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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1/01/17 15:28:47수정됨 |
Name | bullfrog |
File #1 | 31C83fYCbML._SX369_BO1,204,203,200_.jpg (11.2 KB), Download : 18 |
Link #1 | https://books.google.co.kr/books/about/How_to_Find_Fulfilling_Work_The_School_o.html?id=DJP5-eLh_oQC&source=kp_book_description&redir_esc=y |
Link #2 | https://images-na.ssl-images-amazon.com/images/I/31C83fYCbML._SX369_BO1,204,203,200_.jpg |
Subject | [서평] 충만한 일 찾기(How to Find Fulfilling Work, 2012) |
새해 목표 중 하나가 책을 읽고 서평 쓰기입니다. (과연 새해 말까지 최소 12개의 서평을 쓸 수 있을까 모르겠지만 일단 이번 달은 통과입니다.) 첫 책은 알랭 드 보통이 설립자 중 하나인 삶의 교실(The school of life)에서 발간한, 영국의 작가 Roman Kraznaric이 쓰고 2012년에 출간된 책입니다. 자기계발서라고 하기에는 조금 더 철학적이고, 철학서라 하기에는 조금은 세속적(?)인 147페이지 짜리 이 짧은 책은 현대사회에서 직업(Job/Work)의 의미를 재조명하고,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충만한 일을 찾을 수 있을까에 대한, 일종의 삶의 여행가이드 같은 책입니다. "한 인간을 완전히 파괴하기 위힌 가장 끔찍한 징벌은 그에게 효용과 의미가 완전히 결여된 일을 강제하는 것이다." - 도스토예프스키 도스토예프스키의 인용을 서두로 이 책은 현대사회를 충만함의 시대(Age of Fulfilment)로 정의하며 출발합니다. 제빵사(Baker), 대장장이(Smith)가 천부의 직업이었던 시대가 마침내 끝나고, 사람들이 수십만 가지의 커리어에 도전할 수 있는 시대. 하지만 너무 많은 선택지와 경제적 제약에 의해 많은 사람들이 생계수단 이상의 의미를 일에서 찾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다고요. 저자 자신도 잠깐의 저널리스트와 해외 봉사활동의 경험을 통해 20대에 과연 무엇을 해야할 지를 고민했다고 하네요. 급작스럽게 늘어난 선택지는 오히려 선택의 역설(Paradox of Choice)을 불러 일으키고, 늘어난 교육기회는 오히려 사람들의 발목을 잡습니다. 예를 들어 의대에 진학했으면 의사가 되고, 법대에 진학하면 변호사가 되는 선택지 외에는 실패한 커리어를 가지게 되는 것으로 간주되는 것처럼요. 또한 MBTI 같은 검사를 통해 직업 적성을 발견하는 것은 신화에 가깝다고 저자는 주장합니다. 여러가지 문제들 - 경제적 자유, 부모님의 강요, 사회적 시선 - 에 의해서 커리어 체인지는 굉장한 용기를 필요로 하고 있다고요. 그렇다면 이러한 선택지의 과잉과 불안 상태에서 우리는 어떤 기준점을 가지고 직업을 선택해야 할까요? 저자는 5가지 기준점을 제시합니다. 돈[Money], 지위[Status]라는 외부적 요인 2가지와 변화[making a difference], 열정[following our passions], 재능[using our talents] 이라는 내부적 요인 3가지입니다. 결론적으로 - 다들 예상 가능하시겠지만 놀랍게도 - 직업 선택의 만족도에 돈과 지위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게 연구 결과라고 합니다. 돈을 많이 벌거나, 남들에게 인정받는 지위를 가지는 것과 개인의 행복은 상관 관계가 낮다는 것인데요. 오히려 본인의 열정과 재능으로 세상에 변화를 일으키는 일을 하는 데 인간은 더 큰 만족을 느낀다고 합니다.[Where your talents meet the needs of the world] 대표적인 사례로 바디샵의 창업자인 애니타 로딕과 퀴리부인을 들고 있는데요. 두 분다 금전이나 사회적 성공과는 거리가 먼, 본인의 열정과 재능이 세상에 어떤 변화를 일으키는지에 대해서만 몰두하는 삶을 살았다고 하네요. (애니타 로딕이 평생 후회하는 것이 기업공개(IPO)를 한 것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 특히나 커리어 체인지를 하고 싶은 사람들 입장에서 - 어떤 방식으로 직업탐색을 해야하는 것일까요? 무엇보다도 저자는 경제적, 사회적 두려움을 떨치라고 합니다.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아닌, 행동하고 생각하라[Act First, Reflect Later]고 조언합니다. 세가지 방법을 제안하는데, 급진적인 안식기[Radical Sabbatical], 가지 치기[Branching Project], 대화를 통한 연구[Conversational Research]입니다. 첫번째 안식기는 바로 과감하게 지금 하는 일을 그만두고 새로운 일을 찾는 것, 가지 치기는 현재 직업을 유지하되 다양한 시도를 해보는 것, 그리고 마지막은 본인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직업을 가진 사람과 가능한 많은 대화를 나눠보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직업을 선택했다면 그 안에서 세 가지를 발견해보라고 조언합니다. 첫번쨰는 몰입[Flow]입니다. 잭슨 폴락이 그림을 그릴 때처럼, 시간의 흐름을 인지할 수 없을만큼 몰입을 느껴보라는 것인데요, 물론 몰입(Flow) '만'으로는 직업의 기준이 될 수 는 없고 그 안에서 본인이 진정한 의미(Meaning)를 찾아야 된다고 합니다. [게임을 하는 것에서 단순 몰입이라면 취미, 몰입+의미까지 찾는다면 프로게이머가 되면 되지 않을까...요?] 두번째는 해방[Freedom]입니다. 예를 들면 경제적, 사회적 지위/구속로부터의 해방, (워커홀릭에 가까운) 직업윤리로부터의 해방인데요. 버트란드 러셀의 '게으름에 대한 찬양'을 예로 들며 현대사회의 일에 대한 지나친 과몰입을 경계합니다. 마지막으로 소명의식[Vocation]인데요. 이것은 계시와 같이 한번에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일을 하면서 점차 키우는 것이라고 정의합니다. 퀴리부인은 원래 의학자가 되고 싶었으나, 여의치 않아 과학자의 길로 들어섰고 유명한 방사능 연구를 하게 되었지요. 우연이든 필연이든 직업의 소명의식은 발견이 아니라 평생에 걸쳐서 키우는 것이라는 것이죠. 책은 영화 그리스인 조르바(1964)의 마지막 대사로 끝을 맺습니다. "조르바: 젠장, 보스. 나는 당신을 너무 좋아해서 이 말을 안 할 수가 없어요. 당신은 모두 가졌지만 딱 하나가 부족해요. 바로 똘끼[Madness]! 모든 인간은 약간의 똘끼가 필요해. 아니면... 바실: 아니면? 조르바: ...감히 로프를 끊고 자유를 찾을 엄두를 못내겠죠." 어쩌면 우리는 우리 자신의 두려움과 속박에 갇혀서 로프를 끊어내지 못하고 자유로워지지 못하는 수도 있습니다. 혹은 모든 게 후기 자본주의를 살아가는 선택의 과잉에 배부른 선진국 중산층의 허영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루 벌어 하루 살아가는 전세계 수많은 사람들에게 선택의 자유란 사치일 테니깐요.) 하지만 모든 것을 떠나서 나의 재능과 열정 - 그것이 아무리 하찮은 것일지라도 - 이 세상의 필요와 만나는 일에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성공한다면 어쩌면 세상은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설사 바디샵을 창업하지 못하더라도, 라듐을 발견하지 못하더라도 어떻습니까.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서 몰두할 수 있다면, 상상만으로도 행복하지 않나요. 의미를 가지고 몰입할 수 있는 일을 찾는 사치를 더 많은 사람들이 누릴 수 있는 세상이 오길 바라며 서평을 가장한 책 요약을 마칩니다.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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