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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5/10/29 00:52:31
Name   삼공파일
Subject   김영하 산문집 [말하다] 중에서
A. 마흔이 넘어서 알게 된 사실 하나는 친구가 사실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거에요. 잘못 생각했던 거죠. 친구를 훨씬 덜 만났으면 내 인생이 더 풍요로웠을 것 같아요. 쓸데 없는 술자리에 너무 시간을 많이 낭비했어요. 맞출 수 없는 변덕스럽고 복잡한 여러 친구들의 성향과 어떤 남다른 성격, 이런 걸 맞춰주느라 시간을 너무 많이 허비했어요. 차라리 그 시간에 책이나 읽을 걸. 잠을 자거나 음악이나 들을 걸. 그냥 거리를 걷던가. 결국 모든 친구들과 다 헤어지게 되요. 이십대에 젊을 때에는 그 친구들과 영원히 같이 갈 것 같고 그 친구들과 앞으로도 많은 좋은 일이 있을 것 같아서 내가 손해보는 게 있어도 맞춰주고 그렇잖아요. 다 헛되요.

A. 자기 자신의 취향에 귀기울이고 영혼을 좀 더 풍요롭게 만들고 이런게 더 중요한 거에요. 모든 도시를 다 가보고 모든 음식을 다 먹어보고 그래도 영혼을 구하지 못하면 인간은 불행해요.밤새 술먹고 그런거 안했어야 하는데.

Q. 금욕적이라고 하셨잖아요. 별로 안 좋아하는 데도 술자리에 갔던 건가요.

A. 그 때에는 친구들과 잘 지내기 위해서 공허한 술자리에 술먹고 밤새고 동아리의 앞날에 대해 이야기 하고. 동아리는 내가 고민하지 않아도 잘만 굴러가요. 지금도 잘만 있더라고요.그때에는 당시에 대단한 고민이라도 하는 것처럼요 앞으로 동아리는 어떻게 될까를 논의하고 그랬어요. 어릴때의 친구들은 더 배려도 없고, 불안정하고 인격이 완전하게 형성되기 이전에 만났기 때문에 가깝다고 생각해서 막 대하고 함부로 대하는 면이 있어요.

Q. 가깝기 때문에 좀 더 강압적이고 폭력적일 수도 있죠.

A. 요시모토 바나나가 어릴 때 친구도 안만나고 책만 읽었대요. 친구도 없이 요시모토 바나나 아버지가 유명한 학자인데, 일본 같은 사회에서 친구없이 지낸다는 건 좀 위험한 일이잖아요. 주변에서 걱정을 하니까 요시모토 바나나 아버지가 그랬대요. 친구라는 건 다 쓸데없는 거라고, 애가 그냥 책을 보게 냅두라고. 인간에게는 어둠이 필요하다는 거에요. 사람에게 필요한 건 어둠이에요. 친구들 만나서 낄낄거리고 웃고 떠들고 이러면서 세월을 보내면 그 당시에는 그 어둠이 사라지는 것 같지만 그게 사라지는게 아니라 빚으로 남는거에요. 나중엔 그 빚을 갚아야 해요. 트위터에 정성일씨가 사람들은 시시한 영화를 보면 자신들의 인생이 시시해 진다는 걸 모른다고 했어요. 시시한 일을 하고 살기엔 너무 아까운 게 인생이잖아요.
밑에 헤칼트님이 쓰신 글을 보고 이 인터뷰가 생각났습니다. 최근에 읽은 글인데 제 마음에 너무나도 새겨졌습니다. 저도 고등학교 때 참 불만이 많았습니다. 친구들도 싫었고 선배들도 싫었고 선생님들도 싫었고 시스템도 싫었죠. 그래서 싸우기도 많이 싸우고 울기도 많이 울었습니다. 대학생이 되어서는 학보사를 했는데 정말 몸을 불살랐었죠. 좋은 신문 만들어보자면서 며칠 방에도 안 들어가고 신문만 만들었던 기억이 수없습니다. 교수들과 싸우는 일도 많았고요. 이후에는 등록금 투쟁 비스무리한 것에 참여하기도 하고 현실을 비탄하면서 술로 밤을 지새웠고요.

그 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그렇게 살지 않고 싶습니다. 뭐, 그렇게 똑같이 살게 되더라도 그렇게 살고 싶지는 않다는 마음을 가질 겁니다. 그 시간에 잠을 더 자고 책을 더 읽고 맛있는 것도 먹고 가급적이면 주변 사람들 다 무시하고 행복하게 나를 위해서 살았을 겁니다. 고등학교 시스템이 어쨌든 학보사의 운명이 어쨌든 좀 더 즐기면서 살았을 겁니다. 불만을 가지고 불태우면서 노력했어도 사명감이 아니라 다가온 일이기에 해야하는 의무감만 남긴 채 재미있게 해봤을 겁니다. 선생님한테 반항도 해보고 학보사에서 밤도 새워보는 일들을 즐겼을 겁니다. 사회에 나가면 책임감과 스트레스가 비교도 안되지만 또 그저 그렇게 즐기면서 살았을 겁니다. 제 앞에 놓인 일이 불의에 항거하고 내가 다칠 수도 있는 위험한 일이 된다면 그것도 그것대로 찾아온 일이니 내가 해야만 한다면 하겠습니다. 혁명 전사처럼 살아볼 기회는 흔치 않은데 잡아야 겠죠. 뭐, 그냥 그렇습니다. 돌이켜보니 중요한 일은 아무것도 없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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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째서 해본 사람들이 더 그렇게 되는걸까요. 소설가 김영하씨 작품 좋아하는데, 위 인터뷰는 별로 동의가 안되네요. 서로 놓치게 되는게 있겠죠. 어둠이라든지 행복이라는게 그런식의 고독이나 풍요나 예술에 대한 누림으로 얻어질수있다는데에 회의적이기도 하고요.. 현대는 본인에 대한 사색이 너무 과대포장되어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건 외면의 도구로 충실히 기능해주는 느낌도 들구요..
    삼공파일
    단순하게 말하자면, 외면하라는 것이 아니라 눈치 보지 말자는 것이죠. \"조국의 현실이 이런데 도서관에 앉아서 책이나 볼 때냐!\" 이런 외침에 응할 필요는 없습니다. 어느날 조국의 현실이 내 눈앞에 와 있을 때 피하지 않고 대면할 수 있어야 하는 것뿐이죠. 그런데 다른 사람의 외침 때문에 들어간다면 결국 아무것도 대면하지 못하고 망망대해를 떠돌다가 후회만 남게 되는 겁니다. 다른 것과 진정으로 대면할 수 있는 용기와 지혜는 오로지 내 안에서만 나옵니다. 그렇지 않으면 다 전부 거짓된 삶이 되어버리는 거죠.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해요. 다른사람의 외침덕에 대면하게도 되고, 오로지 내 안에서만 나온다는 것들도 전 허구적이라고 봐요. \'진정\'은 나에게만 있는것도 아니고 나에 대한 사색이 \'진정\'을 담보한다는 생각도 바뀌었거든요. 외면은 그래서 \'현실\'에 대한 외면을 뜻한게 아니라 자기 이외의 것들에 대한 외면을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주체성과도 이어지는 부분이 있을것 같은데, 전 주체 \'효과\'를 사색에서 얻을수는 있지만 주체성 자체가 주체효과와 동일하지는 않다는 생각이에요. 그래서 \'거짓된 삶\'이라는 관용적 표현도 솔직히... 더 보기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해요. 다른사람의 외침덕에 대면하게도 되고, 오로지 내 안에서만 나온다는 것들도 전 허구적이라고 봐요. \'진정\'은 나에게만 있는것도 아니고 나에 대한 사색이 \'진정\'을 담보한다는 생각도 바뀌었거든요. 외면은 그래서 \'현실\'에 대한 외면을 뜻한게 아니라 자기 이외의 것들에 대한 외면을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주체성과도 이어지는 부분이 있을것 같은데, 전 주체 \'효과\'를 사색에서 얻을수는 있지만 주체성 자체가 주체효과와 동일하지는 않다는 생각이에요. 그래서 \'거짓된 삶\'이라는 관용적 표현도 솔직히 말하자면 사후효과에 기대어 자신의 삶을 부정하고 싶은 욕구의 일환이라고 생각하고요.. 거짓된 삶이 존재하는 것 처럼 보임으로해서 나의 선택과 고민이 진실을 담보하는 효과를 보이게 하는것이라는 생각입니다. 저는 그보다 훨씬 많은 외부적 조건들이 있고, 내부적 조건들 역시 그냥 있을 뿐이며 이건 단지 동등한 조건들일 뿐이라고 생각해요. 참 거짓의 위에 세운다기보다는요.
    삼공파일
    자기 자신의 삶조차 3인칭이 되어야 하는 비범한 인물들도 있지만, 우리 삶은 언제나 1인칭이고 다른 방법으로는 전개될 수도 없고 설명될 수도 없는 걸요. 다른 사람들 눈치 보면서 흔들리고 시간 낭비하고 행복하지 않게 살아도 별 상관은 없습니다. 다만 그러면 뭔가 소용이 있을 거라고, 믿고 시작한 일들이 언제나 항상 아무 소용 없게 됩니다. 왜냐하면 원래 아무 소용 없는 일이니까요. 하지만 나한테 찾아온 일은 다릅니다. 소용이 있든 없든 할 일은 해야 되잖아요.
    음, 뭔가 겉도는거 같네요. 저는 \'눈치 보면서 흔들리고 시간 낭비하고\'같은 전제들이 후속적 효과라고 쓴건데, 그걸 전제로 두시니까 결론은 일관되게 \'항상 아무 소용 없다\'로 귀결되는거 같아요. 저는 이런 생각 자체가 이런 생각을 안 하게 해줄 도구인 아주만족스런 결과, 혹은 당시의 진중하고 주체적 선택이었음을 믿을만하게 해줄 자신의 고민이 부재했다면 드러내고 싶은 하나의 관념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나 그게 어쨌든간에 일은 했고, 결정은 했으며 그것은 실현된 거잖아요. 그건 그냥 \'그럴 뿐\'이라는 입장인거죠. 찾아온 일... 더 보기
    음, 뭔가 겉도는거 같네요. 저는 \'눈치 보면서 흔들리고 시간 낭비하고\'같은 전제들이 후속적 효과라고 쓴건데, 그걸 전제로 두시니까 결론은 일관되게 \'항상 아무 소용 없다\'로 귀결되는거 같아요. 저는 이런 생각 자체가 이런 생각을 안 하게 해줄 도구인 아주만족스런 결과, 혹은 당시의 진중하고 주체적 선택이었음을 믿을만하게 해줄 자신의 고민이 부재했다면 드러내고 싶은 하나의 관념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나 그게 어쨌든간에 일은 했고, 결정은 했으며 그것은 실현된 거잖아요. 그건 그냥 \'그럴 뿐\'이라는 입장인거죠. 찾아온 일이라거나.. 소용이 있다거나 없다와는 상관없이요. 그래서 처음에 사색이 과대평가되었다는 생각도 남긴거구요. 후회없고 행복한 삶 같은 개념은 시간의 선상에서 볼때 좋은 결과도 요구하지만 \'후회하지 않을\' 이유도 요구할텐데 전 이런 과정이 이뤄지는 이유 중 하나가 본인의 사색이 가져다주는 진정성의 믿음이나 그 시간과 고민들이 갖는 하나의 효과이지 그래서 이렇지 않은 삶은 거짓이야! 라고는 말할 수 없는 것 같아요. 이걸 3인칭적으로 받아들인다기보단, 그냥 삶에서 결정하고 이행하는 선택과 행동들은 그냥 그렇게 세상에 표현될 뿐이고, 그런 과정들은 내적 외적 조건들이 동등하다는거에요. 삶을 참 거짓이나 행복과 불행으로 나누기보다는요.
    특히 이런 입장에 더 거부감이 드는 이유는, 외부적 조건에 의해 내적 조건의 변화가 일어나기도하고 여전히 그렇게 살아가고 변하고 결정하는 사람들의 삶을 죄다 바보처럼 만드는 것 같아요. 그들은 진정한 행복을 몰라 라거나, 후회할거야 라거나. 혹은 그렇지 않았던게 좋았을거라는 개별적 평가에서 그들을 규정하거나. 저는 이런 방법론 자체를 부정하는 편이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이런 접근은 위험한 것 같아요. 엄청 보편적으로 여기저기서 나오는 이야기긴하지만... 누군가의 결정과 삶을 몇가지 방법론에 대한 믿음으로 규정하는건 그 자체만으로도 분명 효과를 갖게되는데 그게 진리효과인지 아닌지에 대해 전 아니라고 생각해서 그런 것 같네요. 그게 진리효과라고 느끼는 분들은 그래서 그러시는것 같고요.
    삼공파일
    무슨 말씀인지 이해했습니다. 그런데 뭔가 이 얘기는 한 번 더 굳이 파고 들어가면 원래 하려던 얘기가 사라지는 그런 피상적인 얘기 같아요. 다른 사람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평가하려는 이야기가 아니니까요.
    저는 필사적인 사명감 같은 부분을 떠올리면 반올림활동가 한분이 생각나요. 재충전이 엄청 중요하고, 자기를 잃으면 안된다고. 맛있는것도 먹고 좋은 책도 읽고 쉴때는 잘 쉬어야한다고. 다시 싸우기 위해서, 계속 싸우기 위해서. 이런 뉘앙스로 말씀해 주셨었는데. 누구보다 필사적이고 사명감넘치게, 신념을 갖고 싸우시면서도 자기를 유지하는 힘, 회의적으로 돌아서지 않기위한 어떤 긍지를 엿본 느낌이었고 전 지금도 이게 더 답에 가깝다는 생각을 종종해요.
    *alchemist*
    재충전은 그런 사명감 부분뿐만이 아니라 사람이 사는데 전체적으로 중요한 거 같아요..
    재충전 안되면 방전되서 나자빠지는 건 진짜 한순간인듯 합니다..
    삼공파일
    직업 의식 내지는 프로 의식 같은 것이죠. 오늘만 합니까? 내일도 해야되는데요. 내일 모레도 해야하고요. 돈도 못 벌고 힘든 활동가 같은 직업을 유지하기 위해서 사명감 같은 게 추가로 더 필요할테지만, 어떤 활동이든 잘하려면 프로 의식이 가장 기본이 되는거죠.
    *alchemist*
    흐흐흐. 친한 친구 한 명이 얼마전에 페이스북에 아무것도 모를 때허공에다 막 퍼다 버리던 그 시간들 지금 가져다가 쓰고싶다 흐흐흐.. 라고 적었는데
    그때 저랑 다른 친구 한 명이 적은 게 \'그 때 그 시간.. 알아도 그때라면 절대 안해 크크크크\' 였었거든요.
    저도 음악 듣거나 악기 연습하거나 글 쓰고 책 읽고 했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은데 사실 그때 시간으로 지금의 생각을 가지고 가는게 아니라면 아마 또 그러고 있을 것 같아요 -.-;;
    그래서 한국 돌아가면 하고 싶은 거 열심히 하면서 살고 싶은데.. 되려나 모르겠어요 크크;
    그래도 취미로 사진은 찍어 남겼으니 이득이여유(읭?;;)
    절름발이이리
    전 고교때 부처의 마음을 겟 해서 그 후는 항상 좋습니다.
    삼공파일
    스스로는 번뇌가 없는 대신에 지나가는 자리마다 다른 사람에게 번뇌를 퍼뜨리시는군요...ㅠㅠ
    절름발이이리
    해탈이 짱인데 중생분들은 그걸 몰라요
    삼공파일
    옴마니 반메홈
    여기 저 같은 분이..!!! 크크크
    아니 인생선배시니 제가 이리님 길을 따라간 거네요.
    그리고 쓸데 없는 말을 또 하자면, 저는 신앙심같은거 없고 무신론자인데 불교 교리는 깊게 공부해보고 싶어요.
    본인 마음 편하게 하는 건 도가 튼 신종 부처 (...)
    구밀복검
    저도 대학에서 2년 간 학생 운동 조직에 있었던 터라 비슷한 과정을 거쳐봤고, 개판 나는 과정도 거쳐봤기에 본문의 이야기에도 구구절절 동의합니다. 하지만 시행착오를 겪어보기 전에는 아무도 옥석을 모르는 법이지요. 저런 깨달음을 얻었다는 것 자체가 경험이 가르쳐 준 소중한 깨달음이겠지요. 그러한 시행착오를 가급적이면 더 어린 나이에 하면 더 좋을 테고요.

    하지만 한국에서는 대학에 입학할 때까지 학생들에게 아무 것도 가르치지 않은 채 학업에만 몰두시키고, 별 인간적인 유대와 영혼의 교감 없이도 자연스럽게 친소관계를 가질 수 있는... 더 보기
    저도 대학에서 2년 간 학생 운동 조직에 있었던 터라 비슷한 과정을 거쳐봤고, 개판 나는 과정도 거쳐봤기에 본문의 이야기에도 구구절절 동의합니다. 하지만 시행착오를 겪어보기 전에는 아무도 옥석을 모르는 법이지요. 저런 깨달음을 얻었다는 것 자체가 경험이 가르쳐 준 소중한 깨달음이겠지요. 그러한 시행착오를 가급적이면 더 어린 나이에 하면 더 좋을 테고요.

    하지만 한국에서는 대학에 입학할 때까지 학생들에게 아무 것도 가르치지 않은 채 학업에만 몰두시키고, 별 인간적인 유대와 영혼의 교감 없이도 자연스럽게 친소관계를 가질 수 있는 교실이라는 공간으로만 인간관계의 영역을 한정시키죠. 그 사이에서는 진짜배기 인간관계를 겪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대학에 와봐야 이놈이고 저놈이고 인생 경험과 역량과 관록이 없고 자의식에 가득찬 풋내기들일 따름이고, 그들은 아무 영양가 없는 자기과시적이고 자의식과잉적인 헛짓거리 속에서 서로에게 생채기를 내고 뒤늦게 사춘기를 겪지요. 너무 늦은 나이까지 반편으로 남게 됩니다. 교육 과정에서 부모를 비롯한 사회와 어른들이 가져야할 덕목이라면 미성년들의 미숙함에 대해 억압하지 않고 그네들의 잠재력을 제한시키지 않는 관용과 이해심, 그리고 도전적이고 자력적인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성장의 필요성을 본인 스스로 깨닫게 할 수 있게끔 할 수 있는 프레셔, 이 양 축이라고 보는데, 한국은 양쪽 모두 부족하죠. 아이들에게 자유를 부여하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닦달하면서 레벨업 시키지도 않아요. 그 결과 아무 것도 스스로의 힘으로는 할 수 없는 반편의 아이들이 양산되고요. 연애도 서툴고 대인관계도 서툴고 일처리도 서툴고 취미도 사려도 고민도 초보 수준인, 인간으로서의 깊이가 얕디 얕은.

    그래도 다행히 현대로 오면서 평균 수명도 연장되고 건강 연령도 늘어났으며 노화의 속도는 늦춰졌으니 이제부터라도 일어서면 되는 것이겠지요. 아재가 되기엔 우리 모두 너무 젊고 살 날이 많이 남았어요. Too young to die.
    삼공파일
    그런 경험 안 겪고 지금 이대로 늙으셨어도 부족한 점은 없으셨을 거에요. 다만 그게 얼마나 쓰잘데기 없는 짓이었는지 마음으로 와닿지는 않겠죠. 그런게 꼭 마음으로 와닿을 필요는 없다... 뭐 그런 얘기죠. 안 겪어서 몰랐을 건 안 겪어도 된다는 사실 그거 하나 뿐인 셈이죠.
    구밀복검
    뭐 근데 다른 선택을 했더라도 뻘짓을 안 했을지는 의문이니까요. 어차피 미숙할 때는 뭘해도 뻘짓이 될 수밖에 없지 않나 합니다. 그게 이왕이면 대학 때보다는 중고딩일 때가 좋기야 하겠지만, 어릴 때의 역량으로는 어느 길을 선택했든 방황은 피할 수는 없는 것이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수 많은 이불킥거리들에 대해 비교적 초연해졌습니다. 다른 길로 갔어도 이불킥거리의 숫자는 별로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구밀복검
    이와 관련해서 예전에 지인과 대화한 적이 있는데, 한국에서 대학 캠퍼스 생활은 마치 전근대사회의 신부의 결혼식 같죠(사실 지금도 어느 정도는 그렇지만). 내 인생에 한 번이고 다시 돌아오지 않는 결혼식 만큼은 절정의 환희 속에서 보내고 싶다는, 그 정념이 대학에 갓 들어온 신입생들이 대학생활에 대해 느끼는 감흥과 비슷할 거에요. 평생 억압만 받고 살아오며 자신과 사회의 경계가 어딘지도 모르고 무념무상으로 살아오다가 갑자기 자유를 허락받고 자신이 주인공이 되는 시기를 경험하게 되는 것이죠. 마치 수십 년 동안 실험실에 갇혀 있다가 실험실 밖으로 나오고서 희열감에 경도되는 침팬지나 소들처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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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와 관련해서 예전에 지인과 대화한 적이 있는데, 한국에서 대학 캠퍼스 생활은 마치 전근대사회의 신부의 결혼식 같죠(사실 지금도 어느 정도는 그렇지만). 내 인생에 한 번이고 다시 돌아오지 않는 결혼식 만큼은 절정의 환희 속에서 보내고 싶다는, 그 정념이 대학에 갓 들어온 신입생들이 대학생활에 대해 느끼는 감흥과 비슷할 거에요. 평생 억압만 받고 살아오며 자신과 사회의 경계가 어딘지도 모르고 무념무상으로 살아오다가 갑자기 자유를 허락받고 자신이 주인공이 되는 시기를 경험하게 되는 것이죠. 마치 수십 년 동안 실험실에 갇혀 있다가 실험실 밖으로 나오고서 희열감에 경도되는 침팬지나 소들처럼 말이죠.

    https://www.youtube.com/watch?v=x7PAMgNEtSY
    Release of chimpanzees, 30 years after undergoing experiments

    https://www.youtube.com/watch?v=kUZ1YLhIAg8
    "happy Cows" Kuhrettung Rhein Berg english subtitles / vacas liberadas


    그래서 나치의 프로파간다 영화인 <의지의 승리> https://www.youtube.com/watch?v=B4gVcHE2HcU
    를 볼 때, 참 우리네와 다를 것 없다 생각했어요. 대학생 쯤 된 젊은이들이 캠프 놀러가서 수돗가에서 물장난치고, 캠프화이어하고, 노래 부르고, 술 마시고...그러던 와중에 독일 국민의 위대함과 우리 모두 하나임을 변설가들이 역설하고. 그 분위기와 아니모에 경도되고 도취되는 것도 당연하다 싶죠. 물론 그런 것들이 도덕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다는 것이 아니에요. 제 말은, 거기에서 보이는 사람들의 심리적 반응과 언행들을 보면 우리네와 전혀 다르지 않은 활력과 정열과 건강성, 확장 동기를 볼 수 있다는 것이죠. 아마 당시 독일의 젊은 여남 남녀들은 그렇게 생각했을 거에요. \'어휴 슈밤 전쟁도 깨지고 공황도 나고 먹을 것도 없고 죽겠네 이놈의 헬독일 ㅜㅠ\' \'읭? 히틀러란 아재가 사람들 불러 모아서 캠프 열고 파티 한다고? 가면 교회 오빠 교회 누나...아니 나치 오빠 나치 누나도 많다는데? 어차피 헬독일인 거 가서 신명나게 놀아볼까?\' \'으캬캬캬캬캬 씐난다 글구 히틀러나 괴벨스란 아재는 왤케 말빨이 좋다냐. 교주님 급이네 후덜덜덜\' \'오오★☆승리의 헤븐 독일 헤븐 나치 짱짱맨★☆오오\' 뭐 단순화 해보자면...

    그렇게 생각하면 얼마나 다행일까요? 그나마 우리네는 이불킥 수준이지, 영상에 나오는, 이미 죽었거나 쓸쓸히 늘그막을 맞이하고 있을 그네들처럼 자신들의 가장 찬란했던 리즈 시절이 흑역사로 남아 국가와 사회와 개인의 기억에서 통편집되어 추억하고 간직할 수 없게 되고, 그리하여 젊은 날을 인생에서 모조리 박탈당하진 않았으니까.
    삼공파일
    독일까지 안 가도 한반도에 이런 건 너무 많잖아요. 독립운동가, 친일파, 군인, 새마을 일꾼, 민주 투사... 찬란한 리즈 시절이 오늘날 흑역사가 아닌게 하나도 없네요. 다 죽었으면 그래도 괜찮은데 다이나믹 코리아...가 되어서 역사 교과서도 다시 쓸 판이잖요.
    어느 정도는 동의합니다. 다만 저는 혼자있어도 여가를 선용하는 게 어렵네요.
    김영하 소설은 별볼일 없는데 인터뷰 내용은 좋네요. 하지만 친구는 중요해요. 다만 어떤 친구냐에 따라 그 내용은 조금 달라지죠. 혼자 있는 시간을 온전히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은 시시한 친구 만나서 킬링 타임 안하죠. 그가 친구를 만나며 보내는 시간이란, 혼자서도 충만하지만, 만나면 전혀 다른 충만함으로 채워지겠죠. 그런 친구는 인생에 한두명이면 족하죠. 삼공파일님이 요새 좀 변하신거 같아요. 예전에 피지알에서 처음 글읽었을 때랑 또 다른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나쁘게 말해서 아재가 되가고 계시네요. 크크크 이상 아지매였습니다.
    삼공파일
    여친도 김영하 소설은 별론데 산문은 좋다고 그러더라고요. 저는 김영하 장단편 다 재밌게 읽었는데. 흐흐. 김영하는 목소리랑 말투가 또 좋아서 대중 강연이나 팟캐스트 이런 거랑 어울리는 것 같아요.

    한두명 있는 친구들이 저한테 영혼을 팔아서 면허를 얻는다고 그러던데 진짜 그런가봐요. 하지만 괜찮습니다. 팔 수 있을 때 팔래요.
    王天君
    저는 어느 정도가 아니라 아예 공감합니다. 인간 관계라는 것은 결국 수단이지 목표가 아니죠. 돌이켜보면 얻을 수 있던 가장 소중한 것은 주변의 사람과 그 사람들 사이의 관계일 수도 있고 그것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그것은 살아가는 과정에서 부수적인 획득물이지 그 자체를 향해서 우리가 노력하거나 거기에 안주할 수가 없거든요. 내향적인 사람들이라면 더더욱 자기 자신과의 대화에 열중하고 거기에서 행복을 찾고, 또 그것을 오답인양 말하는 사회 속에서 견디는 법을 배워야해요.

    외로움으로부터의 도피가 무슨 행복의 입구이고 진리인... 더 보기
    저는 어느 정도가 아니라 아예 공감합니다. 인간 관계라는 것은 결국 수단이지 목표가 아니죠. 돌이켜보면 얻을 수 있던 가장 소중한 것은 주변의 사람과 그 사람들 사이의 관계일 수도 있고 그것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그것은 살아가는 과정에서 부수적인 획득물이지 그 자체를 향해서 우리가 노력하거나 거기에 안주할 수가 없거든요. 내향적인 사람들이라면 더더욱 자기 자신과의 대화에 열중하고 거기에서 행복을 찾고, 또 그것을 오답인양 말하는 사회 속에서 견디는 법을 배워야해요.

    외로움으로부터의 도피가 무슨 행복의 입구이고 진리인 것처럼 자신을 속이는 건 한계가 옵니다. 짧은 만족과 유희를 위해 시간을 버리는 것은 오래가지 못하죠. 저도 예전에는 왜 그렇게 스스로를 속이며 타인과의 교류에 그렇게 목을 맸을까 하는 후회가 종종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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