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24/11/11 16:45:48수정됨
Name   똘빼
Subject   화 덜 내게 된 방법
어릴 땐 걸핏하면 기물을 파손하고 울고 악지르던 일명 ‘분노조절장애 아동’이었고 성인이 되어 사회화를 거치고 나서도 그런 경향은 여전하여, 혼자 있을 때나 가까운 사람들 앞에서 유사한 행태를 보이곤 했습니다. 불과 몇 년 전까진 그런 게 저란 인간의 바꿀 수 없는 성향, 일종의 '정체성'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구요.
그리고 지금은.... 음… 속단하긴 조심스럽지만.... 지난 몇 달만 보면 확실히 [예전의 저보단, 그리고 한국인들 평균보다는 화를 덜 내며] 지내온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론 과거의 10분의 1이하로 줄어든 느낌이랄까요. 그런 제가 효과를 체감했던 방법들을 적어봅니다.


I. 성과를 낸 방법들

*관찰,기록(★★★★★) : 그저 ‘내가 화를 내는 메커니즘을 (기록하기 위해) 관찰하는 것’ 만으로도 행위의 총량이 70%이상 감소하더군요. 초반의 강도는 비슷할지언정 지속시간이 확 줄어듭니다. (여기엔 뇌과학적 원리가 있다고 합니다. 전방대상피질 관련.) 화를 낸 즉시 현장에서 바로 기록하는 게 좋겠지만 쉽지 않으므로, 매일 일기 쓰는 시간에라도 기록하려 합니다.

*자극(원인) 통제(★★★) :  ‘담배피는 사람 얼굴 안쳐다보기’ ‘끼어든 차 운전석 확인 안하기’ '부정적인사건사고기사클릭안하기' 등등의 몇 가지 지침.
“부정적인 생각 하지 말자” 같은 건 실천하기 힘들지만, “안 좋은 자극에 굳이 능동행위를 추가동원하지 말자”를 수행하는 건 좀 덜 어렵습니다. 물론 지금도 길에서 담배피는 사람을 반사적으로 쳐다보긴 합니다만, 바로 고개를 돌리고 일부러 딴데를 보면서 지나갑니다. 뇌에 입력된 조건반사행동을 통제하는거라 초반 몇 번은 꽤나 어렵습니다만, 수행 스트레스 대비 성과와 변화속도의 가성비가 좋습니다. 또 ‘나는 자극을 통제할 수 있는 인간이군’이라는, 신념체계의 변화도 덤으로 얻습니다.

*신체적 반응 통제(★★) - ‘어깨내리기’ ‘입가에 미소걸기’ ‘눈 부드럽게 뜨기’ ‘눈물이 차올라서 고갤들고 흐르지 못하게 크게 웃기’ : 다 과학입니다

*지연(★) : 3,2,1 세고 나서 화내기, 혹은 심호흡 1번 하고 나서 화내기. : 이것도 뇌에 통제회로를 만들어줍니다.

*긍정적 해석 a.k.a.정신승리 (★★)
‘잘 된 일이군. 다행이야. 정말 좋아.’ 라고 혼잣말을 일단 합니다. 인간의 뇌는 참 간사해서, 일단 말을 뱉어놓으면 이유를 어떻게든 억지로라도 찾습니다.
ex) 교통사고가 나서 정말 잘됐어. 이번 일을 계기로 내 몸에 대해서 좀더 돌아볼 수 있게 됐군. 합의금은 덤이고 말야.
ex2 ) 찍어서 산 주식이 올랐으면 일하기 정말 싫어졌을텐데 말야. 장기적으로 보면 위험했을거야.  

*타산지석적, 발전적 반영(★)  : ‘어떤 평행우주에 있는 나는 저런 행동을 하고 있을거야. 내안에 있는 어떤 요소들이 저런 행동과 관계있을까?’ ‘이번 상황은 하인리히의 법칙의 ‘29상황’일거야. 이 경험을 이용해서 향후에 일어날 법한 ‘1’의 상황에 대해서 방어할 수 있을 지도’



II. 장기적이고 근원적인 해결책 : 건강한 뇌, 건강한 몸 만들기 (★ x 10)

그러나 화는 결국 뇌가 내는 거고, 몸이 내는 겁니다. 화를 내기 쉬운 불안정한 뇌와 아픈 몸에서 멀어지고, 화를 내기 어려운 안정된 뇌와 건강한 몸에 가까워지면 사실 위의 방법들은 크게 필요가 없어집니다.
초반엔 급한 대로 정신과가서 약이라도 드시고, 중장기적으론 수면,운동,영양 등등을 차츰 잡아나가서 건강해집시다.
장기적으론 그게 일기쓰고 명상하고 뇌공부하고 부모를 용서하는 것보다 훨씬 가성비가 좋다고 믿습니다.
(그치만 몸은 바꾸기 쉽지 않고 오래 걸리죠... 그니까 I, II 둘다 필요합니다)







선생님들의 마음의 평화에 도움이 되었길 :)



15
  • 이너 피-쓰!!
  • 휼륭한 내용입니다.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5054 생활체육[홍.스.골] 10,11월 대회 상품공지 켈로그김 24/11/19 313 1
15053 여행여자친구와 부산여행 계획중인데 어디를 가면 좋을까요?! 29 포도송이 24/11/19 824 0
15052 일상/생각오늘도 새벽 운동 다녀왔습니다. 5 큐리스 24/11/19 562 9
15051 일상/생각의식의 고백: 인류를 통한 확장의 기록 11 알료사 24/11/19 592 6
15050 게임[1부 : 황제를 도발하다] 님 임요환 긁어봄?? ㅋㅋ 6 Groot 24/11/18 544 0
15049 꿀팁/강좌한달 1만원으로 시작하는 전화영어, 다영이 영어회화&커뮤니티 19 김비버 24/11/18 1054 10
15048 의료/건강고혈압 치료제가 발기부전을 치료제가 된 계기 19 허락해주세요 24/11/18 836 1
15047 일상/생각탐라에 쓰려니 길다고 쫓겨난 이야기 4 밀크티 24/11/16 968 0
15046 정치이재명 1심 판결 - 법원에서 배포한 설명자료 (11page) 34 매뉴물있뉴 24/11/15 2139 1
15045 일상/생각'우크라' 표기에 대한 생각. 32 arch 24/11/15 1133 5
15044 일상/생각부여성 사람들은 만나면 인사를 합니다. 6 nothing 24/11/14 986 20
15043 일상/생각수다를 떨자 2 골든햄스 24/11/13 527 10
15042 역사역사적으로 사용됐던 금화 11종의 현재 가치 추산 2 허락해주세요 24/11/13 610 7
15041 영화미국이 말아먹지만 멋있는 영화 vs 말아먹으면서 멋도 없는 영화 8 열한시육분 24/11/13 742 3
15040 오프모임11/27(수) 성북 벙개 33 dolmusa 24/11/13 850 3
15039 요리/음식칵테일 덕후 사이트 홍보합니다~ 2탄 8 Iowa 24/11/12 446 7
15038 정치머스크가 트럼프로 돌아서게 된 계기로 불리는 사건 4 Leeka 24/11/11 1147 0
15037 일상/생각와이프와 함께 수락산 다녀왔습니다. 10 큐리스 24/11/11 635 4
15036 일상/생각과자를 주세요 10 하마소 24/11/11 670 19
15035 일상/생각화 덜 내게 된 방법 똘빼 24/11/11 503 15
15034 일상/생각긴장을 어떻게 푸나 3 골든햄스 24/11/09 714 10
15033 일상/생각잡상 : 21세기 자본, 트럼프, 자산 격차 37 당근매니아 24/11/09 1969 43
15032 IT/컴퓨터추천 버튼을 누르면 어떻게 되나 13 토비 24/11/08 779 35
15030 정치 2기 트럼프 행정부를 두려워하며 13 코리몬테아스 24/11/07 1605 28
15029 오프모임[9인 목표 / 현재 4인] 23일 토요일 14시 보드게임 모임 하실 분? 16 트린 24/11/07 659 1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