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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5/04/28 14:18:56
Name   당근매니아
Subject   옛 중국집에 관한 환상?
간짜장 관련 글들을 요 며칠 여기저기서 많이 봤습니다.  이전에는 볶음밥에 대한 회상이 그랬고, 또 언젠가는 탕수육에 관해 똑같은 얘기가 나왔었습니다.  결국 핵심은 '옛날에 비해 중국음식 스타일이 퇴화하였고, 평균적인 퀄리티도 저하되었다'라는 담론.  근데 어떻게 생각해보면 이게 옛 중국집에 대한 환상이 깔린 건 아닐까 하는 발상도 스칩니다.  요즘 중국집 볶음밥이 유난히 기름밥인 게 아니라, 제대로 볶아주고 잘하는 집들만 살아남아 '노포'가 될 수 있는 영광을 누린 거 아닐까.  그때나 지금이나 간짜장은 지들 맘대로 개판으로 만들었는데, 개중 일반 짜장과 간짜장 사이에 유의미한 차이를 둔 집들만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오는 게 아닐까.

비슷한 맥락으로 종종 나오는 얘기가 애니메이션 퀄리티에 관한 것이기도 합니다.  옛날이라고 명작 애니가 쏟아져 나온 게 아니고, 수십년간 사람들 입길에 오른 작품들만 요즘까지 '고전'으로 유통되니, 예전 애니메이션 시장이 더 고급이었다는 오인이 생긴다는 거죠.

더욱이 한국에서 소비하는 중국음식은 결국 '한국식 중국요리'로 리폼된 음식문화이고, 정착한 시점을 기준으로 하면 사실 몇십년 남짓된 문화 아니겠습니까.  고정된 레시피라는 게 있기보다는 몇년 사이에도 조리방식과 소비양식이 유동적으로 변화했을 터인데, 여기서 '오리지널'을 찾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이 종종 듭니다.  당장 이탈리아에서도 까르보나라가 진짜 옛날 레시피에 입각한 게 맞냐는 의문이 제기된다는 얘기도 있고 말이죠.

여튼 지난 주말에는 가족들과 종종 가는 합정 백리향에 들렀고, 10년 넘게 다니면서 처음 간짜장을 시켜봤습니다.  맛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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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간짜장은 양파가 살아 있어야함


당근매니아님의 이야기에 공감합니다. 그리고, 우리의 입맛이 높아질수록 과거의 음식맛은 점점 추억으로 변한다고 생각해요.

2000년대 초반, 일본을 방문할 때마다 에비스 맥주를 가득 담아 돌아오곤 했어요. 그 당시 제게는 정말 특별하고 맛있는 맥주였거든요.
그런데 2010년대에 들어서 다양한 유럽과 세계 각국의 맥주를 경험한 후, 다시 일본에 가서 에비스를 마셔보니 예전만큼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더라고요.

그 순간 문득 깨달았어요.
더 다양하고 풍부한 맛을 알게 된 저에게, 한때 환상적이었던 에비스의 맛은 이제 아름다운 추억으로만 남게 되었다는 것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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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에비스 처음먹어봤을 때 그 충격을 잊을수가 없는데,
지금 다시 마셔보니 전혀 그렇지 않더라구요.

내 입맛이 변한거지, 더 많은것들을 경험해봐서 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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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마셨을대의 충격이 처음 마셨을 때의 충격과 비슷했습니다. ㅠㅠ
더 많은 경험을 해서 입맛이 높아져서 그렇겠지요 아마?
배차계
전 환상이 있어요. 예전 동네살때 허름하지만 진짜 바로생양파 볶아서 해주는 4천원 간짜장 중국집은 사라졌는데, 바로 맞은편에 개스레기처럼 그냥 짜장소스 태워먹고 따로담아주기만 한 중국집은 아직까지 하는거 보면 막 분노가 치솟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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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몽에이슬
저도 이 사례에 동의 합니다.
동네에서 나름 유명하고 잘한다고 소문이 나있던 중국집은 힘든시기에 문 닫고
시킬 곳이 딱히 없어 적당히 타협하며 먹었던 저렴하면서 배달이 엄청 빨랐던 중국집은 현재까지도 장사를 잘 하고 있습니다.

꼭 잘하는 집만 살아남는건 아닌거 같습니다. 동네의 니즈에 부합되면 맛과는 관련없이 살아 남는 경우를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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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에서도 비슷한 현상을 일컫는 용어가 '생존자 편향' 이죠. 단순히 백테스트 하다 보면 현재까지 살아있는 기업만 들어가게 돼서 성과가 과대평가 되는 경향이 있죠. 오래된 식당에도 적용해 볼 수 있겠네요.
Daniel Plainview
저는 옛날 중국집과 지금 중국집 사이에서 차이를 많이 느끼는 메뉴는 잡채밥입니다. 예전 잡채밥은 진짜 맵고 맛있었던 기억이 있는데요. 요즘 잡채밥은 그냥 맛이 없음...
수퍼스플랫
반대로 어린날의 그 기억에도 적응안되게 맛없었는데 요즘 와서 엄청나게 맛있어진 음식들이 있는데
대표적으로는 케이크를 들고 싶습니다. 알고보니 그때랑 생크림이 완전 다르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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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로 이야기할 수는 없는 부분이긴 한데..
그냥 IMF 이전에는 '이 동네에서 가장 잘하는 집' 가면 간짜장이 정상이었던 반면, 작금의 배달의 민족 동네 북마크 1위 집 간짜장 시켜 보면 갖다 버릴 물건이 옵니다. 진짜로 음쓰로 그냥 버린 적도 있음. 물론 절대 못 먹겠다 이런 건 아닌데 돈 아깝다고 이딴 묵은 짜장으로 포장된 탄수화물 덩어리로 칼로리 채우느니 그냥 안 먹고 다른 메뉴 먹는 게 종합적으로 이득이다 싶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그러니까 평균 퀄러티가 비슷할 수 있다든지 과거 그 시절에도 막장 간짜장 많... 더 보기
데이터로 이야기할 수는 없는 부분이긴 한데..
그냥 IMF 이전에는 '이 동네에서 가장 잘하는 집' 가면 간짜장이 정상이었던 반면, 작금의 배달의 민족 동네 북마크 1위 집 간짜장 시켜 보면 갖다 버릴 물건이 옵니다. 진짜로 음쓰로 그냥 버린 적도 있음. 물론 절대 못 먹겠다 이런 건 아닌데 돈 아깝다고 이딴 묵은 짜장으로 포장된 탄수화물 덩어리로 칼로리 채우느니 그냥 안 먹고 다른 메뉴 먹는 게 종합적으로 이득이다 싶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그러니까 평균 퀄러티가 비슷할 수 있다든지 과거 그 시절에도 막장 간짜장 많았다든지..라는 부분에서는 저도 그럴 수 있을 것 같은데, '그 동네에서 맛집으로 이름난 집', 즉 나름대로 고민을 거쳐 선별한 로컬 맛집에서 기대할 수 있는 퀄러티가 과거 대비 크게 저하했다는 의심을 하고 있습니다.

간짜장까지는 또 내가 과거 미화 하고 있는 게 아닌가도 싶은데 탕수육만큼은 ㄹㅇ 추억 보정이 아님. 그냥 튀김에 들어가는 평균적인 정성이 다름. 물론 이 역시도 여과할 부분이라면 당시 구매력 기준으로는 탕수육이 그래도 미드 티어급 메뉴, 가족 단위로 그래도 기분 좀 내자고 먹는 메뉴였던 반면 지금은 탕수육이 매우 싸구려 메뉴에 가깝다는 거긴 하죠. 한국이 그 사이 잘 살게 되어서 탕수육 따위는 큰맘 먹고 주문하는 메뉴가 아니라 한솥도시락보다 약간 상위의 저급 메뉴로 전락했고 그에 맞춰 시장이 대응한 걸 수도 있음. 어쨌든 절대 퀄러티는 저하한 건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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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극화라고 생각합니다. 음식문화가 덜 다양하던 때, 경제가 발전하며 90년대, 2000년대까지 중화요리가 더 대중화되며 양적 질적으로 평균적으로 우상향하다가 더 다양한 음식을 즐기게 되고, 배달 중국집을 대체할 음식점들도 많아지면서 어중간한 집들은 밀리고, 노포, 맛있는 집들, 경영 잘하는 집들은 살아남고, 경쟁력이 떨어지는 집들은 다른 종류 음식점으로 대체 되거나 싼마이 집들이 또 남게되거나 몇 년 하다가 비슷한 집들로 바뀌고 하는 악순환하는 한쪽이 된 것 같습니다. 수요 자체도 양극화가 더 된 것 같습니다. 대충 때우는 저렴한 ... 더 보기
양극화라고 생각합니다. 음식문화가 덜 다양하던 때, 경제가 발전하며 90년대, 2000년대까지 중화요리가 더 대중화되며 양적 질적으로 평균적으로 우상향하다가 더 다양한 음식을 즐기게 되고, 배달 중국집을 대체할 음식점들도 많아지면서 어중간한 집들은 밀리고, 노포, 맛있는 집들, 경영 잘하는 집들은 살아남고, 경쟁력이 떨어지는 집들은 다른 종류 음식점으로 대체 되거나 싼마이 집들이 또 남게되거나 몇 년 하다가 비슷한 집들로 바뀌고 하는 악순환하는 한쪽이 된 것 같습니다. 수요 자체도 양극화가 더 된 것 같습니다. 대충 때우는 저렴한 음식과 좀 비싸거나 시간 맞춰 찾아가기 귀찮아도 제대로 먹고 싶은 음식으로. 오래 살아남은 집들, 구화교 중국집들 보면 전에는 그렇게 고급이나, 비싼집 느낌이 아니었는데, 요즘은 워낙 바닥을 깔아주는 집들이 많아서 상대적으로 고급, 비싼집이 되어 있는 경우들을 종종 봅니다. 물론 아예 매우 고급으로 간 경우도 있죠. 그리고, 추억보정도 있을 겁니다.

90년대, 2000년대 대학만 생각해봐도, 당시에는 학교나 집에서 점심으로 시켜먹을 것이 중국집 아니면 한식 배달집이 가장 만만했습니다. (특히, 당구장에서는!) 빠르고, 가격대비 질도 준수하고. 그때도 피자, 치킨, 돈까스집, 분식도 있었지만. 그래서 철가방을 많은 수를 돌리고, 퀄리티를 일정 수준 이상 유지하며 배달비 없이, 서비스 많이 주며 박리다매하면서도 돈을 제법 벌었죠. 요즘은 잘해도 그 정도 수요가 없고, 가격과 질을 유지하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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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무침
탕수육은 업계에서 레시피가 없어져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적절한 두께의 말캉말캉한 튀김옷에다가 달큰한 소스에 묻혀서 살짝 씹으면 육즙이 나오는 탕수육. 거의 없죠.

공장에서 받아온 딱딱한 튀김, 튀기는 척 기름 범벅, 달기만 한 소스, 고기는 고무줄에다가 아무 맛도 안남. 이게 평균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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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는 그냥 눈의 문제라 조금 다릅니다
예전에 작화 구리다고 욕먹던걸
요즘 잘나온부분만 움짤따서 퀄이 예전이 더 좋다 우기는것도 흔하구요
방사능홍차
그거 예전처럼 돼지기름(라드)를 쓰냐 요즘처럼 식물성 식용유 쓰냐 그 차이 아니었습니까?
90년대에는 동네 중국집에서 간짜장을 시키면 간짜장이 나왔습니다. 비비기 뻑뻑하고 덜 달았던... 그런데 요즘에는 간짜장을 시키면 대부분 양파 좀더 넣은 그냥 짜장이 나옵니다. 맛을 떠나서 간짜장을 먹으려면 찾아다녀야 해요.
바닷가의 제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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