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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6/02/03 15:12:41수정됨
Name   하얀
File #1   0203153714296532.jpg (270.4 KB), Download : 19
Subject   아파트와 빌라에서 아이 키우기


저는 아이를 키우면서 아파트와 빌라 모두에 거주해 봤습니다.

그 경험을 나누려고 합니다.

이미 잘 아시는 분들에겐 당연한 소리로 한다고 느낄 수 있겠지만 저는 아이를 가진 후에야 전에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고 직접 겪어서야 알게 되어서요. 그런 측면에서 봐주시기 바랍니다.

배경을 설명하면 저는 어렸을 때 복도식 아파트, 신축 아파트, 주택을 골고루 살았고 독립해서는 주구장창 주택, 빌라에서만 살다 결혼하고 아파트에 살기 시작했습니다. 어렸을 때 아파트에 살면서 답답하다고 느꼈으며, 제가 살 집으론 작은 정원이나 옥상 딸린 주택을 선호합니다. 개성적이고 다양한 주택문화가 아닌 ‘아파트공화국’에 대한 혐오도 과거에는 조금 있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아이를 낳고 나서 육아휴직을 안 쓰는데 회사일도 하며 육아 최대시간 확보를 위하여 평일에는 회사 근처 동네의 빌라에 살고, 주말에는 거리가 먼 아파트에 사는 생활을 1년간 해봤습니다. (첫째 7개월~18개월)

아파트와 빌라, 아이가 없을 때는 그냥 이게 취향의 문제였는데요. 아이를 낳고 나니 다르게 보입니다.
결과적으로 어린 아이 키우기엔 아파트가 훨씬 편했습니다. ‘안전함’과 ‘청결’의 측면에서요.

아파트에서 아이키우기 좋았던 점들을 보겠습니다.

1. 단지 내 정원(인도) : 집 1층 현관에서 바로 밖이 도로나 주차장이 아닌 점이 가장 큰 메리트였습니다. 
솔직히 집 안 실내는 요즘 다 인테리어가 좋아서 빌라도 예쁜 집 많습니다. 제가 결혼 전 살던 주택도 어디에든 자랑할만큼 예뻤어요. 그렇지만 그런 주택가(빌라촌)이 어린아이 키우기 안좋은 제일 큰 점은 나오자마자 필로티 주차장이거나, 차들이 쭉 주차된 골목길 도로라는 것입니다.
  
힘들게 아이 옷을 입히고 짐을 챙겨 엘리베이터 타고 내려오는 것까지는 동일합니다. 빌라에서는 주차장 차에 치일까 바싹 긴장해 안아들게 됩니다. 아파트에서는 아기가 아장아장 걷게 하고 그대로 걸어서 놀이터로 갑니다. 아이들은 생각보다 스스로 걷고 스스로 움직이고 싶어합니다. 이 부분의 여유가 크게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유모차를 미는 12개월 이하 어린 시절에도 그렇습니다. 차 사이의 차도로 유모차로 밀고 가는 것보다 단지내 정원을 산책하는 것이 자동차 매연도 신경 안쓰이면서 안전하고 여유가 있습니다.

2. 쓰레기 관리 : 빌라촌의 또 다른 단점은 전봇대마다 있는 쓰레기더미였습니다. 아무리 버리는 요일 지정하면 뭐하나요. 그 날 밤과 그 다음날 아침은 정말 더럽기 그지 없는걸요. 고양이가 봉투는 뜯고, 쓰레기 주워가시는 분들이 다 헤집어 놓는데 아파트에서는 이 부분이 깨끗하게 관리되는 점이 크게 다가왔습니다. 1번과 합쳐져서 아이가 그 쓰레기 쌓인 앞을 지나가야 할 상황도 만들어집니다. (다들 쓰레기 버리는 요일에 맞춰 버리는게 아니니까요. 특히 재활용은요) 제가 지낸 동네는 쓰레기 관리가 깨끗하게 되는 주택가여도 아파트와 비교할 수는 없었습니다. 웃기게도 이 부분은 아이 있기 전에는 그렇게 직접적으로 다가오지 않았습니다. 전 이른 아침에 골목이 하루 이틀 더럽든 말든 빠른 발걸음으로 벗어나 회사를 가면 되었으니까요. 하지만 아이는 어른처럼 회사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주거지 근처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3. 지하 주차장 : 추운 겨울 바람이나 뜨거운 여름 햇살을 피해 차에서 잠든 아이를 안아들고 바로 실내로 이동할 수 있는 엘리베이터가 연결된 지하주차장이 유용했습니다. 아이가 어릴수록 크게 느끼는데, 아이가 크면 그렇게 중요하지 않을 것도 같습니다.

4. 단지 내 놀이터, 실내놀이터, 아이도서관 : 실외 놀이터는 동네 놀이터로도 좋습니다. 그렇지만 커뮤니티 시설 중 실내놀이터나 아이도서관이 있어서 날씨가 궂은 날 활용할 수 있는게 좋습니다. 아이를 키워보니, 생각보다 외부활동을 적절히 섞어줘야 하는데 평일에도 매일 주말처럼 키즈까페(2시간 기본, 보통 2~3만원대)를 다니기는 부담스럽습니다. 그냥 집 앞에 있는 단지내 놀이방에서 30분~1시간 정도만 놀아도 충분합니다.


모두 사소하다면 사소한 점입니다. 극복 못할 정도도 아니고, 그저 조금 불편하고 에너지가 조금 더 들 뿐입니다. 에너지가 넘치는 젊은 시기에 그런게 무슨 큰 차이가 될까 싶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제게는 그 차이가 쌓여서 '주택 선호자'인 저조차 아이키우기에 있어서 아파트의 장점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럼 이제 제 경험에서 우러난 아이키우기 좋은 주택, 빌라 구하는 팁을 드리고 싶습니다. 이건 제가 앞으로 집을 구할 때도 적용됩니다.

1. 공원이나 놀이터를 바로 앞에 둔 주택,빌라를 구하기 : 아파트의 실내 정원만 정원입니까. 공공 정원도 정원이죠. 아이랑 산책할 공원, 놀이터 바로 앞 집을 구하세요. 차도를 최소화 해야 합니다. 놀이터는 날 좋으면 정말 매일도 나갑니다.

2. ‘아이사랑놀이터’, ‘서울형 키즈까페’가 가까운 위치로 구하기 : 요즘 저렴하고 넓고 깨끗한 실내 놀이터가 지자체 차원에서 많이 생겼어요. 그 위치를 고려해서 집을 구하세요. 비올 때 추울 때 정말 좋습니다.

3. 아파트와 빌라가 섞힌 동네보다는 주택만 있는 동네가 분위기가 좋다. 물론 주택으로 구성된 동네에도 비싼 주택은 있는데 그래도 아파트가 섞여 있는 동네와는 느낌 자체가 다릅니다. 이제 얼마남지 않은 주택만 모여있는 동네의 독특한 분위기는 점점 사라져가고 있지만 그래도 아직 남아 있습니다. 이런 동네는 토박이도 많고 옛날 우리나라에 있다는 ‘정’이 확실히 남아있다고 저는 느꼈어요.

안전이야 좀 신경쓰면 되는 거고, 남는 것은 빌라촌의 쓰레기더미. 저 이거 지자체 해결 사례를 직접 목격하고 놀랐습니다. 인덕원쪽에 당근하러 갔을 때, 빌라들이 모여있는 곳인데 마치 아파트처럼 지붕있는 쓰레기분리수거장이 있는 것을 보앗습니다. 기사에서 찾지는 못했는데 안양에서 시범사업한 내용이 나오네요. (https://www.1gan.co.kr/news/articleView.html?idxno=82449) 인덕원이 이 사진보다 더 깨끗하고 아파트에서 있는 형태였습니다. 이게 되는거였구나 싶어 놀랐습니다. 실은 아파트의 장점인 커뮤니티도 여러 구역을 묶어서 관리비를 내면 될 수 있다는 단초를 웹소설(‘정치인이 정치를 너무 잘함’)에서 보았습니다.(여기서 아파트의 어린이집, 놀이터만 체리피킹처럼 이용한다는 아이 엄마에 대한 갈등이 나왔죠.)  결국 제가 빌라에서 느낀 불편함, 아파트에서 느낀 편리함은 정책으로 어느 정도 해소가 가능한게 아닌가 싶습니다.

또한 오해하시지 말기 바랍니다. 저는 동네 구하기 팁의 마지막에 해당되는 주택만 있는 동네에서 어르신들과 초등학생들과 아이 엄마들과 사라져가는 정을 느끼며 재미있게 지냈습니다. 사람들만 놓고 보면 주택 동네가 너무 좋았어요. 정말 좋아서 오히려 아이들이 초등학생 정도로 크면 다시 돌아가고 싶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그 동네도 재개발 열풍이 불어 아파트를 짓고 싶어 하던데 그 때까지 그런 분위기가 이어질지 모르겠습니다.

+ 쓰다말아 이어쓰기

이런 상황에서 젊어서는 주택(빌라)에 살다가 아이 크면 아파트로 옮기라는 이야기가 실은 잘 와닿지 않습니다. 아이가 어릴 때니 기억하지 못하니 성인인 너희들이 고생하라는 측면으로 보이는데 이게 요즘 시대에 납득이 될까요? 주변에서 본 경우로는 보통 아이가 1,2살이 되면 아파트로 이사하는 케이스가 많았어요.(이 또한 특례대출의 위엄) 그럼 이 상황을 바꾸고 싶은 사람들(정책입안자 포함)은 어떻게 해야할까요? 남일이라 치부하고 나만 내 아이들만 잘살면 된다고 생각하면 쉽겠지만...그럼 변하는 건 없겠죠. 아파트만큼 빌라도 안전하고 청결할 수는 없을까 이 점을 생각해 봤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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