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8/07/17 12:18:20
Name   라밤바바밤바
Subject   소개팅이 단순히 싫은 정도를 넘어 소개팅이라는 단어에도 공황장애 증상을 느낍니다.
안녕하세요, 남들에게 말하기 힘든 어려움으로 힘든 생활을 겪고 있는 30대 여성입니다.
저는 소개팅 공포증을 가지고 있습니다.


친구들과 웃으면서 "단순히 나 소개팅 공포증 있어서 소개팅 안 받아, 소개팅 가면 할말 없고 어색해지는게 싫어서 그래."


이런 식으로 재치있게 소개팅 제안을 거절하기 위해 쓰는 말이 아니예요.

정말로 누군가 선의로 제게 소개팅 제안을 하기만 해도, 마음 속에서 알 수 없는 공포감이 솟아나고, 심장 박동이 증가하며, 며칠 동안 우울한 기분에서 벗어나지 못해요.
음...공황장애의 증상과 가깝다고 할 수 있어요.



그렇다고 제가 대인기피증이 있거나, 사회생활에 서투른 성격이 아닙니다.
오히려 저는 외향적이고 사교적인 편에 속해요. 사람들과 함께하는 자리, 파티, 동호회, 게스트하우스에서 낯선 사람들과 친해지는 것이 전혀 두렵지 않고 오히려 편합니다.
주변 사람들에게는 사람이 좋다, 배려심이 많다는 평가를 듣습니다.
저도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이 즐겁고, 인생의 활력을 느끼는데.

소개팅으로 사람을 만나는게 너무 두렵습니다.


2~30대, 한창 청춘일 나이. 연애를 해보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몇 년 전에는 소개팅을 많이 받아보려 노력한 적도 있었어요.


그리고 그 많은 소개팅이 저에게는 불편한 경험으로 남아 있습니다.

소개팅에서 좀 안 좋은 꼴을 많이 겪었어요.


처음 만난 자리에서 결혼을 강요하며 앞으로 몇 번 더 만나고 결혼식장을 예약하자며 다이어리 스케줄표를 건네던 사람,
난 그저 해외여행 좋아한다고만 말했을 뿐인데, 좋은 대학교 나온 사람은 다들 그렇게 허세가 심한가봐요? 하던 전문대 나온 사람
내가 말을 하고 있는데 저를 쳐다보기는 커녕 아예 대놓고 벽을 보는 등 너무 무례한 것 같아 정중히 거절했더니 10분 간격으로 문자로 욕설을 퍼붓던 2살 많은 연상남.
제가 된장녀가 아닌지 테스트를 해보려 하고, 스캔을 하는게 다 느껴졌던 사람.



지금껏 몇십 명 정도 소개팅으로 만났는데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픕니다.



또 오로지 사귀어야 할 이성이라는 기준으로 판단하면서, 서로를 스캔하면서 점수를 매기는게 피부로 느껴져요.
너무 지치고 피곤합니다.
그냥 동호회나 모임으로 인간 대 인간으로 편하게 교감을 나누면 상처받지 않을 수 있는데,
상대방의 개성이 평가의 대상이 아닌 존중의 대상으로 여겨지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편하게 마음을 열 수 있는데.


그래도 몇 년 전까지는, 나만 힘든 게 아니다.

다들 이런 힘든 과정을 거쳐서 자신만의 짝을 찾는거다.
내가 노력도 안 해보고 좋은 사람 못 만난다고 징징대는 걸까?


이렇게 억지로 소개팅을 더 해보면서 전 더욱 피폐해지기만 하고,


정말 소개팅을 나가야 한다는 생각만 해도 겁에 질려 주저앉고 싶고 엉엉 울고 싶어요.





연애를 많이 한 편은 아닙니다.
친구를 만들고 공감을 나누는 걸 좋아하지만, 이성으로 느껴지는 경우가 적었습니다.
제 경우에는 좋아하는 마음 없이 시작한 연애는 잘 되지 않았어요.
그리고 그렇게 만나는 건 억지 연애, 연애 코스프레같은 생각이 들고 나 자신도 지칠 뿐더러 상대방을 속이는 생각이 들어서 매번 미안하기만 하더군요
남들은 사귀면서 좋아지는 거다, 처음부터 불꽃 튀는 운명 같은 느낌을 가지고 시작하는 사람은 없어, 좀 더 노력을 해봐라.
이렇게 말하지만...




저는 끝끝내 호감 없는 사람은 아무리 노력해도 진심으로 좋아할 수가 없었어요.

계속 연애 코스프레만 할뿐...

그래서 정말 좋아하는 마음이 생기기 전까지는 연애에 돌입하지 않기로 했어요.
그러다보니 거의 준 모쏠같은 상태가 되었네요. 연애 경험은 있지만 다 합해보면 길지 않은.
그런 삶이 불행하진 않아요.


전 오히려 마음 없이 연애하는 것보다, 제 시간을 온전히 저만을 위해 사용하는 지금이 좋고 즐겁습니다. 바꾸고 싶지 않아요.




이런 저를 아깝게 느꼈는지, 부모님부터 주변 분들까지 소개팅을 주선해주는데.
이제는 시작도 해보지도 않은 소개팅, 해보라는 권유만 들어도 공포감과 공황장애 증상에 며칠이 괴롭네요.




울면서 말을 해서 이제 부모님은 더 재촉 안 해보겠다, 니 마음이 안정될때까지 기다리겠다고 하지만.





친구들에게 소개팅 싫다, 내게 소개팅 제의만 받아도 공황장애 증상 때문에 괴롭다는 말을 어떻게 전해야할지 모르겠어요.


그냥 엄살 부리는 건데 왜 그러냐, 나는 너 생각해서 좋은 쪽으로 일부러 소개팅 주선해주는건데 고작 그런 거에 공황장애 증상 느낀다니 당황스럽다고 할까봐요.



5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공지 티타임 게시판 이용 규정 2 Toby 15/06/19 31450 7
    14953 게임[LOL] 10월 3일 목요일 오늘의 일정 5 + 발그레 아이네꼬 24/10/02 103 0
    14952 생활체육[홍.스.골] 9월대회 결산 켈로그김 24/10/02 144 0
    14950 스포츠[MLB] 김하성 시즌아웃 김치찌개 24/09/30 250 0
    14949 게임[LOL] 9월 29일 일요일 오늘의 일정 발그레 아이네꼬 24/09/29 199 0
    14948 요리/음식팥양갱 만드는 이야기 14 나루 24/09/28 609 17
    14947 게임[LOL] 9월 28일 토요일 오늘의 일정 발그레 아이네꼬 24/09/27 159 0
    14946 게임[LOL] 9월 27일 금요일 오늘의 일정 발그레 아이네꼬 24/09/27 176 0
    14945 일상/생각와이프한테 혼났습니다. 3 큐리스 24/09/26 806 0
    14944 게임[LOL] 9월 26일 목요일 오늘의 일정 발그레 아이네꼬 24/09/25 174 0
    14943 게임[LOL] 9월 25일 수요일 오늘의 일정 1 발그레 아이네꼬 24/09/25 132 0
    14942 일상/생각마무리를 통해 남기는 내 삶의 흔적 kaestro 24/09/25 595 3
    14941 기타2002년에도 홍명보는 지금과 같았다? 4 Groot 24/09/24 706 1
    14940 일상/생각 귤을 익혀 묵는 세가지 방법 11 발그레 아이네꼬 24/09/24 612 6
    14939 일상/생각문득 리더십에 대해 드는 생각 13 JJA 24/09/24 679 1
    14938 일상/생각딸내미가 그려준 가족툰(?) 입니다~~ 22 큐리스 24/09/24 643 14
    14937 오프모임아지트 멤버 모집등의 건 26 김비버 24/09/23 1359 21
    14936 문화/예술눈마새의 '다섯번째 선민종족'은 작중에 이미 등장했을지도 모른다. 6 당근매니아 24/09/22 611 0
    14935 육아/가정패밀리카에 대한 생각의 흐름(1)-국산차 중심 28 방사능홍차 24/09/21 941 0
    14934 도서/문학이영훈 『한국경제사 1,2』 서평 - 식근론과 뉴라이트 핵심 이영훈의 의의와 한계 6 카르스 24/09/19 874 15
    14932 일상/생각와이프한테 충격적인 멘트를 들었네요 ㅎㅎ 9 큐리스 24/09/19 1450 5
    14931 일상/생각추석 연휴를 마치며 쓰는 회고록 4 비사금 24/09/18 612 9
    14930 방송/연예(불판)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감상 나누기 68 호빵맨 24/09/18 1468 0
    14929 음악[팝송] 혼네 새 앨범 "OUCH" 김치찌개 24/09/18 200 1
    14928 일상/생각급발진 무서워요 1 후니112 24/09/17 579 0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