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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5/06/06 02:26:37
Name   낭만토토로
Subject   2007-09 불황은 어떤 사람에게 가장 피해를 줬을까? (링크 수정)
안녕하세요. pgr에서도 같은 닉으로 매우 드문드문 경제 관련 글을 올리는 낭만 토토로입니다. 홍차넷에 가입만 하고 눈팅만 하다 그녀생각님의 글과 Toby님의 글을 보고, 저도 제 전공을 살린 글을 하나 올려야겠다! 싶어서 예전에 제 페북에 썼던 글을 수정해서 올립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경제 환경의 변화는 이질적 (heterogeneous)인 특성을 가진 사람들에게 서로 다른 영향을 줍니다. 제 연구 주제 중의 하나가 큰 틀에서 볼 때 경제의 '구조'적 변화가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진 노동자들에게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 연구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런 변화의 이질적 (heterogeneous) 영향력에 관심이 많은 편이죠. 원래 제가 박사 3년차 때 진행하고 있던 논문이 있었는데 지도 교수님이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멈춘 것이 있는데, 이 연구를 진행하다가 찾은 재밌는 페이퍼가 있었습니다. 최소 2년 동안 revision 중이라고만 해서 저자들이 페이퍼 버린 줄 알았는데, 어느날 문득 찾아보니까 새 버전이 나왔더군요:

http://www.jonathanheathcote.com/ajdv.pdf

이 논문은 4인 공저인데, 거시 경제학계에서 유명한 사람이 세 명이나 있습니다; Dirk Kruger, Victor Rios-Rull, 그리고 Jonathan Heathcote. (개인적으로는 Heathcote 논문들을 좋아합니다. 특히 Kjetil Storesletten (현재 오슬로 대학에 있습니다.)와 같이 쓴 논문들 중에 좋아하는 논문들이 많은데 차후에 시간이 되면 소개해보겠습니다.).

이 논문은 2007~09년 사이의 경제 불황이 크게 청년/중년/노년층으로 나눴을 때 어떤 세대가 가장 큰 피해를 봤을지 전형적인 거시 경제학 모델을 토대로 연구했습니다. (이름만 들어도 어려울 거 같은 (heterogeneous) stochastic overlapping-generations general equilibrium model.. 을 이용했죠... 변태들.. 쿨럭..) 핵심은, 나이가 많아질수록 보유한 자산(wealth)으로 인한 소득이 높고, 젊을수록 노동소득의 비중이 높기 때문에, 불황의 효과가 세대 간에 차이가 있다는 점입니다. 자산 가격이 내렸을 때 젊은 사람들은 자산이 거의 없어서 그 피해는 적게 보지만 대신 자산을 상대적으로 싼 가격에 구매할 수 있고 그 자산의 가격이 시간에 따라 상승할 것이기 때문에 positive wealth effect가 있어서 자산을 이미 보유해서 1. 가격 하락으로 인한 자산의 감소, 2. 자산 가격이 회복되기 전에 사망할 가능성이 큰 (ㅠㅠ) 노년층은 큰 피해를 보게 되지요. 물론 젊은 사람들도 낮아진 노동소득 때문에 피해는 보지만 (노년층은 상대적으로 이로 인한 피해가 작고요) 자산 가격의 하락으로 인한 피해보다 상대적으로 그 규모가 작아서 덜 피해를 본다는 것이 이 논문의 핵심 주장입니다.

이 논문의 결론은 2007~09년 불황의 경우 노동 소득의 하락보다 자산 가격의 큰 하락이 동반돼서 노년층에 더욱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것입니다. 저자들의 분석에 따르면, 20~29세 사이의 사람들에게는 불황의 효과가 그리 크지 않았던 반면, 70대 이상의 노인분들에게는 평생 소비의 8%를 잃어버렸다는 점에서 07~09년 불황이 더 안좋았습니다.

여기서부터는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일단 흥미롭고 필요한 연구라는 점은 맞는데, 개인적으로는 청년층의 불황으로 인한 피해가 저평가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많은 연구에서 보였듯이 청년층이 경제가 불황일 때 노동 시장에 진입하면 상대적으로 오랜 기간 좋은 직장을 찾기 힘든 등의 문제가 있어서 장기적으로 호황일 때 노동시장에 진입한 사람들에 비해 효용 감소분이 큰데, 이 논문에서는 그러한 점이 고려되지 않았기 때문이죠. (물론 이미 복잡한 모델에 이거까지 들어가면 눈물 나게 계산(computation)이 어려워우지겠지만)

여하튼 흥미로운 논문으로, 관심 있는 사람들은 서론 정도만 읽어도 공부가 될 거 같아서 소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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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낭만 토토로님 링크가 page not found로 나오네요.
    음... 저는 개인적으로 IMF가 노동자들의 실질적인 삶의 양상이나 가치관, 그리고 그 후 세대에게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보는데
    그 이후로는 특별히 떠오르는 큰 사건(?)은 없어서요.
    2007-2009년으로 기간을 상정하신 이유가 따로 있나요?
    저는 경제학에 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데, 한국 경제가 불황이라는 말은 10년? 20년?이 넘게 들어온거 같아서요.
    쓰고보니 너무 무식한 질문인데 토토로는 제가 좋아하는 캐릭터라 여쭤봅니당.
    낭만토토로
    앗, 링크가 이상했군요.. 수정했습니다.

    제가 소개한 논문 자체가 2007-09 사이에 있었던 큰 불황 (특히 미국)에 대해서 연구한 것이라 그렇습니다. 그 불황이 세대 간에 어떻게 다른 영향을 줬는지 연구한 논문이라서요.

    한국 경제에 대해 논의하려면 아무래도 IMF 시기가 중요했던 것은 맞는데, 아직 제가 한국 경제에 대해 논의할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이 안되네요. ㅠㅠ
    스테비아
    와 정말 궁금했던 건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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