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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7/03/24 21:51:03
Name   곰곰이
Subject   명왕성이 행성 지위를 상실한 이유와 복귀 가능성


오늘의 주인공 명왕성 (2015년 뉴호라이즌스호 근접촬영, NASA)
- 반경: 1151km (달 1738km, 수성 2439km)
- 온도: 영하 248도
- 거리: 뉴호라이즌스호가 총알보다 10배 빠른 시속 58000km로 10년 동안 날아가 도착 (실제로는 스쳐 지나감)


지난 글 (https://kongcha.net/?b=12&n=380) 에서 약속드렸던 명왕성 관련 이슈 정리 글입니다.
명왕성이 행성 지위를 상실한 지 벌써 10년이 넘었고, 네이버나 나무위키를 찾아보면 이미 관련 정보를 풍부하게 얻을 수 있습니다만, 
이 글만 읽어봐도 웬만큼 필요한 지식을 다 접할 수 있도록 최대한 쉽고 간략하게, 
그리고 배경이 되는 정보 중 유용한 부분을 버무려 작성하려고 합니다.


우선 명왕성 관련 소식을 접할 때마다 헷갈리는 용어부터 정리하겠습니다.

● 왜행성 (Dwarf Planet)
왜소한 행성이라는 의미로, 왜소행성이라고도 부릅니다. 행성보다는 작지만, 나름 ‘원형’의 형태를 가지고 있는 천체를 뜻합니다. 
소행성과 같은 카테고리로 묶을 수 있습니다만, 소행성은 원형이 아닌 경우도 많습니다. 
우주에서 ‘원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이상의 질량과 크기를 가지고 있어야 하므로 ‘원형’의 형태는 중요한 구분 지표가 됩니다. 
[명왕성이 행성 지위를 상실한 이후부터 이 왜행성으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지구와 달에 비교한 주요 왜행성과 그 위성


● 외행성 (Superior Planet)
태양계 내에서 지구 바깥 궤도를 공전하는 행성입니다. (화성,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
반대로 지구 안쪽을 도는 수성과 금성은 내행성 (Inferior Planet)입니다.
즉, 명왕성은 이제 외행성이 아니라 왜행성입니다.


내행성과 외행성 (두산백과)



명왕성의 행성 지위에 대한 논란

1930년 처음 발견됐을 때부터 논란이 있었습니다. 원래 발견하려던 위치에서 발견된 것도 아니고, 
순전히 발견자의 노가다와 행운이 겹쳐, 까마득히 멀리서 태양을 공전하는 천체를 발견한 셈인데, 
크기도 너무 작고 (달보다 작음) 공전궤도도 많이 기울어져 있어
만약 발견자가 미국인이 아니었다면 처음부터 행성으로 분류되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천왕성, 해왕성은 모두 유럽인이 발견)

결국 2005년에 명왕성 궤도 근처에서 명왕성보다 조금 더 큰 에리스가 발견되면서 명왕성 발견자 톰보 할아버지도 돌아가신지 좀 되었고
명왕성의 행성 지위에 대한 본격적인 논란이 시작되었습니다. 
미국에서는 에리스도 명왕성에 이어 제 10의 행성으로 인정하자며 시작했던 일인데 결과적으로는 명왕성의 퇴출로 마무리되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관측기술의 발달로 명왕성이나 에리스 비스무리한 천체들이 이곳저곳에서 자꾸 발견되기 시작해
이러다 태양계 행성이 너무 많아져 다 외우기도 힘든 상황이 예상되었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행성의 자격’에 대한 명확한 – 모든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 [기준]이 필요한 시점이 되었고, 
결국 2006년 세계천문학회에서 [태양계 행성의 조건 3가지]를 정리하며 명왕성은 행성 지위를 상실하고 왜행성으로 분류되어버렸습니다.

[태양계 행성의 조건 feat. 세계천문학회]
1. 태양을 중심으로 공전할 것
2. 자체 중력으로 안정적인 (원형) 형태를 지닐 것
3. 자기 궤도의 주인일 것 (근처 모든 천체를 위성으로 만들거나 밀어낼 것)


명왕성은 3번을 만족하지 못하여 퇴출당했는데, 
[명왕성 궤도 주변에서 독자적으로 움직이는 다른 여러 천체가 계속 발견되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명왕성은 자신의 위성인 카론을 실질적으로 지배하지 못하고 함께 공전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아래 이미지처럼 명왕성 – 카론의 공전 중심점이 명왕성 밖에 있음)


NASA



명왕성의 행성 지위 복권(?) 가능성

미국 천문학자들은 어떤 생각일지 모르겠으나, 현재로썬 행성 지위를 다시 찾을 가능성은 아주 낮습니다.
이미 행성의 조건 3가지가 명확히 정해졌고, 어떻게 조건을 조정하여 명왕성을 포함시킨다 하더라도, 
그럼 줄줄이 다른 왜행성들도 그 조건을 만족시키게 되어 태양계 행성이 막 늘어나는 혼란을 초래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제 미국 측에서 '행성' 지위는 포기하고 '클래식 행성 인정, 명왕성은 언제까지나 내 맘 속 행성' 이런 식의 주장을 펼치는 것 같은데
그러던가 말던가 분위기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2015년 명왕성을 근접 통과한 탐사선 뉴호라이즌 호에 실려있는 명왕성 발견자 클라이드 톰보의 유해 (NASA)
명왕성의 위성이자 명계로 가는 뱃사공 카론에게 내는 삯으로 동전 한 닢도 함께 담았다고.
2006년 1월 지구를 출발할 때만 해도 명왕성이 행성이었...


미국이 명왕성 관련으로 자꾸 떼를 쓰는 느낌이긴 하지만, 그래도 제대로 외행성들을 탐사하고 있는 유일한 나라이기도 하고, 
이렇게 자국 과학자와 그의 유산을 지키기 위해 거국적으로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 마냥 부러울 뿐입니다.
우리나라도 4대강만 안 팠으면 그 돈으로 - 시간은 좀 걸렸겠지만 - 외행성 탐사 및 화성 착륙까지 다 가능했을 텐데 말이죠.
(그렇게 돈을 쏟아부었다는 큐리오시티도 화성 착륙하기까지 1조 원 사용)


_
대략 하고 싶었던 이야기와 이미지들은 다 전달한 것 같습니다.
부족한 글들에 관심 갖고 읽어주셔서 항상 감사합니다.
평소 우주 관련 궁금증이 있으셨다면 댓글로 남겨주세요. 우주항공덕후의 즐거움을 담아 답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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