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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5/06/27 10:12:25 |
Name | Picard |
Subject | 의외로 잘 알려지지 않은 생산직들의 급여체계 |
안녕하세요, 중견제조업 중년관리자 피카드 매니저 입니다. 귀족노조와 파업 이야기는 기사화가 많이 되는데 의외로 (일부러 숨기는건지, 기자들도 모르는건지, 관심이 없는건지) 잘 알려지지 않은 우리나라 제조업 현장직들의 급여체계에 대해 써봅니다. 일단 기본적으로.. 우리나라에 9% 밖에 안된다는 노조가 있는 회사의 시급제 회사를 기준으로 써봅니다.(저희 회사가 시급제라서) 1. 시급제와 무노동 무임금 현장 분들은 일하는 날, 일하는 시간에 대해서만 급여를 받습니다. 저희 회사가 4조3교대로 5일 일하고 2일 쉬는 형태로 돌아가는데 쉬는날 2일은 무임금입니다. 한 10년전쯤인가, 회사에서 월급제 전환해보려고 했는데 ‘월급제가 되면 사무직들처럼 서비스 잔업이 늘어나게 될 것’이라면서 반대하였고 계속 쭉 시급제로 유지가 되고 있습니다. 만약 회사가 공장을 추석연휴 5일간 세운다고 하면 사무직들은 빨간날이 많다고 월급이 줄어드는 경우는 없지만 현장 분들은 5일간 무급휴일이 되어 월 급여가 줍니다.(하지만 회사가 그렇게 5일씩 라인을 세워본적이 없음) 2. 시급, 잔업수당, 대근, 유연근무시간제 4조3교대로 6시-14시, 14시-22시, 22시-06시 3개조가 돌아가고 1개조가 휴무입니다. 평일 기준 오전, 오후는 시급대로 받고 야간조는 1.5배를 받습니다. (오전, 오후는 8시간으로 계산되지만 야간조는 12시간으로 계산됩니다.) 빨간날의 경우 오전/오후조는 1.5배를 받고, 야간조는 2배를 받습니다. 위에 추석연휴 이야기를 했는데, 저희 회사는 빨간날이라고 라인을 세우는 회사가 아니라서 빨간날이 많으면 그만큼 급여가 늘어납니다. 그래서 재계에서 공휴일 늘어나는거, 임시공휴일 지정하는거 싫어하는 겁니다. 0.5배씩 더 나가거든요. 사무직들은 과업을 주면 빨간날이 많건 적건 그걸 해야 하는데, 현장직은 8시간 생산활동을 하면 되니까요. 만약 정전이 되서 8시간동안 일을 못했다고 하면 사무직들은 그 못한 일을 어떻게든 채워야 하지만 현장은 정전으로 라인이 못 돌아서 청소나 좀 하고 있다가 시간 되면 퇴근합니다. 만약 누가 아파서 휴직을 하거나 휴가를 간다. 그러면 다른 사람이 대근을 해야 합니다. 야간조에서 한명이 휴가를 간다면, 오후조에서 1명이 4시간 대근을 하고, 오전조 근무자가 4시간을 조출하여 8시간을 메꿉니다. (이 대근에 대해서는 당연히 잔업할증이 붙습니다.) 그래서, 단순화해서 계산해도 4조3교대인 경우 4주간 160시간의 근무시간이지만 실제로는 220-230시간분의 급여가 나옵니다. 이 대근시간이 늘어나서 주 52시간이 넘어가면 안되기 때문에 저희는 조합과 한달 평균 52시간으로 합의한 유연근로시간제를 ’현장’에만 적용하고 있습니다. 사무직들은 그런거 없습니다. 3. 파업 = 무임금 이 얘기를 하기 위해 빌드업을 했는데.. 무노동 무임금이기 때문에 파업을 하면 급여가 없습니다. 뉴스 댓글 보면 ’파업하면 노는거니까 좋은거 아니냐.’, ‘놀면서 돈번다’ 하는 글이 간혹 보이는데요. 아닙니다. 파업하면 돈을 못 받습니다. 노조가 쟁의기금을 모아놓는데, 이게 충분하면 파업하면서 조합원들에세 지원금을 줍니다. 급여가 안나오니 부족하지만 이걸로 버티라는거죠. 이 쟁의기금을 쓸데없는데 써서 없으면 파업 찬성 이 압도적으로 나와도 집행부가 파업을 못합니다. 파업에 들어간다는건 살(무임금, 손배피소 리스크)을 주고 뼈(원하는바)를 취하겠다는건데, 파업기간이 늘어나면 (무능한 집행부를 욕하면서)’생활을 위해 복귀’ 하는 조합원들이 늘어납니다. 받아낸거 없이 파업하다 물러나면 조합원 개개인은 무임금으로 손해만 본거고 그럼 그 집행부는 다음 선거때 매우 힘들어지겠죠. 파업을 해야 뉴스가 나오니 노조는 모두 강경하고 집행부는 빨갱이(….)인줄 아는 사람들이 많은데, 노사 협의는 제대로 한다면 정말 고도의 정치행위입니다. (저희 노조위원장들은 대대로 늘 사측에 포섭당해서… ) 가끔 대기업 노조가 타결 하면서 ‘격려금 얼마’를 준다는 경우가 있는데, 파업을 뭘 잘 했다고 격려금을 주겠습니까. 이건 파업기간 무임금에 대한 보상 성격으로 노조측에서 다른걸 양보하더라도 받아내야 하는 상황인 경우가 있습니다. 파업기간이 길어질수록 더 그렇죠. 이 격려금은 노사측이 합의서에 사인하면 당일날 바로 입금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4. 직장폐쇄 가끔 파업을 하고 사측이 직장폐쇄로 맞서는 경우가 있습니다. 옛날에는 어디 점거하고 뭐 때려부수고 그래서 했다는데, 요즘은 손배소가 무서워 그런 짓은 잘 안하죠. 예를 들어, 1개조가 6명인데 이중 4명이 파업에 참여하고 2명은 참여를 안해요. 이런 경우 회사는 라인은 못 돌리지만 2명에게 급여는 줘야 합니다. 그게 조합에서 전략적으로 돌리는 경우도 있고, 정말 돈 들어갈데가 많은 사람들이 자의로 파업 참석을 안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여튼 회사는 공장은 못돌리는데 인건비는 나가는 겁니다. 이럴때 회사는 폐쇄를 하면 파업 미참여(전략적이던, 자의적이던) 인원의출근을 막고 인건비 지급을 안할 수 있습니다. 그럼 노조 입장에서는 ‘무임금‘의 압박이 더 강하게 다가오게 됩니다. 물론, 이래놓고 사측에서는 개개인 또는 집행부 반대 파벌에게 뒷제안을 하게 마련이지만, 노조 집행부도 빠꼼이라서 그거 다 압니다. 잘못하면 서로 감정의골만 깊어지기도 합니다. P,S) 이번에 노동부 장관이 노조위원장 출신이라고 보수언론과 재계에서 징징징 하는데.. 거 한노총 위원장 출신이 국힘 의원도 하고 원내대표도 하고 하지 않았습니까? 제대로 노조활동을 해본 사람이라면 협상이나 정치는 엄청 잘할것 같습니다. * Cascade님에 의해서 티타임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25-07-08 08:10) * 관리사유 : 추천게시판으로 복사합니다.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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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맨날 사측 대리인으로 교섭 들어갔다 보니까 글 읽으면서 재밌네요. 사람들은 노조vs회사 붙으면 그 협상장 안에서 끝나는 걸로 생각하지만, 현실은 노조집행부가 돌아가서 조합원들을 설득해 내야 하고, 사측 위원들은 경영진을 설득하는 뭐 그런 중간에 낑긴 입장이기도 하죠. 협상은 사실 협상 이전 / 테이블 밖의 상황에서 이미 끝나있는 것이고... 교섭 진행하면서 파업도 몇번 경험했었는데, 말씀주신 것처럼 파업 전에 쟁의기금이 얼마나 모여있느냐와 함께, 월급 지급된 다음날 파업 시작해서 최대한 시간을 확보하는 것도 참 중요하다 싶었습니다. 파업이 한달 꽉 채우고 당장 생활비가 안 들어가면 조합원들 집에서 일단 난리가 나니까요.
생활비 보전 명목도 있고, 경영진을 설득하는 가장 쉬운 길이기도 합니다.
임금 n% 인상해버리면 향후 임금수준에 영구적으로 영향을 끼치는데, 일시금으로 털면 그런 영향이 없거든요.
임금 n% 인상해버리면 향후 임금수준에 영구적으로 영향을 끼치는데, 일시금으로 털면 그런 영향이 없거든요.
민노총 위원장 출신인데 무려 엠비시절 강경책 하면서도 살아남은거보면 선 타는 능력은 탁월하다고 봐도 될거같습니다.
빨간날 시급제 가산은 생각해볼 지점이 있긴 합니다. 제가 알기로 영프독미 다 공휴일 시급제 가산이 의무가 아니거든요. (일괄 법정근로시간 넘는 순간부터 오버타임으로만 지급) 무조건 법을 폐지하자는 말은 아니지만 협상 카드로는 쓸 수 있지 않을까하는...
빨간날 시급제 가산은 생각해볼 지점이 있긴 합니다. 제가 알기로 영프독미 다 공휴일 시급제 가산이 의무가 아니거든요. (일괄 법정근로시간 넘는 순간부터 오버타임으로만 지급) 무조건 법을 폐지하자는 말은 아니지만 협상 카드로는 쓸 수 있지 않을까하는...
시급제는 해 본적이 없어서 잘 몰랐는데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노사 교섭은 고도의 정치행위라는 말씀에 매우 동의합니다. 플레이어의 목적과 이해가 다르지요. 심지어 경영진 사이에서도 목적과 이해가 다른 경우가 있더군요.
쟁의기금 모아놓는 노조 정도면 대한민국 상위로 세는 것이 빠른 노조이지요..
그리고 이론적으로 추석연휴에 라인을 다 세운다고 해도 그 약정한 주 근로시간만큼은 시급이 나가야 합니다. 그것이 유급휴일이니까.. (끄덕)
말씀하신 비번과 유급휴일이 겹칠 경우 무급휴일화 되는 것은 주간 소정근로시간을 다 채웠을 경우에 한합니다.
물론 라인이 안 서는 경우에는 안 따져도 되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이론적으로 추석연휴에 라인을 다 세운다고 해도 그 약정한 주 근로시간만큼은 시급이 나가야 합니다. 그것이 유급휴일이니까.. (끄덕)
말씀하신 비번과 유급휴일이 겹칠 경우 무급휴일화 되는 것은 주간 소정근로시간을 다 채웠을 경우에 한합니다.
물론 라인이 안 서는 경우에는 안 따져도 되는 이야기입니다..
어려운 지점이 있어요. 법대로 하려다 오히려 근로자에게 실질적으론 불리하게 되는 경우도 있고 그런 경우 같으면 근로자들이 오히려 불법적인 걸 더 원하고... 그리고 노동부 새 장관은 흠 저도 민노 출신이라고 아주 크게 특필되긴 했는데 사실 민노위원장 경력은 상대적으로 옛날 일이고 요즘은 좀 다를 것 같다는 생각이 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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