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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5/09/18 16:53:39
Name   Neandertal
Subject   현재 한국에서 사용되고 있는 3개의 언어...
Ethnologue라는 사이트가 있습니다. 이 사이트는 전 세계 228개국, 6,700개 정도의 언어들을 분류해서 목록을 만들어 놓은 곳입니다. 순수 언어학, 응용 언어학, 사회 언어학 등을 연구하는 학자들이 유용하게 이용하고 있는 사이트라고 알고 있습니다.

이 사이트는 당연히 한국에 대한 언어도 분석을 해놓고 있는데 Ethnologue에 따르면 한국에는 현재 3개의 언어가 존재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일단 한국어가 하나이고요, 그 다음이 수화(sign language)입니다. 말로 발화되는 것만 언어라고 볼 수는 없고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모든 수단을 언어라고 본다면 수화도 당연히 언어가 되겠지요.



Ethnologue 사이트의 한국 분석...맨 밑 Language Counts 라는 항목을 보면 3이라는 숫자가 보인다...그리고 그 항목 맨 마지막 문구..."1 is dying"...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그럼 한국에서 사용되는 나머지 한 언어는 과연 무엇이냐 하는 것인데 Ethnologue 사이트는 바로 그 언어를 제주어라고 보고 있습니다. 즉, 여기서는 제주어를 한국어의 하위 개념이 아니라 한국어와는 같은 뿌리에서 나온 형제어 정도의 개념으로 보고 있는 것입니다. 제가 관련 지식이 깊지는 않아서 어떤 기준으로 이렇게 분류해 놓았는지는 설명드릴 수 없는데 아무튼 이렇게 분류해 놓았습니다. 본토의 다른 방언들, 예를 들어 전라도 방언이나 경상도 방언 등은 별도의 언어로 분류해 놓지 않았지만 제주어 만큼은 별도의 언어라고 분류해 놓은 것입니다. 하긴 의사소통의 관점에서 봤을 때 육지에서 온 분들이 제주어를 접하게 되면 다른 지역의 방언들과는 달리 유독 말을 알아듣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는 사실로 미루어 보면 위와 같은 분류가 타당한 것 같기도 합니다.



3개의 언어를 구체적으로 보면 제주어(Jejueo), 한국어(Korean), 한국어 수화(Korean Sign Language)로 구분되어 있고 제주어의 상태는 8a(Moribund)이다...


그런데 현재 제주말의 상태는 이 사이트에서 8a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이 8a 등급은 한 마디로 “죽어가고 있는(dying)” 말이라는 것입니다. 이 정도의 등급이면 “(해당 언어를) 유창하게 사용하는 언어 집단이 이미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세대보다 더 윗세대들이고 언어를 사용하고 있는 지역(여기서는 제주도) 자체의 힘으로는 해당 언어를 되살리기에는 이미 늦었으며 (제주도)밖에서 어떤 개입이 필요한 단계”를 의미한다고 합니다.



한국에서 사용되는 3가지 언어의 상태...맨 오른쪽 제주어는 8a 등급으로 표시되어 있다...


그런데 제주도 토박이로서 위의 진단에 정말 동의하는 게 요즘은 제주도에서 태어난 어린 학생들도 제주말을 거의 잘 사용하지 않고 많이 표준어화 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제 딸의 경우 아주 어렸을 때 제주로 와서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학교를 모두 여기서 다니고 있지만 친구들하고 대화하는 것을 가만히 들어보면 제주어는 거의 쓰지를 않습니다. 40대인 저도 사실 아주 나이가 많은 어르신들의 진짜배기 제주어는 알아듣기 어려울 때가 가끔 있는데 지금 제 자식 세대는 거의 어르신 세대와 소통에 어려움이 상당할 정도의 수준까지 온 것 같습니다.

다른 지역, 예를 들어 경상도나 전라도에서도 이런 현상이 많이 발생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제 생각으로 앞으로 이런 추세가 한 두 세대만 더 진행되면 제주어는 완전히 소멸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안 그래도 지역 특성상 본토에서 유입되는 인구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고 해외 관광객들도 많아지는 추세를 감안한다면 “제주어를 살려야 되냐 말아야 되냐”라는 당위를 떠나서 이제 제주어를 들을 수 있는 시간도 얼마 많이 남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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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지엔
    지금 30대만 해도 제주어만으로 의사소통을 할 수가 없다고 하니, 소멸은 금방 찾아올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거기에 이게 언어 구사 집단이 일정 수가 확보되고 자체적인 컨텐츠(특히 독점적인)가 계속 생산되고 소비되어야 하는데 그게 불가능하니...
    뭐 언어학에 대해서는 정말 교양수준으로만 알고 있는데, 제주어의 존재가 참 흥미롭긴 했습니다. 아래아 음이 여전히 남아있다거나 문법 구조가 특이할 때가 있다거나... 연구용 보존이 좀 미비하다고 들었는데, 완전히 소멸하기 전에 충분한 자료라도 확보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Neandertal
    경만이라도 됨시믄 정말 조쿠다마는...--;;;
    세인트
    혹시 \'그것만이라도 된다면 정말 좋겠다마는\' 인가요?
    해석해보는 재미가...흐흐
    Neandertal
    맞습니다...흐흐...
    Neandertal
    좀 더 제주어를 더 넣으면 \"경만으로도\"가 \"그추룩만이라도\"가 되야 겠지만...--;;;
    재밌네요. 제주어는 우리나라에서도 다들 \'제주어\'라고 말하지 \'사투리\'라고 하지 않으니 우리나라 표준어의 형제어라고 보는 시각이 타당한 것 같습니다.
    제주어를 살리는 문제는 상당한 논의가 필요하겠네요. 예산이나 인력도 물론이겠구요.
    이러나 저러나 제주어가 사라지면 상당히 아쉬울 듯 합니다. 저는 아직 제대로 들어본 적도 없다구요!
    Neandertal
    막상 들어보민 별거 어수다...조끄띠 사람시믄 하영 고라줄건디...--;;;
    제 외국인 와우 파트너 친구는 한국어보다 제주어가 더 관심가고 재밌다고 하더라구요.
    저한테 \"넌 왜 한국인이면서 제주어는 모르는거야! ㅠㅠ\" 하길래 미안하다고 했습니다..
    기아트윈스
    그 친구가 혹시 영어사용자면 스코틀랜드 시골 한가운데 던져놓아보세요. 말이 안통해서 슈퍼에서 물건도 못살걸요 ㅡㅡ;
    레지엔
    그리고 코크니를 쓰기 시작하는데....
    기아트윈스
    한 언어학자가 \"언어\"와 \"방언\"의 차이를 정의하면서 육군과 해군이 있는 방언이 곧 언어다라고 한 게 인상깊었습니다.

    제주어의 사멸은 스스로를 지켜줄 독립된 육해군이 없어서 그런걸로...
    기쁨평안
    인천상륙작전때, 제주방언으로 무전통신을 때렸다고 하지요.

    이북사람들은 도저히 알아들을 수 없었기에...
    사나운나비
    제주어를 지키거나 살리기위해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계신 교수님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맞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제가 나온 학교에도 방언학을 하시는 분은 없으셨고, 교수님도 방언학쪽 수업하실 때 그걸 정말 안타까워하셨던 기억이 나요..
    제가 수업을 듣던 때보다는 그래도 요즘이 제주어에 대한 관심이 좀 많아진 것 같기는 한데 중세국어의 흔적이 가장 많이 남아있는 방언이라는 점도 그렇고, 많이 안타깝고 아쉽네요.
    Neandertal
    학교에서 제주어 교육을 한다든가 제주어 말하기 대회 같은 것도 하고 있지만 제 생각에는 배에 큰 구멍이 뚫려서 물이 엄청 들어오는데 숫가락으로 바닷물을 퍼내는 형상이 아닌가 싶습니다...ㅠㅠ...우선 표준어로만 방송이 되는 전파의 힘이 워낙 세고 인터넷, SNS등도 표준어의 첨병 역할을 톡톡히 하는 것 같습니다...인적 교류도 점점 활발해지니 숫자로도 열세인 제주어가 감당해 낼 방법이 없는 것 같네요...언젠가는 문헌과 기록을 위해 녹음된 음성으로만 남을 것 같습니다...
    F.Nietzsche
    저는 제주도 식당에 혼자 오라길래 혼자 갔습니다
    난커피가더좋아
    큭. 아..웃으면 안되는데 웃어버렸다..ㅠㅠ
    재밌게 읽고 갑니다. 소중한 문화유산인데 말이죠
    절름발이이리
    그러하멘
    Neandertal
    어디서 배우셨는지는 모르겠지만 교육청 공인 학원에서 배우지 않고 학원비 싼맛에 야매 속성 학원에서 배우면 이런 제주어가 나옵니다...--;;;
    절름발이이리
    그럽수까 여친님이 탐라인이시멘
    Neandertal
    절름발이이리님, 아무리 봐도 여친님이 제주도 사람 아닌것 같아요. 제가 자꾸 영화 \"화차\"가 생각나서 걱정이 되서 그러는데 한번 잘 알아보세요 ...^^
    절름발이이리
    몸매는 닮았으면..
    개평3냥
    일본에서 살때 일본학자의 대담에서
    북한지역엔 극소수이지만 여전히 만주어를 쓰는 부락이 있다고 하더군요
    그렇다면 한반도엔 아직은 하나더 언어가 추가될수도 있다고 봐야겠죠
    Neandertal
    Ethnologue에서는 아직까진 북한은 1개 언어 (Korean)만 쓴다고 되어 있네요...아무래도 연구를 위해서 방문하는 것도 어렵고 하니 좀 더 폭넓은 연구가 이루어지기는 어렵겠지요...
    재가승 쪽일텐데 김정일이 정상회담에서 말할 정도면 존재는 확실히 할 것 같지만요. 1930년대 조사에서도 수천명 수준이고 김정일의 말도 그들을 동화시켰다는 것이니 유의미한 수가 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qtrader
    비슷한 느낌의 오키나와 방언은 그래도 꽤 생명력이 있는 편이죠. 할머니 아나운서가 하는 주간 뉴스 팟캐스트도 있는데 들어보면 재밌습니다. 너무 달라서 거의 못알아 듣겠지만요.
    Neandertal
    제 생각에 제주도 사람들부터 제주어의 보존 필요성을 잘 못느끼고 있는 게 원인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뭐 오키나와야 미국한테서 일본에 반환된 것도 70년대이고, 역사적으로 열도하고 따로 놀기도 했고...요즘은 많이 죽었다지만 분리주의 운동도 있었으니. 제주도하고야 좀 다르겠지요
    저는 아쉬운점이 있긴 한데 굳이 보존해야 되는 생각이 들긴 하네요. 뭐 그렇다고 왜 있는지 모르겠다, 빨리 없애자 같은 공격적인 입장은 아니고... 잘 모르고 생소한것 같습니다. 직접 사용하시는 입장에서는 정말 아쉬우시겠네요. 특별한 존재같기도 하고..
    세계구조
    보존이 돼야 고대 언어 연구나 역사 연구에 도움이 된다고 하더라고요. 보존까진 안되더라도 많은 자료를 모아둘 필요는 있겠습니다. 정말 사라지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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