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5/11/17 12:43:22
Name   Neandertal
Subject   아메리칸 프로그레스 또는 아메리칸 트래지디...
미 동부지역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이주민들은 이제 슬슬 서쪽으로의 진출을 모색합니다. 미국의 국부 가운데 한 사람이 토머스 제퍼슨 같은 인물도 서부의 개척은 신이 미국 이주민들에게 부여한 사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를 흔히 프런티어 정신이라고도 부르는데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서쪽으로 진출하여 터전을 잡았고 마침내 미국은 대서양 연안과 태평양 연안을 아우르는 거대한 국가가 되었습니다.

이런 미국의 프런티어 정신을 잘 보여주는 그림이 하나 있습니다. 존 가스트(John Gast)라고 하는 브루클린 출신의 화가가 1872년에 그린 [American Progress]라고 하는 그림이지요. 그는 이 그림을 당시 미 서부 지역의 여행 가이드 책을 시리즈로 출판하고 있던 출판업자 조지 크로퍼트의 의뢰를 받고 그렸습니다.





이 그림을 가만히 보면 당시 미국의 프런티어 정신이 그대로 잘 드러나 있습니다. 반투명한 가운을 입고 한 손에는 책을 다른 손에는 전보를 보내는 데 사용하는 전선을 쥔 여신은 이제 신생국으로서 막 성장의 길을 걷고 있는 미국을 상징합니다. 그녀는 서쪽으로 거침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아래로는 서부 개척을 위해 동쪽에서 서쪽으로 진출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그들은 농토를 개간하고, 철도를 놓고, 전신주를 설치하면서 서쪽으로, 서쪽으로 진출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림에서 아직 문명화하지 못한 신대륙의 동쪽 끝에서 서쪽 끝가지 완전하게 문명화된 대륙으로 만들겠다는 당시의 시대정신을 쉽게 읽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그림에는 또한 불편한 진실이 담겨 있기도 합니다. 그림의 왼쪽 부분을 보십시오. 미국을 상징하는 여신이 서쪽을 향해서 당당하게 진출하고 있는 동안 왼쪽 끝에는 마치 [무언가에 쫓기는 다급하게 도망을 치고 있는 아메리카 원주민들과 들소들]이 보이실 겁니다. 바로 그렇습니다. 미국에 정착하고 서부로 나아가고자 한 이주민들에게 있어서 이들은 내쫓아야 할, 문명화에 걸림돌이 되는 걸림돌들이었습니다. 그들은 병원균이었고 제거해야할 해수(害獸)이였습니다. 이 그림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그런 당시의 생각을 가감 없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은유는 없습니다. 직설적이고 노골적인 묘사만이 보일 뿐입니다.

당시 서부를 개척한 많은 백인들의 집에 이 그림이 걸렸었다고 합니다. 이 그림이 그들에게는 분명히 힘을 주는, 자신들의 사명을 다시 한 번 일깨워주는 그런 존재였을 것입니다. 하지만 본인들의 삶의 터전을 송두리째 잃고 쇠락의 길로 걸어갈 수밖에 없었던 아메리카 원주민들에게 이 그림은 어떤 의미로 다가왔을까요? 아메리칸 프로그레스가 아니라 아마도 [아메리칸 트래지디(American Tragedy)]는 아니었을까요?


본문은 Cynthia Barnett의 책 [Rain: A Natural and Cultural History]의 내용을 참고해서 작성되었습니다.





1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공지 티타임 게시판 이용 규정 2 Toby 15/06/19 30982 6
    14764 역사일본에서 복원한 '백제의 술' 2 유럽마니아 24/06/28 513 4
    14762 오프모임7월 13-14일 조촐한 서울 모임 (13 마감, 14 1분) 20 빈둥 24/06/26 819 4
    14761 기타책 몇권 나눔합니다 24 celestine 24/06/26 763 10
    14760 댓글잠금 일상/생각부자 아님 바보만 애를 낳는다. 42 가람 24/06/26 1503 3
    14759 음악[팝송] 카이고 새 앨범 "KYGO" 2 김치찌개 24/06/26 161 2
    14758 오프모임북토크 번개! 3 김비버 24/06/23 743 5
    14757 경제의료의 이슈에 대한 경제 관점(?)의 잡썰 22 Leeka 24/06/20 1254 0
    14756 오프모임다음주에 조촐하게 모임을.. 82 먹이 24/06/20 1895 15
    14755 도서/문학사람, 사람, 그리고 미리엘 주교 1 골든햄스 24/06/20 438 10
    14754 의료/건강[PD수첩] 의료비상사태 – 누가 병원을 멈추게 하나 5 cummings 24/06/19 866 2
    14753 일상/생각얼마간 유튜브 예능 프로그램들을 보며 느낀 소감. 14 메존일각 24/06/19 757 3
    14752 방송/연예와 바이럴인가 이건 소름인데 ㄷㄷ.pann 2 도르맘무 24/06/19 959 0
    14751 사회한국 언론은 어쩌다 이렇게 망가지게 되었나?(3) 24 삼유인생 24/06/19 1046 30
    14750 과학/기술볼만한 유튜브 교육 채널 여름에가입함 24/06/17 631 0
    14749 경제요즘 부동산 분위기에 대한 잡썰 13 Leeka 24/06/17 1269 0
    14748 음악[팝송] 프렙 새 앨범 "The Programme" 김치찌개 24/06/17 171 1
    14747 일상/생각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sisyphus 24/06/17 354 2
    14746 사회한국 청년들이 과거에 비해, 그리고 타 선진국에 비해 미래를 낙관한다? 12 카르스 24/06/16 1134 0
    14745 게임스타여캠단신) 우끼끼즈의 테란 에이스 3 알료사 24/06/16 423 6
    14744 오프모임[마감]다음주 수요일(19일) 19시 영등포구청역 근방에서 고기 드실분!!! 44 비오는압구정 24/06/15 888 1
    14743 오프모임[종료] 기분 좋은 얘기만 하기 음벙 10 골든햄스 24/06/14 671 0
    14742 일상/생각 4 하얀 24/06/13 569 25
    14741 방송/연예SM, '매출 10% 못 주겠다'는 첸백시에 계약 이행 소송 4 도르맘무 24/06/13 1025 0
    14740 일상/생각보고 들은 주취자 응급실 난동 5 방사능홍차 24/06/12 726 0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