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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6/07/21 22:27:24
Name   jsclub
Subject   어린시절 나의 영웅들...그리고 시크했던 소년
초등학교 4학년인가 5학년인가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는다. 맞다. 초등학교가 아닌 국민학교 말이다. 그렇다. 난 아재다.
아무튼 당시에 나의 영웅들을 만났던 이야기를 못쓰는 글이지만
써보려 한다.

지금 매봉터널있는쪽에 한신 아파트가 있었고 그아파트 상가에 목욕탕이 있었다. 겉보기엔 그냥 평범했던 목욕탕인데 이 사우나에는 두가지 특이한점이 있었다.
첫번째는 여탕을 들여다볼수있는 창문이 있었다는것이지만 난 한번도 들여다볼 기회가 없었다. 아니 들여다 보지 않았다.
"난 그런 치사한짓 안해~" 제목에 나온 시크한 소년이 나다.지금은 내가 왜그랬을까 싶다.
두번째는 길건너 지금 매봉터널있는쪽에 현대 농구단 체육관이 있었고 종종 현대전자 선수들을 사우나에서 만날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충희...
항상 전자업계 라이벌팀 삼성전자를 짓누르며 나에게 농구를 알게해준 첫번째 슈퍼스타이며 영웅이었다. (나중에 허재의 기아자동차에게 그렇게 패권을 넘겨줄줄 상상도 못했다. 지금생각해보면 너무 당연해 보이는...)
이선수를 보기위해 그곳까지 걸어가 사우나에서 기다린게 몇번째이던가 드디어 나타났다. 나의영웅이...그것도 전라의 몸으로...
숙기가 없던 나는 말도 못걸고 주변을 맴돌기만하며 흘끔흘끔 쳐다보기만 몇분째 나의 영웅이 나에게 먼저 말을 건넨다!
"야 거기너 등좀 밀어줘"
이게 뭔일인가! 머리속이 아득해진다. 한마디 말도 못건네고 말없이 등만 밀고있다. 바보같은놈. 근데 등이 너무 넓다. 너무 힘들다. '에이 얼굴만 보고 갈걸~' 땀이 뻘뻘 나지만 성심성의껏 밀어줬다.
"너도 등 대"
쓱 쓱 쓱 쓱 짝~
"인제 가라"
이게 끝? 그래도 실망감보다 나의 영웅과 친해졌다는 생각에 뿌듯한기분으로 돌아오는길이 즐거웠다. 다시는 그사우나에 가지 않았다. 그등이 어린 내가 감당하기는 너무 넓었기때문이다. 하지만 티비에서 현대전자 시합할때는 이전보다 더 열렬히 응원할수 있었다. 그걸로 되었다. 영웅을 가까이 하기에는 내가 너무작아서 그냥 멀리서 응원하기로 맘먹었다.

성룡...
국딩시절 또다른 나의영웅.
베타비디오 시절 비디오테잎 대여점에서 빌려온 한장의 테잎 '프로젝트 A'
이 비디오를 보고 너무 성룡의 영화에 푹빠져 팬이되었다. 집에 혼자있는 날이면 웃통을벗고 전신거울 앞에 골체미를 뽑내면서 나만 보이는 적들을 발차기와 주먹질로 무찌르곤 하였다. 오복성 용형호제 폴리스 스토리등 성룡의 영화는 날실망시킨적이 없다.

그날은 성룡의영화가 개봉하는 날이었다. 미라클인지 폴리스 스토리 시리즈인지 정확히 기억나지않는다.
매표소부터 시작한 줄은 동아극장을 두바퀴나 돌았다. 기다리고 기다려 매표소 고지에 8부능선쯤 다다랐을즈음 갑자기 줄이 무너지며 개판 5분전이 되었다. 알록달록 하와이안 셔츠를 입고 무대인사를 마친 성룡이 나타난 것이다.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나의 영웅에게 나는 다가가지 않았다. 영웅은 그렇게 가까이 가는게 아니라 멀리서 지켜보는거라는걸 나는 알고있었다.
나의 영웅을 그렇게 또 보내고 겨우 교통정리된 줄에서 표를 사들고는 영화시간을 기다리고 있는데 또 사람들이 무리지어한쪽으로 우르르 몰려간다. 이충희 부부가 영화관람을 위해 나타난것이다.
나는 무지 반가웠다. 하지만 싸인받는 무리에 섞이지 않고 한발짝 물러서있다. 불과 몇달전 서로 등밀어주는 친한 사이인데 싸인이라니 당치도 않다. 저무리에 섞이는순간 나는 평범한 팬들중 하나가 될거라는 생각을 했다. 단지 한발짝 물러서서 그날처럼 먼저 말걸어주길 기다린다.
싸인받는 무리가 어느정도 줄어들었음에도 무지막지한 등판의 소유자는 나를 알아보지 못한다. 나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며 돌아선다. 그때...
"넌 사인 안받니?"
여자목소리다. 영웅의 부인이다. 나의 영웅은 말없이 바라만 보고있다. 못알아본 눈치다.
"전 사인 안받아요"
'우리가 어떤사이인지 아줌마는 모르잖아요'
영웅과 그부인은 말없이 피식 웃고 나는 뒤돌아 영화관으로 입장했다.
"줄을 서시오~~"
그렇게 줄을 오래서고 생난리를 피우다 들어왔는데 영화 시작하자마자 첫대사가 저거다.젠장맞을...
그때 뒷자석에서 소근대는 소리가 들린다.
"어머 쟤 사인 안받는 애다"
뒤돌아보니 영웅과 그의 부인이다.
"안녕 사인 안받는 애야?"
웃으며 인사하는 그녀에게 아무말 할수가없었다. 상영시간내내 뒷자석 신경쓰여서 제대로 보질 못했다. 영화가 끝나고 잽싸게 일어나 화장실 가서 볼일보고 나오는데 또만났다. 그아줌마....
"어머 걔다 여보! 사인 안받는 애! 크크"
약이 바짝올라 돌아나오긴 했지만 한편으로 뿌듯했다. 영웅과의 추억이 또하나 늘었기 때문이다.

그이후 청소년기에 나는 그시대 수많은 청소년들이 그래왔듯 농구에 심취했고 다른애들이 조던이나 허재 서태웅을 흉내내며 드라이브인후 더블클러치에 미쳐있을때 외곽슛만 죽어라 쏴댔다. 친구들은 그런 나를 보며 정대만이니 우지원이니 별명붙여 불렀지만 난 이충희다.
받아라 기아 모토스! 내 높고 아름다운 3점슛을...

P.S 이글은 드문드문 생각나는 기억들을 각색해서 쓴이야기 입니다. 필력이 허접하지만 용기내서 열심히 써본글이니 너무 흉보진 말아주십시오. 반말체인것 양해해주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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