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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5/06/22 01:51:22
Name   Cascade
Subject   사람을 죽이는 일을 하고 싶지 않습니다
* 이 글은 가상의 글로 현실과 같은 경우가 있더라도 우연임을 밝힙니다.



한 스트리머의 어머니가 자살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스트리머도 자살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그 내용을 들은 순간 마음이 쾅 하고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내가 작성했던 기사 같지도 않은 기사를 모두 찾아서 읽었다.

다행히도 나는 관련 기사를 작성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자마자, 그게 다행인게 맞나? 라는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그 매체'는 논란으로 돈을 벌었다.

'그 매체'의 창립자인 '부회장'은 인사이트가 확실한 사람이었다.

"SNS는 돈이 된다"

인터넷 시대가 열리고, SNS 시대가 열렸음에도 기존의 뉴스와 신문들은 대응이 느렸다. 그 사이를 파고든 게 '그 매체'였다.

인터넷에 있는 기사를 큐레이팅이라는 명목 하에 무단으로 복사하고, 논란을 키우고, 자극적인 썸네일을 만든 뒤, 제목을 '섹시'하게 붙여 조회수를 빨아먹었다.

무경력 인턴 기자를 채용하고 조회수 압박을 준다. 그 중에서 살아남는 소수는 계속 기사를 쓰고, 나머지는 쫓겨난다.

조회수 압박은 모든 기자에게 적용된다. 더 자극적으로, 더 빠르게. 오보나 가짜뉴스라도 빠르면 장땡이었다. 지우면 되니까.

그렇게 빨아먹은 조회수는 돈이 됐다. 몇백억대 매출에 영업이익률 50%를 토하는 기업이 됐다.

'그 매체'가 성공하자 또다른 카피캣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어떤 매체는 대포 카메라와 연예인 파파라치를 통해 '공정 보도'의 중심에 섰고, 어떤 매체는 그렇게 모은 돈으로 강남에 빌딩을 올렸다.

수백의 연예 매체들이 그 방식을 베끼기 시작했다.

기사의 내용은 중요하지 않았다. 어차피 다 베끼는 거니까.

인터넷 커뮤니티들이 활성화되며 기사의 내용은 점점 더 다양해졌다.

연예 파트를 벗어나 조회수가 될 것 같은 내용들은 모두 빨아먹기 시작했다.

스트리머, BJ, 유튜버, 자영업자, SNS 이용자 등등 '그 매체'와 친구들은 점점 더 취약한 사람들에게 펜을 들이댔다.

어떤 유튜버가 사과 영상을 올리면 그에 따른 기사가 수십 건씩 올라가기 시작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 수백개, 인기글 게시판에 수십개, 기사도 수십 건.



'그 매체'도 자살한 스트리머 기사 작성에 열을 올렸다.

인터넷 커뮤니티에 글이 올라오면, 그 글이 기사화되고, 기사화된 글이 다시 인터넷 커뮤니티 인기글을 차지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그 매체'의 기자들은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도 기사를 썼고 끝내는 그 스트리머의 부고까지 올렸다. 심지어 한참 뒤에도 조회수 빨아먹을 기사를 썼다.

반성은 없었다.

본인들이 죽이고, 본인들이 부고를 써도 아무런 죄의식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조회수'가 오르니까.







그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부회장이 내각에 입각한다는 소문이 들렸다.

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부회장의 화려한 이력은 금세 언론을 타고 재생산되기 시작했다.

그 중심에는 당연히 '그 매체'가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청문회가 열렸다. 한 의원이 그녀에게 '그 매체'에 대해 질의했다.

수준 낮은 기사들이 청문회장 PPT에 연이어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녀는 "그게 한국 언론의 현실일 뿐"이라 답했다.

아. 누군가를 죽이는 게 한국 언론의 현실이었던가? 그 정도로 사악한 자들인가?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부회장은 청문회장에서 도망쳤다. 일말의 부끄러움도 모르는 사람이었다.




"사람을 죽이는 일을 하고 싶지 않습니다"

조회수 압박 속에서 그 말을 하는 게 참 힘들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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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문단은 QWER - 마젠타 절친분 같은;;
    김행랑....
    dolmusa
    하씨 누구지...
    언론이 사람을 살릴 수 도 있을텐데 굳이..
    위키드리가 생각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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