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6/02/11 17:01:48
Name   Obsobs
Subject   nuture vs. discipline
밥 안먹는 아이 이야기는 푸념형식으로 썼는데 의외로 많은 분들이 댓글을 다셨더군요. 그리고 givemecake님께서 쓰신글도요. 글이랑 댓글들 읽어보면서 과연 양육(nuture)과 훈육(discipline)의 적당한 경계는 무엇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인간은 인간(Human)이라는 종의 고유한 특징들이 있긴 하죠. 하지만 같은 종 내에서의 다양성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높습니다. 기질(Temperament, 타고난 특성)이라고 해야할까요. 그런 특성은 만들어진다기 보다는 유전적으로 결정이 된다고 보고 있죠. (1977년 Thomas & Chess가 기질과 환경에 관한 연구를 하였죠. 참고 https://en.wikipedia.org/wiki/Temperament )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랜덤으로 캐릭터를 선택했는데 선택한 캐릭터 특성도 모르고 스킬트리도 모른태로 일단 키워나가는거랑 다를바 없다는 잡생각이 드네요. 아이가 태어나면 일단 이렇게 저렇게 겪어본 뒤에야 '이 아이의 기질이 이런거구나 저런거구나' 하면서 추측해나갈 뿐이니깐요. 아무튼, 기질에 따라서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아이에게 있어서나 양육자에게나 꼭 필요하다고 봅니다. "Goodness of fit" 이라는 개념도 있듯이, 아이의 기질과 아이가 처한 환경(물리적 환경 뿐만 아니라 양육자가 제공하는 물리적 정서적 환경)이 얼마나 잘 맞는가에 따라서 발달과 관련된 문제가 생기기도 생기지 않기도 하니깐요. 하지만 양육자도 양육자 자신의 기질과 성격이 있죠. 그게 아이랑 잘 맞지 않는다면... 운명의 장난이라고 생각해야 할지도 모르겠지만, 성인은 아이에 비해서 기질의 영향을 덜 받는 축에 속하니(쌓인 경험으로 인해서 말이죠) 어쨌건 양육자는 아이에게 맞추어줄 수 밖에 없는거죠.

누구나 기질에 따라서 살 수 있고, 즐겁고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인간은 '사회'를 만들어 그 안에서 살아가기 때문에 (가정-어린이집-유치원-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대학-직장 으로 이어지는 '단체생활' ) 너무 다양한 기질을 다 수용해줄 수는 없습니다. 그러기위한 것이 '사회화'이며 가장 축소된 사회화 과정은 가정에서 이루어지는 '훈육'일 것입니다. "~를 하여야 한다.", "~를 하지 말아야 한다.", "~는 위험하다.", "~는 좋다.", "~는 나쁘다." 이런 식으로 말이죠. 문제는 이러한 훈육 과정과 기질이 충돌할 때가 아닌가 싶네요. 과도한 기질의 발현은 개인의 입장에서야 좋겠지만 사회 그리고 사회와 관계하는 당사자의 입장에서는 문제와 어려움이 될 수가 있죠. 발달적 문제로 이어지기도 하구요. 그렇다고 과도하게 기질을 억제하는 훈육방식 또한 발달과정에서의 여러 문제들을 일으키기도 하구요.

언제 한번 교육을 들으러 간 적이 있었습니다. 양육을 자라는 나무를 키우는 것에, 훈육을 조각가가 재료를 가지고 조각하는 것에 비유를 하더군요. 적당한 선이 중요하다고 이야기는 합니다. 하지만 늘 문제는 실생활에서, 현장에서 그 적당한 선이 어디인가가 하는 것이죠.

홍차넷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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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eer Inside
    어렵지요.

    할아버지,할머니는 양육, 부모는 훈육을 원하니.... 아이는 어느 장단에 맞추어야 할지도 모르겠고....
    일반적으로 아이들이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호감을 가지는 이유가 이런 이유 때문일까요... 오냐오냐 해주시니.
    레지엔
    그 답을 가지지 못해서 애 가지는 걸 포기하고 있습니다(..)
    Beer Inside
    더 늦기 전에 지르세요.

    어차피 답은 없으니....
    명확한 답이야 누가 쉽게 내릴 수 있을까요...ㅠㅠ 이런 것에 대한 해답 없이 아이 낳고 키우는게 대부분이 아닐까요... (아닌가?;;;)
    켈로그김
    사실 커트라인만 넘어가면 되는 일이라.. 질러보면 답이 나옵니다 의외로..
    물론 엄청 고달프다는게 문제지만 ㅡㅡ;
    givemecake
    어렵죠.

    편식 문제에 있어 [부모 vs 아이], 특히 [어머니 vs 아동]의 대결은, 사실 영양 문제보다는 [주부의 귀찮음 감수 vs 음식 선택 권리]에 가깝거든요.
    위에서 말씀하신 훈육 vs 기질의 문제, 다시 말해 \'길들이기\' vs \'본능\'(왠지 동물 길들이는 것 같은데........)이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어려운 문제죠.
    강아지 훈련 시키는 것도 어려운데 하물며 사람이야.......
    일종의 기싸움이죠. 기싸움. 양육에 있어서는 그 기싸움에 말려가느냐 아니면 부드럽게 대처하느냐가 관건이 아닌가 싶습니다. 강대강으로 이어지면 결국은 둘 중에 하나가 져야 하고, 지는 쪽은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나름의 아픔(자존감 저하, 자율성 감소 등)을 경험해야 하니깐요.
    그러고보니 태극권이 갑자기 생각이 납니다...
    步いても步いても
    nature vs nurture 논쟁에서는 부모의 영향 뿐만 아니라 동년배 집단의 영향도 고려해야 합니다. 어떤 때는 또래집단의 영향력이 훨씬 크기도 하지요.
    치알디니는 \"설득의 심리학\"이라는 책에서 본인의 개인적인 경험담을 얘기하고 있습니다. 아들(인가 손자인가 확실히 기억이 안납니다만)한테 수영강사를 붙여 수영을 가르치려고 했을 때는 실패했는데 그 아이가 옆집 친구가 수영을 하는 것을 보더니 금방 따라 하더라는....
    비슷한 예로 어린이들이 약 먹는 걸 못하다가 유치원 친구들이 하는 것을 보고 따라서 자신도 먹을 수 있게 되었다는 얘기들을 듣고 합니다.
    영유아의 경우에는 대부분 양육자-아이의 둘만의 관계라서 고려할 점이 양육자 밖에 없죠. 하지만 어린이집부터 시작해서 관계망이 넓어지면 말씀하신 또래집단의 영향력이 점점 늘어나겠죠. 인제 어린이집에 보내야 해서 그런걸 좀 기대하고 있답니다.
    Darwin4078
    양육도 훈육도 사람이 하는 일입니다. 완벽하게 할 수 있겠습니까. 시행착오를 겪어가면서 그렇게 하는 거죠.
    기본적으로 스스로 가치판단을 할 수 있을때까지는 제가 생각하는 올바른 가치판단의 과정을 보여주려고 노력하고 잘못된 것이 있으면 대화로 고쳐나가려고 합니다. 첫째아이는 이제 11살이고 여자아이라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는데, 둘째아이는 이제 8살이고 남자아이라 말보다는 행동, 땡깡이 앞서서 대화가 힘들긴 합니다.
    어떻게 하면 시행착오를 최대한 줄일 수 있을까 고민하며 시행착오를 경험할 수 밖에 없겠네요. 그래도 11살 8살이면 4살보다는 대화가 좀 더 잘 되시지 않나 싶어... 부럽습니다.
    이번 연휴 동안 간만에 부모님들과 대화를 좀 나눌 기회가 생겼어요. 집친구 왈 자기는 어렸을 때 주는 대로 뭐든지 잘 먹어서 엄마가 너무 편했을 거라 그러더군요. 집친구의 어머님께 그것이 사실이냐고 여쭤봤더니 \'잘 먹기는? 안 먹어서 힘 많이 들었지...\'
    인간의 기억력이란 게 참 선별적이지요. 지금 내 존재를 형성하는 데 얼마나 많은 그림자노동과 크고 작은 결단이 필요했을지 영영 알 수 없을 것만 같아요.
    알 수 없기 때문에 그걸 인정해줄 부분은 인정해 주어야 하는데... 대부분 자기는 나무가 자라듯 저절로 큰줄 아는거 같아요. 저도 마찬가지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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