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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5/10/12 11:09:07
Name   모모스
Subject   이스터섬
지난 번에 소개한 "총균쇠", "섹스의 진화" 등으로 유명한 재레드 다이어몬드이 "문명의 붕괴 (Collapse)" 라는 책을 참조했습니다.

이스터섬
이스터섬은 세상에서 가장 외진 곳에 있는 유인도입니다. 비교적 섬들이 드문 남동쪽 태평양 한가운데 있는 섬으로 동쪽으로 3700km 가야 칠레가 나오고 서쪽으로 2100km 가야 폴리네시아의 핏케언섬이 나온다고 하네요. 인종상 폴로네시아 사람들이지만 현재 칠레 영토에 속해 있는 섬입니다.


이스터섬은 비교적 최근인 서기 900년경부터 사람이 살기 시작했습니다. 너무 외진 곳이라서 다른 섬과 교류가 없었고 1722년이 되어서야 서양인들이 다시 이 섬을 발견할 때까지 고립되어 살게 됩니다. 최대 3만명이나 살았던 이 섬은 19세기 후반에는 약 100여명만 살아남게 됩니다. ( 이곳도 물론 서양인이 가져온 천연두가 결정타였습니다.)  이스터섬의 거석상 모아이로 유명하죠. 일부 모아이는 붉은색 모자 푸카오를 쓰고 있는 것도 있습니다. 이런 대규모 조형물을 만드려면 엄청난 인원과 자원이 필요합니다.  


지금은 나무 한그루 없고 허허벌판처럼 보이는 이 이스터 섬이 놀랍게도 사람들이 이주하기 전 수십만년동안 울창한 숲이였다는 겁니다. 야자나무를 비롯해 21종의 큰 나무들이 자라는 울창한 숲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사람이 살기 시작한 후 급속히 수많은 육지새가 멸종하고 25종의 바다새도 멸종하고 숲은 없어져 갔습니다. 이곳의 유적을 발굴해보면 초기에 돌고래나 참치 같은 원양에서 잡히는 음식물들이 많았는데 후기로 갈수록 없어진다고 하네요. 즉 후기에는 숲이 파괴되어 배를 만들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최후까지 나무를 땔감으로 사용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이 세운 위대한 조형물인 모아이 또한 섬의 한정된 자원이 나무를 소모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석상의 거대한 돌을 운반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통나무가 필요하고 그들을 세우려면 엄청나게 많은 나무껍질로 만든 밧줄이 필요합니다. 이스터섬에 그 수많은 석상들을 만드려고 엄청나게 많은 나무들을 사용한 거죠. 초기에 이 섬에 이주자들은 자원이 영원할거라 생각하며 석상조각에 전념했고 더 큰 석상을 세우려고 씨족들간에 경쟁하여 더 많은 나무와 밧줄과 식량을 소모합니다. 그러나 그 영원할 것 같은 자원은 곧 사라졌습니다. 목재와 밧줄과 천을 만들던 나무껍질이 사라지자 석상도 더 이상 운반하거나 세울 수 없게 됩니다. 이 나무들을 배를 만드는데만 사용하고 아껴 사용하였다면 이들은 좀 더 오래 번성할 수 있었을 겁니다. 현재 한정된 자원으로 고립된 지구의 사는 인류도 오래 번성하려면 자원을 아껴써야하는 이유죠.

이스터섬은 삼림파괴의 결과를 보여주는 극단적인 예입니다. 삼림 전체가 사라지고 모든 나무가 멸종되었습니다. 그 결과 숲의 파괴로 단백질을 공급해주던 야생동물이 없어지고 삼림파괴는 비와 바람으로 토양의 침식을 부추겼습니다. 흙이 건조해지고 영양분이 빠져나갑니다. 퇴비로 쓸 나뭇잎이나 열매, 작은 나뭇가지를 구하기 불가능해진거죠. 결국 척박해진 땅 때문에 식량생산마저 줄어들었던 겁니다. 또 낚시하러 갈 배를 만들지도 못하고 대치할 식량도 없어 더욱 더 궁핍하게 되었습니다. 삼림파괴로 인한 식량생산감소는 결국 기아로 이어져 내전과 식인풍습으로까지 발전합니다. 겉으로 보기엔 자원이 풍족해보이는 이스터섬에 이주한 사람들은 곧 자원이 감당하기 벅찰 정도로 인구가 늘어나고 숲은 계속 사라지고 토양이 침식되고 농업생산성이 줄어들고 결국 큰나무가 없어 배를 건조할 수 없게 되어 식량은 더더욱 줄고 결국 내란이 일어나고 기존 정치세력이 전복되고 지방토호들이 세력다툼을 벌어지고 굶주린 사람들은 인육이라도 먹게 되는 상황에 이릅니다. 결국 인간의 탐욕 (거대석상 모아이)으로 환경을 닥치는 대로 파괴되고 그 자원이 완전 소모되었을 때에 그 후손들은 힘든 과정을 겪었습니다. 인간의 탐욕으로 자원을 급격히 소모해 결국은 자원이 부족해진 인류의 미래를 보는 것 같습니다. 우리 인류도 지금은 풍족해보이는 자원을 가지고 고도문명을 이루었다고 하나 언제가는 자원이 고갈될거고 문명이 퇴보할 거고 이스터섬의 예처럼 문명이 붕괴되어 결국엔 한사람도 살아남지 못하고 종으로서 운명이 끌날 수도 있습니다.

이스터섬은 자원의 지나친 개발로 인해 쉽게 붕괴되는 사회의 전형을 잘 보여줍니다. 이스터 사람들은 완전 고립되어 살았습니다. 처음에 이곳에 온 사람들은 태평양을 헤매다가 우연히 이곳으로 왔고 다시 자신의 고향으로 갈 수 있는 능력이 없었을 겁니다. 지금 현재의 인류의 과학기술처럼 우주로 진출이 힘든 것과 비교할 수 있겠네요. 인간으로 인한 환경훼손, 즉 한정된 자원인 삼림을 무절제하게 사용하므로서 그 자원이 바닥났을 때 생길 수 있는 극적인 결과를 보여줍니다. 너무 외진 곳이라 이곳의 자원이 바닥났을 때 다른 곳으로 이주도 불가능했습니다. 물론 이스터섬이 환경적으로 취약한 지역으로 삼림이 쉽게 파괴되고 다시 회복되기 힘들다는 원인도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높은 위도로 온도가 낮고 강수량이 적은 지역이라서 숲이 재생속도가 느립니다.) 이스터섬과 현대세계는 너무나도 비슷합니다.  이스터섬의 11개 부족이 섬의 자원을 모두 다 써버린 것처럼 현대세계는 세계화, 국제무역, 항공기, 인터넷 덕분에 모든 국가가 자원 공유하며 급속히 소모시켜가고 있습니다. 이스터섬이 태평양에 고립되어 있듯이 지구 또한 한정된 자원을 가지고 우주 속에 고립되어 있습니다. 우리 지구인이 곤경에 빠진다면 누구에게도 의지할 수도 없습니다. 이스터 사람들이 그랬던 것처럼 말입니다. 자원이 바닥나 붕괴된 이스터 섬으로부터 앞으로 자원이 바닥난 우리 지구의 미래에 닥칠 최악의 시나리오를 엿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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