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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4/11/28 13:27:07
Name   은머리
Subject   아무말대잔치 - 미국의 비트코인 담론
한국은 아직까지는 비트코인을 두고 일종의 폰지게임이 아니냐는 시선도 많이 있는 것 같아요.

미국은 그걸 넘어선 지 꽤 되어 보입니다. 이제는 화폐 탈중앙화를 꿈꾸던 비트코인 창시자들의 이상향이 정부와 거대 금융기관들에 의해 교묘하게 조종, 왜곡되고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트럼프 정부와 금융기관들이 암호화폐를 적극 수용한다는데도 말이에요.

요즘 미국이나 한국이나 비트코인 열풍과 앞으로 들어설 트럼프 정부의 비트코인 전략자산화에 대해 이야기를 전하면서 비트코인을 '디지털 금'이라고 많이 칭합니다. 네, 금은 자산의 한 종류죠. 원래 사토시 나카모토 또는 그 그룹이 20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정부가 무책임하게 화폐를 남발하며 미래를 당겨 쓰는 것에 환멸을 느껴 인플레이션 없는 화폐로 만들어낸 것이 비트코인입니다. 그걸 고안하면서 제출한 백서 이름이 Bitcoin: A Peer-to-Peer Electronic Cash System이에요. 은행을 거치지 않고 나랑 도너츠가게랑 둘이서 비트코인으로 거래, 또는 친구의 중고물품을 사면서 걔랑 나랑 비트코인으로 거래, 이런 세상을 꿈 꾼 거죠.  

비트코인이 탈중앙화폐라고 하지만 현재 미국 거대금융이 조종하는대로 제도권 비트코인 ETF와 같은 금융상품 구매를 하면 화폐가 아니라 부동산, 주식, 금과 같은 자산같은 것이 됩니다. 여기에 그치면 제아무리 비트코인이라도 사토시 나카모토가 상상한 탈중앙과는 거리가 멉니다.

정부와 거대 금융기관은 대중이 비트코인을 '디지털 금', 즉 자산을 지키는 용도로만 인식하기를 바랍니다. 각 개인이 비트코인을 획득하는 것이 아니라 금융상품인 비트코인  ETF를 구매하면 구매할수록 그 금융기관의 비트코인 장악력이 커져 금융시장에 더 손쉽게 영향을 끼칠 수가 있습니다. 설사 난 ETF를 안 사고 Coinbase와 같은 코인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을 구매하여 거래소 계정에 코인을 보관해 둔다 해도 (custodial wallet) 내 소유권 증서와도 같은 private key를 Coinbase가 보유하고 있고 나는 로그인 하며 왔다 갔다만 하는 거거든요. 그래서 진정으로 내가 구매한 코인에 대한 완전한 소유권을 지녔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왜냐면 Coinbase는 어떤 정부정책이 있으면 그 규율과 법에 따라야 하고 그런 제재를 실행해야 할 때(가령 내가 금융범죄자다!) 나를 구속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Coinbase [wallet] app같은 걸 갖추고 이 곳에 코인을 옮겨 놓으면 이건 온전한 내 것이 되고 정부가 어쩌지 못합니다. (non-custodial wallet)

현재 미국에서 비트코인을 미래의 화폐로 묘사하는 미디어는 없습니다. 모두의 담론은 디지털 자산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혹자는 이런 일방적인 담론이 보이지 않는 큰손이 조종하는 것이라 합니다. Michael Saylor도 자산가치로서의 비트코인만 강조하죠. 큰 손이니까요.

다시 하던 얘기로 돌아가서, 내 개인 디지털지갑이 아닌 코인거래소 계정에 코인을 두고 다니면 큰일날 수 있는 상상의 사례를 말씀드릴게요. (실상은 이런 분들 잘 안 계시겠죠? 거래소가 해킹당하거나 망하면 나도 폭망이기 때문에 다들 개인 디지털지갑도 마련하시겠죠.)

예컨대, 이제는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크든 적든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고 자꾸만 은행을 건너뛰고 개인 대 개인 거래를 일삼아서 정부와 절친인 거대금융기관들이 제재를 가하기 시작한다고 합시다. 당국은 디지털화폐에 접근, 도소매점에서 P2P 거래가 불가하도록 프로그래밍을 합니다. 다른 여러 묘책도 짜 내어 P2P거래를 바짝 줄여버립니다. 또는 어떤 용도에다가는 화폐에 유통기한을 프로그래밍해 버립니다. 이런 게 되나요? 되나 보더라고요. 그런 얘기를 하더라고요. 다만 이게 개인 디지털지갑에 있는 코인에는 적용이 안 돼서 무조건 non-custodial wallet에 코인을 보관하라고 하더라고요. (거래소에 덜렁 남겨두지 말고 wallet app을 사용하라는 얘기).

사실 저도 다 이해하고 하는 소리는 아니고 아무말대잔치인데 요는, 정부나 거대금융기관은 비트코인이 결국 화폐로 변신하여 큰손들을 흔들지 않게끔 뒤에서 열심히 궁리 중이다, 담론형성도 의도된 것이다, 이 와중에 사토시와 같은 이상향을 꿈꾸는 비트코인 낭만가들은 정신 바짝 차리고 화폐독립성을 이루기 위해 담론을 바꿔야 한다... 머 이런 거 같아요.

즉, 정부나 거대금융은 보통 이론적으로 말하는, 암호화폐가 달러패권을 흔들 것이라고 두려워하기는 커녕 생각해 둔 꼼수가 있는 것 같다,
즉, 비트코인은 이제 엄연한 자산물이다 (이건 제도가 열정적으로 키워줄 거니깐!)

Whitney Webb이라는 탐사보도 기자가 있는데 이런 얘기들을 해요. 철저하게 반기득권층에 반민주당, 반공화당 성향.  그렇지만 양적완화로 나머지 세계를 나락으로 빠뜨리는 미국에 대해 비패권화폐국들이 갖는 불만에는 전혀 관심 없고 그냥 철저한 개인의 자유를 부르짖는 스타일이에요.

마지막으로 그동안 미국이 남발한 화폐의 규모를 고려하면 비트코인에 진지해지지 않을 수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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