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23/08/22 13:23:11
Name   카르스
File #1   chart149501_1Img.png (31.7 KB), Download : 5
Subject   그냥 쉬었다는 청년들 증가, 정말 노동시장 상황 악화 때문인가


근래 몇 년 사이 '그냥 쉬었다'고 응답하는 청년들이 크게 늘어났고, 그와 관련된 기사도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청년 노동시장이 악화된 게 원인이 아니냐는 지적이 많이 나옵니다.

하지만 여러 통계를 봐온 입장에서, 단순히 청년 노동시장의 악화 하나로 설명하기 어려운 현상이라고 봅니다.
사진에서 보이듯이, 몇 년 사이 쉬었음 청년의 급증은 고용률은 증가하고 실업률은 감소하는 트렌드와 동시에 나타났거든요.

물론 실업률이 줄어드는 건 실업자가 취업자로 전환해도, 실업자가 비경제활동인구로 전환돼도 모두 가능하기에, 실업자들이 노동시장 상황을 비관해서 비경제활동인구로 전환했을 뿐일 수 있습니다. 그게 많은 언론에서 지지되는 해석이죠.

하지만 그것도 문제가 있는 해석입니다. 정말로 실업률 감소를 비경제활동인구 증가와 연관되어 해석해야 될까요? 
,
우선 2000-2010년대 청년 실업률은 장기적으로 약하게나마 상승하는 추세였는데, 이는 청년 실업이 갈수록 심해진다는 체감과도 일맥상통합니다. 청년 실업률 절대치는 몰라도 트렌드는 얼추 현실을 반영한 것이지요. 이게 몇년새 뒤집혀서, 작년 청년 실업률은 2000년 이후 최저치로 급감했고 월별통계 보면 이 트렌드는 올해까지 이어집니다. 실업률 지표의 한계를 고려한 확장실업률 지표로 봐도 비슷합니다. 2000-2010년대의 청년 실업 양상이 개선되었든 악화되었든 과거와는 확 달라졌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청년 실업률 급감을 비경제활동인구 급증으로 설명한다는 건, 지금 청년 실업은 2000-2010년대와 차원이 다른 수준으로 심각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지금 고용 상황이 정말 나쁘긴 합니다만 과연 그 정도일까요?



맨 앞에 언급한 고용률 트렌드에서 보듯, 작년까지 고용률의 급증세와 양립 불가능한 해석이라는 문제가 있습니다. 
정말 청년 실업이 역대 최악으로 심각하다면, 어떻게 노동시장에 참여하는 청년들의 비율이 높아질 수 있을까요?

올해 청년 고용률은 작년보다는 조금 낮아졌지만 근래 높아진 추세를 뒤집었다기엔 정도가 약합니다. 그리고 그 낮아졌다는 고용률도 분해해보면 15-19세나 20-24세에 집중되어 있고, 대졸자가 사회진출할 연령대인 25-29세 고용률은 올해도 높아졌습니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맨 위의 첫번째 링크 기사에 나온 사진입니다)
더 나아가, 쉬었음 청년인구 증가 현상은 고용률이 작년까지만 높아졌던 청년(15-29세)와 달리 꺾이지 않고 계속 높아진 30대에서도 발생했습니다. 
그리고 고용률 역대 최고 찍어서 쉬었음 인구가 급감했을법한 2022년에도 청년 쉬었음 인구 감소는 미미했지요. 

이런 상반되는 듯한 노동시장 지표들, 더 나아가 '쉬었음 청년인구 증가 현상'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개인적 해석은 셋 있는데


1) 위에 나온 성별, 연령별 고용률 표에서도 암시하듯이, 근래 남녀 청년 노동시장 상황이 상반되는데 이를 합산하면서 생기는 착시입니다.
여성 청년 고용률의 엄청난 상승세가 나타나는데, 남성 청년은 고용률이 그대로거나 오히려 줄었습니다.

2) 공채의 감소, 수시 채용의 확대로 경력직 채용이 늘어나 이직 중간에 일을 잠시 쉬는 경우가 늘어났습니다.  

3) 청년들의 성향 변화. 게임을 포함한 여가 문화의 급속한 발달(https://kongcha.net/recommended/1162에서 보듯이, 미국 청년 남성 노동공급 감소의 절반 가까이가 게임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워라밸의 중시 강화(이는 청년들 시간제 일자리의 증가로 암시됩니다. 대부분은 시간제 일자리를 자발적으로 선택했으며, 일자리에 만족한다고 하고요), 정신 건강의 악화와 번아웃 증가, 청년 부모 세대의 (평균적인) 자산 증가 등은 노동시장 상황과 별개로 몇몇 부류의 청년들을 노동시장에서 벗어나게 하는 효과가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제가 지적했든 쉬었음 인구 증가는 설명이 어려운 현상이라 그런지,
http://news.heraldcorp.com/view.php?ud=20230809000657
정부에서도 용역을 해서 정확한 원인을 판단한다고 하네요. 

이유가 뭐가 됐든 한국 노동시장에 큰 변화가 벌어진 것 같은데, 우리가 그 변화에 제대로 적응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5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4138 음악[팝송] 빌보드 선정 21세기 최고 히트곡 TOP20(남성) 김치찌개 23/09/10 2874 6
    14137 게임[PC](이미지 다수) 60시간 뉴비의 아머드코어6 3회차 후기 및 사용한 어셈블리와 팁 2 kaestro 23/09/10 2381 2
    14136 방송/연예2023 걸그룹 4/6 9 헬리제의우울 23/09/09 2253 12
    14135 일상/생각현장 파업을 겪고 있습니다. 씁슬하네요. 6 Picard 23/09/09 2674 17
    14134 오프모임오늘 저녁 6시 봉피양(강남점) 돼지갈비 먹어요 9 소맥왕승키 23/09/09 2266 4
    14132 일상/생각장염을 자주 앓아요! 14 퐁퐁파타퐁 23/09/05 2271 3
    14131 정치구척장신 호랑이 포수 장군의 일생 3 당근매니아 23/09/05 1825 14
    14129 일상/생각나이 40 넘어서 이제서야 부자가 되고 싶어진 이유 25 realwealth 23/09/01 3470 1
    14128 정치와 지친다... 16 매뉴물있뉴 23/08/31 2703 3
    14127 일상/생각커뮤니티 흥망성쇠... 10 닭장군 23/08/30 3041 0
    14124 일상/생각경제학 박사과정 첫 학기를 맞이하며 11 카르스 23/08/29 3341 33
    14123 IT/컴퓨터개신교 말투봇과 천주교 말투 봇을 만들어보았습니다. 6 큐리스 23/08/29 2133 1
    14122 도서/문학[독후감]여성 게이머는 총을 쏠 수 있는가 24 유미 23/08/28 2406 3
    14121 영화콘크리트 유토피아 - 각자에게는 각자의 하느님이 6 골든햄스 23/08/27 2082 12
    14120 오프모임9/16 방탈출껨 18 치킨마요 23/08/24 2194 2
    14119 일상/생각하인츠 딜레마와 어떤 초5의 대답. 5 moqq 23/08/24 2649 1
    14118 음악계피가 나가기 전의 브로콜리너마저 1집 26 골든햄스 23/08/24 2859 2
    14116 경제그냥 쉬었다는 청년들 증가, 정말 노동시장 상황 악화 때문인가 3 카르스 23/08/22 3017 5
    14114 기타농축산업 분야에서 탄소를 저감하는법 1 copin 23/08/22 1819 0
    14111 요리/음식내가 집에서 맛있는 하이볼을 타 먹을 수 있을리 없잖아, 무리무리! (※무리가 아니었다?!) 24 양라곱 23/08/19 3311 26
    14110 오프모임8월24일 목요일 7시에 종로에서 보쌈 드실분? 34 소맥왕승키 23/08/17 2721 7
    14109 문화/예술마법을 쓰면 다 마법소녀? 국내 방영 마법소녀물 하편 15 서포트벡터 23/08/16 2881 10
    14108 여행외국사람이 북한 남한을 구분한다는것 자체가 이미 좀 치는거 아닐까? 9 닭장군 23/08/16 2424 2
    14107 일상/생각뉴욕의 나쁜 놈들: 개평 4센트 6 소요 23/08/16 2046 20
    14106 오프모임토요일 19일 5시 여의도한강공원 가실분~! 37 Only 23/08/16 2338 3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