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되었든 잡음이 생기고 이것이 정리되고 다시 원래대로 돌아간다는 가정 아래서, 오히려 이런 분란이 플러스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사실 중요한건 분열이 아닙니다. 그것이 어떻게 해소되느냐인데 그것에 대한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지금까지의 과정을 보면 너무나도 다르죠. 이것이 문제가 아니였나 싶습니다. 결국 김종인이 만드는건 문재인의 카리스마가 (친노처럼 존재하지도 않고, 존재하지 않지도 않은 그런것이지만...)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보게 되네요.

아무튼 김종인이 와서 더민주는 살아나는 모양새입니다만, 나중에 토사구팽할까봐 벌써부터 걱정되네요... 그러니 비레대표 앞자리를 줬어야만 했었지만요.

민주당의 보수화도 매우 만족스럽고.. 이대로만 가면 정권교체도 꿈이 아닐거라는 희망을 가지게 되네요. 물론 현실은 시궁... 이지만요.

김종인 영입이 경제민주화나 박근혜 견제인 건 명분상으로는 그렇지만, 직접적으로 가장 큰 효과는 박영선 탈당을 막은 겁니다. 지금 벌써 기억 안 나지만 안철수 탈당으로 민주당이 위기에 봉착했을 때 호남에 이어 수도권 집단 탈당을 주도할 시발점으로 박영선을 꼽았죠. 친노를 견제하면서 탈당 이후 신당을 창당하겠다는 아이디어 자체는 박영선이 비대위할 때 이상돈 영입건으로 압박 받고 물러나면서 언론에 흘린 거였어요.

그런데 김종인 들어오면서 가장 신났던 게 박영선 아닙니까? 결국 당시에 언급되던 박지원, 이상돈 등의 인물은 모두 안철수한테 가고 박영선만 남았죠. 그렇게 되면서 닭 쫓던 개된 안철수는 동력을 잃고 지금처럼 됐고 민주당은 분당 사태를 완전히 마무리졌고요.

그러고 나서 정청래 공천 탈락부터 김종인의 독단 뒤에 박영선이 숨은 게 아니냐는 설이 나오더니 이제는 박영선과 김종인을 대립시키네요.

사실 이해찬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쳐낸 모든 인물들의 공통점은 문재인이 직접 처리할 수는 없지만 문재인이 대통령 되는데 방해가 된다는 겁니다. 이것 말고는 이 모든 미스터리를 일관성 있게 설명할 수가 없어요.

정청래는 중요한 인물도 아니지만 인터넷에서 인기가 많으니 예로 들면, 정청래 보고 무소속으로 나가라던 손혜원이 하루 만에 전략공천되어 아름다운 양보로 포장되는 모습 같은 건, 정청래는 누구 사람이고 손혜원은 누구 사람인지로 밖에 설명이 안됩니다. 오합지졸 같던 민주당의 개개인을 어떤 의지와 압력으로 한 방향으로 몰고 있어요.

이해찬은 그의 그간의 정치행보를 설명하기엔 너무 길어서 요약하면 안희정 카드를 쓸 겁니다.

이번 총선 국면에서 유일한 문재인의 행보... 김종인의 사퇴를 만류한 겁니다. 고집불통 김종인이 당내 지도부와 갈등을 겪는다? 이것보다 쉽게 상상 가능하고 말 만들기 좋은 게 있을까요? 여기서 김종인은 재옹립하면서 떨어져나가는 인물들이 박영선, 이종걸이라면?

문재인의 집권 의지가 정말 놀라워요. 문재인 지지자들이 상상하는 것처럼 순수한 분이란 걱정은 붙들어 메시길... 솔직히 대통령 자격 충분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