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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7/03/14 12:57:06
Name   O Happy Dagger
Subject   full fathom five
MIRANDA :
My affections
Are then most humble; I have no ambition
To see a goodlier man.

세익스피어의 템페스트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구절은 별로 언급되지 않는 미란다의 대사이다. 별건 아니고 페르디난드에게 빠진 그녀에게 프로스페로가 페르디난드 같은 사람은 너무 흔하고, 세상에는 더 나은 사람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하자, 미란다가 페르디난드보다 더 나은 사람을 보고 싶은 생각이 없다는 이야기를 하는 장면에서 나오는 대사다. 평범한... 너무나 자주 듣는 말.




미란다 - 폭풍, JW 워터하우스, 1916

죽기 1년전인 1916년 워터하우스가 세익스피어의 템페스트 1막의 한 장면을 그린 것이다. 자신의 운명이 어떻게 변하게 될지 모르는 미란다가 그녀의 아버지의 명령으로 아리엘이 배를 침몰시키는 장면을 쳐다보고 있는 장면이다. 아리엘은 배를 침몰시키고 페르디난드를 다른 선원들과 떼어놓으면서 그에게 불러주는 노래가 보통 Ariel's Song이라고 불리기도 하고, 혹은 Full Fathom Five라고 불리기도 하는 노래다. Full Fathom Five라는 구절은 워낙에 여기저기 등장을 하는데, 잭슨 폴록의 1947년 작품명이기도 하다. 뉴욕에 와서 몇 번 모마에 들렸는데, 들릴때마다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는 작품이 이 작품이다. 이유는 잘 모른다. 그냥 앞에서 보고 있으면 아무 생각도 없어지고... 그렇다고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고 싶은 생각도 들지 않는 그런 작품이다.

Full fathom five thy father lies;
Of his bones are coral made;
Those are pearls that were his eyes:
Nothing of him that doth fade,
But doth suffer a sea-change
Into something rich and strange.
Sea-nymphs hourly ring his knell:
                   Ding-dong.
Hark! now I hear them—Ding-dong, bell.

템페스트를 배경으로 해서 만든 곡들도 많아서 위의 노래에 곡들이 붙은게 꽤 있다. 가장 특이한건, Pete Seeger가 불러준게 아닐까 싶다. 앞쪽에 Ariel's song이 나오다가 뒤쪽에 햄릿의 한 구절을 이야기하고는 갑자기 반전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좀 더 전통적인 방식의 곡이라면 Peter Greenaway의 영화 Prospero's Books에서 Michael Nyman이 만든 곡이 있다. 마이클 니만과 피터 그리너웨이가 함께한 작품들 중에서 마지막 작품. 이 작품은 평생 폭풍우 무대에 4번 올라갔던 존 길거드가 영화를 만들고 싶어해서 꽤 많은 감독을 접촉했다가 다 실패하고, 결국 피터 그리너웨이가 작품을 만들기로 해서 1991년 발표된 작품이다. 첨 이 영화를 봤을때는 피터 그러너웨이의 영화를 여럿 봐서 어느 정도 익숙해져 있다고 생각했음에도 불구하고 무척이나 충격이었다. 덕분에 Pillow Book은 쉽게보인.



  피터 그리너웨이의 '프로스페로의 서재'는 내가 본 영화중에서 가장 누드가 많이 나오는 영화라고나 해야 할지. 영화에서 주인공을 비롯해서 몇 명을 제외한 수많은 요정이 등장하는데, 다들 옷을 하나도 걸치지 않고 있다. 뭐 그렇다고 전혀 음란한 느낌은 안든다. 이 작품이 언제 디지털로 마스터링해서 나올려나 하지만 나올 가능성은 없는. 꽤 오랬동안 VHS로 밖에 구할 수 없고, 지금도 아마존에 DVD라고 파는건 VHS로 나온걸 DVD-R로 떠서는 50불가까이 받고 팔고 있더라는...

Ariel's Song말고 폭풍의 에필로그도 무척이나 많이 인용되는 부분이기는 한데, 이 부분은 Lorenna McKennit이 노래로 만들어서 불러준게 있다. 개인적으로 그녀가 Ariel's Song도 불러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그녀의 선택은 프로스페로의 대사.



Now my charms are all o'erthrown,
......
Now I want
Spirits to enforce, art to enchant,
And my ending is despair,
Unless I be relieved by prayer,
Which pierces so that it assaults
Mercy itself and frees all faults.
As you from crimes would pardon'd be,
Let your indulgence set me free.


영화 프로스페로의 서재 도입부...






2


    템페스트를 다시 읽어보고 싶어지게 만드는 글이에요. 옛날에 읽었을 땐 4대 비극 같은 강한 정념이나 드라마가 보이지 않아서 별루 재미가 없었는데 이젠 많이 다를 거 같아요. (달라야해)
    키노 기사를 읽고 두근두근 하면서 그리너웨이 영화 카라바지오를 상영하는 쪼그만 시네마테크를 찾아갔던 기억이 나요. 한글자막도 없고 대사는 하나도 안 들리는 채로 오로지 명화 같은 미장센만 잔뜩 구경하다 혼란에 가득 차서 돌아왔다는... ㅎㅎ 프로스페로의 서재 재미있을 거 같아요.
    O Happy Dagger
    소위 명작이니 고전이니 하는거 어릴때 읽을께 아니라는 생각을 많이해요. 나이 좀 들어서 읽으면서 느끼는게 훨씬 더 많아지는거 같더라고요.

    피터 그리너웨이는 제가 제일 좋아하는 감독중에 하나예요. 그의 작품에 나타난 상징을 이해하는건 어렸을때부터 서구문명에 젖어서 살고 다른 한편으로는 도상학이라도 공부하지 않는 이상에는 불가능할것 같지만, 그냥 화면을 보는것만으로도 황홀한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오 그리너웨이 좋아하셨군요. 저는 영국식 정원 살인사건이랑 요리사 도둑 아내..는 재미있게 봤고, 말씀드린 대로 카라바지오는 이 영화를 봤다고 해야 하나 못 봤다고 해야 하나 고민스러운 상태...이고 이 감독의 딴 작품들은 못 봤어요. 영화 만드는 걸 보면 엄청 지적인 양반이고 하나하나 공부해 보면 재미있을 거 같은데, 예전엔 그 약간 차가운 듯한 형식미에 금방 빠져들기엔 진입장벽이 좀 높더라고요. 이제 보면 또 다를 것 같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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