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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5/01/08 11:39:52
Name   파로돈탁스
Subject   계엄과 헌재 관련 학창시절 헌법 수업때의 2가지 기억
헌법이라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법학으로 전문직이 되어 삶을 영위하고자 하는 이들에겐 그닥 중요한 과목이 아닙니다. (교수나 연구직 제외, 개인적 견해)
(헌법 과목은 고교 과목에 넣어놓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필수과목으로다가;;)
보통 2학기 수업하면 학습을 끝내게 되고 수험을 위해 공부를 할 때에도 높은 지분을 차지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역사를 좋아했던 저에게 헌법에 깃들어져 있는 서사는 정말 흥미롭기에, 개인적으로는 헌법과목을 가장 좋아했습니다.

헌법 교수님은 여럿 계셨지만, 특히 한분이 특이했습니다. 물론 수업방식도 꽤나 독특했지만서도;;
무엇보다 재밌는 것이 하나 기억이 납니다.
한학기동안 해내야 하는 과제가 있는데, 바로 교수님 앞에 가서 헌법전문을 외워 구술하는 것이었죠. 은근히 어렵습니다. 헷갈려요.
하고 나면, 헌법 전문이라는게 뭐랄까 좋은 말들을 다 때려넣긴 했는데 뭔가 체계가 엉성하네?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법학자라는 놈들은 왜 이렇게 한문장으로 모든 걸 처리하는 것을 좋아하나 하는 분노 역시 치솟고요.

덧붙여 헌법 공부를 하게 되면 처음에 지리한 결단론이니 하는 헌법이론에 관한 부분을 거쳐  통치구조, 기본권론을 배우며 헌법조문과 연계되는 부분을 찾아보는 식이었는데
저렇게 헌법전문을 차분하게(?) 보게 되면 또 시각이 많이 달라지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암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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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계엄관련 이야기
사실 계엄은 그렇게 중요하게 다루지 않습니다. 왜냐면, 계엄이라는 것이 현대 사회에서 발생할 가능성은 전시에 가까운 상황이 발생했을때나 생겨나는, 그야말로 초현실적인 것이라 보거든요.
(이제는 한동안 중요하게 다뤄지겠죠;;)
다만 계엄 상황에서 국회의원의 지위가 보다 보호되어야 한다는 교수님의 말씀은 또렷이 기억이 납니다. 왜냐면 처음엔 모순적이라 생각했거든요.
계엄이라는 것은 말 그대로 비상상황, 거기서 국회의원의 지위가 더 보호될 수가 있나? 라는 거죠.
그런데 생각해 보면,  이는 당연한 것임을 알게 됩니다.
행정부의 결단에 의한 비상수단을 해제할 유일한 권한이 국회에 있기 때문이죠. 따라서 국회의원을 지켜주어야 하는 것.
작금의 사태는? 말할 필요조차 없다. 라는 거죠.  포고문과 국회병력투입만으로 모든 것이 명백합니다.

2. 헌법재판소 재판관 임명에 관한 이야기
- 대법원장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합니다.
-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합니다.
-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은 국회선출 3인, 대통령 임명 3인, 대법원장 지명 3인으로 '구성'합니다.
심플하죠. 이 중 가장 삼권 분립이 표면적으로 잘 되어 있는 기관은 선거관리위원회겠구요. 대법원장 역시 국회의 동의를 얻어야 하기에 문제가 별로 없습니다.

근데, 헌법재판소 재판관은 좀 야랄났습니다. 한줄로 하면
- 헌법재판소 재판관은 총 9인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는데,  재판관 중 3인은 국회에서 선출하는 자를, 3인은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자를 임명한다.
그러니까 선거관리위원회와 비슷하면서 좀 다릅니다. 국회와 대법원에서 행한 행위의 마지막에 대통령의 '임명' 이라는 요상한 절차가 들어가 있는 거죠.
따라서 삼권분립을 추구한 바에 입각하여 저 임명행위는 요식행위이자 동시에 의무행위라 보는 것이 일반적이긴 합니다.
교수님의 견해는 입법자들이 졸았다. 혹은 좀 방심했다. 라는 것 정도로 기억하고 겁나게 깠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최소 선거관리위원회 수준은 되어야 한다는 것이었죠.
모르겠습니다. 적어도 윤통이나 한덕수 총리 같은 사람의 등장을 예측한 사람은 없었던 것은 분명합니다. 저 임명행위에 실질적인 의미를 담아 거부질을 할 거라 생각을 못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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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상황에 대하여 국민들 대다수의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는 것과는 별론으로
국회의원을 비롯하여 약 국민의 30프로 가까이가 방어정서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은 제겐 꽤나 충격적입니다.
탄핵 찬성이나 내란죄 해당 여부는 부차적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오히려 정당한 법 집행을 무력으로, 떼를 쓰며 막아 내는 자가 전직 검찰총장이자 대통령이었으며,  이에 동조하는 세력이 '국회의원' 이라는 직위를 갖고 있다는 것이
무서울 정도로 절망적이고 무력감을 느끼게 합니다.

드라마 비밀의 숲의 대사, '대한민국이 무너지고 있다'. 어쩌면, 지금이 무너져 버린 대한민국을 인정하고 재구축을 해야할 단계가 아닌가 생각이 됩니다.
다만, 이에 동참하지 않는, 극렬히 반대하는 저 30프로를 이 사회에 어떻게 포섭을 해야 할지에 대해선 도무지 생각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향후 탄핵도 인정하지 않을, 내란도 인정하지 않을, 대한민국이 법치국가란 사실을 사실상 인정하지 않을 사람들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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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절망적이고 무력감을 저도 느끼고 있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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