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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17/04/10 23:43:13 |
Name | 사슴도치 |
File #1 | P1010261_vert.jpg (2.26 MB), Download : 34 |
Subject | [사진]주제 부각하기. |
1. 들어가며 오랜만입니다. 한동안 게을러서, 그리고 또 바쁘기도 한 관계로 사진관련 글을 쓰지 못하고 있었네요. 물론 제가 알고 있는 변변찮은 사진관련 팁들이 바닥난 것도 있구요. 오늘은 타임라인을 보다가 사진 이야기가 나와서 자기 전에 잠깐 짬을 내서 주제의 부각에 대해서 짧게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2. 왜 내 사진은 감흥이 없지? 카메라를 사고, 이제 나도 꽤 괜찮은 사진을 찍을 수 있을 것 같아 셔터를 들이대보지만, 결과물은 불만족스럽기만 합니다. 분명히 광고에서는 당신도 이제 작품을 찍을 수 있다고 했는데, 나에게 필요한 단 하나의 카메라라고 해서 샀더니, 사기당한 기분마저 듭니다. 제가 처음 사진 취미를 시작했을 때 느낀 감정인데요. 사실 그래서 한동안 DSLR을 사놓고도 전혀 사용하지 않았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사진을 그다지 잘 찍는 건 아니지만, 그때의 사진을 보면 정말 오토모드/프로그램모드가 아니면 못봐줄 정도의 사진을 찍었거든요.(그때는-물론 지금도 그렇겠지만- 카메라 회사의 개발자, 프로그래머들이 나보다 사진을 더 잘 아니까 라는 생각으로 오토로만 찍었습니다)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니 이런 느낌이 드는 것은 지나치게 많은 것을 사진에 담으려고 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3. 주제의 부각 사진을 취미로 하지 않으시는 분들이 대부분 실수하는 지점도 이 부분입니다. 일단 카메라가 담을 수 있는 프레임 영역에 눈으로 볼 수 있는 모든 것을 담으려고 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렇게 모든 것을 프레임에 담다 보면, 사진의 이야기가 오히려 분산되고, 시선의 흐름을 방해하여 오히려 어떤 것도 담을 수 없는 역설적인 결과를 초래하게 됩니다. 첫번째 사진은, 얼마 전에 서울 대공원에 표준화각의 단렌즈 하나만 가지고 가서 얼마나 담을 수 있는지 테스트샷으로 찍어 본 사진인데, 매우 재미 없고, 오히려 못 찍은 듯이 나왔습니다. 벚꽃사진을 찍으려고 했던 것인데, 벚꽃이 나오기는 했으나, 뒤에 있는 구조물과 알 수 없는 다른 식물들, 화면을 가로 지르는 난간 등 흉물이 많아서 주제로 찍으려고 하는 벚꽃이 부각되지 못한 것이죠. 두번쨰 사진은 반역광 상항에서 꽃잎을 투과하는 햇빛을 찍고 싶었습니다. 빛과 꽃을 모두 찍었지만, 사실 배경으로 날려버린 꽃잎들이 조금은 어지러운 듯 합니다. 세번째 사진은 벚꽃 자체에 주목해서 배경을 지우고, 주제인 꽃만 부각시킨 사진입니다. 확연하게 무엇을 찍으려고 했는지가 드러나있죠. 이처럼 주제를 어떻게 잡고, 어떤 방식으로 부각시키느냐에 따라서 사진의 느낌이 많이 달라집니다. 4. 주제를 부각시키는 방법 주제를 부각시키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화면에서 주제만을 담고 나머지를 잘라버려서, 즉 프레임 바깥으로 내보내서 주가 되는 피사체만 나오게 찍을 수도 있습니다. 만약 사진이 지나치게 광각으로 나와 쓸모없는 부분이 나왔다면 과감하게 잘라버리는(크롭) 방법도 있으나, 앙리 까르띠에 브레송같은 경우에는 이와 같은 크로핑을 매우 극혐했다 하고, 사진 찍는 분들 중에는 이를 금기시할 정도로 싫어하는 분들도 있으며, 크롭할 경우 아무래도 해상도가 떨어질 수 밖에 없어서 경우와 취향에 맞춰 사용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합니다. 또한 배경이 어지러울 경우 조리개를 최대 개방하여 얕은 심도로 배경을 날려버리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매우 간편해서 많은 분들이 애용하는 방법이기도 하죠. 인물사진에 특화되어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혹은 주제가 되는 피사체의 일부만을 찍어 보이지 않는 부분을 인식의 지평선으로 넘겨버려, 인지적인 상상을 사용하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자동차의 헤드라이트만을 찍는다던가, 혹은 모 쇼핑몰의 모델사진처럼 토르소사진을 찍는다던가 하는 식이죠. 또는 제가 좋아하는 기법 중 하나인데 프레임 안의 프레임을 사용하여, 화면 내에 다른 프레임 안에 주제를 담아 강조하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아울러 주제를 돋보이게 만드는 부제를 살짝 프레임에 걸치는 방법도 좋은 방법이 되겠죠. 스테이크를 찍을 때 옆에 샐러드가 살짝 보인다던가 하는 식으로 말이죠. 5. 흉물지우기 앞선 단락의의 연장선에 있는 이야기인데, 사진의 주제가 부각되는 것을 방해하는 흉물을 지운다는 것은 좋은 사진을 찍는데 있어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예컨대 사람을 찍을 때 뒤에 파란 쓰레기통이 배경으로 보인다면 시선이 쓰레기통으로 분산되어 주제를 부각시키는 것을 방해합니다. 이와 같은 흉물은 알기 쉽게 존재하는 경우도 있으나, 지나치게 어지러운 벽이나 바닥 무늬, 하늘에 걸린 전기줄, 머리 뒤로 솟아난 전봇대 등 인식하지 못한 부분에서 발생할 수도 있으니 사진을 찍을 때는 여러 각도에서, 혹은 살짝씩 배경을 조정해가면서 여러장 찍는 것이 좋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좀 더 살펴보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현재는 제가 적절한 예시사진이 없네요) 6. 나가며 예전에 제가 썼던 글에 어떤 분이 사진은 덜어내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는 댓글을 달아주셨는데, 이 말이 갖고 있는 함의는 결국 주제의 부각이 아닌가 싶습니다. 스마트폰 카메라의 경우 기본적으로 광각렌즈의 성향을 가지고 있어서, 꽤 넓은 범위를 찍게 되어 너무 많은 정보량이 사진에 찍히게 되어 주제를 부각시키는 것을 방해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처음에 사진을 찍기 시작했을 때는 구도를 어떻게 잡느냐 라는 개념으로 접근했는데, 찍다 보니 구도 안에 들어있는 소재들(주제, 부제, 흉물)을 어떻게 배치하느냐라는 관점을 갖게 되었고, 시간이 좀 더 지나자 어떻게 시야에 보이는 공간과 시간의 조각을 카메라로 잘 잘라낼 수 있겠느냐 하는 고찰포인트가 생겼던 것 같습니다. 날씨가 점점 풀려서 꽃놀이 가기 좋은 날씨입니다. 모두들 즐거운 사진놀이 하시기를 바랍니다!! * 수박이두통에게보린님에 의해서 티타임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7-04-24 08:05) * 관리사유 : 추천 게시판으로 복사합니다.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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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송은 트리밍을 극혐하지는 않았습니다..
브레송 처럼 사진찍는 법 꼽아보자면..
1. 카메라는 라이카.
2. 자연광에서.
3. 50mm를 주력으로 크게 벗어나지 않게.
4. 후보정은 트리밍을 가끔.
5. 피사체에게 그 어떤 요구도 하지 말고 최고의 순간을 포착.
6. 조리개는 5.6이상 주로 놓고, 필요에 따라 개방.
7. 사진 제목은 찍은 장소나 인물명 그리고 찍은 날짜만.
(ex 장-폴 샤르트르, 1946)
그의 대표작인 <1932년 프랑스 파리 생자르역 후문> 또한 트리밍... 더 보기
브레송 처럼 사진찍는 법 꼽아보자면..
1. 카메라는 라이카.
2. 자연광에서.
3. 50mm를 주력으로 크게 벗어나지 않게.
4. 후보정은 트리밍을 가끔.
5. 피사체에게 그 어떤 요구도 하지 말고 최고의 순간을 포착.
6. 조리개는 5.6이상 주로 놓고, 필요에 따라 개방.
7. 사진 제목은 찍은 장소나 인물명 그리고 찍은 날짜만.
(ex 장-폴 샤르트르, 1946)
그의 대표작인 <1932년 프랑스 파리 생자르역 후문> 또한 트리밍... 더 보기
브레송은 트리밍을 극혐하지는 않았습니다..
브레송 처럼 사진찍는 법 꼽아보자면..
1. 카메라는 라이카.
2. 자연광에서.
3. 50mm를 주력으로 크게 벗어나지 않게.
4. 후보정은 트리밍을 가끔.
5. 피사체에게 그 어떤 요구도 하지 말고 최고의 순간을 포착.
6. 조리개는 5.6이상 주로 놓고, 필요에 따라 개방.
7. 사진 제목은 찍은 장소나 인물명 그리고 찍은 날짜만.
(ex 장-폴 샤르트르, 1946)
그의 대표작인 <1932년 프랑스 파리 생자르역 후문> 또한 트리밍한 작품이죠..
브레송 처럼 사진찍는 법 꼽아보자면..
1. 카메라는 라이카.
2. 자연광에서.
3. 50mm를 주력으로 크게 벗어나지 않게.
4. 후보정은 트리밍을 가끔.
5. 피사체에게 그 어떤 요구도 하지 말고 최고의 순간을 포착.
6. 조리개는 5.6이상 주로 놓고, 필요에 따라 개방.
7. 사진 제목은 찍은 장소나 인물명 그리고 찍은 날짜만.
(ex 장-폴 샤르트르, 1946)
그의 대표작인 <1932년 프랑스 파리 생자르역 후문> 또한 트리밍한 작품이죠..
저는 브레송은 확대 인화 시 트리밍을 할 때에 시각의 성실성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지만, 그의 대표작 가운데 한 장인 <1932년 프랑스 파리 생자르역 후문> 왼쪽과 아래쪽으로부터 1/3 가량 트리밍된 점이라는 것이 오히려 재밌는 포인트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1932년 프랑스 파리 생자르역 후문> 을 촬영할 당시 울타리 틈으로 사진을 찍었는데, 충분히 다가갈 수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트리밍을 염두에 두고 찍을 수 밖에 없었다고 브레송이 후술했다는 글을 본 적이 있는 것 같네요
... 더 보기
<1932년 프랑스 파리 생자르역 후문> 을 촬영할 당시 울타리 틈으로 사진을 찍었는데, 충분히 다가갈 수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트리밍을 염두에 두고 찍을 수 밖에 없었다고 브레송이 후술했다는 글을 본 적이 있는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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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브레송은 확대 인화 시 트리밍을 할 때에 시각의 성실성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지만, 그의 대표작 가운데 한 장인 <1932년 프랑스 파리 생자르역 후문> 왼쪽과 아래쪽으로부터 1/3 가량 트리밍된 점이라는 것이 오히려 재밌는 포인트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1932년 프랑스 파리 생자르역 후문> 을 촬영할 당시 울타리 틈으로 사진을 찍었는데, 충분히 다가갈 수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트리밍을 염두에 두고 찍을 수 밖에 없었다고 브레송이 후술했다는 글을 본 적이 있는 것 같네요
http://europhotos.co.kr/news/news_open/26
혹시 세간에 알려진 이런 이야기들이 잘못 알려져 있는 건가요?
<1932년 프랑스 파리 생자르역 후문> 을 촬영할 당시 울타리 틈으로 사진을 찍었는데, 충분히 다가갈 수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트리밍을 염두에 두고 찍을 수 밖에 없었다고 브레송이 후술했다는 글을 본 적이 있는 것 같네요
http://europhotos.co.kr/news/news_open/26
혹시 세간에 알려진 이런 이야기들이 잘못 알려져 있는 건가요?
트리밍에 부정적이다 = 트리밍을 전혀 하지 않았다 의 의미는 아니었을 테니까요 ㅎㅎ 결국 브레송은 압도적인 구도를 통한 사진을 구현하는 사람이었으니, 구도를 위해서라면 다소간의 트리밍을 했던 것 같아요 ㅎㅎ
브레송이 말하는 결정적 순간은 빛과 구도와 감정이 일치된 순간이며, 그 결과로서의 구도는 끝난 이후 트리밍 등의 변경은 있을 수 없는 절대적 순간이라는 점에서 트리밍을 지양했다고 한 것을 보면, 브레송이 싫어했던 트리밍은 일단 찍고 추후에 구도를 잡아내는 의미로서의 트리밍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생자르 같은 경우... 더 보기
브레송이 말하는 결정적 순간은 빛과 구도와 감정이 일치된 순간이며, 그 결과로서의 구도는 끝난 이후 트리밍 등의 변경은 있을 수 없는 절대적 순간이라는 점에서 트리밍을 지양했다고 한 것을 보면, 브레송이 싫어했던 트리밍은 일단 찍고 추후에 구도를 잡아내는 의미로서의 트리밍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생자르 같은 경우... 더 보기
트리밍에 부정적이다 = 트리밍을 전혀 하지 않았다 의 의미는 아니었을 테니까요 ㅎㅎ 결국 브레송은 압도적인 구도를 통한 사진을 구현하는 사람이었으니, 구도를 위해서라면 다소간의 트리밍을 했던 것 같아요 ㅎㅎ
브레송이 말하는 결정적 순간은 빛과 구도와 감정이 일치된 순간이며, 그 결과로서의 구도는 끝난 이후 트리밍 등의 변경은 있을 수 없는 절대적 순간이라는 점에서 트리밍을 지양했다고 한 것을 보면, 브레송이 싫어했던 트리밍은 일단 찍고 추후에 구도를 잡아내는 의미로서의 트리밍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생자르 같은 경우엔 애초에 트리밍을 생각하고 구도를 잡았다는 것을 보면 일반적인 트리밍과는 좀 다르게 보았던 것 같기도 하구요.
저도 트리밍과 구도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브레송이 말하는 결정적 순간은 빛과 구도와 감정이 일치된 순간이며, 그 결과로서의 구도는 끝난 이후 트리밍 등의 변경은 있을 수 없는 절대적 순간이라는 점에서 트리밍을 지양했다고 한 것을 보면, 브레송이 싫어했던 트리밍은 일단 찍고 추후에 구도를 잡아내는 의미로서의 트리밍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생자르 같은 경우엔 애초에 트리밍을 생각하고 구도를 잡았다는 것을 보면 일반적인 트리밍과는 좀 다르게 보았던 것 같기도 하구요.
저도 트리밍과 구도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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