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23/05/13 01:47:24
Name   카르스
Subject   반사회적인 부류들이 꼬이는 사회운동의 문제
지난 몇십 년의 사회운동의 성패를 돌이켜보면, 비윤리적이고 반사회적인 부류를 끌어들이느냐 문제가 중요하게 작동했습니다. 그런 부류가 너무 꼬여서 타락하고 몰락하는 사회운동들이 종종 있어요.
요즘은 사회운동이 온라인에서도 많이 벌어지고, 인터넷 하위문화의 어두운 면이 급부상한 시대인지라 이 문제가 특히 심각합니다.

비윤리적이고 반사회적인 부류가 문제인 건, 비윤리성과 반사회성의 기준은 인류 보편이기 때문입니다.
'남에게 대접받고 싶은 대로 남을 대접하라'는 인류의 모든 사회에서 발견되는 가치관이 있습니다. 황금률이라 불리죠.
그런데 비윤리성, 반사회성이 강한 사람들은 툭하면 타인을 이용하거나 해치려 혈안이고, 정당한 공적 의무와 책임조차 회피하려 들며, 타인에게 큰 상처를 주는 언행을 일삼는 등 황금률을 대놓고 어깁니다.
이는 보편적인 윤리 위반이기에, 동서고금의 어떤 사회에서도 동일하게 '잘못이다'는 결론을 낼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행위가 용인되는 사회는 비윤리적이고 반사회적인 부류에 의해 쇠퇴하거나 붕괴될 수밖에 없거든요.

사회운동도 비슷합니다.
특히 변질되는 과정에서 '비윤리적이고 반사회적인' 언행을 정당화하기 쉬운 사회운동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 1960-70년대 서양의 히피 운동
[무제한적인 사회적 규범 해체를 이용해 사리사욕 채우려는 부류들이 나타날 수 있음]

- 식민지 근대화론 및 뉴라이트
[일본 제국과 한국 반공 독재정권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해석하는 과정에서, 일본 제국과 한국 정부의 가해행위를 정당화하고 피해자를 비난하기 쉬움]

- 일간베스트 저장소로 상징되는 넷 보수우파
[의외로 사상 자체는 극단주의적이라 하기 어려우나 - https://sw19classic.tistory.com/19 참고, 쾌락과 주목을 받기 위해 반사회성이 통용되기 쉬움]

- 메갈리아와 워마드로 대표되는 레디컬 페미니즘
[가부장제 철폐를 핑계로 어떤 언행도 정당화될 수 있음]

- 우파 포퓰리즘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혐오심리를 조장할 수 있음]

- 자유지상주의자 집단 [위의 히피 운동과 비슷]

- 카진스키식 반기술주의 [인류를 기술의 노예로 전락시키지 않는다는 명목으로 파괴 및 테러행위를 조장할 수 있음]

- 인셀 하위문화
(주: 인셀incel은 비자발적 독신involuntary celibate의 준말로, 지에도 불구하고 이성과 연애를 하거나 성관계를 맺을 수 없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인터넷 하위문화)  
[자신을 '부당하게' 거부하는 이성에 대한 혐오와 증오, 더 나아가 무차별적 범죄로 이어질 수 있음]

이런 사회 운동들에 비윤리적이고 반사회적인 부류가 끼어들면,
사상 이전에 구성원들이 벌이는 비윤리적이고 반사회적인 행태로 더 유명해지는 문제가 생깁니다.
그러면서 사회적 인식이 나락으로 가고, 사회 운동도 문제적 부류로 인해 제대로 돌아가지 못하고, 결국 몰락하고 말지요. 이들 대부분은 몰락했거나 세를 불리기 어려우며, 꾸준히 사회적으로 얻어맏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데올로기 내부에서 세를 불리기 위해 이런 부류를 환대하고 이용하려는 경향입니다.
이들의 비윤리성과 반사회성이 큰 문제가 아니거나, 문제 소지가 있더라도 잘 통제될 거라는 기대가 있습니다,
하다못해 사고를 치면 사회 운동 집단이 유명해져 사상까지 보편화될지 모른다는 은근한 기대와 함께.
역사를 돌이켜보면 이들의 기대는 늘 빗나갑니다.
고삐를 놓으면 반드시 어느 순간엔 대형사고를 칩니다.  

그렇기에 사회운동이 비윤리적이고 반사회적인 부류를 잘 통제할 수 있느냐는 기본 중에 기본입니다.
비윤리와 반사회성은 사상의 차이로 넘길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특히 그렇습니다.


구체적인 예를 들자면, 근래 자유를 주장하며 검열과 통제에 격하게 반대하는 사회 운동이 (특히 인터넷에서) 있습니다. 주장 자체는 극단적이지 않고 개인적으로는 부분적으론 동의하지만, 이들이 과하다 싶을 정도로 온오프에서 얻어맞는 게 이해는 갑니다. 검열/통제 반대를 이용해서 무책임함과 반사회성을 사회적 비판이나 제재 없이 발휘하려는 부류들이 제법 꼬였는데, 해당 사회 운동에서 그들을 막으려는 의지가 있는지 의심이 들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 시국을 예로 들자면, 자유를 위한 사회 운동은 마스크/백신 강제에 반대했었는데, 이들 중에서 엄밀한 철학적 신념으로 무장하고 자유를 위한 댓가까지 감수하겠다는 부류도 있지만, "남이 코로나 걸려서 죽든 내 알바임?" 하는 무책임함만 있는 부류도 제법 있었습니다. 앞서 이야기했든 후자 부류는 어떤 사회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며, 집단주의적 문화가 강한 동아시아 사회는 물론이고, 개인주의적 시민성이 발달한 유럽 사회에서도 용납되기 어렵습니다. 서구 선진국에서 동북아시아의 자발적 방역조치 준수를 극찬했던 건 자기들 기준으로도 문제적인 행태가 동아시아에서 덜했기 때문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후자 부류의 언행이 사회운동에서 제재되지 않으니, 자유 운운하는 부류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자유를 원하는 사회운동은 그런 문제적인 부류에 확실히 선을 그어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그들은 비윤리성과 반사회성까지 포용하는 자기파괴적인 자유를 추구한다는 의심이 확신으로 바뀝니다. 어쩌면 진행중일지도 모르겠네요.



9
  • 너무 멋있는 글이라... 추천을 안 누를 수가 없었습니다...


노바로마
인터넷 환경에서 그런 극단화 성향이 뚜렷해지더군요. 오프라인에서는 그나마 선을 넘는 발언들은 다른 사람들이 "뇌절 아니냐?" "그건 너무 심한데?" 등을 말하며 자정되거나 눈치로 수위 조절이 될 가능성이 있죠. 근데 온라인은 눈치볼게 없으니 뇌절에 폭주를 할 가능성이 있고, 보통 같은 부류끼리 모이니 더더욱 심해질수 있죠.
1
동파육
어떤 운동이 흥하게 되어서 대중운동이 되어버리면 기존 해당 운동부문에 종사하던 단체들이 주도권을 쥐기 힘든 순간이 오더라구요. 그럴 때 반사회적인 부류들이 냄새를 맡고 옵니다. 그 운동에 반대하던 이들은 그 반사회적인 이들을 핑계로 그 운동 자체를 공격하다보니 그 운동에 원래 있던 멀쩡한 활동가들도 딜레마에 빠지게 되는 순간이 그런 순간인 것 같더라구요.
1
카르스
"그 운동에 반대하던 이들은 그 반사회적인 이들을 핑계로 그 운동 자체를 공격하다보니 그 운동에 원래 있던 멀쩡한 활동가들도 딜레마에 빠지게 되는 순간이 그런 순간인 것 같더라구요."

이 구절에 무릎을 탁 치고 갑니다.
반사회적인 부류가 사회운동을 핑계로 사고칠 때마다 문제적 부류를 저지하는 행동은 늘 뒷북쳐서 답답했는데, 돌이켜보면 그런 사연이 있더군요. 어 이건 아니지 않나?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태도도 큰 몫 했겠지만, 사회운동의 문제를 핑계로 사회운동 자체를 (저열하게) 부정하는 경우가 많아서 말을 아끼게 되죠.
1
동파육
심지어 사실은 반사회적인 부류가 그 부문에 들어오는 걸 가장 격렬하게 반대하고 비판했던 게 그 부문에서 활동하던 사람들이었는데, 그 비판이 가장 꺼려지는 시기가 반사회적인 부류를 명분으로 그 사회운동 자체를 공격하는 시점입니다. 반사회적인 부류들은 그 지점을 잘 알고있어서 외부의 공격에서 자신들의 기회를 얻고 빈틈을 만들어내죠. 일반적으로 알기 쉬운 사례로는 2015년 이후에 TERF가 안티페미니즘 세력의 도움을 받아 성장했던 것입니다. 실제로 TERF의 관점은 상당히 강한 가부장적 세계관에 기초하는데 여기에 가장 첨예하게 반대했던... 더 보기
심지어 사실은 반사회적인 부류가 그 부문에 들어오는 걸 가장 격렬하게 반대하고 비판했던 게 그 부문에서 활동하던 사람들이었는데, 그 비판이 가장 꺼려지는 시기가 반사회적인 부류를 명분으로 그 사회운동 자체를 공격하는 시점입니다. 반사회적인 부류들은 그 지점을 잘 알고있어서 외부의 공격에서 자신들의 기회를 얻고 빈틈을 만들어내죠. 일반적으로 알기 쉬운 사례로는 2015년 이후에 TERF가 안티페미니즘 세력의 도움을 받아 성장했던 것입니다. 실제로 TERF의 관점은 상당히 강한 가부장적 세계관에 기초하는데 여기에 가장 첨예하게 반대했던곳이 페미니즘 운동이었음에도 안티페미니즘 세력은 그런 거 알거없고 페미니즘은 다 TERF다 는 식으로 하다보니 내부에서 흔들려서 TERF로 넘어가는 사람도 생기고 혼란상이었죠.

역으로 노련하게 조직되지 못한 대중운동의 경우엔 반사회적인 부류를 막아낸다는 명분으로 멀쩡하게 조직적 역량이 있는 그룹을 밀어냅니다. 이런 사례는 2008년 촛불집회 때 비폭력을 명분으로 멀쩡한 조직활동가들 공격하던 흐름들입니다. 이외에 이대에서 세월호 기념 리본 단 학생들까지 외부의 정치세력이라는 식으로 몰아세워서 마녀사냥을 했던 것 등이 있겠죠.

사실 연차가 쌓인 조직운동들은 어지간해서는 크게 엇나가기는 힘들고 잘못된 부분이 있을 때 책임을 지고 문제제기를 받을 곳이 명확하지만, 조직되지 않은 운동은 내부에서 뭔가 문제가 크게 터져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마법같은 일이 생깁니다. 2008년도 촛불집회같이 소위 '범국민'적 흐름이 되고 나면 그런 무책임한 경향이 더 커지곤 하죠.
게다가 운동이 어느 시점엔 결론을 짓거나 동력을 잃고 사그라드는데, 그 이후에 해당 사건에 대한 평가를 책임질 조직이 없으면 그 운동에 참여한 사람들은 그 운동을 무의미한 패배로 간주하고 과도하게 부정하게 됩니다. 저는 일베가 2008년 시위를 광우병 시위로 규정하고 그것이 선동이었는데 자신들은 깨달았다는 식의 신화를 만들어내는 것이 그 까닭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아무리 이상하고 병든 조직이더라도 조직이 없는것보단 있는 게, 그리고 그 운동부문 내에서 실제 반사회적인 이들을 어떻게 응대하는지 좀 면밀히 보고 평가해야한다... 라고는 생각하는데 실제로는 말도 안 되는 마타도어가 많다보니 현업에서 뛰는 친구들은 '그냥 인터넷에서 왈가왈부하는건 무시하고 간다.' 로 가더라구요.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인터넷 여론에 왈가왈부하지 않는 친구들이 헛발질을 안하기도 합니다. 반사회적 부류는 현실로 나가면 바로 논쟁과정에서 깨갱하기때문에 온라인 바깥으로는 잘 안나오려고 하더라구요.
어차피 파업이든 시위든 여론보다 더 중요한게 실제로 타격하고자 하는 대상에게 얼마나 직접적인 피해를 끼칠 수 있고, 그 가능성을 그 대상에게 각인시킬 수 있냐의 싸움이다보니 음모론 판치고 사짜가 돌아댕기는 시대엔 뿌리 굳게 내리고 탱킹을 할 수 있어야 뭘 할 수 있는가보더라구요.
1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4692 사회한국언론은 어쩌다 이렇게 망가지게 되었나?(1) 8 삼유인생 24/05/20 3017 28
14656 사회법원 판결에도 아이들을 되찾아오지 못한 아빠 방사능홍차 24/05/07 2446 1
14636 사회"내가 기억하는 중국은 이렇지 않았다" - 중국의 성장과 이민 2 열한시육분 24/04/30 2671 0
14611 사회잡담)중국집 앞의 오토바이들은 왜 사라졌을까? 22 joel 24/04/20 3305 30
14580 사회의대 증원과 사회보험, 지대에 대하여...(펌) 42 cummings 24/04/04 7134 37
14564 사회UN 세계행복보고서 2024가 말하는, 한국과 동북아에 대한 의외의 이야기 14 카르스 24/03/26 3693 7
14502 사회노무사 잡론 13 당근매니아 24/03/04 3531 15
14480 사회업무개시명령의 효력 및 수사대응전략 8 김비버 24/02/21 3124 15
14467 사회세상에 뒤쳐진 강경파 의사들과 의대 증원 44 카르스 24/02/18 4863 14
14465 사회한 소아청소년과 전공의의 사직서 115 오쇼 라즈니쉬 24/02/17 5429 5
14436 사회10년차 외신 구독자로서 느끼는 한국 언론 32 카르스 24/02/05 3783 12
14380 사회점심 밥, 점심 법(1) - 임대차계약이 종료된 경우 임대인의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과 임차인의 원상회복의무가 동시이행의 관계에 있는지 및 그 범위 3 김비버 24/01/05 2991 9
14337 사회한국 철도의 진정한 부흥기가 오는가 31 카르스 23/12/16 3416 7
14321 사회대한민국 부동산(아파트)문화를 풍자한 영화, 웹툰을 보고 느낀점 right 23/12/09 2960 1
14223 사회(인터뷰 영상)상대도 안되는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친 진짜 이유는? 2 치즈케이크 23/10/25 2857 0
14092 사회개평이 필요하다 19 기아트윈스 23/08/05 4227 62
14082 사회한국 가사노동 분담 문제의 특수성? - 독박가사/육아 레토릭을 넘어서 24 카르스 23/08/01 4167 14
14077 사회아동학대 관련 법제 정리 및 문제점과 개선방안('주호민 사건' 관련 내용 반영하여 수정) 김비버 23/07/30 3381 8
14054 사회학생들 고소고발이 두려워서, 영국 교사들은 노조에 가입했다 3 카르스 23/07/21 3439 20
14043 사회소년법과 형사미성년자 제도에 대한 저의 개인적 의견입니다. 10 컴퓨터청년 23/07/14 4241 0
14036 사회지금은 거대담론이 구조적으로 변동하는 시기인가 18 카르스 23/07/12 3701 8
13947 댓글잠금 사회의료/의사/의과대학에 관한 생각들 38 Profit 23/06/04 5327 11
13886 사회5세 남아, 응급실 사망 사건.. 필수의료의 문제는 정말 수가인가 38 JJA 23/05/20 3740 12
13882 사회한국인들은 정치적 자유와 경제적 기회 수준을 어떻게 인식하는가 13 카르스 23/05/19 3598 8
13873 사회5.18의 숨은 피해자 - 손자까지 대물림되는 5.18 산모 스트레스 3 카르스 23/05/18 2802 1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