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5/10/17 03:32:41
Name   damianhwang
Subject   이민을 생각한 계기, 과정 그리고 결과
예전 pgr21시절때부터 연재(?) 글 비슷허니 캐나다 이민 도전기를 적고 있었습니다.
http://pgr21.com/?b=8&n=53950
http://pgr21.com/?b=8&n=55022

결론부터 말하면 최종 비자 패키지와 영주권 추천 레터가 나왔다고 이민 에이전시에 연락을 받았고,
이제 그 레터를 들고 캐나다 입국해서 공항에서 영주권 카드 신청하고 받은 후에,
영주권 유지를 위해 5년안에 3년동안 캐나다에서 살아야 하니까, 2년안에 이사를 가면 되는 단계까지 왔습니다.

처음 이민 생각하게 된 것이 2008년부터였는데, 본격적으로 서류 준비하고 에이전시 선임한것은 2013년이었고, 2015년이 끝날 무렵에서야 결실을 보았네요.

_____________이민을 처음 생각한 계기는...._________________________

약사라는 직업을 갖고 있지만, 사실 약대를 가고 싶어서 간 것이 아니기 때문에....
졸업하고 면허를 받은 그 순간까지도 약국이 어떻게 생겼는지, 약사가 뭐하는 직업인지 조차 몰랐었습니다.

대충 쉽게 테크를 설명하자면...

지방에서 학교 다님 -> 부모님이랑 맨날 싸움 -> 집에 있기 싫어, 나 서울로 도망갈래 -> (내신, 수능, 본고사 다 봐야 하는 세대) -> 내신 잘 받을수 있는 고등학교로 전학 -> 수능봄/본고사 무셔! -> 특차로 진학
-> 장학금 감사 -> 학비 최고로 비싼 과-> 쳐놀다가 첫학기에 기숙사 짤리고 장학금 짤림 -> 반수..-> 집에서 괘씸하다고 학비/생활비 못대줌 선언 -> 서울에서 제일 학비 싸고 졸업하자 마자 취업되는 과 찾음...
-> 약대 -> 사방에 여자다! 한명 잡아서 셔터맨 해보자 -> GRD ASKY -> IMF크리 -> 어색해진 짧은 머리를 -> 전역하고 나니 대격변 (의약분업...;;) -> 대충대충 졸업, 제대로 들은 수업은 pk하나뿐

약대생인데 베타블로커 기전은 모르고 TCP/IP 4계층은 훤히 머리에 들어오고,
유기화학 일렉트론 쉬프트는 뭐지? 하고 쳐다보면서 C#으로 코딩하는 알고리즘은 손으로 써서 코딩할 줄 아는;;;

대략 그런 공돌이 였습니다.

그 상황에서 각종 번역, 코딩 프로젝트, 강의 등등 한다고 국시 준비를 1주일 밖에 못해서 떨어지는 줄 알고, 면허증 없어도 갈 수 있는 아무 제약회사 면접보고 들어갔;;;;;;

________________ (절취) ________________________

아무튼, 그런 상황이었고,... 제약회사 그만두고 임상 필드로 나왔을 때 그야말로 내가 깡통이라는 걸 깨닫고, 공부를 좀 더 해보자~~
그런데 한국에서는 마땅히 맘에 드는 데가 없으니 유학이나 가보자..
집에선 한푼도 못 대준다네? 학점이 개판이라 국비유학은 택도 없네?

그래? 그럼 가서 일하면서 돈벌어 야간대학원이라도 다녀보자....
약사 면허를 따면 되겠네? 미국은 5년제 미만 약대 졸업자가 시험 응시 자격이 없대니까. 캐나다 뿐이 없네;

이런 아주 어이없고 단순한 이유로 시작한 것이었죠; 캐나다 가본적도 없었고요, 그냥 미국 옆에 있는 미국하고 비슷한 나라 아녀? 딱 이 정도 수준에서 시작했었습니다.


영어....도 잘 못했죠.. 토플 시험 보면 60점 나오던 수준?

뭘 어쩌나요;; 병원 파트타임이나 야간당직 자리 전전하면서, 혼자서 시험공부하고 영어공부하고 그렇게 몇 년을 보냈죠.

그 시절에 만나던 여자친구하고...갖은 막장을 다 겪은 터라. 심신도 지칠만큼 지치고;;;
(굳이 설명하자면, 강남 하우스 푸어님께서 너 결혼하고 싶으면 니네 부모 등골 뽑아와라~ 안그러면 내 딸 못준다..딱 이정도 스토리?)


________________(반전의 계기)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진심으로 여기는 어떻게든 떠야겠다고 느낀건...몇년전 수원 연화장에서였습니다;
그 몇년전 연화장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다들 아시겠죠.?

내가 뽑은 대통령님을 니네가 죽이냐는 울분에 휩싸여 있던 수원 연화장 그 밤에;
부모..라는 양반이 전화가 와서 니가 거길 왜 있냐 이 빨갱....(고향:대구....)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합니다)
(덕택에 제 결혼식에는 양가 부모 인사가 없었죠, 제가 초대를 안 했으니까...-_-;)

그리고 위에서 말한 여자친구..라는 양반과 매우 심각하게 안 좋은 일로 정신적 충격의 트라우마를 겪으면서...
당장 어떻게든 여길 떠야겠어 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게 2010년이었나봐요;

그런데; 캐나다 약사 면허 시험은 2년에 걸쳐 틈틈히 준비해서 대충 자격까지는 취득했는데;
(외국약대 졸업자인 저는 1차 학위 동등 시험을 먼저 본 후에 캐나다 애들이 보는 필기 시험과 상담실기 시험을 보면 자격증이 나오고, 인턴을 하고 법규 시험까지 봐야 면허가 나옵니다..)

그때는 독신이었고 영어점수가 아주 우수하질 못해서..(IELTS 6.0-6.5 간당 간당).

복잡해진 머리를 어떻게든 식히려고 마감 하루전인 공고를 보고 해외로 뜨게 됩니다; 그리고 그게 아프가니스탄이었죠;

https://kongcha.net/?b=3&n=787

마침 그 때 캐나다가 보수정권이 들어서면서 이민 문호가 완전히 닫혀 버려서, 저는 서류가 거의 다 준비되었고 영어점수 0.5점 정도만 더 받으면 될거 같은데;
아예 신청도 못하고 4년을 보내게 되었네요;

그 이후 과정은 위 링크 글들에 있는 것 처럼, 아프가니스탄에 만난 저보다 한참 어리지만 저보다 생각깊은 아내와 차근차근 하나씩 준비해서 오늘의 결과까지 다다랐구요.

_____________ 그래서 계획은? ____________________

사실 울컥하는 마음으로 시작한거고, 일단 여기 뜨고 봐야 겠다는 생각으로 벌인 거라 처음엔 계획은 커녕 캐나다가 어떤 나라인지도 제대로 몰랐습니다. 만은
어차피 물려받은 자산도 하나도 없고, 평소에 돈 모으고 저축하는 성향도 아니었기에...
(보험은 들고, 적금은 해도, 일체의 재테크는 안했죠; 뭐 나름 경영대학원 재무전공 중이긴 합니다만은;;;)

일단은 모기지론 다운페이먼트 정도만 벌어서 캐나다 건너가서 모기지로 집사고, 은퇴할 때 역모기지로 캐나다 연금이랑 같이 받아서 그걸로 노후 생활할 테크를 생각중이구요

캐나다 건너가서 직업은 일단 약사를 계속 해야 겠지만, 버벌이 딸릴 수 밖에 없으니, 스페셜리스트 잡을 찾아봐야 할 테고, 그럴려면 추가학위 + 인맥이 필요할 것 같아서
임상연수를 들었던 대학의 대학원 과정을 우선 들어갈 계획이네요;
부족한 영어와 필요한 제 2외국어 (아마도 중국어와 일본어 겠지만요)를 공부하고;

아내도 일단은 학교부터 들어가야 할 것같은데; 뭐 할지는 아직 정하진 못하였고... 그렇네요;
우선은 정보가 더 필요하고, 계획이야 20-30년 뒤를 보고 세워야 하는 것이니 말이죠;

____________ 생각해 볼 점 _________________

욱하는 마음에 시작한 것이긴 했는데, 제가 나름 혼자서 준비할 수 있었던 것은 현지의 웹싸이트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면서 정보를 직접 습득한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 싶습니다;
에이전시들이 걸러서 전해 주는 정보에 bias가 꽤 많더라구요;

독신인 경우보다 가족이 있는 경우가 훨씬 더 동기부여가 되었단 생각도 들구요;

물론 건너가서 살아보면 또 다른 문제가 생기겠지만;

19살 이후 지방에서 서울로 유학생활 하면서 20년이 지나버렸으니, 그냥 서울보다 좀 더 멀리 이사간다는 느낌으로 시작하려고 합니다;

당장은 아니고 1-2년정도는 어드미션 받을 준비도 해야 하고, 다운페이할 돈도 모아야 하고, 인턴자리도 알아봐야 하는 등 아직도 일이 꽤 남았지만요;







6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312 일상/생각소년과 말 6 NightBAya 15/10/21 7161 1
    1306 일상/생각내일부로 백수가 될 예정입니다. 8 고객 15/10/21 5825 0
    1293 일상/생각운전면허 도로주행을 2번 떨어졌습니다. (학원 코스 첨부해봤어요) 23 한신 15/10/19 24929 0
    1282 일상/생각어제 전철에서 있던 일 때문에 우울해요. 13 얼그레이 15/10/18 7522 0
    1279 일상/생각논란의 사진;; 33 눈부심 15/10/17 8947 0
    1277 일상/생각이민을 생각한 계기, 과정 그리고 결과 26 damianhwang 15/10/17 13219 6
    1276 일상/생각우리는 지금 여성주의의 황혼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74 Balvenie 15/10/16 12912 2
    1274 일상/생각아이고 의미없다....(12) 1 바코드 15/10/16 7845 1
    1267 일상/생각글을 쓴다는 것 24 삼공파일 15/10/16 9220 0
    1257 일상/생각결혼이라뇨, 80 7월 15/10/14 7481 0
    1256 일상/생각생각보다 다른 취향에 놀랄 때. 21 세인트 15/10/14 8123 0
    1255 일상/생각짧은 에피소드으.. 19 눈부심 15/10/14 8766 0
    1248 일상/생각노안 vs 동안 68 줄리아 15/10/13 9746 0
    1246 일상/생각어제의 기분 좋음/나쁨 12 새벽 15/10/13 7314 0
    1232 일상/생각굿모닝, 미스터 맥도날드 21 Beer Inside 15/10/12 8207 1
    1231 일상/생각미국의 아시아인들.. 5 눈부심 15/10/12 7598 0
    1224 일상/생각... 8 키배 15/10/11 6568 0
    1219 일상/생각이케아를 탐험하며 든 뻘생각 3 王天君 15/10/10 6616 0
    1218 일상/생각나이가 들면 할 수 없는 운동들 17 까페레인 15/10/10 8942 0
    1207 일상/생각홍차넷은 대체 뭐하는곳일까? 38 만트리안 15/10/08 9797 2
    1202 일상/생각10월 7일 세계 한 편의 모습 16 눈부심 15/10/08 7165 0
    1195 일상/생각'아몰랑'이 뭐길래 100 kpark 15/10/07 11655 0
    1188 일상/생각정신건강을 해치는 12가지 요소들 6 Liebe 15/10/07 7200 1
    1179 일상/생각미생 & 얼어붙은 왕좌 10 이사무 15/10/05 7465 8
    1178 일상/생각나 자신 13 절름발이이리 15/10/05 7697 0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