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원들이 추천해주신 좋은 글들을 따로 모아놓는 공간입니다.
- 추천글은 매주 자문단의 투표로 선정됩니다.
Date 20/12/29 19:13:33
Name   아침커피
Link #1   https://crmn.tistory.com/125
Subject   만국의 척척석사여 기운내라
또 유명인의 대학원 졸업 논문 표절 논란이 터졌다. 말이 논란이지 지금까지 나온 내용만 보더라도 다른 사람 논문을 복사 및 붙여넣기 한 것이 확실해 보인다. 올해 들어서만 벌써 몇 번째인지. 특정인에 대해서가 아니라, 이 사회에 팽배한 이 현상에 대해 짧게 이야기를 해 보고 싶다.

이런 기사를 볼 때마다 씁쓸해진다. 누군가는 그렇게 편하게 석사, 박사를 땄겠지. 그렇게 전문가 칭호를 얻어서 엉터리 지식으로 책을 쓰고 TV활동을 해서 명예를 얻고 엄청난 수입을 올린다. 그러다가 한참 나중에 논문 표절 논란이 일어나면 자숙하겠다고 하며 방송 활동 잠시 중단. 이미 일반인들이 평생 벌어도 못 벌 돈을 번 후다. 공소시효가 이미 지나서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는 것은 덤.

나는 석사를 3년 했다. 2년차에 이미 거의 다 써 놓았던 졸업논문이었지만 무슨 방망이 깎던 노인마냥 졸업논문 다듬는 데에만 1년이 더 걸렸다. 지도교수님은 석사라고 봐 주는 법이 없으셨다. 그렇게 평생 아무도 읽지 않을 석사논문을 쓰느라 밤을 새고 문헌조사를 하고 실험을 돌리고 몸을 버리고 목디스크를 얻고 나이를 먹었다.

한 다리 건너 누군가는 실력 좋은 포닥에게 돈을 주고 석사 논문을 대필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또 어떤 포닥이 써서 유명 학회에 뽑힌 논문은 아무리 재현하려 해 봐도 그 수치가 안 나왔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뭐 멀리서 찾을 필요도 없이, 올해 한국에서만도 유명인의 석사, 박사 논문 표절 사건이 얼마나 많이 터졌나.

임재범 말을 흉내내보고 싶다. "내가 만일 쓸쓸하고 외로울때면 누가 나를 위로해주지? 그건 바로 여러분." 아쉽게도 한국 사회는 그렇지 않아 보인다. 논문을 표절한 유명인의 인스타그램에는 힘내세요, 화이팅입니다가 엄청나게 달려 있다. 내 마음을 가장 아프게 하는 것은 "다 관례적으로 그렇게 하던거 아니에요? 그게 뭐가 큰 문제에요?" 라는 댓글들이다.

예전같으면 화가 났을텐데 이젠 그냥 우울해진다. 요즘은 요령없이 살고 바보같이 석사 논문 정직하게 쓰겠다고 고생한 내가 바보인건가 하는 생각까지 든다. 이런게 뉴노멀이라는 건가 싶기도 하고. 그렇게 고생해서 석사를 딴 뒤 내 삶이 바뀐 것이 있다면 "척척석사" 라는 놀림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너는 박사 안 했으니까 척척석사네. 아 여기 척척석사 오셨다. 척척석사님 한 말씀 해 주세요.

어제 성경 잠언을 읽는데 의롭게 살며 적게 버는 것이 불의하게 살며 많이 버는 것보다 낫다는 말이 있었다. 그래, 누군가는 표절로, 누군가는 대필과 수치 조작으로 학위를 따서 전문가 행세를 하는 동안 바보같이 척척석사로 사는 또다른 사람들이 있다. 잠언은 그런 척척석사들이 더 낫다고 하더라. 만국의 척척석사여 기운내라.

* Cascade님에 의해서 티타임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21-01-12 16:55)
* 관리사유 : 추천게시판으로 복사합니다.



35
  • 추천박고 갑니다 ㅠㅠ
  • 석사는 킹정이지.
  • ㅇㅈ합니다.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422 기타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차가운 거리로 나서는 이유 4 삼유인생 24/12/08 1013 40
1421 기타임을 위한 행진곡을 만난 다시 만난 세계, 그리고 아직 존재하지 않는 노래 4 소요 24/12/08 875 10
1420 기타 나는 더이상 차가운 거리에 나가고 싶지 않다. 9 당근매니아 24/12/08 1320 43
1419 기타페미니스트 vs 변호사 유튜브 토론 - 동덕여대 시위 관련 26 알료사 24/11/20 4565 33
1418 문학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 - 오직 문학만이 줄 수 있는 위로 8 다람쥐 24/11/07 1160 32
1417 체육/스포츠기계인간 2024년 회고 - 몸부림과 그 결과 5 Omnic 24/11/05 820 32
1416 철학/종교비 내리는 진창을 믿음으로 인내하며 걷는 자. 8 심해냉장고 24/10/30 1072 21
1415 정치/사회명태균 요약.txt (깁니다) 21 매뉴물있뉴 24/10/28 2045 18
1414 일상/생각트라우마여, 안녕 7 골든햄스 24/10/21 1072 36
1413 문학뭐야, 소설이란 이렇게 자유롭고 좋은 거였나 15 심해냉장고 24/10/20 1727 41
1412 기타"트렌드코리아" 시리즈는 어쩌다 트렌드를 놓치게 됐을까? 28 삼유인생 24/10/15 2012 16
1411 문학『채식주의자』 - 물결에 올라타서 8 meson 24/10/12 1065 16
1410 요리/음식팥양갱 만드는 이야기 20 나루 24/09/28 1336 20
1409 문화/예술2024 걸그룹 4/6 5 헬리제의우울 24/09/02 2186 13
1408 일상/생각충동적 강아지 입양과 그 뒤에 대하여 4 골든햄스 24/08/31 1524 15
1407 기타'수험법학' 공부방법론(1) - 실무와 학문의 차이 13 김비버 24/08/13 2184 13
1406 일상/생각통닭마을 10 골든햄스 24/08/02 2099 31
1405 일상/생각머리에 새똥을 맞아가지고. 12 집에 가는 제로스 24/08/02 1728 35
1404 문화/예술[영상]"만화주제가"의 사람들 - 1. "천연색" 시절의 전설들 5 허락해주세요 24/07/24 1536 7
1403 문학[눈마새] 나가 사회가 위기를 억제해 온 방법 10 meson 24/07/14 2021 12
1402 문화/예술2024 걸그룹 3/6 16 헬리제의우울 24/07/14 1785 13
1401 음악KISS OF LIFE 'Sticky' MV 분석 & 리뷰 16 메존일각 24/07/02 1686 8
1400 정치/사회한국 언론은 어쩌다 이렇게 망가지게 되었나?(3) 26 삼유인생 24/06/19 2929 35
1399 기타 6 하얀 24/06/13 1953 28
1398 정치/사회낙관하기는 어렵지만, 비관적 시나리오보다는 낫게 흘러가는 한국 사회 14 카르스 24/06/03 3190 11
목록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