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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5/12/16 00:08:01수정됨
Name   골든햄스
Subject   불행에도 기쁨이, 먹구름에도 은색 빛이
주의 : 이 이야기는 개신교 이야기를 포함합니다.

저는 신앙을 갖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신앙심에 기반해, 혹은 “혹시 신이 있다면” 도와야 할 거 같다고 저를 도왔어서 그 과정에서 신께 받은 게 많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 이정도면 신이 없다 쳐도 있는 거나 마찬가지(!)라 느껴질 정도였고, 신께서 저를 부르시는 것도 같았습니다. 그런데도 아직 완벽한 신도는 아닙니다.

특히 저로서는 항상 납득되지 않는 점이 가난, 질병, 전쟁, 학대와 같은 부정적 요소들을 신이 그냥 놔두신단 점이었습니다.

고민하다 신앙심이 깊은 분께 가난이 왜 세상에 있냐고 여쭤보니 그 분이 아주 어린 형제가 살림을 사는 영상을 보여주셨습니다. 조그만 애기 형이 그보다 더한 애기를 위해 착착 살림을 사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러면서 그분은 댓글에는 형을 안타까워하는 사람도 많지만, 자기는 조금 달리 본다고 하셨습니다.

“가난한 자에게 복이 있나니”

성경은 분명 그렇게 말합니다. (정확히는 마음이 가난한 자에게 복이 있다는 구절(마태복음서 5:3)도 있고 그 외에 다양한 가난에 대한 구절이 있습니다만 아직 성경을 자세히 몰라 생략하니 혹시 잘 아는 분은 댓글에 적어 주십시오.)

이 “복”이 내세의 복이 아니라 현세에서도 있다고 믿으신단 것이었습니다. 가난이 그 형제에게 생활력과 우애를 주지 않았냐고요.

그 말씀을 듣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저도 어릴 때 극히 가난할 때 라면 하나를 며칠에 걸쳐 먹은 적이 있었는데, 그 기억은 오히려 제게 용기를 주는 기억입니다. 왜냐면 견딜 만했거든요. 의외로. 가난이. 그래서 뭐가 잘 안 풀려도 “괜찮아. 정 안 되어도 그렇게 살아도 살 만하던데.” 이렇게 생각하고 도전해보게 해준 힘이기도 했습니다. (사람이 생각보다 며칠 굶어도 힘이 그리 바로 없어지지 않더라고요)

그동안 남들이 여러가지 두려움에 어떤 도전을 망설일 때 “까짓것” 하고 할 수 있었던 이유가 어쩌면 그때, 가구 밑의 십원짜리까지 모아 라면 하나를 사던 때 생각보다 괜찮았던 기억 덕인 거 같더라고요.

그렇다면 “슬픈 자에게 복이 있나니”는 어떠한가? 이건 대학교에서 심리학을 전공한 저로서 부정하기 어려운 문장인데, 슬픔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것에 집중하게 하는 힘이 있다고 감정에 관한 연구에서도 가르치기 때문입니다. 또 슬픔이 갖는 카타르시스(정화) 효과 등도 익히 알려져있죠.

아주 러프하게 예를 들자면 시아버지께서 돌아가신 슬픔은 정말로 크지만, 저와 비버는 그 아픔을 함께 공유하느라 단단해지기도 했고 그 성스러운 슬픔 앞에서 마음이 단정해지기도 했습니다. 삶의 한계 앞에 겸허해지고요.

서울의 개발 정책에 대해 지금 보면 가난이 지긋지긋했던 이명박 전 대통령 등의 마음이 엿보이는 것 같습니다. 사라진 제 고향 아현동 달동네, 그외의 수많은 곳들. 그런 식으로 중산층이 정상이고 모두 표준에 편입되어야 한다고 이어지게 된 사상과 미학이 많은 이들을 절망케 했다고 생각합니다. 모두가 가난해서 오히려 의 좋았던, 알고 보면 우리끼리 바이올린도 켜고 교육에도 열심이었던 아현동 기억도 제게는 늘 힘이 되는 기억입니다.

제가 당한 학대와 유기, 수많은 배신들은 사람들이 상처받기 전에 미리 개입할 수 있는 혜안을 주었고 학교폭력에 상처입은 사람이 가해자와 사과할 수 있게 중재할 수 있는 능력을 주었습니다.

예전에는 제 인생의 불행이 너무 지긋지긋해서, 제발 행복을 달라고 빌었지만 제가 그 누구보다 아이들을 사랑하는 강사로 일할 수 있던 건 아이 때 겪었던 불행 때문이었습니다. 다른 아이들은 그런 불행을 안 당하길 바라는 마음. 아이들이 어디서 상처받는지 안다는 이점. 아이일 때 자주 방임되어 혼자 심심했는데 그 탓에 그때 마음과 감각이 생생히 기억에 남은 점도 한몫했습니다.

오늘 타임라인에 불행과 행복이 화제가 되어 마음이 좀 씁쓸하기도 했습니다. 이제 내가 행복한 축에 들어가나? 싶기도 했고, 불행한 때 행복한 사람들이 얼마나 두려워 보였는지도 생각이 났습니다. 또 지금 불행할 사람들이 얼마나 괴로울지 조금은 알기에 무섭기도 했습니다. 한때는 그래서 더 사람들을 좀 돕고 다녔던 거 같습니다.

하지만 당신과 나의 불행에도 가치가 있다면 어떨까요. 서울에서 모든 가난을 몰아내지 않았다면 어땠을까요. 차이를 꼭 나쁜 것이라 보지 않았다면 오늘날의 교육에 더 희망이 있었을까요. 다 몽상이지만, 적어 내려가 봅니다.

우리는 환난을 자랑하니 환난은 단련된 인격을 낳고 단련된 인격에서 희망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로마서 5:3-5:4)

오늘은 지난 관계들에서 반복되게 겪은 배신이 생각났어요. 하지만 버려진 여인들이야말로 사랑을 안다는 릴케의 시구처럼, 그 또한 무엇인가를 내게 주었노라 믿고 다음 사람에게 상처받을 걱정하지 않고 양팔을 벌릴 수 있는 내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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