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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1/06/10 18:37:44수정됨
Name   마카오톡
Subject   평생을 가난하게 살다가 70살에 재상이 된 남자. 백리해.
여보 우리걱정은 말고 당신은 큰 뜻을 펼치세요.

백리해는 춘추시대 우나라 사람이었습니다. 날때부터 가난했던 그는 처자식과 함께 궁벽하게 살고있었습니다. 나이 40까지요. 처는 백리해의 재주가 뛰어남을 알고있었던거 같습니다. '여보 당신은 큰일할 사람이에요. 우리 걱정은 하지 말고 큰 뜻을 펼치도록 하세요.' 당시 춘추시대도 이나라 저나라에서 사람을 경쟁적으로 쓰던 시기니깐, 재주가 있다면이야 타국에서 등용될수 있던 시대였죠. 백리해도 결심합니다. '이 재주 중히 써주는곳에 가서 나의 웅지를 펼치리라.'



아내는 남편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기 위해 씨암탉을 잡았습니다. 땔감이 없어 빗장을 떼어 아궁이 불을 지펴 배불리 먹였지요. 그리고 울면서 배웅했습니다. 당신 어디가서 성공하면 우리 모자를 잊지 마세요.



백리해가 향한 곳은 제나라였습니다. 제나라에 도착했을때 백리해는 이미 거지였습니다. 최소 서울 부산보단 먼 거리니깐요. 제나라에 도착해서도 여기저기 동냥해가며 밥을 빌어먹던 백리해는 하루는 건숙이라는 사람집에 구걸을 하러 갑니다. 건숙은 왜인지 모르겠지만 동냥하러온 백리해의 재주를 한눈에 알아봤습니다. 백리해 자체가 좀 몇마디 섞어보면 이놈 심상치 않은데 이런 느낌을 주는 사람이었던거같습니다. 백리해는 그때부터 건숙 집에서 기거하게 됩니다. 근데 건숙은 맹상군처럼 막 재물이 많아서 식객키우던 그런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백리해는 건숙집에서 지내면서 원래 가지고 있던 밥벌이 기술인 동네 소들을 맡아주면서 소치기 하면서 밥값도 해가며 벼슬길을 찾게됩니다.




군주 브레이커 백리해

백리해가 재주는 뛰어났는지 몰라도 군주보는 눈은 없었습니다. 아니 판독기처럼 군주보는 눈이 있었다고나 할까요? 여튼 백리해 눈에 띄는 군주는 패망합니다. 백리해는 제나라에 정착했으니 당시 제나라의 군주였던 공손무지 밑에서 일을 해보려고 합니다. 공손무지에 대해 설명하려면 또 길어지는데 제 환공 바로앞대에서 군주를 찬탈했던 사람이고 이 사람이 죽고나서 정통성있던 계승자였던 규와 소백이 쟁탈전을 벌이고 거기서 소백이 이기면서 제 환공이 됩니다. 당시 규의 스승이 관중이었고 소백의 스승이 포숙아였고, 흔히 아는 관포지교도 여기서 나오는 이야기지요. 백리해가 공손무지를 점찍자 건숙이 말립니다. 공손무지는 오래 갈거같지 않다고요. '아니 나 빨리 돈벌어서 처자식 데리고 와야되는데 쩝..' 그래도 신세진 건숙의 말을 마냥 무시할수 없었던 백리해는 공손무지에게 출사하는 것을 포기했고 얼마 안있어 공손무지는 피살당합니다.




그때 제나라 말고 주나라 왕은 모든 나라의 왕이었습니다. 제나라는 그저 주나라왕의 신하였죠. 여튼 가장 큰 형님인 주나라에 또 왕자 퇴라는 사람이 이전 왕을 몰아내고 스스로 왕이 됩니다. (왕자 퇴라고 불리는건 왕이 되었지만 결국 왕으로 인정받지 못해 그전 호칭으로 불리는겁니다.) 백리해 눈에 띄게 되었습니다. 백리해의 구미를 더욱 당기게한 부분은 이 퇴라는 양반은 고상한 왕자출신답지 않게 취미가 소치기였습니다. 카우보이의 기질을 숨기지 못하던 양반이었는데, 백리해가 또 밥벌어먹다보니 소는 좀 칠줄 압니다. 이 사람한테 가면 자기를 엄청 중히 써줄거같은거에요. 왜? 소를 잘치니깐. 백리해는 주나라에 봉직하기로 결심합니다. 안타깝게도 퇴는 백리해의 간택을 받아버린거죠. 건숙은 이번에도 말립니다. 백리해의 꿈은 이번에도 좌절되었습니다. 안타깝게 백리해의 간택을 받았던 왕자 퇴는 곧 폐위되었고요.  




이러다간 처자식 언제 찾을지 모릅니다. 건숙의 집에 있다가는 영영 처자식은 못데려오고 늙어죽을거같습니다. 백리해는 고마운 사람 건숙에게 모든걸 포기하고 그냥 처자식 먹여살리며 살겠다고 이야기합니다. 건숙이 이왕 고향에 간다면 자기 친구 궁지기(직책이 아니고 이름이 궁지기입니다.) 라는 대신이 우나라에 있으니깐 자기랑 같이 가자고 이야기합니다. 나랑 너랑 궁지기랑 같이 벼슬하면서 우나라에서 살고 너는 처자식 데려와서 같이 우나라에서 뜻을 펼쳐보자고요. 백리해는 당연히 오케이했죠. 막상 도착해보니 건숙이 보기에 우나라 군주 우공(이름이 아니고 우나라 공작이라는 뜻)이 별볼일 없어 보였습니다. 건숙 왈. '여기서는 뜻을 펼치기 쉽지 않아보이네. 나랑 같이 다른곳을 알아봅세.' 이번엔 백리해가 거부합니다. ' 저는 물에서 방금 나온 물고기와 같습니다 비록 망망대해는 아닐지라도 물한잔에라도 몸을 적셔야 하는 처지입니다.' 건숙은 말합니다. '아우가 먹고 살겠다는데 내가 말릴 이유가 있겠는가 다만 나를 찾고싶다면 송나라로 오게 거기 가있겠네.'




네 이번에는 우공이 백리해의 간택을 받아버린겁니다. 불쌍한 우공.





가도멸괵

백리해의 우나라에서 생활은 행복했을까요? 일단 우나라에서 벼슬길에 오른 백리해는 본인의 처자식을 찾아나섰지만, 흔적도 찾을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옆의 대국 진(晉)나라가 막 내전을 수습하였습니다. (이 진나라는 전국통일한 그나라가 아니고 전국시대의 시발점을 알리는 조위한의 전신인 당진입니다.) 당진은 이때가지 몇대를 거쳐 내전중이었는데 이제 안정화가 된거죠. 옆 대국의 내전이 끝나면 그 창끝은 어디로 갈지 사실 뻔한 사실입니다. 당시 당진의 군주는 진헌공이었는데 진헌공은 옆에 붙은 소국인 괵나라와 우나라를 모두 병합하기로 결정합니다. 근데 이놈들이 소국들 특유의 연대정서가 있단말이죠. 한놈을 치면 다른쪽이 분명히 구원을 오고, 한번에 둘다 쓸어담으려니깐 골치아픕니다. 진헌공은 우공에게 사신을 보내서 말합니다.



"괵나라를 치려고 하니 길만 좀 빌려주시오"



이게 그 유명한 고사 가도멸괵입니다. 이때가 길을 빌려달라는게 진짜 길을 빌려달라는건줄 알았던 마지막인겁니다. 이 사건 때문에 이 뒤로는 아무도 길빌려달라고하면 길 빌려달라는 것으로 생각 안하게되었죠. 우공은 사신이 가져온 각종 보물에 이미 흠뻑 취해있었습니다. '그렇게 하시오' 우공은 비록 멍청했으나 우나라에 인물이 아주 없었던건 아닙니다. 신하 궁지기(사람이름입니다)가 나섭니다.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린법입니다" 괵나라가 망하면 우나라도 오래못간다는 이야기입니다. 여기서 나온 고사가 순망치한입니다. 이게 순망치한의 오리지날 스토리죠. 이미 우공은 반쯤 정상적인 생각을 못하는 상태라 궁지기의 말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습니다. 궁지기는 어떻게하면 설득을 할까 고민했는데 이때 백리해가 나섭니다. "계속 간하면 목숨이 위험할것입니다. 어차피 우공은 말을 안들을 것이고, 이 나라는 이미 망했으니 처자식을 데리고 도망치십시오." 궁지기는 그 말을 듣고 도망칩니다.



백리해는 은혜를 아는 남자였습니다. 백리해는 궁지기를 먼저 도망치게 해서 은혜를 갚았습니다. 다음으로 백리해가 은혜를 갚을 대상은 누굴까요? 네 안타깝게도 녹을 먹여준 우공입니다. "이미 (우공을 말리지 못해) 지혜롭지 못한 놈이 되었으나 내 어찌 의리까지 없는 사람이 되겠소!" 백리해는 우공과 최후를 함께하기로 결심합니다. 진헌공은 괵나라 멸망시키고 돌아오는 길에 우나라도 멸망시키고 우공을 포로로 잡고 데려갔습니다. 그 전까지 본인이 충신입네 하던 사람들은 다 도망가고 백리해가 그 우공곁에 함께 했구요.



우공은 조그마한 사가에서 평범한 망국군주다운 격리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백리해는 우공을 수행했고요. 하루는 그런 백리해에게 심심해서 물었습니다. "경이 궁지기가 나 말릴때 같이 말렸으면 이런일도 없었지않소?" 백리해는 대답했지요. "그때 신이 궁지기와 간언했다면, 제가 여기서 공을 모실수 있었겠나이까." 이미 죽었을거란 말입니다. 우공은 그 말에 크게 부끄러워하며 얼굴을 붉혔다고 합니다.




마성의 남자 백리해

백리해는 신기한게 뭘 똑바로 한것도 없는데, 보는 사람마다 한번 써보려고하고 천거하려고 했습니다. 이번에는 망국인 우나라의 신하였지만 당진에게 항복한 전 직장동료가 진헌공에게 백리해를 추천했습니다. 진헌공은 기뻐하며 그를 데려오라고합니다. 그 신하가 백리해를 데릴러갔지만 백리해는 우공이 돌아가신다면 모를까 지금은 안된다고 거절하며 한마디 더 합니다. "군자는 원수의 나라에 가지도 않는다고 했건만 어찌 벼슬생활을 할수있겠소.."



좋은 맘으로 추천한 전 직장동료는 빈정이 상했습니다. 백리해가 멕이려고 했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일단 한방 먹었습니다. 본인은 군자 아니란 말이잖아요. 앙심을 품게되었죠. 때마침 기회도 왔습니다. 당시 당진의 진헌공과 옆나라의 대국 섬진(우리가 아는 그 진시황의 나라, 진시황의 선조)의 진(秦) 목공은 통혼을 하게되었습니다. 전 직장동료는 진헌공에게 고합니다. 백리해는 재주가 뛰어나나 우리를 위해 봉직하진 않을것입니다. 그런 사람이 우공의 곁에 계속 남는것도 저희로서는 큰 위험입니다. 마침 혼사도 있으니 몸종으로 딸려 보내버리시지요. 진헌공은 옳다여겨 딸내미의 하인으로 같이 보내버립니다.




"내 천하를 바로잡을 포부를 품었으나 명군을 만나지 못한채 늙은채로 종살이를 해야하다니 이보다 욕된일이 어디있겠느냐"
백리해는 그런 탄식을 하고 도망칩니다.




소는 내가 키워 소는

도망친 백리해는 송나라에 가서 건숙을 다시 만나고싶었지만 경계때문에 가지 못했습니다. 그는 또다른 대국이었던 초나라로 넘어갔다가 변경의 장수에게 붙잡혔습니다. 변경의 장수가 왠 할아버지를 잡았는데 망국인 우나라의 유민이라니깐 측은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무엇을 잘하시오? 백리해는 당당하게 대답했습니다. "소를 쫌 칩니다." 그렇게 초나라에서 소치기의 삶으로 다시 돌아갔습니다.



백리해는 근데 진짜 좀 소치기로서의 재능이 있었던거같습니다. 백리해가 S급 소치기라는 소문이 초나라 왕에게 까지 들어갔습니다. 왕은 호출했지요. 초나라 왕이 백리해를 불러 소치는데도 도가 있냐며 물어보았습니다. 백리해는 때를 알아야하며 마음이 언제나 소와 하나가 되어야한다고 대답했습니다. 초나라왕은 감복하여 어찌 이 현자가 소만칠줄 아리오 말도 잘칠것이니 국가의 말을 치도록 하여라. 백리해는 졸지에 다시 하급관리가 되었고요 백리해가 과거 왕자 퇴에게 소치는 기술로 마음을 사로잡아 보려한게 허세가 아니었던겁니다.  



이때 진목공은 결혼을 했는데 분명히 혼수 명부에 있던 백리해가 없는겁니다. 물어보니 도망갔답니다. 먼가 사연이 있다 싶어 궁금증이 들어서 우나라 출신중에 본인 나라로 온 신하 공손지를 불러서 물어봅니다.

"경은 백리해를 알것 아니오 도대체 어떤사람이기에 굳이 몸종으로 뽑혔고 굳이 또 거기서 도망을 갔소?"

신하는 백리해를 칭찬해 마지않으며 큰인물이라고 이야기를 해줍니다. 진목공은 욕심이 들었습니다.

"그가 지금은 어디갔을거같소?"

"아마 큰 뜻을 품었으니 초나라로 갔을겁니다."




진목공은 사람을 불러 초나라에서 수소문해보니 과연 백리해가 초나라에서 말을 치고있다는 사실을 알게됩니다. 다시 공손지를 불러 물어봅니다.


"내 소중한 보물을 풀어 초왕에게 부탁해서 백리해를 데려오려고 하는데 경의 생각은 어떠하오?"

공손지는 대답합니다.

"그렇게 되면 백리해는 아마 오지 못할겁니다."

"어째서 그러하오?"

"백리해가 지금 말을 먹이는건 초왕이 그가 일국을 다스릴 큰 인물임을 모르고 단지 말만 잘친다고 생각하기때문입니다. 만약 공께서 후한 보물로 그를 요구한다면 그의 재능을 초왕에게 알려주는 셈입니다. 그리되면 초왕이 백리해를 넘겨줄리가 있습니까 공께서 백리해를 데려오시려면 몸종에서 도망간 것을 죄목으로 삼아 그를 묶어서 호송해달라고 이야기하십시오"

진목공은 공손지의 말을 옳다여겨 염소 가죽 다섯장과 사람을 보내 도망친 몸종을 묶어서 보내달라고 요구합니다.






오고대신 백리해

멀쩡히 말을 치던 백리해는 초왕의 명에 따라 포박되서 죄인이 타는 수레에 올라탔습니다. 마을사람들은 백리해를 위해 슬피 울었습니다. 저 양반 평생 고생도 많이 한 양반인데 늙은이가 됐는데 무슨 쓸모가 있다고 죽었다고 생각고 말지, 도망친걸 눈감아주지도 않고 기여코 잡아가네. 하늘도 무심하시지 사람도 좋은 양반을 왜이렇게 고생시키시는지.. 꼭 이래야만 됐었냐!



백리해는 그런 마을 사람들을 안심시켰습니다.
"진목공은 큰 뜻을 품은 사람인데 고작 오늘 내일하는 늙은 몸종하나 잡아가두려고 초나라까지 사람을 보냈겠소? 이번에 가면 부귀를 누리게 될테니 슬퍼하지 마시오. 부디 잘들 계시오"



백리해는 진나라 국경에 도착하자마자 후대받으며 궁궐로 안내되었습니다. 진목공은 백리해를 만났지만 그가 이미 70인것이 못내 아쉬웠습니다. '안타깝게 이미 늙었구려..' 이에 백리해가 대답합니다

"저로 하여금 나는새를 쫓고 사나운 짐승을 잡게 하신다면 신은 이미 늙었사옵니다. 그러나 만약 신으로 하여금 나랏일을 꾀하게 하신다면 신은 아직 젊사옵니다. 옛적 강태공은 여든에 문왕을 만나 천하를 바로잡았는데 신은 그에비하면 10년 젊지 않습니까"


진목공은 이에 백리해를 맘에들어하며 백리해를 중용합니다. 백리해는 재상이되었고 염소가죽 다섯장에 팔려온 재상이라 오고대신이라 불리었습니다. 은혜를 아는 남자 백리해는 얼른 송나라로 사람을 보내 건숙을 데려옵니다. 건숙과 백리해는 진나라의 기둥이되어 진목공이 패업을 이루는데 큰 역할을 합니다. 진목공은 진나라의 첫번째 전성기를 이끌었고 경우에 따라 춘추오패로 평가되는 큰 인물의 군주로 이름을 남깁니다.





-끝-






에필로그

먼가 잊고있는게 있는거같죠? 우리는 씨암탉을 잡고 빗장을 땔감삼아 백리해를 보내던 백리해의 처를 잊고있었습니다. 백리해는 우나라때부터 이미 처자식을 찾았지만 찾을수가 없었습니다. 근데 백리해는 진나라에서는 정말 큰 위치에 오르게 됐고 이름을 널리 떨치게 되었습니다. 백리해의 처는 삶이 곤궁해 그간 남의집 더부살이 식모살이하면서 애를 키우느라 떠돌이 생활을 했었고 백리해는 찾을수가 없었던거죠. 처는 진나라에 백리해라는 재상이 큰 이름을 떨치고 있다는 말을 들었는데 아무리 우리 남편 재주가 좋아도 그정도였나 싶었을거같습니다. 반신반의하며 찾아가서 먼발치에서 보았는데 그일이 벌써 30년전. 중년의 부부는 서로가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었고 처가 보기에는 백리해가 맞는지 아닌지 잘 모르겠는겁니다. 그렇다고 재상에게 무례를 범하며 물어볼순 없잖아요.



처는 백리해의 집에 세탁부로 지원했습니다. 열심히 세탁하며 그집일을 해주고 있는데 하루는 백리해의 집에 잔치가 열린답니다. 처는 집사에게 '저 소식적에 가무에 좀 능했는데 한곡조 제가 뽑아도 될까요'라고 청합니다. 집사는 어르신이 노래한다니깐 이럴때 노친네 스트레스라도 좀 푸시라고 인정했는데 생각보다 금 좀 타시는 분이었던겁니다. 놀라서 다들 인정인정. 앵콜요청도 받았습니다. 한곡 더는 대감 바로 옆에서 불러도 되겠냐고 했더니 백리해도 흔쾌히 오케이. 소싯적에 쫌 노래방좀 다녀본 세탁부 할머니는 그렇게 대감 바로 앞에서 노래를 한곡조 더 시작합니다.



백리해!백리해!
집 떠나던 그 옛날을 어이 차마 잊을손가?
씨암탉에 빗장떼어 가시는 님 보냈더니
오늘에 부귀하자 나를 잊고 말았구료!



백리해,백리해!
아버지는 고기밥에 자식은 주려우니
남편은 비단옷에 아내는 빨래로다
슬프다 부귀하니 나를 영영 잊는구료!


백리해,백리해!
님가시던 그날에는 밤을 세워 울었다오
부귀한 오늘에는 임만 홀로 앉았구료
슬프다 부귀하니 나를 영영 잊는구료!



한잔하면서 눈감고 노래 쫌 하는 사람이 뽑는 곡조 감상하며 흥취해 젖으려던 백리해는 눈을 번쩍 뜨고, 떨리는 목소리로 그 할머니에게 말했습니다. '어디 이리 가까이 오구려.' 처는 조용히 다가가서 머리를 조아렸습니다. '어디 머리를 들어 나를 한번 봐주구려..' 이에 처는 고개를 들었습니다. '비록 세월이 많이 흘러 옛 모습을 찾긴 어려우나 내 어찌 처와 남을 구분못하리오.' 백리해는 처를 안고 펑펑 울었다고 합니다. 처도 백리해를 안고 펑펑 울었고요. 악공도 울고 주위 사람들도 울고, 재회를 기뻐하는 노부부를 보고 모두가 눈물을 멈출수가 없었다네요. 은혜를 아는 남자 백리해는 당연하게도 처를 다시 거두었고, 아들 맹명시는 장수로서 진나라에 복무하여 진나라의 창이 되었고 한신이 원조로 알려진 '배수진'의 진짜 원조가 됩니다.


-정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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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옥시, 이거 시리즈물인가요? +_+
  • 너무 재밌어요 (˃‿˂)
  • 이 글은 재미있고 유익한 글이다
  • 완전꿀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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