과 다른 자기들만의 생태계를 구성합니다. 이것이 장내 세균총(flora)이고 눈부심님이 관심 있어하는 애들이죠. 얘네 중에 어떤 애들은 GABA를 밥 대신에 먹는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 장내 세균총이란 의학적으로 상당히 중요하면서도 위험한 애들입니다. 항생제를 너무 많이 써서 장내 세균총이 약해져 버리면 다른 강한 세균이 얘네가 차지하고 있던 자리를 대신 차지해 버리면서 심각한 장염을 일으킵니다. Clostridium difficile이란 균인데요. 이걸 치료하려고 다른 사람의 대변을 이식해서 장내 세균총을 회복시키고 C. difficile을 밀어내려는 것이죠. 그런데 사실 이 C. difficile의 위험보다 더 무서운 것이 있습니다. 장내 세균총 그 자체이죠. 맹장염이 심해져서 맹장이 터지게 되면 장에 있던 내용물이 주변 배 속 공간으로 다 튀게 되는데 장내 세균총에 의해 감염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위험해지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항생제를 지속적으로 먹는 사람의 장내 세균총은 계속 살아남으면서 항생제에 내성을 갖게 됩니다. 이렇게 자란 균은 죽이기가 어렵죠. 한국에서 Klepsiella는 아주 높은 빈도로 많은 항생제에 내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게 더 자라면 슈퍼 박테리아가 되는 것인데 이런 균은 침도 제대로 못 삼키고 기침을 계속 하면서 기도에 관을 넣고 호흡기를 달고 있는 환자들이 많은 중환자실에서 아주 아주 위험하겠죠. 건강한 사람에게는 건드리지 않고 사이 좋게 지내야 하는 게 장내 세균총이지만 함부로 건드리면 위험해요. 장내 세균총 너무 좋아하지 마세요~.
    눈부심
    음.. 엄.. 흠.. 저 썬쌩님.
    요즘 귀가 또 가려워서 손 안댈려고 용쓰다가 남편한테 면봉을 주면서 귀청소하고 나 줘봐봐 하고 제 귀에 문질문질했는데 그러지 마까요..?
    리틀미
    저도 귀가 가려운데 저는 대신 청소해줄 사람이 없네요... (시무룩)
    눈부심
    (예/아니오 답 안 주시고 딴 말씀만. 화닥화닥)
    긍까 남편의 건강한 귀 박테리아를 제 귀에 문질문질하면 나을 것 같애서 그랬는데 이러면 넘 바보같나여;
    리틀미
    (취소)
    눈부심
    (기분 하나도 안 나빴는데 나쁜 척 가만 있어봐야지)
    리틀미
    헐... 혹시 기분 상하셨나... 앞에껀 취소하고 그냥 솔직히 바보 같다고 할께요...
    눈부심
    아니 이래 간이 작으신 분이 그동안 경고는 어째 그리 마이 잡솼대 킄.
    리틀미
    간은 작아야 해요. 크면 문제 있는 것임.
    눈부심
    근데 의학전문가의 입장에선 제가 많이 바보같나여. 아..쪽팔리다..
    페티쉬 취향존중이 훨씬 덜 쪽팔리는..
    바보같다는데 또 그러면 진짜 바보겠죠?
    안 그래야지;;
    (그런데도 효과가 있을 것 같은 건 제가 바보이기 때문이겠죠?! 진짜 그만해야지 >.<)
    리틀미
    저는 전문가 같은 게 아니에요. 그냥 착하고 시간 많은 학생임...

    그런데 남편 귀지를 내 귀에 집어 넣으면 내 귀가 건강해질 것 같다는 생각이 얼마나 바보 같은지 정확하게 설명할 자신이 없네요. 남편 귀지가 왠지 좋다고 하셔도 왜 좋은지 설명할 자신도 없어요... 취향의 영역이겠죠?
    눈부심
    리틀미 님//
    아아아아아아아악 !!!
    그렇게 말씀하시니 쪽팔려서 죽을 것 같아요 .........!
    아니 그니깐 귀지가 아니고.. 이 사람 귀는 너무 깨끗해서 때도 엄스.. 그냥 그 사람 귀벽 문지른 걸 제 귀에 좀 문질러 봤다 이 말이죵.
    1을 말하면 5 변태스럽거나 4 지져분하게 해석하시니깐 넘나 부끄러운 것.
    이 분은 위험한 분이다 ㅠㅠ.
    레지엔
    흠... 일단 이 발표는 논문이 아니라 얼마 전에(6월 중순에) 있었던 학회 발표용이라 논문이 나와봐야 얘기가 되겠지만... 암튼 기본 논지는 장내세균총 중에 GABA를 먹고 사는 놈이 있더라->얘의 비율에 따라 장내세균총의 GABA 농도가 변할 거 같다에서 끝납니다. 그 뒤에 붙은 GABA-우울증 얘기는 이 연구의 가치를 좀 더 올리기 위해서 제시한 부분이지만 사실 별로 엄밀하지도 중요한 내용이지도 않습니다.
    단지 이 연구는 좀 최신지견하고 연관이 깊은데... Gut-brain axis라고 해서, 소화기계의 어떠한 자극이나... 더 보기
    흠... 일단 이 발표는 논문이 아니라 얼마 전에(6월 중순에) 있었던 학회 발표용이라 논문이 나와봐야 얘기가 되겠지만... 암튼 기본 논지는 장내세균총 중에 GABA를 먹고 사는 놈이 있더라->얘의 비율에 따라 장내세균총의 GABA 농도가 변할 거 같다에서 끝납니다. 그 뒤에 붙은 GABA-우울증 얘기는 이 연구의 가치를 좀 더 올리기 위해서 제시한 부분이지만 사실 별로 엄밀하지도 중요한 내용이지도 않습니다.
    단지 이 연구는 좀 최신지견하고 연관이 깊은데... Gut-brain axis라고 해서, 소화기계의 어떠한 자극이나 변형이 중추신경(주로 뇌하수체 관련)을 조절하는데 영향을 주기도 하고 이것이 몇 가지 피드백 매커니즘으로 묶여있더라->장과 뇌는 큰 관련이 있을 것이다라는 일련의 가설하고 연관이 있습니다. 보통 이제 많이 이야기되는게 자폐증 환아의 장내세균총을 분석하면 정상인하고 다르더라->아마 아기때 검사하면 예측인자로도 쓸 수 있을 것 같은데? 를 지지하는 연구들이고, 이외에 위 연구랑 비슷하게 신경전달물질을 만들 수 있는 세균이 얼마나 있느냐가 비만, 우울증, 파킨슨병에 영향을 주는 것 같다... 뭐 그런 것들이 있습니다. 참고로 말씀드리면 GABA는 신경전달물질이긴 한데, 뇌로 직접 들어가진 않습니다. 우리 뇌는 blood-brain-barrier라는 방어막이 존재하는데 이게 참 대단한 물건이라 많은 걸 차단하거든요. GABA도 여기에 걸리는 대표적인 물질입니다. 그래서 보통 이러한 신경전달물질을 세균이 만든다면 그게 뇌로 직접 간다기보다는, 이것이 장벽의 세포들을 자극하고, 이 자극이 위로 타고 올라가고, 그래서 뇌에 어떠한 시그널을 주고, 그래서 뇌 안에서 아직까지 알 수 없는 어떠한 기전으로 신경전달물질의 분비나 재흡수에 영향을 준다... 이런 식으로 보고 있습니다. 보통 GABA같은 걸 직접 만드는 놈보다는, 장벽 세포의 염증을 초래하거나 줄이거나 하는 면역 관련쪽으로 많이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뭐 사실 진짜 최신연구까지 들어가면 특정한 상황에서는 외부에서 만들어진 GABA가 뇌로 들어갈 수도 있고 여기에도 장내세균이 연관이 된 것 같다... 라는 연구도 있긴 합니다만, 아무튼 위 연구는 그런 부분을 밝히는게 아니다보니...
    확실한 건 갈 길이 멀고 연구비는 많이 들겠구나... 정도네요.
    눈부심
    오와! blood-brain-barrier라는 거 들어봤어요. 이거 설명해주시니까 하늘에서 빛이 나는 것 같아요. 리틀미님 설명도 그렇고 레지엔님 설명도 너무 고맙습니다.
    정말 재밌네요 : )
    카프카 소설 <학술원에 드리는 보고>를 보면 황금해안에서 사로잡혀 유럽으로 끌려와 인간의 말을 배운 원숭이가 그런 말을 해요. "원숭이는 배로 생각하니까요"
    배로 생각한다는 말이 상당히 자극적이라서 기억해두고 있는데 으음 뇌와 장이 연관되어 있다는 과학자들의 보고를 들으면 왠지 기쁜 듯.
    그럼 장내세균을 가지고 있지 않은 인공지능은 아무리 인간의 뇌를 모방하더라도 인간처럼 사고하는 게 힘들까요? 그렇게 생각하니 머리만 있는 인공지능의 이미지는 어딘가 불안해 보여요. 꼭 배를 같이 그려줘야 할 거 같은.
    레지엔
    그렇다고 말하긴 좀 어렵고요. '사고'라는 행위는 전적으로 뇌에서 이뤄집니다. 이건 현 시점에서 이견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 뇌에 영향을 줘서 사고방향에 2차적으로 영향을 주는 다양한 요소 중에 장내세균이 추가된 것이라고 봐야합니다. '인간처럼'의 기준이 문제가 되는데, 현재 인공지능에 대한 어떠한 가설에서도 '나와 같은' 사고를 한다는 건 없습니다. '인간과 같은 방식으로, 각자가 다른 결론을 가지는' 사고를 하게 될 것이라고 보죠. 인간의 뇌는 사실 심박수에도 영향을 받을 정도로 예민한 물건이라, 인공지능 개발의 타겟은 '교란변... 더 보기
    그렇다고 말하긴 좀 어렵고요. '사고'라는 행위는 전적으로 뇌에서 이뤄집니다. 이건 현 시점에서 이견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 뇌에 영향을 줘서 사고방향에 2차적으로 영향을 주는 다양한 요소 중에 장내세균이 추가된 것이라고 봐야합니다. '인간처럼'의 기준이 문제가 되는데, 현재 인공지능에 대한 어떠한 가설에서도 '나와 같은' 사고를 한다는 건 없습니다. '인간과 같은 방식으로, 각자가 다른 결론을 가지는' 사고를 하게 될 것이라고 보죠. 인간의 뇌는 사실 심박수에도 영향을 받을 정도로 예민한 물건이라, 인공지능 개발의 타겟은 '교란변수에 영향을 받지 않고 최적의 프로토콜을 언제나 시행할 수 있는 상태에서 최적의 계산 능력을 가진 뇌를 세팅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어요. 이게 어느 정도 수준이 될지는 나와봐야 알지만, '매우 잘난 놈'일 가능성이 높고 그렇다면 이것은 인간처럼 사고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매우 잘난 인간처럼.
    아 맞아요. '인간처럼 사고'란 말을 제가 무지 거칠게 썼군요. 이걸 뭐라고 해야 할까... 차라리 인공지능은 인간처럼 자의식을 가질 수 있을까 묻는 게 나았겠어요. 특이점이 오면 그렇게 된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물론 저는 그런 사람들과 달리 인공지능의 현단계에 무지해서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긴 한데요.
    뇌 이외의 다른 신체적,생체적 요소들은 인간의 사고에 있어서 레지엔님이 말씀하신 교란변수라든가 2차적인 도우미 내지 방해물 정도에 지나지 않는 것일까, 혹시 그것들을 사고의 방향 자체를 규정하는 어떤 기제로 볼 수... 더 보기
    아 맞아요. '인간처럼 사고'란 말을 제가 무지 거칠게 썼군요. 이걸 뭐라고 해야 할까... 차라리 인공지능은 인간처럼 자의식을 가질 수 있을까 묻는 게 나았겠어요. 특이점이 오면 그렇게 된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물론 저는 그런 사람들과 달리 인공지능의 현단계에 무지해서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긴 한데요.
    뇌 이외의 다른 신체적,생체적 요소들은 인간의 사고에 있어서 레지엔님이 말씀하신 교란변수라든가 2차적인 도우미 내지 방해물 정도에 지나지 않는 것일까, 혹시 그것들을 사고의 방향 자체를 규정하는 어떤 기제로 볼 수 있는 여지가 있지는 않을까, 어떤 지능물이 '나는 나'라는 자의식을 가지려면 일단 신체가 필요할 거 같은데(미러 테스트처럼), 그 신체가 머리 하나 딸랑 있는 것하고 다른 생체기관이 딸려 있는 것하고는 차이가 있지 않을까, 혹은 머리 이외의 부분을 심하게 다친 사람의 뇌를 다른 몸에 이식하거나 뇌만 살려서 보존할 수 있는 기술과 인간의 뇌를 시험관에서 배양해서 키워내는 기술이 모두 개발된다면, 몸에서 따로 떨어져나온 뇌의 사고방식이랑 처음부터 혼자였던 뇌의 사고방식이랑은 같을까 다를까, 뭐 그런 인간중심적인 산만한 상상 속에서 불쑥 말을 던진 거예요. 그러니 넘 한심하게 생각 마시압...
    레지엔
    생각해볼만한 주제이긴 합니다. 실제로 저걸 epigenetics와 맞물려서 해석하는 측면도 강하고요. 근데 과거에 복제인간에서도 이야기가 나왔듯, 박찬호를 복제한다고 박찬호와 동일한 사고체계를 가지는 존재를 만들 순 없지만 그것이 '인간적'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잖아요? 아마도 신경망과 인공지능을 온전하게 구조화해낼 수 있다면, 저러한 외부적 요인이 있건 없건 그것을 인간적으로 부르는건 무리가 없을 겁니다. '사고'라는 프로세스와 이 프로세스에 영향을 주는 2차적 요소는 신경학적으로 비교적 확실하게 구분이 되는 편이니까요. 임신으로 ... 더 보기
    생각해볼만한 주제이긴 합니다. 실제로 저걸 epigenetics와 맞물려서 해석하는 측면도 강하고요. 근데 과거에 복제인간에서도 이야기가 나왔듯, 박찬호를 복제한다고 박찬호와 동일한 사고체계를 가지는 존재를 만들 순 없지만 그것이 '인간적'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잖아요? 아마도 신경망과 인공지능을 온전하게 구조화해낼 수 있다면, 저러한 외부적 요인이 있건 없건 그것을 인간적으로 부르는건 무리가 없을 겁니다. '사고'라는 프로세스와 이 프로세스에 영향을 주는 2차적 요소는 신경학적으로 비교적 확실하게 구분이 되는 편이니까요. 임신으로 인한 감정 충돌을 경험한 적이 없다고 해서, 공공연한 장소에서 설사를 하게 되는 수치심을 느낀 적이 없다고 해서, 인간이 아니게 되진 않잖아요. 그래서 말씀하신 주제의 논의는 굉장히 다양한 상황을 가정해볼수록 재미있고 또 어떠한 확고한 원칙과 기준('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을 세우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합니다.
    눈부심
    저요. 저는 배로 생각하는 것 같아요.
    배고프면 뇌가 정지하고 본능만 남는 것 같은데 남편은 배고프다는 양반이 저녁밥이 기다리는데 막 설거지 하고 치울 거 다 치우고 나서야 밥숟갈을 뜨더라고요.
    심리학에서 delayed gratitude라고 해서 애들 손에 비스켓을 손에 쥐어 주고 15분 참으면 두 개 먹을 수 있지만 못 참으면 고거 한 개만 먹을 수 있다 그러잖아요. 저는 분명 12분쯤 비스켓을 먹었을 아이이고 이이는 몇 시간도 참았을 아이인게요.
    쿠우... 저는 15분? 흥 그러고 그냥 1초만에 먹을 거 같아요. 니가 15분 후에 줄지 안 줄지 어떻게 알아유 하면서. 도통 생각이란 놈이 배를 떠나서 어데로 갔는지 몰르겠어영.
    그런데 살림을 열심히 하는 주부는 밥을 안 먹고도 잘 참는 거 같아요. 자기가 관리하는 대상에 대해 작업 프로세스를 지키려는 의지 같은 것이 있는 듯한? 다만 자기가 안 먹을 때 다른 사람들이 먹고 있으면 쫌 서운해하는 듯해요. 기다려 줘야함...
    기분이 똥같을때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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