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20/08/14 13:46:49수정됨
Name   ar15Lover
Subject   조커 재감상 후기 + 조커가 악평을 받았던 이유
한참 늦은 조커 후기입니다.

작년에 영화관에서 개봉했을 때는 워낙 잘쓴 후기들이 많아서 제 글솜씨가 부끄러워서 안썼어요.

작년에 2번 봤었는데, 어제 3회차 돌렸습니다.


개인적으로 조커에서 가장 재미있게 본 장면은 영화 극후반부 머레이 프랭클린 쇼 장면이에요.

머레이 프랭클린은 인기 코미디 쇼 진행자로, 명성과 재산, 그리고 언론이라는 스피커를 쥐고 있는 강자 중에 강자 입니다.

방송에 초청받은 아서 플렉은 쇼 진행 중에 자신이 월가 3인방을 죽인 사람이라는 것을 말합니다.

아서 플렉은 그 3인방이 죽을 짓을 했기에 죽인거라 말하고, 머레이 프랭클린은 아서 플렉의 주장에 조목조목 반박하며

아서 플렉을 비난합니다.

그래서 니가 그 3인방을 죽인게 정당하다고 생각하냐면서요.


머레이 프랭클린은 경제 권력, 언론 권력을 쥐고 있는데, 거기에 더해 도덕 권력까지 갖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머레이 프랭클린이 마냥 도덕적인 인물인가요?

아서 플렉은 누가 봐도 어디 한군데 문제가 있는 불쌍한 사람입니다.

아서 플렉의 스탠딩 코미디 영상을 봤다면 못느낄 수가 없어요. 아, 좀 모자라는 사람이 무대 올라왔다가 망신 당하고 있구나.

근데 머레이 프랭클린은 그를 불쌍히 여기기는 커녕 자기 쇼에 초대해서 망신을 주고 영구 박제하려고 했어요.

명백히 비난받을 행동입니다. 솔직히 지하철에서 죽은 월가 양아치 3인방하고 그다지 다를게 없다고 느껴져요.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을 괴롭히려 들었다는 점에서요.


많은 분들이 언급했듯이, 전 머레이 프랭클린이 지금의 리버럴 성향 언론들을 상징하고 있다고 봐요.

많은 자본과 언론으로서의 권력을 갖고 있으면서, 여러가지 사회정의 이슈에서 도덕 권력을 획득한 존재에요.

그런데 언론들이 하는 행태는 머레이 프랭클린이 아서 플렉을 대하는 태도랑 똑같아요.

머레이 프랭클린이 아서 플렉과 함께 초대한 나이든 여성 게스트를 보면, 뭔가 구성애 선생님마냥 성교육 쪽 관련된 전문가 인듯 합니다.

아서 플렉이 무대에 나오기 전에 여성 게스트가 "혹시 저 사람에게 섹스에 관련된 문제가 있나요?"라고 묻고 머레이 프랭클린은 낄낄 웃으며 "아주 문제가 많아 보여요!"라고 대답하죠.

아서 플렉이 카메라 앞에서 이런저런 우스꽝스런 짓을 하면, 성 전문가 여성 게스트가 진지하게 분석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관객에게 웃음을 주려고 했나봅니다.

머레이 프랭클린은 아서플렉에게 망신을 줄것 같으면 여러가지가 있을텐데 왜 하필이면 섹스와 관련된 문제를 걸고 넘어진걸까요??


실제로 지금의 리버럴 성향 언론들이나 정치세력은 자신의 반대세력을 "가난하고, 교육받지 못하고, 여성으로부터 버림받은 매력없는 남성"으로 표상하길 좋아해요.

대체 무슨 근거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럽니다.

미국의 경우 리버럴 성향 언론들이 툭하면 인셀 타령한다거나, 엘리자베스 워런이 "동성결혼에 반대하는 여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에 "여자랑 결혼해라. 만나줄 여자가 있기나 한진 모르겠지만."
라는 점도 있고, 문화산업 쪽에서 Political Correctness관련해 논란 발생하면 거의 언제나 Uneducated 발언이 나온다거나,

한국의 경우 메갈리아 워마드 트위터 유저들이 툭하면 번식탈락도태한남 운운하는것과 몇몇 진보성향 언론이 반-리버럴 정서를 연애경쟁에 탈락한 못난 남자들의 화풀이로 해석하려는 것, 민주당 몇몇 의원들이 요즘 젊은 남자들이 교육 못받아서 그렇다고 발언한 것이 연상됩니다.


그래서 조커가 개봉할 무렵에, 영미권과 한국의 진보-리버럴 성향 집단에서 악평이 나온건 우연이 아니라고 봅니다.

조커를 보다가 자신들의 모습을 머레이 프랭클린에 투영했고, 영화가 머레이 프랭클린의 위선적 행동을 보여주니 제 발 저린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4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1423 영화승리호 스포없는 간단한 감상 23 닭장군 21/02/17 4151 1
    11384 영화홍콩의 화양연화 5 - 추억의 조건 1 간로 21/01/30 4893 7
    11377 영화<소울> 아쉬움 반끗 (스포일러) 6 Cascade 21/01/25 4283 2
    11368 영화홍콩의 화양연화 번외편 - 그 남자의 '밀당' 3 간로 21/01/24 5136 8
    11346 영화홍콩의 화양연화4 -질서와 욕망의 변주 1 간로 21/01/17 3651 9
    11307 영화홍콩의 화양연화(3) 사미인思美人 - 홍콩, 그 아름다운 님이여 2 간로 21/01/01 4708 15
    11280 영화홍콩의 화양연화(2) 꿈의 시공간, 2046 간로 20/12/26 4485 15
    11248 영화홍콩의 화양연화[香港的 花樣年華](1) 4 간로 20/12/18 4768 22
    11214 영화디즈니 플러스의 필살기가 나왔습니다. 6 저퀴 20/12/11 3808 0
    11081 영화삼청영화 三廳電影 7 celestine 20/10/22 4137 12
    11043 영화중국영화 - 먼 훗날 우리 1 풀잎 20/10/12 4405 3
    10974 영화최근 TV로 본 영화 3편 짧은 감상 루아 20/09/20 3756 2
    10901 영화[스포일러] 테넷(TENET) 감상 / 등장인물 시간선 해석 7 化神 20/08/30 8365 6
    10858 영화조커 재감상 후기 + 조커가 악평을 받았던 이유 52 ar15Lover 20/08/14 7948 4
    10834 영화야구소녀 26 알료사 20/08/01 5782 7
    10827 영화영화 '톰보이(Tomboy)' 외신 기사 소개 17 에피타 20/07/30 5278 1
    10530 영화영화 사냥의 시간을 보고 13 저퀴 20/04/25 5906 3
    10412 영화아무리 강력해도 정체성을 찾아가는 하나의 인간일 뿐, 아이언맨 3 2 kaestro 20/03/21 6480 10
    10386 영화오랜만에 쓰는 극장판 애니메이션 감상 [스포 많이 있음] 4 The xian 20/03/16 6041 1
    10383 영화던 월(Dawn Wall) - 결정적 순간의 선택 (스포가득) 하얀 20/03/15 6450 6
    10290 영화'조조 래빗' 감상 9 야근하는밤비 20/02/14 5909 5
    10169 영화'포드v페라리' 감상 (스포) 11 야근하는밤비 20/01/09 6086 2
    10138 영화'캣츠'(영화) 감상 2 야근하는밤비 20/01/01 6327 3
    10132 영화씨네21 선정 2019 올해의 영화 2 손금불산입 19/12/31 6187 0
    10093 영화시카리오 - 현실에서 눈을 돌리다 29 코리몬테아스 19/12/18 7200 14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