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20/09/18 11:46:27
Name   순수한글닉
Subject   BTS의 시대에 성장하는 사람들은
간접적으로 성장기의 사람들을 많이 만나는 직업을 가진 탓에
세대를 뛰어 넘어 보편적인 면, 세대간의  다른 점을 꽤나 자주 생각하게 됩니다.

요즈음 느끼는 것이 '한국적인 것'에 대한 감각이  다르다는 점이네요.
제가 사춘기일 때 표절시비가 하루가 멀다하고 튀어 나왔습니다.
누구 가수의 음악이, 뮤비가 미국의 어느 가수를  뺏겼다.
샘플링이다
표절이 아니다
표절이다

엄청 시끄러운 시절이었는데, 놀랍게도 이런 환경에서 형성된 제 무의식은
미국 문화가 제일 좋은 거고, 그것이 문화 평가의 기준점이 되는구나
한국의 청룡 영화상보다 오스카가 좋고
한국의 가요 대상보다 그래미가 우수한 거구나
입니다. 생각할 시간도 없이 변하지 않는  진리인 것 마냥 한구<<미국 이렇게 박혀 버린 거죠.
둘다 "로컬" 시상식 임에도 우위가 다릅니다.
이 무의식은 아마 깨기 어려울 것 같아요.

그런데 이 시대에 성장하고 문화 취향을 쌓아가는 어린 친구들은 생각이 좀 다른 것 같습니다.
왜 한국 음악이 미국 시장에서 평가받아야 해? 좋게 평가해 주는 것은 좋은데,
왜 선생님이 학생에게 상 주듯이 한국 문화에 상을 주냐 마냐 하냐는 거예요.
이 질문은 제게 꽤 신선했고 생경했고 곱씹을 수록 충격입니다.
자본의 규모라는 개념이 없어서 저런 질문을 할 수도 있겠지만,
저는 자본의 규모를 몰랐던 시절에 저 질문을 하지 않았거든요.

무의식의 영향이 있어선지, 저는 대중 문화에 (어거지로) 껴 있는 한국 오리지널티에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곤 했습니다.
일단 '어거지로'라고 판단한 것 자체가 저의 무의식을 대변하기도 합니다만
왜 저기에 저런 국악적인 요소를 넣어야 하는지,
저럴 거면 그냥 영어 추임새를 넣지 갑자기 촌스럽게 우리말  추임새를 넣는건지
투덜 거리곤 했었드랬죠.
한복을 촌스럽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요즘 친구들은 한복도 일상생활에서 설렁설렁 입고
(저도 개량 한복이 있습니다만, 일상 중 입으려면 겸연쩍습니다.)
BTS 노래 중 한국어 추임새와 한국적인 안무가 많더라고요.
그런 그들이 세계적으로 인정받으니 아래 세대의 한국성은 저와 무게와 느낌이 다르겠죠?

물론 전혀 부정적인 것 아닙니다.
오히려 저는 그들이 부럽습니다.  
자국의 문화에 자격지심이 아니고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시대에 성장한다는 점에서요.


얼마 전 BTS가 <배철수의 음악캠프>에 출연했는데 배철수 아저씨가
'영향 받은 뮤지션은?' 하고 질문했습니다.
거기에 많은 멤버들이 서로 영향을 받았다고 답을 했죠.
다른 몇몇은 한국 가수를 롤모델로 꼽았고요.
배철수 아저씨가 (어디까지나 저만의 느낌일 수 있습니다만) 당황한듯 했습니다.
당연히 팝 문화 속에서 롤모델을 찾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깔려 있어서이지 않을까요?

기생충이 오스카를 받고, BTS가 빌보드를 씹어먹는 시대가 저는 아직 생경하네요.



2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1003 일상/생각빌려주지도 않고 떼인 돈 8 정중아 20/09/28 3842 0
    10999 일상/생각OTT 의 시대에 지출하는 비용 13 Picard 20/09/28 4005 0
    10991 일상/생각지식인층에 대한 실망 17 멜로 20/09/25 4238 1
    10988 일상/생각회사일기 - 4 "회식" 11 Picard 20/09/24 4846 0
    10982 일상/생각나는 대체가능한 존재인가 14 에피타 20/09/23 4753 23
    10980 일상/생각고양이 이야기 3 Velma Kelly 20/09/23 4615 23
    10972 일상/생각가난해야만하는 사람들 51 rustysaber 20/09/20 6054 22
    10968 일상/생각BTS의 시대에 성장하는 사람들은 14 순수한글닉 20/09/18 4293 2
    10964 일상/생각홍차까페 소정 16 릴리엘 20/09/16 5069 11
    10958 일상/생각나의 2년간의 짝사랑기 (열번 찍어 안넘어가는 나무는) 19 그럼에도불구하고 20/09/15 5912 5
    10955 일상/생각회사일기 - 3 '순혈과 혼혈' 15 Picard 20/09/14 5019 0
    10954 일상/생각노르웨이 단어: 프리루프츠리브 - 야외생활의 문화 6 풀잎 20/09/14 4632 3
    10945 일상/생각정신과를 다녀봐야 할까요..? 17 언년이 20/09/10 4735 0
    10943 일상/생각이상형은 직감인가? 신기루인가? 6 순수한글닉 20/09/09 4561 0
    10941 일상/생각회사일기 -2 '도둑놈들이 너무 많다' 1 Picard 20/09/08 4283 7
    10940 일상/생각반말이 싫습니다. 8 rustysaber 20/09/08 4429 0
    10939 일상/생각회사일기 - 1 2 Picard 20/09/08 4645 1
    10938 일상/생각차별이 없는 국가 대한민국 62 야수선배 20/09/08 6514 1
    10934 일상/생각어른들 말씀 잘 듣고 공부 열심히 하는 착한 사람 되지 마세요. 24 Schweigen 20/09/07 6306 63
    10924 일상/생각포스트 코로나시대 - 다른 나라의 국가정책 연구자료 1 풀잎 20/09/04 4736 2
    10921 일상/생각게임을 해도 죄책감이 들지 않네요. 7 nothing 20/09/03 4508 4
    10920 일상/생각술 쫌 취했어요. 27 켈로그김 20/09/03 4911 22
    10918 일상/생각건담 시리즈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작품 27 이그나티우스 20/09/03 5188 1
    10913 일상/생각한국에 거의 안들어오는 건물주 10 유럽마니아 20/09/01 5400 3
    10907 일상/생각ㅗㅜㅑ.... 태풍올라오는데 강심장들이시네... 6 리안 20/09/01 3893 0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