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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15/11/01 09:49:12 |
Name | 선비 |
Subject | [조각글 2주차] 호시조라(星空) |
나는 별이 밝은 밤하늘을 좋아하지 않는다. 감성적이기엔 메마른 성격 탓이기도 하겠지만 나에게는 조금 개인적인 사연이 있다. 내가 나호코를 처음 만난 건 10여 년 전 고등학교 2학년 때 일이다. 학교에서 자매결연중이던 일본 후쿠오카시의 야나가와 고등학교에서 학생 10여 명이 초청 형식으로 서울을 방문한 일이 있었다. 우리 학교에서는 일본어를 선택 과목으로 고른 학생들을 일본 학생들과 짝지어 주었다. 내 짝은 나호코란 이름의 여학생이었다. 작은 키에 도담한 어깨와 예쁜 눈을 가진 나호코는 한글로 쓴 명찰을 양장 교복 자켓 위에 단정히 붙이고 있었다. 우리의 짧은 만남은 소통부터 쉽지 않았다. 나호코는 한국어를 거의 하지 못했고, 중국어보다 쉬울 것 같단 이유만으로 선택 과목으로 선택한 내 일본어 밑천은, 선물로 준비한 책갈피를 건네 주며 환영의 인사 몇 마디를 하고 나자 벌써 바닥을 드러내고 말았다. 우리는 할 수 없이 떠듬떠듬 영어 문장을 짚어가며 대화를 이어나가는 수밖에 없었다. 나호코는 게이오 대학의 영문학과를 목표로 공부를 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영문학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으로 우리는 금방 가까워질 수 있었다. 우리는 대화의 곤란함을 만회라도 하듯 서울 시내를 부단히 돌아다녔다. 서울에 살면서도 한 번도 못 가본 덕수궁 돌담길을 함께 걸어 다니기도 하고 코엑스 지하상가에서 둘이 같이 일본인 관광객 행세를 하면서 물건을 흥정하기도 하였다. 토요일, 나호코가 일본에 돌아가기 전날 우리는 저녁까지 문학 이야기를 하다가 가벼운 포옹을 하고 헤어졌다. 나호코는 고맙다는 이야기를 담은, 한국어와 영어와 일본어가 섞인 제법 기묘한 편지와 함께 로즈마리 화분을 선물로 주었다. 나는 그때 처음으로 나호코와 헤어지기 싫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후 10여 년이 지났다. 나는 어쩌다 나호코 생각을 하곤 했다. 무엇보다 그녀가 바라던 게이오 대학에 들어갔을지가 가장 궁금했다. 나는 대입에 몇 차례 실패를 겪은 탓에 아직도 대학을 졸업하지 못하고 있었다. 졸업을 앞두고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있는 에라스뮈스 대학교에 교환학생으로 와 지내는 중이었다. 어느 날인가 학생회에서 주최하는 국제학생 모임에 나갔다. 그 날도 토요일이었다. 머리를 짧게 자르고 염색도 했지만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나호코였다. 놀랍게도 나호코가 그 자리에 있었다. 나호코는 고등학교 때 얼굴이 그대로이면서도 좀 더 세련되고 예뻐져 있었다. 그녀는 내 인사에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금방 나를 알아보고 반갑게 인사했다. 네덜란드에서 영문학 석사 과정을 하고 있다고 했다. 우리는 모임을 빠져나와 장소를 나호코가 사는 시내의 작은 플랫으로 옮겼다. 같이 술을 마시면서 나호코는 반갑게도 결국 게이오 대학에 입학했었다는 이야기를 했다. 이야기는 학원에서 영어 강사로 일한 이야기, 그리고 유학을 결심하게 된 계기로 이어졌다. 나는 그녀의 유창해진 영어에 새삼스러운 기분을 느꼈다. 할 이야기가 떨어지고 나호코는 음악을 듣자고 했다. 자고 있을 나호코의 플랫 메이트를 방해하지 않으려고 우리는 하나 있는 이어폰으로 같이 음악을 들었다. 내가 왼쪽에 앉아 있을 터인데 그녀는 굳이 자기 오른쪽 귀에 이어폰을 꽂고 나에게 왼쪽 부분을 주었다. 나는 나호코와 얼굴을 가까이할 수밖에 없었다. 얼굴이 화끈해지는 게 느껴졌다. 이어폰에서는 그녀가 튼 Ed Sheeran의 Thinking Out Loud가 흘러나왔다. I'm thinking 'bout how people fall in love in mysterious ways 고등학교 때 그녀와 하던 일본어 생각이 나 나호코에게 Kiss me under the light of a thousand stars를 일본어로는 뭐라고 하냐고 물어보았다. “호시조라노시타데키스오시테(星空の下でキスをして).” 나호코의 작은 얼굴을 바라보며 나는 발음이 참 예쁜 말이라는 생각을 하였다. 술을 너무 많이 마신 탓에 우리는 나호코의 침대에서 그대로 잠들고 말았다. 그 다음날 아침 나호코의 플랫 메이트를 만나게 되어 우리는 민망함 속에서 작별 인사를 나눴다. 집을 나서기 직전에 갑자기 나호코가 로즈마리의 꽃말이 뭔지 아느냐고 물었다. 내가 대답할 새도 없이 나호코가 이어서 말했다. “나를 잊지 마세요.” 그때에도 나는 나호코와 헤어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그 다음 달 우리는 노르웨이로 함께 여행을 갔다. 오다(Odda)의 한 게스트 하우스에서 묵은 날이었다. 비수기라 그런지 손님은 별로 없었다. 공기는 차고 하늘은 맑았다. 모닥불을 피워두고 나호코와 나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노르웨이의 하늘은 천개의 별로 밝게 빛나고 있었다. “호시라노시타데키스오시테.” 하고 나는 중얼거렸다. “뭐라고 했어?”하고 나호코가 물었다. 나는 그만 나호코의 입술에 가만히 입을 맞추었다. 심장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그날 밤 별 하늘 밑에서 나는 나호코에게 사랑을 이야기했다. 그 다음 날에야 망설이던 나호코는 나에게 일본에 약혼자를 두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나는 10년 전 고등학교 때처럼 대답할 언어를 애타게 고르고 있었다. 그날만큼은 꽤 유창해진 영어가 별처럼 멀게만 느껴졌다. 나는 아마 말 대신 고개를 끄덕였을 것이다. 다시 네덜란드로 돌아온 날 나호코는 나에게 또 보자는 작별인사를 했다. 나는 십년 전과는 달리 포옹 대신 가벼운 악수를 건넸다.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그 후로도 몇 번인가 연락이 왔지만 나는 나호코를 다시 만나지 않았다. 이따금 밤하늘을 볼 때면 추억이 별빛처럼 먼 거리를 날아와 가슴에 박히곤 한다. 순전히 운이 좋은 탓에 나는 나호코를 두 번 만날 수 있었다. 그러나 세 번째는 아니 만나도 좋을 것이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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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별이 밝은 밤하늘을 좋아하지 않는다.
감성적이기엔 메마른 성격 탓이기도 하겠지만 나에게는 조금 개인적인 사연이 있다.
☞ 감성적이지 않은 메마른 성격 탓도 있겠지만, 내게는 그럴만한 지극히 개인적인 사연이 있기 때문이다.
정도로 바꿔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앞문장과 뒷문장을 ~겠지만으로 이었다면 ~했기 때문이라는 문장이 따라오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내가 나호코를 처음 만난 건 10여 년 전 고등학교 2학년 때 일이다. 학교에서 자매결연중이던 일본 후쿠오카시의 야나가와 고등학교에서 학생 10여 명이 초청 형식으로 서울을... 더 보기
감성적이기엔 메마른 성격 탓이기도 하겠지만 나에게는 조금 개인적인 사연이 있다.
☞ 감성적이지 않은 메마른 성격 탓도 있겠지만, 내게는 그럴만한 지극히 개인적인 사연이 있기 때문이다.
정도로 바꿔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앞문장과 뒷문장을 ~겠지만으로 이었다면 ~했기 때문이라는 문장이 따라오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내가 나호코를 처음 만난 건 10여 년 전 고등학교 2학년 때 일이다. 학교에서 자매결연중이던 일본 후쿠오카시의 야나가와 고등학교에서 학생 10여 명이 초청 형식으로 서울을... 더 보기
나는 별이 밝은 밤하늘을 좋아하지 않는다.
감성적이기엔 메마른 성격 탓이기도 하겠지만 나에게는 조금 개인적인 사연이 있다.
☞ 감성적이지 않은 메마른 성격 탓도 있겠지만, 내게는 그럴만한 지극히 개인적인 사연이 있기 때문이다.
정도로 바꿔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앞문장과 뒷문장을 ~겠지만으로 이었다면 ~했기 때문이라는 문장이 따라오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내가 나호코를 처음 만난 건 10여 년 전 고등학교 2학년 때 일이다. 학교에서 자매결연중이던 일본 후쿠오카시의 야나가와 고등학교에서 학생 10여 명이 초청 형식으로 서울을 방문한 일이 있었다. 우리 학교에서는 일본어를 선택 과목으로 고른 학생들을 일본 학생들과 짝지어 주었다. 내 짝은 나호코란 이름의 여학생이었다. ]
작은 키에 도담한 어깨와 예쁜 눈을 가진 나호코는 한글로 쓴 명찰을 양장 교복 자켓 위에 단정히 붙이고 있었다.
도담하다가 주는 어감이 무척 좋습니다. 이 다음에 교복이나 나호코에 대한 묘사가 있어도 좋겠습니다. 묘사를 연습할 수 있는 부분인 것 같아요. 어떻게 생겼는지, 머릿속에 생생하게 그릴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아요.
우리의 짧은 만남은 소통부터 쉽지 않았다.
나호코는 한국어를 거의 하지 못했고, 중국어보다 쉬울 것 같단 이유만으로 선택 과목으로 선택한 내 일본어 밑천은, 선물로 준비한 책갈피를 건네주며 환영의 인사 몇 마디를 하고 나자 벌써 바닥을 드러내고 말았다.
☞ 문장이 길긴 하지만 부드럽게 읽혀서 그냥 두었습니다. ,로 나누어주신 문장이 호흡이 자연스럽게 멈췄다가, 이어져서 좋았어요. 의도하신 호흡이 전 굉장히 좋았습니다.
우리는 할 수 없이 떠듬떠듬 영어 문장을 짚어가며 대화를 이어나가는 수밖에 없었다. 나호코는 게이오 대학의 영문학과를 목표로 공부를 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영문학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으로 우리는 금방 가까워질 수 있었다.
* 저 ‘다만’이라는 표현이 좋아요.
우리는 대화의 곤란함을 만회라도 하듯 서울 시내를 부단히 돌아다녔다. 서울에 살면서도 한 번도 못 가본 덕수궁 돌담길을 함께 걸어 다니기도 하고 코엑스 지하상가에서 둘이 같이 일본인 관광객 행세를 하면서 물건을 흥정하기도 하였다.
토요일, 나호코가 일본에 돌아가기 전날 우리는 저녁까지 문학 이야기를 하다가 가벼운 포옹을 하고 헤어졌다.
* ‘토요일, 나호코가~’ 하고 끊어가는 부분은 무척 시작이 좋았어요. 그런데 뒤로 이어지는 문장과는 호흡이 너무 가쁜 것 같아요.
☞ 토요일은 나호코가 일본에 돌아가기 전날이었다. 우리는~으로 나눠 쓰는 것은 어ᄄᆯ까요?
나호코는 고맙다는 이야기를 담은, 한국어와 영어와 일본어가 섞인 제법 기묘한 편지와 함께 로즈마리 화분을 선물로 주었다.
나는 그때 처음으로 나호코와 헤어지기 싫다는 생각이 들었다.
☞ 이 앞에 나호코와의 추억을 짧게 회상하는 것이 있다면 아쉬움이 더 배가 될 것 같습니다. 지금만으론 즐거운 한 때만을 보낸 뒤 갑자기 아쉬운 감정이 나와서 감정적인 묘사가 부족해보입니다.
그 후 10여 년이 지났다. 나는 어쩌다 나호코 생각을 하곤 했다. 무엇보다 그녀가 바라던 게이오 대학에 들어갔을지가 가장 궁금했다. 나는 대입에 몇 차례 실패를 겪은 탓에 아직도 대학을 졸업하지 못하고 있었다. 졸업을 앞두고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있는 에라스뮈스 대학교에 교환학생으로 와 지내는 중이었다. 어느 날인가 학생회에서 주최하는 국제학생 모임에 나간 적이 있었다. 그 날도 토요일이었다.
* 토요일이었다는 우연적 장치는 좋습니다. 다만 평소에 우리가 어떤 날이 ‘토요일’임을 기억하기엔 더듬더듬, 떠올리는 몇가지 요소들이 있잖아요. ‘토요일’에 얽힌 생각의 고리들을 조금 더 써주시면 자연스러울 듯 보입니다.
머리를 짧게 자르고 염색도 했지만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나호코였다. 놀랍게도 나호코가 그 자리에 있었다. 나호코는 고등학교 때 얼굴이 그대로이면서도 좀 더 세련되고 예뻐져 있었다. 그녀는 내 인사에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금방 나를 알아보고 반갑게 인사했다. (나호코는) 네덜란드에서 영문학 석사 과정을 하고 있다고 했다.
우리는 모임을 빠져나와 장소를 나호코가 사는 시내의 작은 플랫으로 옮겼다. 같이 술을 마시면서 나호코는 반갑게도 결국 게이오 대학에 입학했었다는 이야기를 했다.
* 전부터 느끼는 지점들인데, 부사들을 굉장히 고급지게 활용하세요. 저런 부사들을 너무나도 감각적으로 집어넣어 문장이 무척 멋져요.
그녀의 이야기는 학원에서 영어 강사로 일한 이야기, 그리고 유학을 결심하게 된 계기로 이어졌다.
* 아, 하는 탄성이 나왔습니다. 오타만 없었으면! 주어를 객체로 두는 것, 부사를 활용하는 것. 선비님의 글이 가지는 특성인데, 저는 이 부분들이 너무 좋아요.
나는 그녀의 유창해진 영어에 새삼스러운 기분을 느꼈다. 할 이야기가 떨어지자 나호코는 음악을 듣자고 했다. 자고 있을 나호코의 플랫 메이트를 방해하지 않으려고 우리는 하나 있는 이어폰으로 <s>같이</s> 음악을 나눠 들었다. 내가 왼쪽에 앉아 <s>있을 터인데</s>(올드해요: 있는데가 좋겠습니다.) 그녀는 굳이 자기 오른쪽 귀에 이어폰을 꽂고 나에게 왼쪽 부분을 주었다. 나는 나호코와 얼굴을 가까이할 수밖에 없었다. 얼굴이 화끈해지는 게 느껴졌다. 이어폰에서는 그녀가 튼 Ed Sheeran의 Thinking Out Loud가 흘러나왔다.
I\'m thinking \'bout how people fall in love in mysterious ways
사람들은 어떻게 이상한 방식으로 사랑에 빠지는지
Maybe it\'s all part of a plan
그것은 어쩌면 모두 정해진 계획일 지도 모르지
Well, I\'ll just keep on making the same mistakes
나는 계속 같은 실수를 저지르려 할 거야
Hoping that you\'ll understand
네가 이해해주기를 바라면서
That, baby, now
그러니 내 사랑, 지금
Take me into your loving arms
너의 사랑스러운 품속으로 나를 데려가
Kiss me under the light of a thousand stars
천 개의 별빛 아래서 내게 키스해줘
Place your head on my beating heart
뛰고 있는 내 심장에 머리를 대어봐
Thinking out loud
내 마음을 그대로 들려주잖아
Maybe we found love right where we are
어쩌면 우리는 사랑을 지금 여기서 찾을 수 있을 거야
고등학교 때 그녀와 하던 일본어 생각이 나 나호코에게 Kiss me under the light of a thousand stars를 일본어로는 뭐라고 하냐고 물어보았다. “호시조라노시타데키스오시테(星空の下でキスをして).” 나호코의 작은 얼굴을 바라보며 나는 발음이 참 예쁜 말이라는 생각을 했다.
술을 너무 많이 마신 탓에 우리는 나호코의 침대에서 그대로 잠들고 말았다. 그 다음날 아침 나호코의 플랫 메이트를 만나게 되어 우리는 민망함 속에서 작별 인사를 나눴다. 집을 나서기 직전에 갑자기 나호코가 로즈마리의 꽃말이 뭔지 아느냐고 물었다. 내가 대답할 새도 없이 나호코가 이어서 말했다. “나를 잊지 마세요.” 그때에도 나는 나호코와 헤어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 이 문장을 조금 더 멋있게 썼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남아요. 위의 과거내용과 상응하는 문장인데. 임팩트 있는 문장이라면 내용이 훨씬 더 살텐데. 너무 가벼운 감상이 아닐까 생각이 들면서도, 가벼운 감정이어서 그런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짧은 시간 동안에 느낀 순간적인 감정이어서요.
그 다음 달 우리는 노르웨이로 함께 여행을 갔다.
* 설명이 부족합니다. 두 사람이 같이 살다가 떠난건지, 연락을 주고받다가 의기투합한 것인지. 조금 더 얘기해주세요.
오다(Odda)의 한 게스트 하우스에서 묵은 날이었다. 비수기라 그런지 손님은 별로 없었다. 공기는 차고 하늘은 맑았다. 모닥불을 피워두고 나호코와 나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노르웨이의 하늘은 천개의 별로 밝게 빛나고 있었다. “호시조라노시타데키스오시테.” 하고 나는 중얼거렸다. “뭐라고 했어?”하고 나호코가 물었다. 나는 그만 나호코의 입술에 가만히 입을 맞추었다. 심장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 입술을 맞추고, 가만 심장 소리를 듣는 것. 그 터질 것 같은 정적이 좋네요. 연애하고 싶다.
‘그만’은 빼는 것이 더 좋을 것 같기도 하고. ‘그만’을 쓰고 싶으시면 ‘맞추고야 말았다’로 상응해야하는데 그럼 또 어감이 바뀌죠. 조금 더 고민해야할 것 같아요.
그날 밤 별 하늘 밑에서 나는 나호코에게 사랑을 이야기했다. 그 다음 날에야 망설이던 나호코는 나에게 일본에 약혼자를 두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나는 10년 전 고등학교 때처럼 대답할 언어를 애타게 고르고 있었다. 그날만큼은 꽤 유창해진 영어가 별처럼 멀게만 느껴졌다. 나는 아마 말 대신 고개를 끄덕였을 것이다.
* 문장은 좋으나 무엇에 대한 대답인지는 모르겠어요. 화자도 모르지 않을까, 생각은 듭니다.
다시 네덜란드로 돌아온 날 나호코는 나에게 또 보자는 작별인사를 했다. 나는 십년 전과는 달리 포옹 대신 가벼운 악수를 건넸다.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그 후로도 몇 번인가 연락이 왔지만 나는 나호코를 다시 만나지 않았다.
* 슬프다.
슬프다. 내가 사랑했던 자리마다. 모두 폐허다(뼈 아픈 후회, 황지우)
이따금 밤하늘을 볼 때면 추억이 별빛처럼 먼 거리를 날아와 가슴에 박히곤 한다.
*발상이 좋아요. 문장은 조금 아쉬워요.
이따금 밤하늘을 볼 때면 추억이 먼 거리를 날아와 가슴에 별빛으로 박히곤 한다.<는 어떨까요?
순전히 운이 좋은 탓에 나는 나호코를 두 번 만날 수 있었다. 그러나 세 번째는 아니 만나도 좋을 것이다.
* ‘아니 만나다’는 아니 사용하지 않던가요. 그 부분이 주는 어감을 무시하기는 힘드나 아쉽네요. 나호코를 두 번이나 만날 수 있었지만 그 다음은 싫다는 화자가 안타깝습니다. 화자가 스스로 메말랐다고 표현했듯, 감성적인 부분이 조금 더 보강된다면 글에 마음이 떨릴 것 같아요.
감성적이기엔 메마른 성격 탓이기도 하겠지만 나에게는 조금 개인적인 사연이 있다.
☞ 감성적이지 않은 메마른 성격 탓도 있겠지만, 내게는 그럴만한 지극히 개인적인 사연이 있기 때문이다.
정도로 바꿔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앞문장과 뒷문장을 ~겠지만으로 이었다면 ~했기 때문이라는 문장이 따라오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내가 나호코를 처음 만난 건 10여 년 전 고등학교 2학년 때 일이다. 학교에서 자매결연중이던 일본 후쿠오카시의 야나가와 고등학교에서 학생 10여 명이 초청 형식으로 서울을 방문한 일이 있었다. 우리 학교에서는 일본어를 선택 과목으로 고른 학생들을 일본 학생들과 짝지어 주었다. 내 짝은 나호코란 이름의 여학생이었다. ]
작은 키에 도담한 어깨와 예쁜 눈을 가진 나호코는 한글로 쓴 명찰을 양장 교복 자켓 위에 단정히 붙이고 있었다.
도담하다가 주는 어감이 무척 좋습니다. 이 다음에 교복이나 나호코에 대한 묘사가 있어도 좋겠습니다. 묘사를 연습할 수 있는 부분인 것 같아요. 어떻게 생겼는지, 머릿속에 생생하게 그릴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아요.
우리의 짧은 만남은 소통부터 쉽지 않았다.
나호코는 한국어를 거의 하지 못했고, 중국어보다 쉬울 것 같단 이유만으로 선택 과목으로 선택한 내 일본어 밑천은, 선물로 준비한 책갈피를 건네주며 환영의 인사 몇 마디를 하고 나자 벌써 바닥을 드러내고 말았다.
☞ 문장이 길긴 하지만 부드럽게 읽혀서 그냥 두었습니다. ,로 나누어주신 문장이 호흡이 자연스럽게 멈췄다가, 이어져서 좋았어요. 의도하신 호흡이 전 굉장히 좋았습니다.
우리는 할 수 없이 떠듬떠듬 영어 문장을 짚어가며 대화를 이어나가는 수밖에 없었다. 나호코는 게이오 대학의 영문학과를 목표로 공부를 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영문학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으로 우리는 금방 가까워질 수 있었다.
* 저 ‘다만’이라는 표현이 좋아요.
우리는 대화의 곤란함을 만회라도 하듯 서울 시내를 부단히 돌아다녔다. 서울에 살면서도 한 번도 못 가본 덕수궁 돌담길을 함께 걸어 다니기도 하고 코엑스 지하상가에서 둘이 같이 일본인 관광객 행세를 하면서 물건을 흥정하기도 하였다.
토요일, 나호코가 일본에 돌아가기 전날 우리는 저녁까지 문학 이야기를 하다가 가벼운 포옹을 하고 헤어졌다.
* ‘토요일, 나호코가~’ 하고 끊어가는 부분은 무척 시작이 좋았어요. 그런데 뒤로 이어지는 문장과는 호흡이 너무 가쁜 것 같아요.
☞ 토요일은 나호코가 일본에 돌아가기 전날이었다. 우리는~으로 나눠 쓰는 것은 어ᄄᆯ까요?
나호코는 고맙다는 이야기를 담은, 한국어와 영어와 일본어가 섞인 제법 기묘한 편지와 함께 로즈마리 화분을 선물로 주었다.
나는 그때 처음으로 나호코와 헤어지기 싫다는 생각이 들었다.
☞ 이 앞에 나호코와의 추억을 짧게 회상하는 것이 있다면 아쉬움이 더 배가 될 것 같습니다. 지금만으론 즐거운 한 때만을 보낸 뒤 갑자기 아쉬운 감정이 나와서 감정적인 묘사가 부족해보입니다.
그 후 10여 년이 지났다. 나는 어쩌다 나호코 생각을 하곤 했다. 무엇보다 그녀가 바라던 게이오 대학에 들어갔을지가 가장 궁금했다. 나는 대입에 몇 차례 실패를 겪은 탓에 아직도 대학을 졸업하지 못하고 있었다. 졸업을 앞두고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있는 에라스뮈스 대학교에 교환학생으로 와 지내는 중이었다. 어느 날인가 학생회에서 주최하는 국제학생 모임에 나간 적이 있었다. 그 날도 토요일이었다.
* 토요일이었다는 우연적 장치는 좋습니다. 다만 평소에 우리가 어떤 날이 ‘토요일’임을 기억하기엔 더듬더듬, 떠올리는 몇가지 요소들이 있잖아요. ‘토요일’에 얽힌 생각의 고리들을 조금 더 써주시면 자연스러울 듯 보입니다.
머리를 짧게 자르고 염색도 했지만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나호코였다. 놀랍게도 나호코가 그 자리에 있었다. 나호코는 고등학교 때 얼굴이 그대로이면서도 좀 더 세련되고 예뻐져 있었다. 그녀는 내 인사에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금방 나를 알아보고 반갑게 인사했다. (나호코는) 네덜란드에서 영문학 석사 과정을 하고 있다고 했다.
우리는 모임을 빠져나와 장소를 나호코가 사는 시내의 작은 플랫으로 옮겼다. 같이 술을 마시면서 나호코는 반갑게도 결국 게이오 대학에 입학했었다는 이야기를 했다.
* 전부터 느끼는 지점들인데, 부사들을 굉장히 고급지게 활용하세요. 저런 부사들을 너무나도 감각적으로 집어넣어 문장이 무척 멋져요.
그녀의 이야기는 학원에서 영어 강사로 일한 이야기, 그리고 유학을 결심하게 된 계기로 이어졌다.
* 아, 하는 탄성이 나왔습니다. 오타만 없었으면! 주어를 객체로 두는 것, 부사를 활용하는 것. 선비님의 글이 가지는 특성인데, 저는 이 부분들이 너무 좋아요.
나는 그녀의 유창해진 영어에 새삼스러운 기분을 느꼈다. 할 이야기가 떨어지자 나호코는 음악을 듣자고 했다. 자고 있을 나호코의 플랫 메이트를 방해하지 않으려고 우리는 하나 있는 이어폰으로 <s>같이</s> 음악을 나눠 들었다. 내가 왼쪽에 앉아 <s>있을 터인데</s>(올드해요: 있는데가 좋겠습니다.) 그녀는 굳이 자기 오른쪽 귀에 이어폰을 꽂고 나에게 왼쪽 부분을 주었다. 나는 나호코와 얼굴을 가까이할 수밖에 없었다. 얼굴이 화끈해지는 게 느껴졌다. 이어폰에서는 그녀가 튼 Ed Sheeran의 Thinking Out Loud가 흘러나왔다.
I\'m thinking \'bout how people fall in love in mysterious ways
사람들은 어떻게 이상한 방식으로 사랑에 빠지는지
Maybe it\'s all part of a plan
그것은 어쩌면 모두 정해진 계획일 지도 모르지
Well, I\'ll just keep on making the same mistakes
나는 계속 같은 실수를 저지르려 할 거야
Hoping that you\'ll understand
네가 이해해주기를 바라면서
That, baby, now
그러니 내 사랑, 지금
Take me into your loving arms
너의 사랑스러운 품속으로 나를 데려가
Kiss me under the light of a thousand stars
천 개의 별빛 아래서 내게 키스해줘
Place your head on my beating heart
뛰고 있는 내 심장에 머리를 대어봐
Thinking out loud
내 마음을 그대로 들려주잖아
Maybe we found love right where we are
어쩌면 우리는 사랑을 지금 여기서 찾을 수 있을 거야
고등학교 때 그녀와 하던 일본어 생각이 나 나호코에게 Kiss me under the light of a thousand stars를 일본어로는 뭐라고 하냐고 물어보았다. “호시조라노시타데키스오시테(星空の下でキスをして).” 나호코의 작은 얼굴을 바라보며 나는 발음이 참 예쁜 말이라는 생각을 했다.
술을 너무 많이 마신 탓에 우리는 나호코의 침대에서 그대로 잠들고 말았다. 그 다음날 아침 나호코의 플랫 메이트를 만나게 되어 우리는 민망함 속에서 작별 인사를 나눴다. 집을 나서기 직전에 갑자기 나호코가 로즈마리의 꽃말이 뭔지 아느냐고 물었다. 내가 대답할 새도 없이 나호코가 이어서 말했다. “나를 잊지 마세요.” 그때에도 나는 나호코와 헤어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 이 문장을 조금 더 멋있게 썼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남아요. 위의 과거내용과 상응하는 문장인데. 임팩트 있는 문장이라면 내용이 훨씬 더 살텐데. 너무 가벼운 감상이 아닐까 생각이 들면서도, 가벼운 감정이어서 그런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짧은 시간 동안에 느낀 순간적인 감정이어서요.
그 다음 달 우리는 노르웨이로 함께 여행을 갔다.
* 설명이 부족합니다. 두 사람이 같이 살다가 떠난건지, 연락을 주고받다가 의기투합한 것인지. 조금 더 얘기해주세요.
오다(Odda)의 한 게스트 하우스에서 묵은 날이었다. 비수기라 그런지 손님은 별로 없었다. 공기는 차고 하늘은 맑았다. 모닥불을 피워두고 나호코와 나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노르웨이의 하늘은 천개의 별로 밝게 빛나고 있었다. “호시조라노시타데키스오시테.” 하고 나는 중얼거렸다. “뭐라고 했어?”하고 나호코가 물었다. 나는 그만 나호코의 입술에 가만히 입을 맞추었다. 심장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 입술을 맞추고, 가만 심장 소리를 듣는 것. 그 터질 것 같은 정적이 좋네요. 연애하고 싶다.
‘그만’은 빼는 것이 더 좋을 것 같기도 하고. ‘그만’을 쓰고 싶으시면 ‘맞추고야 말았다’로 상응해야하는데 그럼 또 어감이 바뀌죠. 조금 더 고민해야할 것 같아요.
그날 밤 별 하늘 밑에서 나는 나호코에게 사랑을 이야기했다. 그 다음 날에야 망설이던 나호코는 나에게 일본에 약혼자를 두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나는 10년 전 고등학교 때처럼 대답할 언어를 애타게 고르고 있었다. 그날만큼은 꽤 유창해진 영어가 별처럼 멀게만 느껴졌다. 나는 아마 말 대신 고개를 끄덕였을 것이다.
* 문장은 좋으나 무엇에 대한 대답인지는 모르겠어요. 화자도 모르지 않을까, 생각은 듭니다.
다시 네덜란드로 돌아온 날 나호코는 나에게 또 보자는 작별인사를 했다. 나는 십년 전과는 달리 포옹 대신 가벼운 악수를 건넸다.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그 후로도 몇 번인가 연락이 왔지만 나는 나호코를 다시 만나지 않았다.
* 슬프다.
슬프다. 내가 사랑했던 자리마다. 모두 폐허다(뼈 아픈 후회, 황지우)
이따금 밤하늘을 볼 때면 추억이 별빛처럼 먼 거리를 날아와 가슴에 박히곤 한다.
*발상이 좋아요. 문장은 조금 아쉬워요.
이따금 밤하늘을 볼 때면 추억이 먼 거리를 날아와 가슴에 별빛으로 박히곤 한다.<는 어떨까요?
순전히 운이 좋은 탓에 나는 나호코를 두 번 만날 수 있었다. 그러나 세 번째는 아니 만나도 좋을 것이다.
* ‘아니 만나다’는 아니 사용하지 않던가요. 그 부분이 주는 어감을 무시하기는 힘드나 아쉽네요. 나호코를 두 번이나 만날 수 있었지만 그 다음은 싫다는 화자가 안타깝습니다. 화자가 스스로 메말랐다고 표현했듯, 감성적인 부분이 조금 더 보강된다면 글에 마음이 떨릴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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