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20/12/14 09:07:26
Name   bullfrog
Subject   아버지께서 긴 여행을 가실 거 같습니다
KTX타고 아버지 뵈러 내려가는 길에 써 봅니다.

저희 아버지는 올 해 5월 황달 증상으로 입원하셨다가 담도협착이 발견되서 악성으로 수술, 이후 췌장암 1기 진단을 받으셨습니다.

항암도 무리없이 받으시고 잘 이겨내실 줄 알았는데, 3개월만에 간전이 발견되어 항암 추가치료 받으시는 중 급성 복막염으로 긴급수술... 이후 병원 입퇴원과 추가수술을 반복하시다가 전주는 호스피스 고려해보라는 의사 선생님 말씀이 있으셨습니다. 어제는 화성에 있는 천주교 봉안당을 계약했고요(유아세례받은 걸로 제 교적 회복하고 담주에 관면혼배도 할 예정입니다...) 오늘은 호스피스 알아보러 내려갑니다.

평소에는 자주 찾아뵈지도 못하던 고향을, 올해만 한 십수번 왔다갔다 했습니다. 내려갈 때마다 희망과 불안, 그리고 시간이 갈수록 두려움과 고통이 느껴지던 시간이었습니다. 전전주 내려갔을 때 이제는 희망이 없다고 하시던 아부지 말씀이 귀에서 멤돕니다...

너무 고통스러워 하시는 모습을 볼 때마다, 차라리 얼른 편해지셨으면 하는 마음이 드는 건 아버지를 위한 마음일까요, 아니면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픈 제 이기심일까요.

일상 생활의 모든 패턴이 깨지고, 세상이 쟂빛으로 보이는 시간들...가슴이 꽉 막힌것 같고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내리고, 주차장 바닥에 주저 앉아 목 놓아 울었던 저는 여전히 현실을 마주하기가 너무나 두렵습니다.

정현채 교수님, 엘리자베스 퀴블러 박사님, 강상중 교수님, 정재현 교수님 같은 분들의 책을 읽어봐도 그 때 뿐...막상 아버지를 보게 되면, 그리고 또 밤사이 어떤 사건들이 일어나고 자꾸만 늘어나는 아버지 몸에 붙은 줄들을 볼때마다...너무 무섭습니다.

혹시라도 먼저 이런 아픔을 겪으셨던 분들이 있으시다면 어떠한 조언도 좋으니 부탁드립니다....



7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2917 일상/생각아버지는 꿈꾸던 시베리아의 새하얀 벌판을 보지 못할 것이다. 4 원더월 16/05/30 3845 6
    1574 정치아버지께서 이런게 카톡에서 돈다고, 진짜냐고 물어보셨습니다. 19 darwin4078 15/11/17 8002 0
    11223 일상/생각아버지께서 긴 여행을 가실 거 같습니다 10 bullfrog 20/12/14 4044 7
    932 생활체육아버지가 딸에게 보내는 편지 3 Raute 15/09/06 5514 1
    10559 일상/생각아버지 4 호라타래 20/05/07 3665 18
    9861 음악아바나의 밤 9 바나나코우 19/10/19 3835 2
    10350 오프모임아무말 오프모임 45 류아 20/03/05 5867 6
    4911 일상/생각아무말 대잔치-술,썸,소개팅,에이핑크 12 비익조 17/02/18 3594 1
    4890 일상/생각아무말 대잔치 24 진준 17/02/16 4567 2
    13507 일상/생각아무리 해도 어려운 집안일중 하나.^^ 5 큐리스 23/01/25 2202 1
    10412 영화아무리 강력해도 정체성을 찾아가는 하나의 인간일 뿐, 아이언맨 3 2 kaestro 20/03/21 6485 10
    10388 오프모임아무래도 다가오는 주말의 마지막에는 홍차를 마시는게 좋겠어 32 나루 20/03/17 5151 7
    13321 일상/생각아무것도 안했기 때문에 책임을 지울 수 없다. 7 Picard 22/11/13 3333 1
    8685 일상/생각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던 때가 있었습니다. 1 Nuwara Eliya 18/12/26 4513 0
    1575 역사아메리칸 프로그레스 또는 아메리칸 트래지디... 1 Neandertal 15/11/17 7218 1
    219 기타아메리카 서부개척시대의 이면에 가려진 흑역사 5 개평3냥 15/06/05 22349 0
    12814 음악아마추어인 내가 피아노 콘서트를 연다면 13 카르스 22/05/14 3392 5
    4671 기타아마추어 할머니 화가의 성공적인 뻘짓 22 은머리 17/01/21 4716 1
    634 영화아마추어 심리학 팬 입장에서 본 [인사이드 아웃] 17 삼공파일 15/07/22 9166 0
    6846 IT/컴퓨터아마존이 만든 사고를 역이용한 버거킹의 혁신적인 광고 3 Leeka 17/12/29 4156 14
    5943 일상/생각아마존에서 환불을 받으려 헤매인 후기 24 벤젠 C6H6 17/07/13 4776 5
    3259 꿀팁/강좌아마존에서 게임 공짜로 받아가세요 6 Anakin Skywalker 16/07/13 4792 0
    13130 방송/연예아마존 프라임-반지의 제왕: 힘의 반지(약 스포) 1 Karacall 22/09/02 2591 1
    3563 음악아마도 역사상 가장 비싼? 뮤직비디오 4 커피최고 16/08/23 3385 1
    8863 방송/연예아마도 JTBC리갈하이에서는 절대 방송되지 않을 대사 21 제로스 19/02/15 5779 13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