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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2/03/08 18:18:40
Name   Ye
Subject   오미크론 유행과 방역 '정책'에 관한 짧은 이야기

     

1. 오미크론 유행을 둘러싼 현재 진행형 논쟁

     

 정부는 오미크론의 치명률을 근거로 삼아 방역·의료 체계의 전환에 나서고 거리 두기를 완화했습니다. 일일 확진자가 17만 명을 찍었던 222일을 기점으로 정부의 방침은 명확해졌습니다.

     

문 대통령 “60살 이하 3차 접종 마치면 오미크론 사망 위험성 극히 낮아 (2. 23, 한겨레)

김부겸 오미크론 실체 분명해져 (2. 23, 한겨레)

방역 당국 풍토병 전환 과정코로나 19 출구 찾는 초입(2.22, 한겨레)

     

 이로부터 사흘 전 이재갑 한림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질병관리본부의 자문위원직을 사퇴하며 강하게 거리 두기 완화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합니다. 이후 각종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재갑은 꾸준히 지금이 사회적 재난 상태라고 말합니다.

     

"위원회에 회의감. '사퇴'는 위기 상황 상기시키는 목적" (2.18, 오마이뉴스 인터뷰)

"정부, 코로나 걸릴 테면 걸려보라 식. 의료진 고통은 당연하다고 생각하나" (2.24, MBC 인터뷰)

""정부, 자꾸 안심하란 신호만..." 이재갑의 이유 있는 우려" (2.25, 오마이뉴스 인터뷰)

     

 실제로 많은 분들이, 심지어 코로나에 걸린 분들조차도 오미크론 변이에 대해서는 그전의 변이들보다 가볍게 생각하실 겁니다. 정부의 주장과 세간의 이해처럼 오미크론 변이가 심각하지 않고 이것이 판데믹의 출구이자 '풍토병으로의 전환'이라면 예방의학 전문의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왜 높이고 있는 것일까요?

     

 첫 번째 이유는 현 확진자 증가세가 상당하다는 데에 있습니다.

     

 보름이 지난 현재 COVID-19의 일간 확진자 수는 2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일 별 위중증자는 꾸준히 증가해 37, 12일 이후 다시 1천 명을 넘겼습니다. 지난 34, 코로나로 인한 사망자는 216명으로 최고치를 찍었습니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일일 확진자 수를 기록 중입니다. 한국의 백신 접종률은 36일 기준으로 85.7%(4400만 명), 부스터 샷 접종률은 61.3%(3100만 명)로 인구 100만 이상 국가 중에서는 UAE, 포르투갈, 칠레, 중국, 쿠바, 싱가포르 다음으로 높습니다. 그런데도 오미크론 변이의 유행이 현재 한국을 유독 강타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두 번째 이유는 오미크론 변이에 관한 대중적 인식이 실제와 다를 수도 있다는 데에 있습니다.

     

 WHO 유럽 지부는 119일 자로 공식 홈페이지에 오미크론 변이: 신화로부터 사실 구분하기(The Omicron variant: sorting fact from myth) 페이지를 개설합니다. 그만큼 오미크론에 대한 잘못된 믿음이 유럽에서도 널리 퍼지고 있었고 그걸 바로 잡아야 했습니다.

     

사실: 오미크론은 델타 변이보다 덜 심각해 보이지만, 온화한 것으로 보여서는 안 된다..

신화: 오미크론은 가벼운 질병만 일으킨다.

   …

사실: 대유행의 종말이 아직 보이지 않는다.

신화: 오미크론이 덜 심각해짐에 따라, 우리는 대유행의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다.

     

 이 페이지의 볼드체 문구만 읽더라도 정부의 오미크론에 관한 설명이 WHO 유럽 지부의 설명과는 온도 차가 꽤 있습니다.

정부가 국민에게 불리한 사실을 숨기고 방역을 완화했던 것일까요?

     

     

2. 오미크론의 과학적 특성

     

우선은 오미크론 변이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조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오미크론 변이에 관한 대부분의 초기 정보는 오미크론 변이가 가장 먼저 빠르게 확산하였던 남아공의 여러 연구로부터 얻어진 것입니다. 오미크론 변이가 이전의 변이보다 더 가볍다는 인상 역시 남아공의 민간 의료 보험사 디스커버리 헬스(Discovery Health)의 한 보고서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그 보고서는 오미크론 변이에 감염된 사람들 가운데 입원 위험이 이전 변이에 감염된 사람들과 비교해 29% 낮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는데 이는 각 감염자별 초기 건강 상태, 기존 바이러스 감염 여부 등의 맥락이 제시되지 않은 기초 연구였습니다. (6) 이 보고서로부터 한 달 반 정도가 지난 129, 란셋(The Lancet)에는 오미크론 심각도: 더 온화하지만, 온화하진 않음(Omicron severity: milder but not mild)이라는 제목의 코멘트*가 올라왔습니다. 같은 날 올라온 발전된 남아공의 역학 연구 결과와 함께 보면 오미크론 변이의 중증도는, 그러니까 중증환자 발생률이나 치사율은 원본이나 델타 변이보다 낮습니다. 네이처 리뷰 이뮤놀로지(Nature Reviews Immunology)에도 같은 논조의 코멘트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역학적으로나 면역학적으로나 오미크론 변이는 덜 병원적(less pathogenic)입니다. (7, 8, 9)

     

한편 오미크론은 특별합니다. 이전의 우점종이라고 말할 수 있는 델타 변이까지의 바이러스들이 소위 계통 분류에서 서로 밀접한 관계에 있던 바이러스였던 것과 달리 오미크론은 그 진화 방향에서 멀리 있습니다. 오미크론까지의 바이러스 진화사를 밝히는 작업은 현재도 이루어지고 있으나 완전한 게놈 서열의 부족, 만성감염자의 존재, 인간 외 숙주의 가능성 등으로 인해 쉽게 알아내기 어려운 상태에 봉착해 있습니다.

그 때문에 오미크론은 단순 스파이크 단백질의 돌연변이 개수만 봐도 36개로 델타 변이의 9개보다 훨씬 많으며 원본-최초의 SARS-CoV-2 바이러스-와 비교했을 때 50개 이상의 돌연변이를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오미크론 돌연변이는 3개의 뚜렷한 하위 영역(BA.1,2,3)이 있습니다.

이런 돌연변이로 인해 오미크론은 감염(혹은 바이러스 입장에서 침투 및 확산)에 유리한 면역학적인 특성 두 가지를 갖고 있습니다. 하나는 면역회피특성이며 엔도좀 융합으로 변화된 세포 진입 방식입니다이 두 가지 특성으로 인해 오미크론은 불과 한 달 만에 델타 변이를 거의 대체했습니다정말 특이한 점은 원본 바이러스 역시 SARS에 비하면 약 20배 더 높은 ACE2 수용체 친화도를 지니고 있었는데 이 오미크론은 그 2019년의 바이러스보다도 훨씬 높은 수준의 친화도, 그만큼 높은 수준의 면역회피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아주 많이 틀리게, 그러나 쉽게 설명하자면 오미크론은 델타보다 화력이 약한 대신 전파력이 좋습니다.

     

델타 변이에서 오미크론 변이로의 전쟁 상대의 변화는 COVID-19 대응 국면 역시 새로운 장에 접어들었음을 의미했습니다. 이미 12월 란셋의 코멘트, Omicron SARS-CoV-2 변종: COVID-19 전염병의 새로운 장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습니다.

새로운 변종으로 인한 백신 효능 저하에 대한 우려는 COVID-19 최종장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변화시켰고, 글로벌 백신 접종 그 자체로 SARS-CoV-2 감염을 통제하는 데 적합하다는 개념을 세계에서 부정한다.“

지난 9, 방역 당국이 펼치려다 실패한 위드 코로나 정책 역시 델타 변이의 유행성과 그에 대한 백신 부스터 샷의 효능에 기반한 접근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상대는 델타가 아니라 오미크론입니다.

     

몇 달 사이 전쟁 상대가 델타 변이에서 오미크론 변이로 바뀌어 재검토해야 할 지점 중 하나는 백신입니다. 백신은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을 인식하는 중화항체를 면역세포에 만들어주는 기능을 합니다. 오미크론은 스파이크 단백질의 돌연변이가 많아서 앞서 언급한 란셋의 코멘트처럼 기존 백신이 어느 정도 효과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컸습니다. 32일 영국의 역학 연구를 살펴보면, mRNA 백신을 두 번 맞았더라도 20주가 지나고부터는 오미크론 변이로 인한 증상 효과가 거의 나타나지 않았으며 부스터 샷으로 인한 효과 역시 크게 두드러지지 않았습니다. 물론 기본적으로 mRNA 백신이 일반 백신보다 더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편, 이스라엘에서는 4차 접종 후의 추이는 mRNA 백신이 3회 복용 후 면역성 천장에 도달함을 보여주었습니다. 이것은 4차 접종이 효과가 없다는 의미가 아니라 부스터 샷만큼 유의미한 중화항체 형성 증가를 가져오지 못했다는 말입니다. 영국의 연구처럼 오미크론 변이에 대해서는 그 효과가 더 적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오미크론 백신의 필요성은 해외 공중 보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주제이며, 동물 연구에서 오미크론을 겨냥한 새로운 백신 부스터는 기존 백신 부스터 샷에 비해 어떤 이점도 제공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다시, 아주 많이 틀리게 그러나 쉽게 설명하자면, 오미크론에 대한 백신의 효과는 전보다 약해졌으며 부스터 샷과 4차 접종의 효과 역시 줄어들었습니다.

     

(1) 오미크론은 델타보다 화력이 약한 대신 전파력이 좋다.

(2) 오미크론에 대한 백신의 효과는 전보다 약해졌으며 부스터 샷 및 추가 접종의 효과 역시 덜하다.

     

이것이 오미크론 변이에 관련해 알려진 과학적 사실들입니다.

     

    

3. 방역 완화 논쟁과 정책 결정

     

이쯤에서 이재갑과 정부의 갈등을 보다 들여다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재갑은 사퇴를 통해 반정부적인 메시지를 강력히 전달하는 것처럼 보였으나 보이는 것처럼 오미크론 유행에 대한 역학적 차원의 인식 차이는 크지 않습니다. 그는 지금이 풍토병으로의 이행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는 점에는 동의합니다. 그가 제기하는 문제는 한국적 맥락과 유행 관련 정부의 메시지에 있습니다.

     

"우리가 외국처럼 이런 대규모 유행을 여러 번 겪었으면 또 한 번 겪는 거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코로나 19, 2년 동안 이와 같은 대규모 발병 사례는 없었다. 국민도 준비가 안 되어있고, 정부도 준비가 안 되어 있다. "(2.18, 오마이뉴스 인터뷰)

"굉장히 큰 위기라고 표현한다기보다는 지금 상황에서 괜찮다 괜찮다 라고 얘기해서 유행을 부추길 필요는 없다는 겁니다." (2.24, MBC 시선집중 인터뷰)

"거리 두기를 완화할 수 없는 상황인데도, 완화하면서 심리적으로 오미크론이 별거 아니란 사인을 정부가 계속 주고 있다고 보거든요. 그것 자체가 지금 유행 상황이 악화되는 데 촉매제가 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2.25, 오마이뉴스 인터뷰)

     

 정부의 메시지에 대한 우려는 비단 이재갑만의 의견은 아닙니다. 오히려 이재갑은 전문가 집단 내에서는 친정부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정부의 지침 다음날 나온 조선일보의 기사, 전문가들 정점까지 3주 더 걸려. 지금 방역 완화하는 건 무리는 천은미, 엄관식, 김우주 등 많은 전문가가 애당초 방역 완화혹은 출구의 초입이라는 단어 선택, 그러니까 정부의 오미크론 유행에 대한 역학적 입장에 완강히 반대함을 드러내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것은 이 전문가 집단은 항상 우려의 목소리를 냈던 사람들이라는 점입니다. 지난 1129일 자 중앙일보의 기사, "대선 표 걱정에 방역 포기" 재앙적 의료 현장, 우려 쏟아졌다 는 이러한 모습을 그대로 담고 있습니다. 자극적 제목은 무시하더라도 아직 델타 변이가 우세하며 확진자 수가 7천 명 선이던 당시에도 거리 두기 강화와 의료시스템의 붕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계속 일었던 것입니다. 더 적지 않겠지만 COVID-19가 한국에 들어오고부터 꾸준히 이렇게 해서는 망한다라는 전문가들과 이렇게 하면 된다라는 정부 사이의 대립은 꾸준히 이어져 왔습니다.

 

 그렇다면 전문가와 정부 중 누가 맞고 누가 틀린 걸까요?

     

 정책은, 특히 다수의 생명과 직결된 의사 결정은 선진국들도 갈피를 잘 잡지 못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원자력발전소 논쟁만 봐도 그렇습니다. 유럽의 원전 정책 패러다임은 불과 5년 만에 탈 정상과학 레토릭에 기반한 탈원전 기조에서 인류세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EU택소노미 하의 친환경적 원전 개발로 돌아섰습니다. 원자력발전소는 그 자리에 있습니다. 단지 실체적으로 그 자리에 있을 뿐만 아니라 원전의 안전성과 친환경성 역시 그대로입니다. 바뀐 것은 오로지 원전의 안정성과 친환경성을 둘러싼 가치 판단뿐이었습니다.

드라마 체르노빌과 연일 보도 되었던 후쿠시마의 모습은 과장된 환상이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영화 돈룩업은 단지 운석 충돌에 관한 실패한 코미디 혹은 기후위기에 관한 실패한 은유에 불과할까요? 그것 또한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우리에게는 적, 혹은 관리대상, 혹은 고려요소가 더 늘어났을 뿐입니다.

 이러한 협상의 대상 혹은 정치의 영역으로서 과학 정책은 단지 원자력발전소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EU는 기후위기 극복의 목적으로 미래 먹거리로 배양육 사업을 지원하기 시작했는데, 불과 5년 전만 하더라도 GMO(유전자 조작 식품) 재배에 반대하던 입장임을 고려하면 아주 큰 태도 변화입니다. 당연히 배양육이라고 해서 GMO에 대한 우려가 해제되지 않습니다. 다만 EU GMO 식품에 대한 가치 판단의 무게추가 사전예방원칙에서 기후위기대응으로 급격히 옮겨갔을 뿐입니다.



4. 바람직한 정책 논의의 방향

     

 다시 앞서 제기한 질문으로 돌아가 봅시다. 전문가와 정부 중 누가 옳은가?


 둘은 다른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전문가 집단 혹은 의사들은 의료 현장 최전선의 행위자들입니다. 그들은 매일 환자들을 피부로 접하고 그들의 앓는 소리를 직접 마주합니다. 지난 2년여간 방역 당국의 지침에 따라 비상 의료 체계를 유지해왔습니다. 정부 혹은 방역 당국은 방역 체계의 총책임자입니다. 그들은 매일 새로운 수치와 텍스트를 마주하며 끊임없이 미래를 예측하고 동시에 취사 선택해야 합니다. 지난 2년여간 방역 당국은 온갖 지역과 공간의 집단 감염을 마주하며 주 혹은 월 단위로 끊임없이 정책을 내야 했습니다. 이 둘의 의견일치가 일어난다면 그것은 오히려 정책의 실패를 의미할지도 모릅니다. 끊임없이 아픔을 체험하는 사람들과 수치화하는 사람들 사이에 공통적 합의가 발생하는 것은 적응, 한쪽의 일방적 포기 내지는 공모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미 토지 개발자들과 정책입안자들 사이의 작당 모의를 여러 번 마주한 바 있습니다.

     

 COVID-19를 둘러싼 여러 과학 논쟁들COVID-19의 위험성, 백신의 효과, 마스크의 기능 등은 별 탈 없이 합의가 이루어져 왔습니다. 이는 오미크론의 정체에 대해서도 대체로 그러합니다. 그러나 시간 축의 존재는 정책이 언제나 합리적일 수 없음을 명확히 합니다. 지난 1년 사이 COVID-19 우점종은 알파에서 델타로, 델타에서 오미크론으로 바뀌었습니다. 방역 당국이 사용할 수 있는 전략은 마스크 쓰기, 거리 두기, 백신 등으로 제한적인 와중에 한국은 이번 유행 전까지 효과적으로 COVID-19를 차단하고 있던 국가 중 하나였습니다. 현재 마주하는 유행은 여러 국가가 그동안 여러 번 마주했던 위기와도 같습니다. 이 말은 이중적 의미를 내포합니다. 그동안 큰 위기가 없었다는 말이기도 하며 동시에 현재 유행이 가져올 사회적 파급력을 쉽게 예측할 수 없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다른 국가들, 그리고 그 국민은 경험적으로 오미크론의 경량화를 마주하고 받아들일 수도 있겠으나 한국의 경우 다른 국면으로 전개될 수도 있다는 겁니다. 물론 이 유행은 지금까지 방역 당국이 주장해왔던 것처럼 전체적으로 잘 관리되어 넘어갈 수도 있습니다.

     

 정책학은 다른 사회과학과 다르게 여지가 많습니다. 나쁘게 말하면 모호합니다. 정책학에서 다루는 많은 학자는 정책학자라기보다는 경제학, 윤리학, 정치학 등 다른 분과에 속해 있습니다. 이러한 특성은 정책 실제로부터 기인합니다. 정책은 설득입니다. 유관성(Relevance)을 따져야 하며 규범을 염두에 두어야 하며 정치 공동체로서의 행동이 어떠해야 하는지에 주목합니다. COVID-19 국면에서 방역 당국의 대응과 전문가 집단의 의견은 우리가 정책을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를 선명하게 드러냅니다. 정치경제학자 윌다브스키는 정책 목표는 항상 복수형으로 상호모순적이며 끊임없이 변화하며 그 오류를 수정해나가는 것, 재설계가 정책의 정수라고 말합니다.

 그리하여 정책 분석은 단지 특정 시점에서 성공과 실패를 재단하고 예측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정책분석은 선호의 변환에 관한 것이어야 합니다. 현재 대중의 선호가 어디를 향해 있는 지를 살피고 그 선호와 현 정책 사이의 거리를 확인 후 도달 가능한 지점을 제시하는 것. 그것이 바람직한 정책 논의의 방향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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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ck Bogle
선생님, 너무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정말 다들 꼭 읽어보시길 권장드립니다. 다방면으로 매일 매일 생각해도 쉽지 않은 고난입니다. 사회는 다들 괜찮아 보이지만, 괜찮지 않은 단면은 정말로 생지옥인 현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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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선 긋기를 시도하지만 실패할 수 밖에 없고 그럼에도 할 수 밖에 없는 일인 것 같습니다. 능력이 모자라 저도 쓰다만 글이 되었습니다.
모두에게 좋지 않은 상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게 뭐 누구한테 좋고 나쁘고를 따지기엔 이전과 많이 너무 많이 달라서 어려움을 서로 이해하는 게 먼저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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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갑 교수님은 20년 초반 코로나 초기부터 항상 경계할 것을 이야기하셨죠. 하지만 정부와 사회가 그 얘기를 온전히 받지 않았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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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진의 입장은 아주 정권 친화적인 의사 일부분을 제외하면 언제나 엄격한 수준의 방역을 유지할 것을 요구합니다. 그렇지만 병원처럼 언제나 의사의 지시를 따르기는 어렵습니다. 쉽게 말해 의사들도 담배를 피우고 술을 마시는 것과 똑같은 거지요.
저는 정부와 사회 모두 방역을 잘 수행해왔다는 생각입니다. 매주 불특정해 보이는 백 단위, 천 단위의 숫자와 싸움하고 지금처럼 자리 수가 확 달라질 때도 사회적 혼란이 일어나지 않도록 관리가 이루어지는 것은 양 측 모두의 노력으로 이뤄낸 겁니다. 펨코의 정권 교체 여론과 '여왕의 심복'의 존... 더 보기
의료진의 입장은 아주 정권 친화적인 의사 일부분을 제외하면 언제나 엄격한 수준의 방역을 유지할 것을 요구합니다. 그렇지만 병원처럼 언제나 의사의 지시를 따르기는 어렵습니다. 쉽게 말해 의사들도 담배를 피우고 술을 마시는 것과 똑같은 거지요.
저는 정부와 사회 모두 방역을 잘 수행해왔다는 생각입니다. 매주 불특정해 보이는 백 단위, 천 단위의 숫자와 싸움하고 지금처럼 자리 수가 확 달라질 때도 사회적 혼란이 일어나지 않도록 관리가 이루어지는 것은 양 측 모두의 노력으로 이뤄낸 겁니다. 펨코의 정권 교체 여론과 '여왕의 심복'의 존재, 한국의 높은 백신 접종률이 이를 잘 설명해준다는 생각입니다.

물론 현재 시점에서 가장 큰 위험은 의료 시스템의 붕괴입니다. 직접 COVID-19 환자 뿐만 아니라 의료진 부족 및 병상 부족 등으로 다른 환자들에게도 오미크론 웨이브는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감염 의료진의 불충분한 격리 시간과 병원의 공조 시스템의 존재는 전체 입원 환자들의 위험을 늘립니다.

개인적으로는 현 정권이 이 시점에서 대유행 폭탄을 소화하고자 한 부분이 있다고 봅니다. 그것은 단지 의학적 측면에서만 고려될 것이 아니라 선거, 절기 역시 고려되었을 겁니다. 여야를 떠나 새로운 대통령이 부임하고 기온이 상승하는 시점에 대유행이 발생하거나 혹은 그때까지 지속적으로 대유행을 막기 위해 높은 강도의 거리 두기를 유지하는 것은 국민들과 차기 정권 모두에게 큰 부담이 될 것 같습니다. 정책은 가설입니다. 결국 수행해야 하는 것이고 또 지속적으로 수정되어야겠습니다. 정부가 좋은 뜻으로 방향을 잡았더라도 정말 일일 확진자가 40만, 50만을 찍으면 일시적 셧다운이 가장 이성적이고 실용적인 해결책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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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아빠
코로나를 눈으로 보는 사람과 서류로 보는 사람의 차이라고 섕각하고 있습니다.
정답은 그 중간 어딘가에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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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상자
이제 거리두기를 유지할 수 있는 동력이 거의 사라졌다는 느낌입니다. 대선을 앞두고 양당은 유세현장에 서로 더 많은 인파가 몰렸다고 자랑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2년 전 총선 때는 상상할 수조차 없던 장면이죠. 이제 모두가 마스크를 쉽게 구할 수 있긴 하지만 오미크론은 그때보다 전파력이 강해졌음에도 말이죠. 백신도 접종했고 오미크론의 치명률이 이전보다 낫다는 것은 별로 중요한 게 아닐지도 모릅니다. 이제는 코로나에 걸릴까봐 겁에 질린 사람도 적고, 걸렸을 때 딱히 비판을 받지도 않는 상황이라는 게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에 정부의 책임이 없지는 않지만 이미 너무 오랜 기간이 흘렀고 사람들이 더 이상 긴장을 유지하기 어려운거죠. 다만 정부의 방역완화 정책은 설명과 설득이 부족해 보이긴 합니다. 정책이 바뀔 수는 있어도 방역을 강화했을 때 공들인만큼, 완화할 때도 설명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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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설명 부족에 공감합니다. 다만 대중의 피로가 쌓인 만큼 동시에 전반적 이해가 너무 어려운 시점까지 왔습니다. 최근 Nature Review Microbiology에는 오미크론 및 관련 변이들을 새로운 항원형으로 분류할 것을 검토한 바 있습니다. 오미크론이 이전의 변종과 명확하게 분리되는 병리학적, 유전적, 항원적 특징을 가진다는 겁니다. 오미크론 변이 자체가 가지는 성질이 너무 달라서 정부 입장에서는 설명에 나서서는 혼란만 가중된다는 생각을 가졌을 수 있겠습니다. 특히 방역 전반을 완화하면서 타인을 위한 개인적 차원의 자기 방역을 강조하는 방식은 재택치료(사실상 재택관찰) 보다 더 무책임해 보일 수 있습니다. 물론 언제나 정부는 설득에 나서야 하는 쪽이고 불충분한 설명보다는 거짓이 아니라면 과한 설명을 제공하는 쪽이 나을 수 있겠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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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진입장에서는 의료관점에서만 판단을 내리지만, 정책결정자는 일상생활, 경제적효과, 향후 영향이나 대응역량 등을 모두 따져서 적당히 타협해야 한다는 점이 다르겠지요.
예를 들면 보안을 위해서라면 모두 막는게 최선이지만 햔실적 불편함과의 타협이라면 적당히 막고 푸는것처럼요..
어쨌든 어차피 풍토병화되고 3차이상의 백신을 더 강제하기 어렵다면 2차를 대부분 맞고 그 효과가 아직 남아있는 현재 시점이 그나마 태풍을 한번은 겪기에 가장 최적의 시점이라고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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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멋진 글입니다.

끊임없이 아픔을 체험하는 사람들과 수치화하는 사람들 사이에 공통적 합의가 발생하는 것은 적응, 한쪽의 일방적 포기 내지는 공모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미 토지 개발자들과 정책입안자들 사이의 작당 모의를 여러 번 마주한 바 있습니다.

이 부분이 가장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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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글에도 적었지만, 정부가 의지를 가지고 일 34만명의 확진을 감당하겠다 의사결정을 한거라면 별 문제 없습니다. 모든 전략은 트레이드오프가 있을수 밖에 없으니까요. 하지만 나이브하게 3만 생각하다가 34만을 맞았다면 그건 위기라고 할만 하다고 생각 합니다.
전략이란게 사실 양단간의 의사결정만을 의미하는게 아니라 그에 대응하는 후속조치(감당 가능한 의료 서비스 양, 응급 병상의 수, 모자란 서비스에 대한 대안, 다수 확진 시나리오에 대한 준비)까지 가능한 선에서 액션이 이루어질테니까요.
2월중순 제가 확진시 경험한 혼란에 비춰보면 준비가 미비했던 것 같아서 좀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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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수용량으로 따지자면 100%를 넘어선 곳도 많고 아니더라도 곧 100%가 될 곳도 많지요. 정부 입장에서 보자면 아무리 모든 입장을 고려한다고 하더라도 거리두기의 효과가 거의 없어지는 와중에 '현행 유지'는 가장 나쁜 선택지이긴 했습니다. '방역 강화'와 '방역 완화' 두 가지의 선택지 중에 후자를 선택했고, 여러 원인으로 인해 수치 상으로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근접 중이지요. 오미크론 변이의 감염성을 고려할 때 의료진들이 더 강하길 바라는 것 외에는 별 다른 해법이 없어 보입니다.
1
억만장자
이런 글을 이제야 봤다니.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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