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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1/02/12 00:15:48수정됨 |
Name | whenyouinRome... |
Subject | 1박 2일 서울 방문 단상. |
안녕하세요. 얼마 전 서울에 볼 일이 있어서 1박 2일로 다녀 왔습니다. 오랜만에 자차로 수도권 진입하니 여러가지 생각이 많이 들더라구요. 운전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스트레쓰였습니다. 벌써 수도권을 떠난지 9년정도 되다보니 정신이 없더라구요. 아래는 제가 1박 2일동안 느낀 점입니다. 반말로 쓰겠습니다.. 안 그럼 글이 이상해져서..;; 오랜만이다.. 서울에 차를 가지고 방문한 건. 서울의 교통체증은 모두가 공감할 만한 것이고 왠만해선 나도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편.. 하지만 이 번에는 피치 못할 사정 상 차를 몰고 올라올 수 밖에 없었다.. 서울에서 운전해본 지도 8년은 된 것 같다.. 사실 자신도 많이 없어졌지만.. 무튼 우여곡절 끝에 서울에 진입하게 되었다. 예전에 네비가 없었을 때는 어떻게 운전했을까 싶다.. 으으..;;;; 경기도권에 진입할 때 부터 느낀건데 도로에 좋은 차가 너무 많다. 10년 전에는 그래도 많이 없던 외제차도 이제 두세대 걸러 한대로 늘어난 것 같아서 운전에 더 긴장감을 더 한다. 영동고속도로부터 시작해서 한남대교까지 오면서 느낀 건데 내 차보다 안 좋은 차는 현재까지 한 대도 못 본 것 같다. 우리 동네는 아직 많은데.. 살짝 위축감이 든다.. 서울 시내에 진입해서 식은 땀을 흘려가며 숙소가 있는 동대문까지 왔다. 숙소 주차장을 내려가는데 지하 5층까지 만차다.. 내려가는 길은 좁아 텨져서 이미 무수히 많은 차들의 페인트로 벽이 얼룩덜룩 하다.. 거 차주들 좋은 차 긁어서 속 좀 쓰렸겠네... 내 신용카드 발렛 무룐데.. 하지만 발렛파킹 어떻게 하는지 몰라서 그냥 내 손으로 주차했다. 근데 담부터 가능하면 발렛 하는 법을 알아보기로 했다. 내 운전 실력으로 한 번 더 오면 백퍼 긁는다.-_-; 우여곡절 끝에 덜덜덜 떨며 지하 마지막 6층까지 내려가서야 간신히 차를 댈 수 있었다. 둘러보니 여기도 내 차보다 안 좋은 차가 없다. 괜히 더 위축감이 든다-_-;;;; 숙소 로비에 가서 체크인 하며 커피나 한 잔 할까 해서 가격을 보니 아메리카노가 12000원?? 뭐 그정도 하는 거 같다. ㄷㄷㄷㄷ 뭐 금가루 뿌려놨나...;;; 모처럼의 서울 나들이에 정신이 혼미해진다. 대충 숙소에 가방 던져놓고 아내와 10년전 결혼 반지를 했었던 귀금속점을 갔다. 그 때는 발디딜틈 없이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던 곳인데 코로나 때문인지 그 때만 못하다.. 몇몇 상가는 임대라고 붙어 있었던 것 같기도... 1년 전에 버스 타고 왔을 때는 정말 사람에 치어서 허덕이던 기억이 가득한데.... 800원짜리 아메리카노 하나씩 들고 돌아다니던 기억이 난다.. 지금 그 많던 테이크아웃 커피점들은 어떨까. 유동 인구로 승부 보던 곳들이라 제대로 폭격 맞았을텐데..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걷다 보니 어느새 결혼 반지 했던 곳이다. 결혼 할 때 반지 맞추면서 실반지 해달라고 했던 거 돈 없어서 내년에 해준다고 했는데 10년 뒤에나 다시 방문할 수 있었다. 오늘도 내심 예산은 머릿속으로 정해두고 아내에게 팔찌 하나 해주겠다고 온건데.. 내 아내는 목걸이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 분명 팔찌 하나 하겠다고 하지 않았나?? 속으론 내심 불안하지만 한 번 둘러보라고 했다.. 한 번 둘러봤을 뿐인데 아내의 손엔 목걸이 팔찌 반지가 들려있다. 셋트처럼 맞춘 디자인이다. 금값을 슬쩍 보고 팔찌가 대략 얼만지 듣고 나서는 머리가 멍해진다... 이게 아닌데... 내 아내가 왜 이러지..;;; 이 때가 기횐가 싶어 내 아내는 어쩌다 종이조각이 될 수도 있는 화폐가 아니라 실물에 투자하는게 지혜로운 일이라는 신박한 이론으로 나의 입을 봉쇄한다. 결혼 10주년이니까.. 내 마음을 속으로 다잡고 맘에 드는 걸로 해줄게. 대신 이거 받고 다이어트 하는 거다? 라는 왠지 손해가 될 것 같은 조건을 걸고 쿨거래를 완료 한다. 오후 볼 일은 이걸로 끝났다. 숙소에 가서 저녁을 먹고 평화시장을 둘러보러 갔다. 사람 정말 없다... 청계천을 걷는 사람들도 별로 없고 평화시장은 전멸이고 광장시장은 배가 불러 가보진 않았지만 예년의 절반정도밖에 없으리라... 돌아와서 맥주 한 캔 마시고 잠자리에 들었다. 아침이다. 아내와 맥 짚으로 가기로 한 한약방을 갔다. 아내가 몸이 많이 좋아졌다는 희소식을 들을 때까지는 좋았는데 내 몸이 별로 안 좋다고 한다. 약을 먹으면 좋겠다는데 솔직히 긴가민가 하다.. 이 집 단골인 처형한테 전화했더니 빨랑 먹으란다. 아저씨는 내 약 지으면 아내 약은 무료 제공 옵션을 걸었다... 아내가 바로 질러버렸다.-_-;; 금에도 투자해야 하지만 몸에도 투자해야 한단다.. 어쩔 수 없다.. 아내 말은 잘 들어야지.... 숙소로 돌아와서 짐 꾸려 나온다. 내 서울 방문 버킷 리스트에 있던 커피 가게에서 커피를 마시겠다는 일념으로 자차를 몰고 신기한 골목길을 빙빙 돌아 그 곳에 간신히 도착했다. 아! 난 길치라 네비를 보고도 종종 다른 길로 간다.OTL.... 아무튼 도착한 곳. 아기자기하고 예쁘고 커피 향기가 무척 좋았던 곳. 바로 옆 주차장 진출입로가 헬이어서 죽는 줄 알았던 것만 빼면 아주 좋았다. 근처 상가들 잠깐 구경하는데 아내가 좋아하는 옷들이 있어서 두어벌 사주며 느꼈다. 아 이래서 서울서울 하는구나. 너무나 가까운 곳에 필요한 많은 것들이 있다. 잠깐 나가면 옷 가게들이 수두룩 하고 잠깐 옆으로 가니 식당들이 주욱 있고 또 조금 움직이면 온갖 커피숍 패스트푸드 길거리 음식까지... 아내가 그런다. "올만에 오니까 너무 재밌다. 진짜 여기 사람들은 편하겠다" 나도 그런다. "그러게 그러니 다들 서울 살려고 하나보지. 그렇게 비싼 집을 사고 월세를 지불하며 사는 데는 다 이유가 있어." 단지 모든 것이 너무 많으니 (사람들 조차도) 다들 바쁘고 정신없고 치열하게 살 수 밖에 없어진다... 서울 외곽을 기준으로 내부에 들어오고 나오며 길에서 보낸 시간이 아마 서너시간즈음 되는 것 같다. 탐라에 글을 썼더니 양호한 편이라는 말에 충격 -_-;;; 그러니 직장 근처는 집이 비싸고 먼 곳은 싼 대신 시간을 써야한다.. 돈으로 시간을 산다는 말이 거주지에도 통용되는 말이다. 시간을 지불하던 돈을 지불하던 어떠한 형태로든 서울 살이에는 댓가가 필요하다. 아주 넉넉한 일명 금수저라 불리는 소수의 상위층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빡빡한 삶을 살 수 밖에... 집으로 돌아오는 길 왕십리 언덕을 오르며 본 수많은 아파트들.. 문득 이 아파트들은 얼말까 하는 생각에 아내에게 물어보니 21평정도 되는 아파트가 10억 이라고 한다.. 우와... 우리집 팔면 한 평 살 수 있겠다. 그러니 이 많은 아파트 중에 내 몸 뉘일 내 집 하나 없구나 하는 생각에 힘들어 하는 사람이 그다지도 많은 거겠지... 그 와중에도 운전하며 보니 내 차처럼 오래된 차는 안 보인다... 참 서울 살이는 많은 걸 요구한다. 아내와 주절주절 우리도 서울 살면 어쩔 수 없이 남들 눈 의식하며 차도 바꾸고 집도 무리해서 대출해가며 사야할텐데.. 대출도 40%밖에 안된다는데 우린 집 살 돈 없어서 그냥 떠돌이처럼 살아야겠다.. 진짜 우린 서울 못 살겠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간신히 서울을 빠져 나온다... 아마도 나는 서울 입성은 불가능 할 것 같다.. 일 순간 스쳐 지나가면서도 느껴지는 서울 살이의 치열함과 빡빡함을 견딜 수 있을까... 단지 차를 가지고 움직이기만 해도 벌써 꽉 막힌 도로에 짜증이 절로 나기 시작할텐데... 주차는 또 어떻고.. 간신히 차는 대도 바글바글한 사람들 사이는 또 어떻게 헤쳐나갈까.. 과연 분노 없이 독기 없이 이 치열함을 살아가고 이겨낼 수 있을까.. 그 치열함이 싫어 떠나온 동네니 돌아가도 설 자리는 없겠지.. 우리 동네는 이제사 영화관이 생겼다. 그마저도 코로나로 거의 휴업 수준.. 이런 상황이니 뮤지컬이 뭐야 연극이 뭐야 콘서트는 먹는거야? 할 수 밖에... 인프라라고 할 게 없다. 시내 버스는 일고여덟시면 막 차가 끊기고 기차는 하루 서너대 다니고.. 심지어 시외버스도 없는 노선이 너무나 많아서 자차 없이는 어머니네 집도 못 간다..;; 시내라고 있는게 서울 지하철역 상가만도 못할지도... 그래도 좋다. 집에서 출발하고 이 도시를 가로지르는데 고작 십분이면 충분한 곳. 그만큼의 시간을 살 수 있는 곳. 난 아무래도 치열한 삶과는 맞지 않는 것 같다.. 뭐 덜 벌고 덜 쓰면 돼지.. 내 아들이 쪼끔 걱정 되긴 하지만... 뭐 알아서 살겠지 내가 그랬던 것처럼...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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