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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18/06/11 22:00:39 |
Name | Weinheimer |
Subject | (스포있음) 미니어처일까? 디오라마일까? 영화 <유전> |
*편의상 반말로 작성되었습니다. 양해바랍니다. -피터 몰리뉴는 독특한 아이디어로 잘나갔던 게임 개발자이다. 소인국에 떨어진 걸리버나 신이 된 듯한 체험을 할 수 있는 파퓰러스,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는 상황을 제어, 통제하는 재미를 일깨워줬다. ㅡ 미니어처 하우스나 각종 창작물에서 다뤘던 극소 세계의 이야기, 분재, 어항 꾸미기, 소꿉놀이 등. 사람들은 축소한 세계에 어떤 로망을 갖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실물을 축소한 미니어처를 만든다거나 갖고 노는 것도 비슷한 이유라고 생각한다. 영화 유전의 주인공 애니의 직업은 미니어처를 만드는 작가이다. 어떤 연유로 미니어처를 시작했는지는 언급되지 않지만, 작업을 계속 하는 이유를 추측할 수 있는 대사들이 나온다. -영화는 미니어처 하우스를 관망하며 시작된다. 카메라의 시점은 서서히 바뀌어 미니어처 속 사물이 아니라 동일한 장소의 인물들을 비춘다. 카메라는 종종 이런식으로 미니어처에서 현실로 시선을 옮겨가거나, 틸트 쉬프트 효과를 쓰기도 한다. 이 때문에 관객들은 극중극, 디오라마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디오라마는 스토리와 주제의식이 있어야 한다 생동감을 부여하기 위해 배경과 상세한 설정 또한 중요하다 그렇다면 유전은 어떤 상황을 소재로 만든 디오라마일까? 극중 피터(아들)의 학교수업에서 운명론에 관한 토론이 이뤄진다. 비극적인 결말이 예정되어 있을 때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이는 피터 가족이 처할 상황을 암시하기도 한다. 수에즈 전쟁, 가자지구를 배경으로 만든 디오라마. 모든 이미지는 폐간잡지 NEO에서 발췌했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빌어주세요. 디오라마는 이미 일어난 사건이나 작가가 연출한 상황으로 완성된다. 완성작은 더이상 변화하지 않고, 하나의 객관적인 기록으로 남는다. 운명론처럼 디오라마는 완성을 향해 달려나갈 뿐이다. 찰리(딸)의 사후 애니(어머니)는 혼란한 마음을 창작활동으로 달랜다. 그 와중에 딸의 사망사건을 디오라마로 만드는데, 이를 본 스티브(아버지)와 말다툼을 벌인다. 애니는 사건을 객관화 시킨 것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그녀는 디오라마를 통해 자신이 사건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고, 통제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듯 하다. 스티브는 피터를 괴롭히기 위해서 만드는 것 아니냐며 일갈한다. 허나 극이 진행되서 밝혀지는 단서에 따르면 전모는 전혀 달랐다. 애니는 자신이 디오라마를 만든다고 생각했으나 착각이었다. 그녀는 비극적 운명이라는 디오라마의 소재였을 뿐, 작가가 아니었다. 애니는 극 후반부에 이르러서야 이 사실을 깨닫게 되며, 외부인이라고 볼 수 있는 남편 스티브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나는 이걸 태울 수 없어. 당신이 도와줘" 허나 이 또한 예정된 것이었던지 비참하게 무산된다. 결국 운명을 거스를 수는 없었고 일가족은 파멸한다. 그리고 파이몬의 강림. 디오라마는 이미 오래 전에 완성되어 있었다. p.s 영화를 보고 난 후에 찾아보니 파이몬이라는 악마가 감덕님의 창작물이 아니었습니다. 관장하는 영역은 파멸,분쇄,폭주 라고 하네요. p.s2 미니어처는 디오라마보다 광의의 의미입니다. 디오라마는 내러티브가 강조된 하위장르인데 요즘에는 어떤 식으로 쓰이는지 모르겠네요. 미니어처는 인형의 집처럼 변경이 가능한 것도 있다보니, 디오라마라는 용어를 주로 썼습니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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