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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6/05/14 13:17:33
Name   한아
Subject   소회
0. 가끔 특정 주제나 고민없이 일상을 풀어놓고 싶을 때가 있는데, 홍차넷이 있어서 다행입니다. 보통은 글쓰기 버튼이라는 벽애 막혀, 에이 굳이 뭘 그렇게까지... 싶거든요.

1. 곡성은 참 악몽같은 영화네요. 많은 분석 감상 글들이 올라오고 있는데, 그렇게 파헤쳐볼 의지도 여력도 없어서 그냥 저정도로만 정리해보고 싶습니다. 물론 관련 글들은 너무 흥미진진하게 읽고 있습니다.

2. '악몽같은'은 긍정적인 평가일수도, 부정적인 평가일수도 있죠. 스포일러를 방지하기 위해 제한적으로 느낀 점만 언급해보다면, '크윽 나도 넘어가 버리다닛...' 나홍진 감독은 참 못됐지만, 영화는 좋은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3. 요즘 겜잘알에 빙의해서 공개적인 글을 올리고 있는데... 저한테는 이게 무당이 굿하는거랑 맥락이 비슷합니다. 엘오엘의 신이시여, 페이커의 영혼이시여, 제게 내려와 주시옵소서 하고 신실한 기도를 읊조린 뒤 vod를 수 차례 돌려봅니다.

4. 여럿을 설득하기 위해 여기저기 자료들을 찾고, 복선을 깔고, 함정을 설치하고, 이걸 믿게 만들어야해! 라는 의지가 가득 담긴 채 글을 쓴달까요. (그런데 완성도는 어째서...?) 여러모로 소설쓰는 작업과 비슷합니다. 하지만 제가 쓰는건 픽션이 아니라 논픽션이니, 매주 제가 내맽은 말들이 맞아 떨어지기를 로또처럼 기다리고 있어요.

5. 겜알못이라 부담이 많이 되는건 사실입니다. 그래도 재미는 있네요. 능동적으로 vod 돌려보기 시작하니깐 짧은 시간에 경기보는 눈이 더 늘어난 것 같긴 해요. 점점 과거 글들을 읽을 수 없을 정도로 부끄러워지는 건, 자연스레 따라오는 1+1 상품 같은 거겠죠.

6. 어느덧 칼바람 3000판에 가까워지고 있어요. 제가 롤하는 이유를 이제 좀 깨달은 거 같기도해요. 서든 어택이랑 비슷합니다. 팀이 이기고 지는건 상관없어요. 제가 점수 1등(킬1등)이면 만족합니다. 그래서 협곡을 못해요. 불가항력적인 상황으로 지거나 무너지면, 그걸 버텨내야 하는 미덕도 필요하고, 때때로 역전승이라는 짜릿한 쾌감으로 그 부분을 보상 받기도 하지만, 저는 그런 걸 하려고 롤하는게 아니라는걸 깨달아 버렸어요. 역전승을 하면 뭐하니.. 주인공은 내가 아닌데...

7. 전형적인 심해 티어 충마인드, 맞습니다.

8. 여자친구가 출품한 미장센 상영작의 예고편 편집을 도왔는데, 그런 의도로 찍지 않은 장면을 20초 안에 때려 박으려니 죽을 맛입니다. 특히나 연출자 입장에서는 더 고역이겠죠. 아니 무슨 예고편으로 예술을 하려해... 근데 저도 이해는 됩니다.

9. 영화를 보면 사들고 들어간 라지 팝콘과 라지 음료수는 보통 20분만에 아작 내버리는 편인데... 곡성은 스텝롤 올라갈때까지 다 먹지도 못했어요. 아니 정확하게 표현하면 극초반엔 우걱우걱 먹었는데, 저도 모르게 먹는걸 멈췄어요. 우왕 이영화 너무 잔인해 부들부들! 같은 건 아니고,  무언갈 먹어야 한다는 행위를 까먹었습니다.

10. 날씨가 따뜻하네요. 뜬금없이 모기가 걱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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