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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6/01/14 08: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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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조각글 11주차] 캉디드
제목 : [조각글 11주차] 캉디드 (☜ 말머리를 달아주세요!)

[조각글 11주차 주제]
싫은 것과 외로움

합평 받고 싶은 부분
ex) 맞춤법 틀린 것 있는지 신경써주세요, 묘사가 약합니다, 서사의 흐름은 자연스럽나요?, 문체가 너무 늘어지는 편인데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글 구성에 대해 조언을 받고 싶습니다, 맘에 안 드는 것은 전부 다 말씀해주세요, 등등 자신이 글을 쓰면서 유의깊게 봐주었으면 하는 부분 등등을 얘기해주시면 덧글을 달 때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맞춤법 틀린 것 있는지 신경써주세요, 묘사가 약합니다, 서사의 흐름은 자연스럽나요?, 문체가 너무 늘어지는 편인데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글 구성에 대해 조언을 받고 싶습니다, 맘에 안 드는 것은 전부 다 말씀해주세요.

하고 싶은 말

하고 싶은 말.

본문

캉디드

 "볼기짝을 맞아 볼테냐, 크르르."

 오늘도 수아는 또 막 조여졌다. 마리의 양팔에 감겨 막 죄여졌다. 수아는 이걸 가만히 있자니 숨이막히고 이내 마음이 흘러서 피가 마르는 것 같았다. 감자 먹다 체한 것과 같다. 뭐, 수아-집엔 그런 게 없으니까.
 수아와 마리는 같은 것을 갖고 있다. 그러나 그것이 동질감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단순명쾌하지 않다. 부디 그래서도 안된다. 다만, 본질적으로 모호하여 모호하게 보일 뿐이다. 그건 수아건, 마리건 영원히 닿을 수 없기 때문이다. 수아는 인문계고 마리는 이공계다. 그 하찮고 분명한 이유로 수아와 마리는 같지 않다. 단지 수아와 마리가 만난 것은 남자인 주제에 여자 같은 이름을 가졌다는 것일, 우연하되 우연찮은 이유일 따름이다. "요즘 세상에, 여자 같은 이름은 뭐고, 그게 또 뭐 어때서!"라며 한 사람과 다른 한 사람은 한 두 사람으로 금세 의기투합했고 그건 만사형통이었다. 칼칼하게 말하자면 만류귀종이다.
 수아에 비해 상대적으로 덩치가 큰 마리는 수아를 한팔로 죄고서는 다른팔로 엉덩이라도 때리겠다는 듯 엄격근엄진지의 표정을 해보였다. 마리에겐 장난에 가까웠지만 수아에겐 몸부림 치기 충분했고 뭐가 됐건 둘 다 제 할 일을 하고 있긴 했다. 그러나 이 자리는 보는 시선 많은 길가에 놓인 카페, 애매하디 유약한 유리창 너머의 뾰족한 시선과 또 다시 그 안의 세세한 시선이 겹쳐 "요즘 세상에, 남자 두 놈이 볼썽사납게 뭐하는 짓이래!"라며 한 번은 혀를 차며, 다른 한 번은 고개를 돌리며 얽히다가 지나쳐간다. 아마 그렇게 시간은 더 흐르고, 모두가 좀 더 흐를 것임은 분명해보인다. 유리창 너머의 약국 표지판 네온사인이 한적한 오후 시간대도 잊고 복작복작, 요즘 같은 전기난에 값비싼 대가를 지불하듯 번쩍이다가 순간처럼 지나쳐간다.
 오해인가.
 아니 그것은 유리창 안팎의 시선과 같다.
 사실에는 진위와 허위가 있다.
 우리에겐 그저 사실만 있다.
 추론은 그만하고 그저 일이나 하자.
 恥不脩 不恥見汙.
 그러자.

 "아니, 그래서 결국 네가 싫은 게 뭔데?"

 상업적이기 그지 없는 모양새의 초코케이크를 퍼먹던 마리가 여전히 시선은 초코케이크에 둔 채로 물었다. 애써 시선을 고정하는 것이 초코케이크는 그닥 맛이 없는 모양이었지만 지나가는 말투, 수아는 오히려 그게 더 좋았다. 잡혀있다 이제는 제 자리로 돌아온 수아는 그린티 프라푸치노를 깨작거리다 빨대를 물고 쥐고서 억지로 돌돌 말고 잘근잘근 씹어도 보다가 마찬가지로 그린티 프라푸치노에 여전히 시선을 둔 채로 말했다.

 "외로움."

 수아의 말에 마리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수아는 그게 좋다. 이해하지마, 부디 이해해주지마. 그냥 봐줘. 네가 날 이해하는거 싫어. 그냥 있어줘. 네가 날 이해하는거 외로워.
 시간은 좀 더 흐르고, 흐를 테다.
 잊힐 때까지.

 마리는 기억한다. 매사 심드렁한 성격에 대학생활이란 따분하여 별 관심 없었던 찰나, 수아가 눈에 들어온 것은 그저 우연에 불과했다. 기억 속 수아는 캠퍼스 한켠에 서서는 화를 내고 있었다. 평소대로라면 그냥 지나칠 법도 했으나, 수아의 말하는 뻔새가 매우 뻔뻔하고 졸렬한 것이 한 마디 톡 쏴주지 않고서는 배길 수가 없을 것 같았다.
 마리가 기억하는 수아는 이렇게 말했다.

 "오롯이 나의 기준으로 나는 당신이 정말너무완전리얼대박짱짱하늘땅별땅만큼 싫어요."

 뒤돌아선 상대의 얼굴은 볼 수가 없었다. 어쩌면 아마 무척 어이가 없을 것이다. 뜬금없이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을 것이다. 마리는 상대가 안쓰러웠지만 그걸 또 들어주고 있는 모습도 참 어이가 없다 싶었다. 자기 같았으면 그냥 확, 대체 뭐라는 거야.
 마리가 기억하는 수아는 이렇게도 좀 더 말했다.

 "그래서 또한 미안합니다. 하지만 사과할 생각은 평생 없어요. 그냥 죽을 때까지, 그저 생각나거들랑 종종 미안해할게요. 오직 나를 위해서."

 마리는 수아가 참 같잖다고 생각하면서, 동시에 호기심이 생겼다.


 '나는 당신의 생각에 반대하지만, 당신이 그렇게 말할 권리를 위해 평생 싸울 것이다.'

 자체휴강이야말로 대학생활의 꽃이라 생각하는 마리인지라 실제 수업에 들어간 적은 없지만, 시험은 봐야했으므로 후배에게 넘겨받은 족보에 적혀있던 글귀. 마리는 그것이 퍼뜩 생각이 났다. 왜지? 마리는 호기심이 생겨버렸다.
 시간은 좀 더 흐르고, 흐를 테다.
 생각날 때까지.

 "따분하다. 밥이나 먹자. 오랜만에 한식 어때."

 수아 앞 마리가 말했다.

 "어, 그럼 고등어가 좋겠어. 내가 고등어구이 잘하는데 알아."

 마리 앞 수아가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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