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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1/04/09 18:58:51
Name   몸맘
File #1   bartleby4.jpg (162.1 KB), Download : 22
Subject   코로나 시대의 시민 바틀비(feat.백신여권)


한 달 전에 <백신여권과 ade>라는 글을 쓴 적이 있어요.

https://kongcha.net/?b=3&n=11468

그때 댓글 달다 지쳐서 그만뒀어요. 나와 댓글 단 분들은 공통의 논제에 기반하지 않고 있구나, 싶어서.
제가 글을 잘못 쓴 거죠. 백신여권이 무슨 의미인지부터 설명했어야 하는데 다시 보니 그냥 백신여권에 대해 화만 냈더라고요 ㅎㅎ.  제 요지는 '지금은 백신여권으로 시민권을 제한하면 안 된다'였는데, 댓글은 백신을 맞냐 안 맞냐 뭐가 맞냐...
그래도 댓글들은 꽤 재미있었고 '과학-시민'의 관계, 역학에 대해 이것저것 생각할 거리가 많아 너저분할 수도 있는 얘기 몇 개 남깁니다. 제가 미처 답을 달지 못한 댓글들에 대한 답글의 이미도 있고요. "백신도 없는데 무슨 백신여권 얘기냐" 하시는 분들도 계실 게고, 어제 보건부 장관의 발언으로 백신여권의 시행 가능성은 이전보다 꽤 낮아졌지만 국가의 속성을 생각하여, 그리고 정부의 뻥 전력을 고려하여 경계의 의미로도 적어둡니다. 원래 두서도 없이 탐라에 쓰려 했는데 길어져서 무례하게 티타임에 놓습니다. 양해해 주십시오.


0. 우선은

백신여권에 대한 오늘자 기사 하나 보죠.

"백신여권은 코로나19 백신 접종자가 접종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일종의 ‘증명서’다. 코로나19로 1년 이상 공공장소 출입과 여행·출장 등을 위한 해외방문이 제한되면서, 백신을 접종한 사람에 한해 이 같은 활동이 가능하도록 전 세계적으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실제 백신여권이 도입될 경우 집단 면역 형성 전까지 여러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다. 우선 백신여권 도입 국가 간 이동이 자유로워지면 코로나19 이후 중단됐던 해외 방문이 재개된다. 해외여행이 가능해지기만을 기다리는 많은 사람들과 장기간 해외출장이 불가능해 업무에 어려움을 겪어온 직장인·사업자들이 백신여권 도입을 반기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같은 변화는 관련 업계뿐 아니라 전반적인 경제 활성화로도 이어질 수 있다. 해외 방문과 함께 출입이 제한됐던 일부 시설 또한 이용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백신 접종자에 한해 특정 장소 출입이 가능해진다면 안전성 측면에서도 이점이 생긴다. 학교나 기관, 의료시설 등 공공장소들이 대표적이다. 건물 내 상주하는 사람과 방문하는 사람 모두 비교적 안전한 상태에서 공간에 머물 수 있다. 혜택을 얻기 위해 백신 여권을 발급받으려는 사람이 늘어난다면 백신 접종률 증가로도 이어질 수 있다.

정부는 이르면 이달 중 백신여권을 도입할 예정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1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정부는 올해 초부터 관련 준비를 시작해, 스마트폰에서 손쉽게 접종 사실을 증명할 시스템 개발을 이미 완료했다”며 “이달 안에 공식 개통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도입하는 백신여권은 애플리케이션 형태로, 앞서 질병관리청은 백신접종 사실을 확인할 수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예방접종 증명서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정 총리는 “백신 여권이나 그린카드를 도입해야 백신을 접종한 사람들이 일상의 회복을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다른 국가에서도 접종 여부 확인이 가능하도록 하되, 개인정보는 일절 보관되지 않도록 했으며,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위변조 가능성을 원천 차단했다”고 설명했다."

출처 : https://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21/04/09/2021040900513.html

4월 1일 국무총리가 백신여권을 이달에 실시하겠다고 했어요. 눈치보면서 찔끔찔끔 얘기하지만 백신여권의 실상은 '코로나 시대의 시민증'이에요. 백신을 맞았다는 증표만 있으면 자가격리 같은 것도 필요없이 해외 여행할 수 있고, 공공장소 출입도 자유롭게 하겠다는 거고. 그러면 백신여권 소지자는 안전하다고 보장하는 건데, 왜 여행이나 공공장소 출입에만 쓰이겠어요. 극장, 술집, 카페 등의 자유로운 출입도 가능해야죠. 이미 여러 나라에서 그리 시행하고 있기도 하고요. 백신여권은 일상 허가권이 될 로드맵을 지녔고, 이 사회의 시민증이 되는 거지요.  "백신을 안 맞겠다고? 응 그래 그건 너의 자유로운 권리야. 하지만 사람들이랑 어울릴 생각은 하지 마렴. 너는 좀 그렇잖아, 코로나 냄새도 나는 거 같고. 다른 사람들이 불편해해."

변형된 의무접종이죠.


0. 지금이야 az백신 혈전 논란으로 백신여권의 입지가 많이 축소되었지만(제 이전 글의 논지도 안전성 의문이었지요.) az 혈전 논란을 빼 놓더라도 백신여권은 말이 안되는 얘기에요.

백신은 전파차단이 되는 게 아니고, 변이에 취약하죠. 즉 백신여권을 지닌 사람도 타인에게 코로나를 옮길 수 있고 자신도 감염될 수 있어요. 백신여권을 추진할 때 변이를 몰랐던 것도 아니었고, 남아공, 브라질 변이는 이미 우리나라 지역사회에서 전염되고 있는 상황인데 시행을 추진해요.


0. 백신으로 집단 면역은 애초에 허상이에요. covid-19는 rna바이러스이고 rna바이러스는 애초에 변이가 많기로 알려져 있었어요. 그런데 화이자를 필두로 코로나 백신들이 기대치보다 훨씬 높은 성능을 보인다고 하니, 이전의 일상으로의 복귀를 바라는 인류의 염원에, 각국 정부가, 그러면 국민들을 다 빨리 맞히면 집단면역할 수 있겠네, 하는 생각이 더해져서 백신 접종률을 높이려는 미끼로 백신여권으로까지 생각이 번졌죠. (물론 애초에 백신여권은 여름 휴가철을 놓칠 수 없는 유럽 관광국가들, 올림픽을 성공리에 개최해야 하는 중국이 제안한 것이지만요.). 백신을 한날한시에 전 인류가 동시에 맞는 게 아닌 한 변이의 공격은 기정사실인데 우리나라에서 11월 집단 면역 같은 주장을 하는 건, 의학 이외의 관점이 개입한 굉장히 정치적인 주장이라고 생각해요.  

백신은 바이러스, 변이가 남긴 흔적을 쫓아갈 뿐이에요. 아래의 KBS 영상은 전문가들의 2/3은 현재 백신이 일 년 이내 무용지물이 될 거라고 예측했다고 보도해요. 나머지 1/3은 9개월 내 무용지물 주장.

https://youtu.be/eztZGGX8rIU


여담인데, 인류에게 현재 코로나에 대항할 수 있는 게 백신밖에 없으니, 백신에 과몰입해서 한계를 잘 인정하지 않으려 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집에서 먹으면 낫는 코로나 치료제가 판데믹 종식에 필수겠고, 다행히 하반기에 경구용 치료제가 나올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우리나라에선 별 이슈가 안되곤 있지만 가장 유력한 게 머크사의 몰누피라비르molnupiravir예요. 임상 중간 발표로는 굉장히 효능이 좋으니 기대해 볼만해요. 5월 임상 종료니 승인 나면 8,9월 쯤 시판되겠죠. 아래 유튜브는, 미국 제약회사에 계신 분 같은데 몰누피라비르에 대해 설명하는 영상. 설사 머크사가 실패해도 로슈 등이 임상하고 있는 약들도 있어요.


https://youtu.be/B4I359HJcIQ



0. 다른 한편으로 어제 보건부 장관이 백신여권에 대해 한 말을 보시죠.

"한편, 권 장관은 백신 여권 도입에 대해선 "접종 가능한 연령층이 다 접종을 받아야 한다"면서 "우리나라는 필수 인력과 고위험군이라고 볼 수 있는 고령층을 중심으로 접종하고 있어서 부적절하다"며 시기상조라고 설명했다."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6272995&plink=ORI&cooper=NAVER

정총리의 4/1 말을 그야말로 무색하게 해요. 1일까지 애들만 맞았나. 능력(백신 안전성, 접종 여부를 가릴 수 있는)은 없는데 욕심(백신여권으로 국민들을 효율적으로 통제하고 싶은)이 뒤룩뒤룩이니 유럽 상황에 따라 언어의 진폭이 태풍철 파도 같아요. 국민들을 대충 얘기하면 알아서 복종하는 강아지애기로 보는 건 기본으로 깔고.


0. 우리나라에 시민이라는 개념이 없다시피하지만 국민이 아닌, 대충 운동권식으로 시민의 관점에서 보자면 백신여권, 즉 우회적으로 접종을 강제하고 접종하지 않으면 시민권을 제한하는 방식은 거부를 해야죠. 백신 맞은 사람은 안전하다는 전제가 잘못된 건 둘째 치더라도 100% 정답은 없으니 이걸 이해당사자인 시민들과 논의해서 답을 내야겠다는 생각 자체가 아예 비어 있잖아요. 무슨 군사작전하듯이 처음엔 백신여권 만드는 거 아니라고 발뺌하다가, 하지만 주식판에서는 관련주들이 들썩였죠, 기습 발표로 이달중 시행, 이게 뭐예요.


0.
저는 위에 언급한 이전 글에서, 백신을 승인내고 맞는 정책이 옳지만 현재의 저는 안 맞을 거고 백신여권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어요. 그런 저의 의견을 두고 자신 빼고 다른 사람들이 접종하면 집단 면역이니, 그렇게 무임승차하려 한다는 의견들이 있었어요. 처음엔 무슨 소리인가 이해가 안되었고, 뒤에야 그렇게 볼 수도 있겠구나 싶으면서도 덧붙이고 싶었던 얘기가 있어요.

그래서 백신을 맞아야 한다는 논리는, 백신을 안 맞았으면 안 죽었을 생명을 죽일 수도 있다는 것(이건 혈전 건이 잘 보여주죠), 보다 근본적으로는 그런 무임승차 주장은 논쟁행위당사자가 할 이야기가 아니에요. 모든 사태가 끝난 뒤 논하고 평하는 사람들이 어느 한쪽 면에 치우쳐 살피고 그 결과로 뽑아내는 이야기지요. 이번 백신여권 건으로 예를 들어 보면, 백신여권 반대 몸맘 VS 무임승차하려는 거냐 a가 다툰다고 해 봐요. 그런데 몸맘이 보기에 a는 시민권을 내다버린 셈이에요. 당혹스럽지만 몸맘이는 a가 내다버린 시민권도 주워서 옹호하는 거예요. a야말로 시민의 권리를 누림에 있어 무임승차하는 것일 수도 있지요.  이렇게 a와 몸맘이는 서로 무임승차라고 주장한다면, 그곳이 개판이죠.
후대에야 논하고 평하는 사람들이, 결과적으로 a가 시민권에 무임승차했다, 몸맘이가 집단 면역에 무임승차했다 하겠지요. 현재에 논하는 사람들 사이에는 서로의 가치를 얘기하는 것이 나아요.


0. <필경사 바틀비>라는, 고전이 될락말락하는 멜빌의 단편 소설이 있어요. 변호사 사무실의 신입 필경사 바틀비가, 이전까지 관습적으로 행해왔던 업무 방식에 파열음을 일으키는 문장으로 특징되죠.

"나는 놀라서 어리벙벙한 정신을 가다듬으며 잠시 동안 아무 말 없이 앉아 있었다. 즉각 떠오른 생각은 내가 잘못 들었거나 아니면 바틀비가 내 뜻을 완전히 오해했다는 것이다. 나는 내가 구사할 수 있는 가장 선명한 어조로 그 부탁을 되풀이했다. 그러나 똑같이 선명한 어조로 "그렇게 안 하고 싶습니다"라는 종전과 같은 대답이 들렸다.
"그렇게 안 하고 싶다니." 나는 크게 흥분하여 자리에서 일어나 사무실을 성큼성큼 가로질러 걸어가며 그 말을 되풀이했다. "무슨 소리야? 자네 미쳤어? 내가 여기 이 서류를 비교하게 도와달란 말이야 - 이거 받아" 하고는 그 서류를 그를 향해 디밀었다.
"그렇게 안 하고 싶습니다." 그가 말했다."

소설 속 바틀비는 I would prefer not to를 반복하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사회에서 소멸되어 가다 죽음에 이르지만 <필경사 바틀비>는 I would prefer not to로 고전이 되려 하고 있죠. 하지만, 평론가들이 그리 I would prefer not to를 칭송하지만(현실에 없으니 소설에 있듯이) 19세기, 20세기, 21세기에도 바틀비에게는 시민권이 없겠구나, 싶은 경험을 했어요. 백신을 맞고 싶지 않다는 사람을 향한 시선이 그렇게 답을 줬어요.


p.s.
백신 맞으면 안 된다는 얘기 아님.
안티 백서 개새x 할 수 있음.
자기 몸을 스스로 처분할 수 있는 개인의 권리에 대한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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