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20/10/11 20:59:31
Name   지옥길은친절만땅
Subject   등산하며 생긴 재미있던 일
요즘 등산을 자주 하고 있습니다.
일주일에 4일을 산에 다닙니다.
등산하기 좋은 때입니다.

그 중 요 며칠새 재미있는(?) 경험을 했습니다.
연휴가 길어서 사람을 너무 많이 보니, 재미있는 일이 있었습니다.

1. 등산인의 거짓말을 배운 어린 새싹.

제가 다니는 산 정상부분에 가면 돌 뿐입니다. 다른 사람의 발이 있는 아랫단 제 손으로 집고 오를 때였습니다.

발 크기나 목소리가 초등학교 저학년인 아이가 "다왔어요. 곧 정상입니다." 라고 저를 격려해주었습니다.

산 위에 올라서 계속 생각나서 웃었습니다.

요즘 코로나19때문에 마스크를 하고 등산합니다. 산 아래서는요.

어느정도 올라가면 마스크를 벗어버리십니다.
저도요.
숨 쉬는 것도 힘든데 마스크까지 쓰기가 너무 힘듭니다. ㅜㅡㅜ

그래서 등산하면서 인사하는 일이 거의 없어졌습니다.

마스크를 안 써서 마주치면 돌아서거나 서로 고개를 숙이고 지나갑니다.
그러던 중에 아이가 인사해주니 정말 기분이 좋았습니다.

2. 양산쓰고 등산하시는 분.

아이에게 인사받고 기분좋게 내려갔습니다.
날이 매우 좋았습니다. 오후 3시정도에 산에서 1/3부분까지 내려왔습니다.
잘 내려가는데, 저 멀리서 보라색의 무언가를 봤습니다. 그 보라색이 무엇인지 계속 궁금해하며 갔습니다.

그것은 양산이었습니다!!!!

손에 등산스틱하나 들고 가기도 힘든데, 양산을 쓰고 등산하시는 분이었습니다.

가끔 크록스화나 쓰레빠를 신고 오시는 분도 계시니, 그분의 차림을 눈여겨봤습니다.

등산화에  등산가방, 등산복까지 잘 갖춰입으시고 양산을 쓰셨습니다.

우와.
그분과 한참 멀어진 뒤에야 웃었습니다.

3. 등산하는 연인

연휴가 길어서 연인들, 특히 20대로 보이는 연인들이 참 많았습니다.
가벼운 운동화에 바지를 입은 여자분께 등산스틱을 쥐어주고 올라가는 커플도 제법 많았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산의 초입은 어느 산이나 계단이 많거나 경사가 심합니다.
이 커플은 여자분이 겨우 계단 5개정도 올라와서는 얼굴이 시뻘겋게되어 씩씩대며 "어디가 끝이야" 하는데, 남자분은 씩씩하게 올라가시더군요.

곧 솔로부대로 복귀하시겠더라구요.

다른 커플들을 보고 등산스틱이라도(보통 한쌍에 3만원이면 삽니다.) 쥐어주지. 참 마음이 그랬습니다.(흐흐흐)

이 글을 쓰게 된 이유를 주신 분을 오늘 만났습니다.

4. 골프채로 등산스틱 삼아 등산하시는 어르신.

어제는 높은 산을 올라(1000m 넘는 곳입니다.) 오늘은 뒷산에 갔습니다.

저희집 뒷산은 맨발로 등산하시는 분이 자주 있는 그냥 다니기 편한 산입니다.

그래도 산은 산이라서 등산스틱을 가지고  다니시는 분도 꽤 됩니다.

길이 좁아서 한명씩만(마주 오면 몸을 비켜 줘야 할 길) 다닐 길에 줄을 섰습니다. 저 앞에 할아버지 두 분이 이야기하며 가시는데 한 분의 등산스틱이 좀 달랐습니다. 굵었습니다.
무거울텐데 생각을 하고 좀 더 자세히 봤습니다. 등산하다가 운이 좋게 그 분 옆을 지나쳤습니다.
손잡이가 골프채 클럽이었습니다!!!

아무리 등산스틱이 없다지만 골프채를 들고 오시다니요!!!

아무리 싸게 잡아도 가격이 20배 차이가 날텐데요.

우와.

세상에.

사진으로 못남겨서 안타까웠습니다.




7


    지옥길은친절만땅
    쓰다보니 탐라에서 티타임으로 넘어왔습니다.
    사십대독신귀족
    골프채 들고 넓은데서 스윙하는 분들도 종종 계십니다.
    지옥길은친절만땅
    헉!
    등산하기 시작한지 얼마 안 되서 아직 그런 분은 못 뵜습니다.

    산에 가다 길을 잘 못 들었는데, 막다른 벼랑 위에 실내용 골프 스윙 연습매트는 봤습니다.

    그런 용도도 였겠네요.

    아래 가던 사람이 맞을 수 있으니 공은 없어야 할텐데요. ㅜㅡㅜ
    사십대독신귀족
    그냥 스윙하려고 들고 가시는 분들인지라 공은 안 치실 겁니다ㅎ
    지옥길은친절만땅
    다행입니다.
    쿠르드
    어 저도 오늘 금정산 다녀왔어요ㅋㅋㅋㅋ 나중에 후기 쓸 건뎅... 3번 많이 봤어요! 손 잡고 하산하더라고! 위험하게!!!!!
    지옥길은친절만땅
    하산이 얼마나 위험한데요!!!
    ㅋㅋㅋ
    등산이 요새 가장 핫한 데이트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ㅋ
    지옥길은친절만땅
    그래서 그렇게 커플로 다니는 거군요.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1180 일상/생각장애인의 결혼생활에 대한 짧은 생각들 10 오구 20/11/28 5917 4
    11171 일상/생각모 바 단골이 쓰는 사장이 싫어하는 이야기 6 머랭 20/11/26 4857 25
    11165 일상/생각아플 때 건강을 지키려는 노력은 살면서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13 오구 20/11/24 5035 16
    11163 일상/생각고향에 가고 싶어요. 9 2막4장 20/11/22 5441 7
    11162 일상/생각아마 저는 죽을때까지 고민할 것 같습니다. 3 오구 20/11/22 5127 11
    11154 일상/생각중대에서 운전하다가 사고날뻔한 이야기 9 Cascade 20/11/20 4647 1
    11152 일상/생각이어령 선생님과의 대화 4 아침커피 20/11/19 4800 13
    11148 일상/생각회사일기 - 5 "학벌" 6 Picard 20/11/19 4767 0
    11146 일상/생각비혼 출산은 과학적 남용일까? 10 sisyphus 20/11/19 5192 0
    11143 일상/생각현대사회에서 소비를 통해 만족감을 얻기 힘든 이유. 20 ar15Lover 20/11/18 6117 4
    11141 일상/생각이제 확진자가 하루에 200명을 웃도네요 5 필교 20/11/17 4913 0
    11129 일상/생각아빠의 쉼 총량제 22 Cascade 20/11/13 4852 37
    11116 일상/생각홧김에 청약 계약? 6 순수한글닉 20/11/06 5534 3
    11113 일상/생각팬레터 썼다가 자택으로 초대받은 이야기 20 아침커피 20/11/06 4655 27
    11112 일상/생각오랜만에 고향 친구를 만나고 4 아복아복 20/11/05 4909 11
    11099 일상/생각미국 부동산 거래 검색 이야기 8 풀잎 20/10/30 4880 10
    11097 일상/생각인터넷의 성개방 담론들을 보면서 느끼는 불편함. (부제: 제대로 된 성개방이란) 22 이상과 비상 20/10/28 6334 6
    11095 일상/생각운동가로서의 Joaquin Phoenix 6 오쇼 라즈니쉬 20/10/28 5711 3
    11094 일상/생각강사들은 왜 잡소리를 할까? 24 rustysaber 20/10/27 5566 6
    11089 일상/생각첫 학회지 투고 논문을 불태우면서 11 쿠팡 20/10/25 4921 2
    11087 일상/생각사랑과 성애의 관계 7 류아 20/10/24 6424 10
    11084 일상/생각로스코 오 로스코 2 시뮬라시옹 20/10/24 4343 1
    11083 일상/생각아이폰12 저도 살까봐요.. 색 고민중.. 4 허니레몬티 20/10/23 4793 1
    11075 일상/생각총기금지국가 한국에서 밀리터리 컨텐츠는 제한적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20 ar15Lover 20/10/19 4859 1
    11074 일상/생각공유 스쿠터를 애용중 입니다. 14 겨울삼각형 20/10/19 4709 1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