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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18/08/20 13:56:11 |
Name | 소라게 |
Subject | (스압, 데이터 주의) 오키나와 여행기 ~마지막 날~ |
아마 조식을 먹으려고 했던 것 같은데. 그걸 먹기에 우린 너무 피곤했고, 가까스로 눈을 떴다가 도로 감았다. 그러니까 어제 바까지는 괜찮았다. 그런데 기분이 갑자기 엄-청 좋아져서, 우린 편의점에 나갔고 마음에 드는 맥주를 집었다. 아무거나 흥미가 있는 것들을 골라서 계산대로 가져갔는데 남자직원이 뜻밖의 말을 건넨다. 다음에 일본에 오면 꼭 저희 가게에 와 주세요. 여기 편의점 아니고 호스트바예요? 그리고 애초에 호텔 앞 편의점 여기밖에 없는데. 하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냥 씩 웃고 말았다. 저게 일본식 친절인가 보지. 별 일도 다 있지 하며 낄낄 웃었다. 맥주를 따고, 뭔가 짠 듯한 과자를 먹고 눈을 감았다가..... 그렇게 방탕하게 보낸 다음날에는 눈을 뜰 수가 없다. 체크아웃을 해야 하는 시간이 다가와서야 우린 간신히 눈을 떴다. 빠르게 짐을 싸고 문득 배고파질 참에 1층 라운지가 보인다. 일본에 왔으니 케이크는 먹어야지. 맥주 해장을 케이크와 아메리카노로 하기로 결심했다. #멜론 쇼트 케이크. 부드럽고 달콤하고, 모자람 없는 맛이었다 #아침 한정 데니쉬&크로와상 셋트. 질 좋은 버터를 사용해서 더욱 고소하다 거울을 보니 엄청나게 부은 얼굴이 보인다. 여행 첫날 찍은 사진과 비교하면 동일인물이 맞으시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어떡하지, 살찐 거 같은데 하고 걱정하는 것도 잠깐이었다. 케이크도 정말 부드러웠지만, 무엇보다 크로와상이 바삭하고 고소해서 멈출 수 없는 맛이었다. 이렇게 버터맛이 진한 크로와상은 오랜만에 먹어본다. 동생도 눈이 동그래져서 바쁘게 포크를 놀렸다. 아메리카노를 한잔 쭉 마시고 나니 이제야 뭐가 내려가는 것 같기도 하고. 동생과 회비를 세어 보니, 얼추 택시 탈 만큼은 남아 있다. 도무지 저 짐을 끌고 유이레일로 갈 자신이 없어서, 택시를 타기로 했다. 일본 택시는 자동문이니까 얌전히 기다려야지. 거기까진 좋았는데. 택시 아저씨가 트렁크를 닫지 않고 달린다. 잠깐, 잠깐만요. 호텔 직원이 택시를 따라 달리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호텔 직원의 달리기 덕분에 가방은 무사했고, 나는 익숙한 장면을 떠올려냈다. 뭐야, 이거 마치 결혼식 당일날 신부가 도망가는 영화같잖아. #피카츄를 포획했다. 역시 몬스터볼에 들어가지는 않는다(?) 피카츄를 압송해서 한국으로 돌아가는 길. 나하공항에는 그리 볼 게 많지 않아 우린 음료나 시켜놓고 꾸벅꾸벅 졸고 있다. 그런데, 낯익은 얼굴이 보인다. 스냅을 찍어준 사진사 분이다. 돌아가는 날이 같아 마주칠 것 같다고는 생각했지만 정말로 마주칠 줄이야. 반갑게 인사하고서는 다시 꾸벅꾸벅 존다. 아무래도, 어제 너무 늦게 자 버린 것 같다. 비행기를 타고 나서도 동생과 나는 말이 없다. 잠깐 눈을 감은 것 같은데 눈을 뜨니 벌써 인천공항이다. 그런데 문제가 남아있다. 우린 길치다. 길치 주제에 공항 깊숙히 들어가서 부대찌개를 사 먹은 것까지는 좋았는데. 우리는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를 못 찾아서 인천공항을 세 바퀴째 돌고있다. 언니랑 여기서 살래? 평수 큰 거 감당 가능하겠니? 우린 뱅뱅 돌며 헛소리를 한다. 이제 딱 죽겠다 싶으니 사막에서 신기루가 보이는 것 마냥, 엘리베이터가 나타난다. 이쯤 되니 엘리베이터에게 불신이 생긴다. 저건 아래로 내려가지 않는 엘리베이터일 거야. 저거 타고 내리면 또 똑같은 위치에 와 있을 거야. 나는 최근에 길찾기에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영화를 다시 봤는데, 그 영화의 이름은 <블레어 위치>다. 공포에 떨며 엘리베이터를 탄 우리는 다행히 내려갈 수 있었다. 일종의 성취감까지 느껴질 지경이었다. 길 잃어 버린 척, 도로 놀러갈걸 그랬나. 여행이 끝나면 아쉬운 건 어쩔 수 없다. 동생과 지하철 좌석에 나란히 앉아 그런 이야기를 했다. "다음엔 어디 가지?" "어디든지." "너 가고 싶은 데 가자." "언니 가고 싶은 데가 내가 가고 싶은 데잖아." "그럼 다음주에 고기 먹으러 가자." "그래."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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