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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6/01/26 11:35:29
Name   Obsobs
Subject   예방접종실에서의 소고
국가필수예방접종을 맞으러 온 6세 여아.

아이: 주사가 무서워~! 맞기 싫어~ 안 맞을거야!!!(격렬하게 반항하며 나가려함)
부모: (아이를 붙들며) 이거 맞아야하는거야. 움직이면 더 아퍼.
아이: 엉엉엉엉. 아냐~ 그럼 내가 할꺼야!
부모: 그럼 가만히 있어.
아이: 조금 이따가 할거야!
부모: (빨리 맞고 가야하는 상황이라) 지금 맞으나 나중에 맞으나 똑같애.
아이: 아니야! 조금 더 있다가!

-> 자기 주장, 설득, 타협, 자기주장이 반복되더군요. 결국은 안 맞겠다는 심리죠. 기다렸다가 스스로 맞는 아이들이 얼마나 있을까요?

아이가 주사를 무서워하는 건 아이의 기질 + 경험의 결과라 생각합니다. 그걸 무서워하지 않게 만들기 위해서 or 무서워도 참고 견딜 수 있게 만들기 위해서 부모는 어떻게 노력해야 할까요? 무조건 팔다리 붙잡고 주사 놓는 방법이 있긴 하지만(조금 힘들어도 편리한 방법이지만), 다음에 주사 맞을 때도 똑같은 상황이 계속될 것 같습니다. 아이가 자율성과 참을성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잃게 될 것 같기도 하구요. 아이 입장에서는 주사가 얼마나 무서울까요. 하지만 아이들이 마음정리하고 스스로를 설득하여 인내심을 발휘할 때 까지 걸리는 시간은 어른들이 보기에는 너무나 길고 소모적입니다. 가뜩이나 바쁘면 말이죠. 어느것 하나가 정답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같은 상황에 있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하는 고민이 들기도 합니다. 그리고 아이를 대할 때 되도록이면 조금 넓은 마음을 가지고 기다려주고 참아주는 부모가 되어야 겠다는 다짐도 드네요.

예방접종실이 한참 시끄러우니 이런저런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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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노자
    미끼를 던져야합니다!
    미끼물고 도망가는 고기가 얼마나 많은데요 ㅋㅋㅋ 하물며 아이들이야...
    혹시 공중보건의이신가요? 저도 3년간 예방접종실서 일해 봤는데, 결국은 싫어하는 애들은 강제로 붙잡아서 얼른 맞히는 수 밖에 없더라구요
    뒤에 엄마들이 기다려주질 못해서요 (...)
    사람 없이 한가할 때일수록 애들이 더 차분해지는 경향은 있었습니다
    네. 이제 복무만료를 3개월 앞두고 있습니다. 몇개월 전에 독감접종시즌에는 아이 한 명이 주사맞기 싫다고 울기 시작하면 그 뒤에 줄서있다가 같이 우는 애들, 신기해하면서 가서 구경하는 애들, 주사 맞기 싫다고 부모한테 매달리는 애들, 저 멀리 도망가버리는 애들... 아주 다양했던거 같네요.
    근데 정말 차분히 기다리고 설득하고 해서 아이가 스스로 와서 주사 맞게 하는 엄마들을 보면 대단하다 싶더라구요.
    헐 진로는 정해지셨는지...
    저는 말년차 때 아무것도 하기 싫더라구요... 그저 놀아야지 놀아야지 해놓고 뒤로 갈수록 마음 심란해서 술만 먹고 제대로 놀지도 못했는데 ㅜㅜ
    다행히 취직예정이기는 하네요. 출퇴근 거리가 멀고 로딩이 많긴 하지만 요즘 같은 시기에 취직자리 구하기도 쉽지 않으니깐요...ㅠㅠ
    진짜 예전에 주사안맞으려고 학교에서 도망가서 집에갔다가 결국 집에서 보건소로 끌려갔는데 보건소에서도 안맞겠다고 보건소 몇바퀴 돌던게 생각나네요 운동회 달리기는 꼴찌였는데 그때 어떻게 어른들을 따돌렸던지
    위급할때는 없던 힘도 생겨납니다.ㅎㅎㅎ
    Yato_Kagura
    주사맞으러가기 싫어한다고 억지로 병원으로 끌고오거나 아니면 그럴듯한 미끼로 유인(..)해온 아이들일수록 병원에서 통제가 힘들겠지요. 집에서 미리미리 충분한 설득을 거쳐서 주사맞는것을 납득시킨 뒤 병원에 오는게 가장 좋은 해결방안입니다. 집에서라면 병원에서처럼 시간에 쫓길 이유도 없으니 충분한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설득이 가능하니까요.
    그러는 수고를 하여야 한다는 생각이 잘 없죠... 그러고보니 훌쩍거리면서도 알아서 잘 맞고가는 아이들은 부모가 미리 이야기를 잘 하고 온거 아니었나 싶기도 하네요.
    헬리제의우울
    주사맞을래 엄마한테맞을래
    April_fool
    엄마한테서 주사를 맞는다던가 (?!)
    둘다 안 맞을래~ 엄마 나한테 왜 그래애~~
    ㅋㅋㅋㅋㅋ 엄마가 평소에 어떠냐에따라 달라지겠네요 ㅋㅋㅋ
    April_fool
    주사 이외의 백신이 얼른 더 많이 개발되면 쪼끔 나을까요?
    경구용 백신도 있긴 합니다만... 그 수가 많진 않죠. 로타바이러스나 장티푸스... 말고 하나 더 있긴 한데 생각이 안나네요.
    April_fool
    소아마비요?
    굳이 경구용 백신이 아니더라도, 필수예방접종으로 점막에 뿌리는 백신 같은 게 많이 나오면 의사선생님이나 부모님들이나 아이들이나 서로 편해질 것 같아서요.
    damianhwang
    폴리오 백신이 경구용으로 있긴 헌데; 다른 백신접종 항목들을 보면 아직은 뭐 다들 그래도 백신은 주사 맞아야지가 일반적이긴 합니다 ;-)
    저희 애들은 거짓말 안하고 둘 다 하나도 안울어서 다행입니다. (눈물 한 방울 찔끔 정도는 하지만)
    저희 애도 좀 그래야 할텐데요...
    necrosis
    공보의 샘 수고가 많으십니다~
    아코. 네 감사합니다~
    까페레인
    아이의 기질과 경험은 여러가지 부모의 노력과 병원의 노력에 의해서 개선될 수 있는 방법이 많이 있다고 보아요.
    주사를 잘 맞는 방법과 같은 간단한 어린이용 전단지를 제작해서 어린이에게 보여주거나 비디오를 보여주는 방법도 있지 싶어요. 실제로 예전에 어느 어린이 치과 갔을때 어린이한테 비디오를 보여주더군요. (무척 비싸서 그 다음부터 거기 안가긴 했습니다만..)

    저희 아이들은 주사 맞거나 이 치료할 때 울거나 한 경우가 조금 밖에 없었는데 제가 어릴때는 저 자신은 정말 바보처럼 많이 떼를 썼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차이점은 ... 더 보기
    아이의 기질과 경험은 여러가지 부모의 노력과 병원의 노력에 의해서 개선될 수 있는 방법이 많이 있다고 보아요.
    주사를 잘 맞는 방법과 같은 간단한 어린이용 전단지를 제작해서 어린이에게 보여주거나 비디오를 보여주는 방법도 있지 싶어요. 실제로 예전에 어느 어린이 치과 갔을때 어린이한테 비디오를 보여주더군요. (무척 비싸서 그 다음부터 거기 안가긴 했습니다만..)

    저희 아이들은 주사 맞거나 이 치료할 때 울거나 한 경우가 조금 밖에 없었는데 제가 어릴때는 저 자신은 정말 바보처럼 많이 떼를 썼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차이점은 부모나 간호사 선생님의 친절한 설명이 크게 좌우하는것 같아요. 백신은 받아야 하는 것이고 오늘 안 맞으면 내일 와서 그 다음에 와서 맞아야 하고, 맞는 순간에 울거나 하면 주사를 잘못 놓을 수 있어서 피가 더 크게 날 수도 있으니 가만히 빨리 맞고 얼른 안 우는 게 너한테도 오히려 이득이라는 것을 평소에 설명해주거나 미리 주사 맞기 전에 아이들에게 설명을 잘 해 주면 아이들이 이해하고는 잘 협조를 하더라구요. 저희 아이가 가는 소아과에서는 늘 주사맞으면 무설탕 사탕을 주는데 아마 사탕을 먹기 위해서 참는 것 같기도 하구요. (이건 classical 조건형성을 위한 훈련이겠지만..) 아이들도 충분히 차분하게 설명하면 아이들이 가만히 듣고 다음에는 생각을 정리해서 울면 하나도 득이 될게 없는데 뭣하러 울어 이러더군요. 나이가 어릴때는 금방 괜찮아진다고 엄마가 안아주거나 신뢰감을 주는 모습도 필요한 것 같았어요. 수고하시네요 :)
    그런 노력들이 있으면 아이 입장에서는 주사나 병원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을 덜 가질 수 있겠네요. 사소해보이지만 말이에요. 나중에 아이들이 부모나 타인에 대한 신뢰, 인내심, 자제력을 키우는데도 조금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게다가 속여서 병원에 데려가 주사를 맞힌다거나, 억지로 데려가서 설명없이 \'너 이거 해야해!\'라면서 기대하지 않았던 재앙(주사)을 겪게 한다면, 그 아이의 schema(믿음체계? 세계관?)는 불신과 억압이 주 테마가 될지도 모르니깐요.
    예진실이 접종실과 별도로 있던 저는 정말 축복이었군요..
    좀 별도로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 간혹 10~30대 여성분들이 오시는데 접종하기 곤란한 옷을 입고 오시면 저는 예방접종실에서 나가야 했거든요... (뻘쭘해서)

    근데 닉이 친숙하군요... 혹시 ㅂㄷㅇㅇㅇ 선생님...?
    움찔... ㄷㄷㄷㄷ......
    언니는 가끔 이렇게 하더군요.
    \"ㅇㅇ이가 주사 맞으면 나중에 감기 걸려서 아야 안하는데, 이거 안 맞으면 감기 걸려서 아야해서 ㅇㅇ이도 아프고 엄마도 마음이 아파.
    ㅇㅇ이는 나중에 많이 아픈거 좋아? (조카: 싫어) 그럼 엄마 아픈건 좋아? (조카: 싫어)
    응 엄마도 싫어. 그러니까 같이 주사맞자.\"
    참고로 조카는 네 살이고, 일단 울기 시작하면 어떤 말이건 안 통합니다...... 가아끔 저게 통하죠.
    + 저게 통한다 해도 주사보면 와아아앙!
    눈사람
    저는 곧 서른이 되는데도 아직도 주사를 두려워합니다. 어렸을 때는 본문의 아이처럼 고래고래 소리지르며 발버둥쳤고요.
    지금도 공포스러운데 어려울 때는 오죽했을까요.
    어제 수액을 맞고 왔는데 어제 간호사 분은 조금 아프게 하시더라고요. ㅠㅠ
    가끔씩 만나게 되는 주사 안 아프게 놓으시는 분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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