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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15/12/15 11:57:18 |
Name | Beer Inside |
Subject | 소바 한그릇 |
1. 아직도 찬 바람이 부는 봄이다.. 봄하면 벚꽃이지만, 아직 벚꽃은 멀었다. 2. 퇴근길 아직 찬바람이 불지만 소바 한그릇이 먹고 싶어져 회현역에 내렸다. 한국은행을지나 북창동에 이르렀다. 북창동하면 누군가에게는 유흥의 거리이지만 나에게는 소바의 거리이다. 송옥 맞은편의 중국식재료상은 과거 이곳이 중국인들이 청요리를 팔던 곳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3. 어린시절 일요일 아침 서부 개척자들의 삶을 아름답게 묘사하던 그 초원의 집은 여기에 없다. 각종 네온사인이 반짝이는 초원의 집이 하루의 전쟁을 끝내고 축하를 하는지, 새로운 전쟁을 하러 가는지 모를 이들을 유혹하고 있다. 4. 저녁시간의 송옥은 낮시간과는 다르다. 낮에는 나이든 이들이 조용히 앉아서 소바와 유부초밥을 나누어 먹는다면 저녁은 혼잡스럽다. 1층은 자리가 없고 2층도 운이 없으면 한참을 기다려야 앉을 수 있다. 담배피다가 면을 만드는 할아버지도 이제는 보이지 않고 주인장 할머니 대신 중년의 아주머니들이 일을 하고 있다. 강남에 분점도 생겼다더니..... 5. 아직은 쌀쌀한 날씨 탓인지 냄비우동을 먹는 이들이 많다. 일제시대의 영향을 받은 이 건물의 2층은 낮은 천정에 냄비우동에서 나오는 수증기가 가득하다. 2층은 1층과 달리 분냄새가 난다. 정확히 말하면 각종 화장품에서 나오는 향기라고 해야겠지... 전쟁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모습이 아닌 단정한 머리모양에 단정한 화장, 눈빛이 살아 있는 것을 보니 아마도 새로운 하루를 시작하려는 이들인가 보다. 6. 다행히 창가에 자리가 있어서 쨉싸게 앉았다. 모밀국수라는 말 보다 소바라는 말이 좋다. 쪽바리라는 비난을 받는다하여도. '소바 한 그릇'이라는 소설을 '우동 한 그릇'으로 바꿔버리는 나라이지만, 소바나 우동이나 일본에서 온것은 매 한가지인데 .... 7. 건너편에 앉아있는 언니의 검은 스타킹을 한 다리에 눈이 간다. 저 언니도 초원의 집에 가면 만나 볼 수 있을까? 그 곳에서 친절한 미소로 시작해서 두시간 뒤면 냉정한 미소로 사라지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 뒷자리에 앉아있는 흰색 셔츠를 입은 짧은 머리 총각도 초원의 집에서 볼 수 있을까? 나에게 험악한 얼굴을 보여주면 어찌해야하나, 난 이들을 청계산에 데리고 갈 능력도 없는데... 8. 차가운 소바와 짠 쯔유가 입안을 맴돈다. 내가 뜨거운 우동을 먹었다면, 잠시나마 가슴이 뛰는 초원의 집으로 갔을까? 소바 두짝은 언제나 허전하다. 하지만, 초원의 집에서의 흥분도 냄비우동에서 나오는 수증기처럼 허무하게 사라질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창밖으로 꽃무니 레이스가 된 코트를 입은 처자가 지나간다. 인조모피코트가 어울리는 이곳 북창동에서 꽃무니 레이스라니....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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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창동이야기가 나왔으니 저도 바통을 받아서 풀어보는 옛날 경험담(실화예엽). 그럼 이야기보따리 (사부작사부작) 퓨충=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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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일주일동안 고시원 생활을 한 적이 있다. 고시원에서 기거하며 그곳 경영을 관리하던 총각아저씨는 복도를 발끝으로 걸어다니며 문을 여닫을 때마다 조심조심 소리나지 않게 숨죽이는 나를 보고 일본사람이냐고 물었다.
번갯불에 콩구워먹듯 계약했던 대방역의 고시원은 계산을 치르고 나서 해지는 저녁즈음 바라보니 바로 옆에선 밤...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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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일주일동안 고시원 생활을 한 적이 있다. 고시원에서 기거하며 그곳 경영을 관리하던 총각아저씨는 복도를 발끝으로 걸어다니며 문을 여닫을 때마다 조심조심 소리나지 않게 숨죽이는 나를 보고 일본사람이냐고 물었다.
번갯불에 콩구워먹듯 계약했던 대방역의 고시원은 계산을 치르고 나서 해지는 저녁즈음 바라보니 바로 옆에선 밤...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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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일주일동안 고시원 생활을 한 적이 있다. 고시원에서 기거하며 그곳 경영을 관리하던 총각아저씨는 복도를 발끝으로 걸어다니며 문을 여닫을 때마다 조심조심 소리나지 않게 숨죽이는 나를 보고 일본사람이냐고 물었다.
번갯불에 콩구워먹듯 계약했던 대방역의 고시원은 계산을 치르고 나서 해지는 저녁즈음 바라보니 바로 옆에선 밤이면 빨갛게 불을 밝혀놓고 영업을 시작하는 성매매하는 곳이었다. 꽈당. 그치만 고시원 바로 뒷편에는 시장이 있어 재미도 넘치는 곳이었다. 고시원총각아저씨와 시장바닥의 허름한 포장마차집에서 이천원짜리 국수를 사먹었었다.
어느날 고시원아저씨와 그 친구분, 나 이렇게 셋이서 시장통 어디에서 소주를 한 번 마셨는데 그 두 사람은 잠시 돌봐주어야할 처자가 생겼다며 내게 도움을 청했다. 사람좋아 보이던 그 친구분이, 우연히 술자리에서 합석하게 된 여자분의 사정이 너무 딱해서 친구가 있는 고시원으로 무작정 데리고 왔다고 했다. 그러니 같은 여자인 내가 그 여자분이 여기 있는 동안 말동무도 해주고 같이 있어 주라고 했다. 고시원아저씨가 자, 그럼 술한잔 따라 보고! 라며 내게 술병을 건네길래 \'녭\'하고 넙죽 술을 따랐더니 떽! 여자가 어디 아무남자한테나 술을 따르냐며 호통을 쳤다. 아니 그럼 술은 왜 따르래.
자리에서 일어나 모두 고시원으로 향했다. 얼마 안 있어 친구분이 그 여자분을 데리고 왔다. 키가 크고 상체는 말랐는데 가슴과 엉덩이가 야릇하게 볼륨있던 언니. 나체의 그녀는 분명 사로잡지 않을 남정네가 없으리라. 갸름한 얼굴에 쌍꺼풀은 없지만 앵두같이 말콩한 입술이 매력적이었다. 그녀는 첫눈에 날 자석처럼 잡아당겼다.
\'우리 답답한데 나가서 커피나 마실까? 나 돈 없으니까 네가 사.\' 언니의 제의로 찾아간 가까운 커피숖에서 우리가 자리잡은 곳은 바깥 테이블이었던 것 같다. 공기는 내 체온같아 기분좋았다. 언니는 어렸을 적부터 줄곧 의붓아버지와 의붓오빠에게서 성폭행을 당했던 일, 도망쳤다가 잡혀 와 죽지 않을만큼만 맞았던 일들, 다시 가출을 시도해 언제 잡혀 들어갈지 모를 공포에 산다는 얘기들을 담배를 꼬나물고 마치 \'도서관책반납기일이 지나버렸어\' 하듯이 아무렇지 않게 들려주었다. 언니는 얼마나 화술이 뛰어났던지 단박에 내 혼을 쏙 빼 놓았다. 담배피는 여자는 멋지다고 생각했던 내게 그녀는 비.너.스.였다.
이미 언니에게 매료된 나는 명랑만화 속에서 옥수수를 우적우적 먹다가 튕겨나 비련의 여주인공과 맞닥뜨린 기분이었다. 그날 밤 고시원으로 돌아간 우리. 언니는 내 옆방에 기거하게 되었는데 침대가 너무 작지 않느냐며 나를 이끌고 이방 저방 염탐을 시작했다. 복도 끝쪽의 방은 다른 보통 방들보다 두 배나 컸으며 침대도 두 개나 있었다. 게다가 말끔하게 비어 있었다. 언니는 얼굴에 화색이 돌더니 여기가 훨 편해 보이지 않냐며 그 방에서 자겠노라 했다. 나는 주면 주는대로 감지덕지하고 가만 있을 소심쟁이인데 이 언니는... 장군같아...(뿅)... 내겐 그것도 매력이었다.
다음날 언니가 \'나 만원만 줘\'해서 주고, 다리가 아파 어디 일 할 마땅한 곳이 없다며 \'나 전에 몸파는 곳에서 일한 적 있거든. 거기 다시 들어가 일할까?\'라며 운을 떼는데 마치 날 시험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다리 말짱한데...\'란 생각에 의구심을 갖다가 삐삐연락에 전화해 본 언니에게서 십만원만 빌려주란 말을 듣고 의심이 더 커져버려서는 당장 짐을 싸고 달아나 버렸다. 고작 십만원 때문에 딱한 언니를 버려두고 온 난 그 후 많이 속상했었다. 지금도 가끔 생각나는 언니. 나랑은 다른 세계에 살던, 지하의 신 하데스에게서 쫓기는 미녀를 연상시키던 야릇한 언니가 오늘 문득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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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일주일동안 고시원 생활을 한 적이 있다. 고시원에서 기거하며 그곳 경영을 관리하던 총각아저씨는 복도를 발끝으로 걸어다니며 문을 여닫을 때마다 조심조심 소리나지 않게 숨죽이는 나를 보고 일본사람이냐고 물었다.
번갯불에 콩구워먹듯 계약했던 대방역의 고시원은 계산을 치르고 나서 해지는 저녁즈음 바라보니 바로 옆에선 밤이면 빨갛게 불을 밝혀놓고 영업을 시작하는 성매매하는 곳이었다. 꽈당. 그치만 고시원 바로 뒷편에는 시장이 있어 재미도 넘치는 곳이었다. 고시원총각아저씨와 시장바닥의 허름한 포장마차집에서 이천원짜리 국수를 사먹었었다.
어느날 고시원아저씨와 그 친구분, 나 이렇게 셋이서 시장통 어디에서 소주를 한 번 마셨는데 그 두 사람은 잠시 돌봐주어야할 처자가 생겼다며 내게 도움을 청했다. 사람좋아 보이던 그 친구분이, 우연히 술자리에서 합석하게 된 여자분의 사정이 너무 딱해서 친구가 있는 고시원으로 무작정 데리고 왔다고 했다. 그러니 같은 여자인 내가 그 여자분이 여기 있는 동안 말동무도 해주고 같이 있어 주라고 했다. 고시원아저씨가 자, 그럼 술한잔 따라 보고! 라며 내게 술병을 건네길래 \'녭\'하고 넙죽 술을 따랐더니 떽! 여자가 어디 아무남자한테나 술을 따르냐며 호통을 쳤다. 아니 그럼 술은 왜 따르래.
자리에서 일어나 모두 고시원으로 향했다. 얼마 안 있어 친구분이 그 여자분을 데리고 왔다. 키가 크고 상체는 말랐는데 가슴과 엉덩이가 야릇하게 볼륨있던 언니. 나체의 그녀는 분명 사로잡지 않을 남정네가 없으리라. 갸름한 얼굴에 쌍꺼풀은 없지만 앵두같이 말콩한 입술이 매력적이었다. 그녀는 첫눈에 날 자석처럼 잡아당겼다.
\'우리 답답한데 나가서 커피나 마실까? 나 돈 없으니까 네가 사.\' 언니의 제의로 찾아간 가까운 커피숖에서 우리가 자리잡은 곳은 바깥 테이블이었던 것 같다. 공기는 내 체온같아 기분좋았다. 언니는 어렸을 적부터 줄곧 의붓아버지와 의붓오빠에게서 성폭행을 당했던 일, 도망쳤다가 잡혀 와 죽지 않을만큼만 맞았던 일들, 다시 가출을 시도해 언제 잡혀 들어갈지 모를 공포에 산다는 얘기들을 담배를 꼬나물고 마치 \'도서관책반납기일이 지나버렸어\' 하듯이 아무렇지 않게 들려주었다. 언니는 얼마나 화술이 뛰어났던지 단박에 내 혼을 쏙 빼 놓았다. 담배피는 여자는 멋지다고 생각했던 내게 그녀는 비.너.스.였다.
이미 언니에게 매료된 나는 명랑만화 속에서 옥수수를 우적우적 먹다가 튕겨나 비련의 여주인공과 맞닥뜨린 기분이었다. 그날 밤 고시원으로 돌아간 우리. 언니는 내 옆방에 기거하게 되었는데 침대가 너무 작지 않느냐며 나를 이끌고 이방 저방 염탐을 시작했다. 복도 끝쪽의 방은 다른 보통 방들보다 두 배나 컸으며 침대도 두 개나 있었다. 게다가 말끔하게 비어 있었다. 언니는 얼굴에 화색이 돌더니 여기가 훨 편해 보이지 않냐며 그 방에서 자겠노라 했다. 나는 주면 주는대로 감지덕지하고 가만 있을 소심쟁이인데 이 언니는... 장군같아...(뿅)... 내겐 그것도 매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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