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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1/07/05 11:47:54
Name   Picard
Subject   사내 정치 싸움의 후폭풍
안녕하세요 정치이야기 좋아하는 아잽니다만, 오늘은 정치 이야기가 아닙니다.

하....

저는 그냥 단순하고 FM 대로 일하는 공돌이인데, 부서가 바뀌고 직급이 올라갈수록 사내 정치 돌아가는 것을 보고 느끼게 됩니다.

저희는 사장 직속이었습니다.
그런데, 몇년전 사장이 외부영입된 분으로 바뀌었는데, 이분이 바지 사장이었습니다.
혹시 영화 '신세계'를 기억하신다면... 명목상의 No.2 이지만 실권 없는 '장이사' 같은 상황이었습니다.
분명 회장 다음 No.2 인데, 실권은 그 아래 부사장들이 각자 자기 부문 책임운영을 하는 그림이었고, 소문에는 회장이랑 독대도 거의 없고 회장이 월 2회 업무보고 받을때도 부사장들이 직접 하고 사장은 회장 옆에 배석. 사장이 따로 부사장들에게 보고 못 받는다고 하더군요. (예전에는 부사장들이 사장에게 보고하고, 사장이 다시 모아서 임원들 배석시키고 회장에게 보고하는 체제였음)

사장 밑에 감사실이랑 저희랑 두 부서가 있었는데, 감사실은 말이 사장 직속이지 실제로는 사장이 맘대로 못 부리고 회장에게 지시 받는 조직이라 저희를 서울로 올리고 싶었는데 회장이 '야, 어디에서 근무하든 무슨 상관이야?' 라고 하며 짤랐다고 이사님에게 들었습니다.
처음 사장이 영입되었을때 이사님이 서울로 인사라도 가려고 했는데, 서울에 있어서 돌아가는 상황을 빨리 파악한 감사실장(저희 이사님이랑 동기)이 '일단 눈치 좀 봐라. 사장이 힘이 없는 것 같다'라며 불가근불가원을 유지하라고 했다더군요.

1년쯤 지나고 조직개편을 했는데, 사장 직속 감사실을 경영지원실장 휘하의 감사팀으로 변경. (경영지원실장은 로얄 패밀리)
저희 조직도 축소됩니다. 이사님이 그때 사표 쓰시고요. 가뜩이나 사장 힘 없는데, 더 힘이 없어지더라고요.

이사님 계실땐 그럭저럭 실무만 열심히 하면 되었는데, 이사님 나가시니 사장한테 직보하고 지시 받는 상황이 됩니다.
저는 단순해서 직속 상사가 시키니까 시키는대로 했죠.
'피팀장, 사장이 지시한다고 다 하면 어떻게 하냐. 적당히 걸러라' 라는 얘기도 들었는데..
이사나 상무 지시도 아니고 사장 지신데... 이사나 상무하고야 토론도 해보고 설득도 해보겠는데, 까마득한 사장이 지시하니..

부사장들의 경쟁에서 영업총괄부사장이 이기면서, 사장이 밀려나가고 영업총괄이 사장 승진을 합니다.
(중간중간 생산, 영업 둘의 경쟁에서 영업이 이기고 있구나 싶은 사건들이 있었습니다.)

사장 직속 부서라서 새 사장에게 업무보고를 했는데, '응, 내가 영업만 해서 이쪽은 잘 모르니 피팀장이 알아서 잘 운영해' 라면서 '뭐 건의할거 있나? 서울 올라오고 싶다던가..?' 라고 물어보는데, 서울 올라가고 싶은 생각도 없고 일은 공장이랑 많이 하니까 '공장이랑 일할게 많아서 여기 있는게 좋습니다.' 라고 대답을 했습니다.

그렇게 세달쯤 지나고, 새 사장은 저희 부서 일에 그닥 관심이 없어서 예전 사장처럼 지시하는 것도 없고, 저희는 공장에 사장은 본사에 있다보니 한달에 한번 보는 정도... 보고할거 있으면 전화나 메일로 보고하다가, 중요한게 하나 있어서 서울 가서 보고를 대면보고한게 5월말이었습니다.  

익명으로 질문 게시판에도 썼었는데(....), 그때 사장이 서울까지 올라왔다며 점심 사주면서 '누구한테 줄 설 생각하지 말고 일 열심히 하면 인정 받는다' 라는 말을 했고, 저는 사장이 왜 이런 말을 하나 고민을 했죠. 저는 지금까지 누구한테 줄선다는 생각을 해본적 없이 그냥 일만 했거든요. 그러다 보니 이사님이 아끼네, 사장이 좋게 보네 하는 말은 나왔었지만.. 그분들은 다 나가셨고.. (...)

혹시 내가 전 사장한테 줄섰었다고 생각하나? 공장에서 안 올라가겠다고 한거 때문에 공장장이나 생산총괄한테 줄섰다고 생각하나? 아니면 '나는 너희한테 관심 없으니 나한테 줄설생각 하지 마라' 라는 뜻인가? 온갖 생각을 하다가...
그만두신 이사님이랑 간만에 통화가 되어 잡담하다 이 이야기를 하니 이사님이 웃으면서 '자기 라인 그렇게 챙기는 사람이 줄서지 말라고 해? 그건 자기 아닌 다른 사람에게 줄 서지 말란 소리다' 라고 하더군요.

뭐 그건 그거고 일은 일이고, 고민해봐야 결론나는 것도 없으니 일만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조직개편이 떴습니다.
생산총괄 휘하 조직이 생산, 기술 총괄 2개로 쪼개지면서 사장자리 두고 현 사장이랑 경쟁하던 생산총괄부사장이 기술총괄부사장으로 갑니다. 바뀐 조직도와 인사명령을 보니, 손발 다 잘리고 좌천된 격이더라고요. 부사장이 아끼던 사람들 보직 변경되고, 현 사장이 아끼던 사람들이 영전했습니다.
그리고... 저희 부서가 기술총괄 휘하로 가게 되었네요. (손발 다 자르고 나서 너무했나 싶어 힘없는 실무부서인 저희를 옛다 이거나 받아라 하고 던져준 느낌)

아... 사장이 이 얘기 한거구나. 그때부터 우리를 떼서 부사장에게 넘길 생각이었구나.
단순하고 우직하게 부사장 밑으로 간다고 또 부사장 시키는거 다 하지 말고, 그쪽 라인 타지 말고 네가 해야할 일만 열심히 해라..
이런 뜻이었구나.
(아니 근데 부사장이 직속상사이고 결재권자이나 저를 평가하는 사람인데 어떻게 시키는대로 안해?)

말많은 양반들은 '부사장이 재기를 노릴 것이다', '이거 손발 다 잘리고 자기 휘하에 조직도 거의 없는데 재기는 무슨.. 연말쯤 나가게 될거다' 라는 얘기가 오가고요.
공통적으로 저한테는 '피팀장 고생 많겠네. 그분 가뜩이나 깐깐한데, 더 그러실테니' 라고 합니다.
하......

그런데, 웃기는건 조직개편 나기 3일전에 제가 중요한 건(팀장 나부랭이가 결정할 수 없고, 부사장 이상 최고경영진이 의사결정해야 하는거)이 있어 사장에게 보고를 했고, 사장이 상세안을 보고하라고 했거든요.

지금 상세안은 거의 다 나왔는데, 예전에는 사장 직속이니까 사장에게 직보를 했지만, 지금은 기술충괄부사장 직속인데, 사장이 시킨일이라고 부사장을 건너뛰고 사장에게 간다? 부사장이 '내가 이런 애한테까지 무시당헤야 하나?!' 하면서 버럭할 것 같고
부사장에게 보고해서 부사장이 다시 사장에게 보고하면 사장이 '내가 시킨일인데 부사장에게 보고를 해?' 할 것 같단 말입니다.
(별거 아닌 일로 시작했는데, 일이 점점 커지면서 회장에게까지 보고해애 하는 상황이고, 회장도 관심가질만한 꺼리)

팀원 왈, '이거 부사장이 회장에게 어필할만한 껀수라 부사장이 핸들링하면 사장이 싫어하겠는데요?' 라고 합니다.

하.... 그냥 일만 하게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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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타는밀밭
    업무 해결하는 것만도 머리 아퍼 죽겠는데 저런 데 쏟을 신경이 윗사람들에게는 남아 있는 것인가...
    윗사람들은 실무 거의 안하거나 모르는게 대부분일겁니다.
    그러니 남는시간 저런거 해야죠
    게다가 임원이라 2년짜리 계약직;; 언제 잘릴지 모르기 때문에 더더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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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윗분들 대부분 실무 안한지 10년이 넘으셨으니..
    당장 저만해도 실무자 시절에는 ERP 로 전표 치고 다 했는데, 팀장 되었다고 전표 안친지 몇년 되었다고 다 까먹음..
    내 일도 아닌데 왜 숨이 막히지..?
    2
    매뉴물있뉴
    피팀장님 화이팅; 고생이 많으십니다; ㄷㄷㄷ
    1
    아아아 점심 먹고 있었는데 순간 위 운동이 멈춘 것 같았어요.
    아아아 힘내십시오.. 정말 고생이 많으십니다.
    1
    cummings
    어우...저도 갑자기 속이 더부룩한 느낌=_=
    복잡해서 잘 그려지지 않는데요
    결국 권력가진 사람이 자신의 왕권강화를 위해 조직을 계속 재개편 할껍니다
    글쓴분이 사내 정치계에 직접 맞닿는 위치 즉 최전선에 계시면 드러운꼴 다보고 추락하실 수도 있구요 제 좁은 생각으로는 지금 하시는 일과 유사한 일을 다른 분이 하게 될 가능성이 없잖아 있을 것 같습니다
    근데 만약 직접 정치랑 엮일 일이 없다면 즉 윗선에서 피바람을 직접 맞는 사람이 있다면 걍 일만 조용히 하시면 될 것 같은데 그러면 이런 글을 안 올리셨겠죠...
    군계일학이 될랑가 모르겠습니다
    사장이 정치적 중립을 원치 않아보이네요
    그냥 평범한 지원부서인데, 부서가 계륵 같은 존재라서요.
    있긴 있어야 하는 부서인데, 딱히 대단한일 하는 부서는 아니고, 90%는 루틴한 업무인데 가끔 10%의 껀수가 생기죠.
    사장 직속으로 있었던 이유도, 부사장들이 내가 가지고 있자니 다른 부서가 탐나고, 상대방에게 넘겨주자니 찝찝해서 사장에게 넘겨준게 아닌가... 하는 추측도 있습니다.

    저는 그냥 가늘고 길게 가고 싶을 뿐
    회사에선 정치를 하지말고 일을 좀 하라고.. ㅠㅠ
    그러게 말입니다. 이건 뭐 패배하면 바로 좌천에 유배니... 죽기 살기로 싸우는 수 밖에..
    솔직히 제가 일하는 공장이 유배지인가? 생각하면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조지 포먼
    과장 대리 정도의 시선에서 보면 절대 안될테고 임원들 시야를 생각하며 어떻게 돌아가는지 생각을 많이 해봐야 할거 같이 보이네요.
    어자피 저정도 까지 오른 양반들이면 티 안내는 사람도 결국에는 라인 같은거 내심 중요시들 하는데 이참에 아싸리 확고하게 라인 타는게 중립 서는것보다 더 생존에 적합하지 않을까 싶네요.
    뭐 라인도 내가 타고 싶은쪽 타고 싶다고 타는건 아닐테지만 피팀장님 정도 위치면 취사선택 가능하실듯
    대리 과장 시절에는 파트장이랑 갈등이 중심이었고 경영층은 천상계 이야기였죠. 그나마 물리적으로 가까이 있는 공장장도 한달에 두번 있는 정기 회의 외에는 볼일이 없었으니...

    어디 줄을 서고 싶어도 제가 싹싹하거나 눈치 빠르다거나, 사내 인맥이 좋다거나, 술을 잘 마신다거나 하는 것도 아닌지라...
    (예전에 저를 싫어하던 파트장이 '너도 참 신기하다. 어떻게 너 같은 애가 이 회사에서 이렇게 버티냐..' 라고 디스 한적이..)
    Regenbogen
    으아 ptsd오네얌.
    작은 회사가 아니면 결국 택해야 되는 순간이 옵니다.

    괜히 수많은 티비에서 경영권 이슈 나올때 이쪽 라인 / 저쪽 라인.. 나오는게 아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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