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질문 게시판입니다.
Date | 18/05/24 20:00:33 |
Name | Danial Plainview |
Subject | 동일성은 어디에 있는가? |
만약 뇌/기억을 완벽하게 적출하여 다시 다른 신체에 이식할 수 있다면 그는 과연 이전 신체와 동일한 사람일까요? 만약 a라는 사람의 신체에서 뇌를 꺼내서 b라는 신체에 이식한다고 해도, 저는 자신이 a라고 믿는 b가 될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문제는 이 사고실험이 실제로 가능하다고 해도 검증이란 게 불가능하다는 건데, 왜냐하면 b는 자신이 이전의 a와 같은 사람인지 아닌지 알 수 없죠. a는 뇌가 적출되는 순간 죽었다고 해도 말해줄 수 없구요. 적출은 불가능하지만 교체는 앞으로 가능하겠죠. 만약 뇌를 그대로 둔 채 계속해서 팔다리/장기를 바꾸어 나간다면 그는 이전과 동일한 사람인가요? 알츠하이머를 생각해 보면 기억을 조금씩 파괴당한 사람은 결국 자기 자신을 조금씩 잃어버리는 것과 같은데요. 결국 내가 나라고 믿고 있는 아이덴티티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요? 생명? 기억? 의식? 여러분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추가 뭔가 말이 "나를 나로 만들어 주는 것은 무엇인가?" 처럼 변했는데, 저는 사람은 자신의 기억/신체에 의해 자기 자신을 구성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영생을 위해서 만약에 자신의 기억을 전송하는 시스템/혹은 뇌를 적출하여 이식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할 때 제가 과연 진짜로 옮겨지느냐의 문제입니다. 옮겨진 존재는 당연히 제 기억을 갖고 있을 테니 저라고 믿으면서 살겠죠. 우리가 꿈에서 깨었을 때, 중간에 잠깐 블랙아웃이 되지만 여전히 자신이 어제의 자신과 동일하다고 믿는 것처럼요. 하지만 제 존재는 적출하는 순간 끊어지지 않을까요. 제가 적출하는 순간, 남는 것은 저라고 착각하는 새로운 생명체가 되고, 저는 그냥 죽어 버리는 것이 아닐까요?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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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쟁이들이 identity를 논할 때 We are what we remember를 미는 이들이 제법 많아요. 물론 여기서 기억이란 어디에 무엇이 있었다와 같은 단순정보를 말한다기보단 어떤어떤 이벤트나 인물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가에 더 가까워요. 예컨대, A의 아빠라는 제 아이덴터티는 제가 A를 제 아이로 기억하는 한 존재하지만 A가 제 아이로 인식되지 않는 순간부터는 사라지고 말아요. 그 뒤로도 저는 나름의 아이덴터티를 갖고 살겠지만 그건 더이상 A의 아빠로서가 아니라 또 다른 누군가로서 사는 것. 마찬가지로 싱글남 기아트윈... 더 보기
인문쟁이들이 identity를 논할 때 We are what we remember를 미는 이들이 제법 많아요. 물론 여기서 기억이란 어디에 무엇이 있었다와 같은 단순정보를 말한다기보단 어떤어떤 이벤트나 인물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가에 더 가까워요. 예컨대, A의 아빠라는 제 아이덴터티는 제가 A를 제 아이로 기억하는 한 존재하지만 A가 제 아이로 인식되지 않는 순간부터는 사라지고 말아요. 그 뒤로도 저는 나름의 아이덴터티를 갖고 살겠지만 그건 더이상 A의 아빠로서가 아니라 또 다른 누군가로서 사는 것. 마찬가지로 싱글남 기아트윈스의 아이덴터티는 와이프와의 특수관계에 대한 기억이 누적되고 (그리고 그것이 추억 속에서) 재생됨으로써 사라져버렸어요. 그 자리엔 유부남 기아트윈스의 아이덴터티가 자리잡았구요.
요런 접근을 질문하신 내용에 적용해보자면.... 뇌를 옮기든 몸을 바꿔끼든 그렇게해서 탄생한 존재가 스스로 무엇을 어떻게 기억하느냐에 따라 그의 아이덴터티가 발생할 거고, 그 존재는 또 삶을 계속하면서 어떤 기억은 폐기하고 다른 기억을 얻으면서 identity forging을 계속 하게될 거라고 생각해볼 수 있어요. B의 몸에 이식된 A의 두뇌가 스스로 '내가 낸데 ㅎㅎ'라고 쿨하게 믿는다면 기존의 아이덴터티를 거의 대부분 인수인계해서 자기 아이덴터티로 삼을 수 있을 거고, 반면에 A의 두뇌가 좀 심각한 철학도라면 '몸이 바뀌었다면 나는 내가 아닌 거 아닌가. 메를로 퐁티는 우리가 '살'이라고 하지 않았는가'라고 생각해버려서 기존의 인간관계를 청산하고 새 삶을 살 수도 있는 거고.... 그렇지 않을까요?
요런 접근을 질문하신 내용에 적용해보자면.... 뇌를 옮기든 몸을 바꿔끼든 그렇게해서 탄생한 존재가 스스로 무엇을 어떻게 기억하느냐에 따라 그의 아이덴터티가 발생할 거고, 그 존재는 또 삶을 계속하면서 어떤 기억은 폐기하고 다른 기억을 얻으면서 identity forging을 계속 하게될 거라고 생각해볼 수 있어요. B의 몸에 이식된 A의 두뇌가 스스로 '내가 낸데 ㅎㅎ'라고 쿨하게 믿는다면 기존의 아이덴터티를 거의 대부분 인수인계해서 자기 아이덴터티로 삼을 수 있을 거고, 반면에 A의 두뇌가 좀 심각한 철학도라면 '몸이 바뀌었다면 나는 내가 아닌 거 아닌가. 메를로 퐁티는 우리가 '살'이라고 하지 않았는가'라고 생각해버려서 기존의 인간관계를 청산하고 새 삶을 살 수도 있는 거고.... 그렇지 않을까요?
저는 자아는 과거+현재의 경험과 인지로 이루어질뿐만 아니라 미래에 대한 결정권과 의지도 중요한 구성요소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의식이 몸뚱아리가 이식된 a가 자기를 누구냐고 생각하며 살아가느냐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몸뚱아리가 전부 바뀌더라도 a가 자신이 a라고 굳게 믿고 미래의 행동을 결정하면 a인거고, 더이상 a가 아니라고 생각하면 a'이 되는것같습니다.
주변사람들도 그걸 존중해 줘야 한다고 생각하구요.
피닉스의 의식이 복제된 탈란다르가 자신이 탈란다르라고 불리길 원한다면 탈란다르로, 계속해서 피닉스로 살길 원한다면 피닉스로 살아가는 거겠죠.
몸뚱아리가 전부 바뀌더라도 a가 자신이 a라고 굳게 믿고 미래의 행동을 결정하면 a인거고, 더이상 a가 아니라고 생각하면 a'이 되는것같습니다.
주변사람들도 그걸 존중해 줘야 한다고 생각하구요.
피닉스의 의식이 복제된 탈란다르가 자신이 탈란다르라고 불리길 원한다면 탈란다르로, 계속해서 피닉스로 살길 원한다면 피닉스로 살아가는 거겠죠.
만약 제가 그런 경우라면 어떨까 생각하고 말씀드리자면
전 무사히 깨어나는 한 잠깐 죽었다 살아났다고 생각하든, 쭉 살아있다고 생각하든 별로 신경 안쓸것같습니다.
내가 RapidSilver였고 잠깐 갔다(?)왔는데도 RapidSilver고 앞으로도 RapidSilver로 살아야지! 라는 확신이 들면 굳이 그런걸 신경써야 하나, 그냥 RapidSilver로 살면 되지 라고 생각할것 같습니다.
직접 내 의식을 정확히 백업해서 대조해볼 수 있는 세계가 오지 않는한은요 ㅋㅋ
+) 아 무사히 깨어난다는 말에 대한 정의가 약간... 더 보기
전 무사히 깨어나는 한 잠깐 죽었다 살아났다고 생각하든, 쭉 살아있다고 생각하든 별로 신경 안쓸것같습니다.
내가 RapidSilver였고 잠깐 갔다(?)왔는데도 RapidSilver고 앞으로도 RapidSilver로 살아야지! 라는 확신이 들면 굳이 그런걸 신경써야 하나, 그냥 RapidSilver로 살면 되지 라고 생각할것 같습니다.
직접 내 의식을 정확히 백업해서 대조해볼 수 있는 세계가 오지 않는한은요 ㅋㅋ
+) 아 무사히 깨어난다는 말에 대한 정의가 약간... 더 보기
만약 제가 그런 경우라면 어떨까 생각하고 말씀드리자면
전 무사히 깨어나는 한 잠깐 죽었다 살아났다고 생각하든, 쭉 살아있다고 생각하든 별로 신경 안쓸것같습니다.
내가 RapidSilver였고 잠깐 갔다(?)왔는데도 RapidSilver고 앞으로도 RapidSilver로 살아야지! 라는 확신이 들면 굳이 그런걸 신경써야 하나, 그냥 RapidSilver로 살면 되지 라고 생각할것 같습니다.
직접 내 의식을 정확히 백업해서 대조해볼 수 있는 세계가 오지 않는한은요 ㅋㅋ
+) 아 무사히 깨어난다는 말에 대한 정의가 약간 부족한것 같은데 뒤에 풀어서 말씀드린것처럼 '기억과 의식이 명확하고 앞으로도 내가 내 자신으로 살아갈 것이다 라는 인식이 존재할 때'를 무사히 깨어난다 라고 정의할 것 같습니다.
전 무사히 깨어나는 한 잠깐 죽었다 살아났다고 생각하든, 쭉 살아있다고 생각하든 별로 신경 안쓸것같습니다.
내가 RapidSilver였고 잠깐 갔다(?)왔는데도 RapidSilver고 앞으로도 RapidSilver로 살아야지! 라는 확신이 들면 굳이 그런걸 신경써야 하나, 그냥 RapidSilver로 살면 되지 라고 생각할것 같습니다.
직접 내 의식을 정확히 백업해서 대조해볼 수 있는 세계가 오지 않는한은요 ㅋㅋ
+) 아 무사히 깨어난다는 말에 대한 정의가 약간 부족한것 같은데 뒤에 풀어서 말씀드린것처럼 '기억과 의식이 명확하고 앞으로도 내가 내 자신으로 살아갈 것이다 라는 인식이 존재할 때'를 무사히 깨어난다 라고 정의할 것 같습니다.
재미있는 논의네요. 이전에 읽었던 '죽음이란 무엇인가'라는 책이 떠오릅니다. 이런 이야기를 즐기는 편이라 졸문 몇자 남겨봅니다.
구성되어 있는 물질이나 구조 측면으로 보면 손상이나 교체가 발생하면 더이상 '나'는 '나'일 수 없겠지요.
기억을 기준으로 한다면 동일한 기억이 복제된 여러 개체는 모두 동일한 개체라고 주장하게 될테고 '나'는 더이상 유일한 개체가 아니게됩니다. (드래곤라자가 떠오르네요)
이 동등성을 측정하는 문제는 양자역학의 그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어떠한 영향도 주지 않고 그 개체의 동등성... 더 보기
구성되어 있는 물질이나 구조 측면으로 보면 손상이나 교체가 발생하면 더이상 '나'는 '나'일 수 없겠지요.
기억을 기준으로 한다면 동일한 기억이 복제된 여러 개체는 모두 동일한 개체라고 주장하게 될테고 '나'는 더이상 유일한 개체가 아니게됩니다. (드래곤라자가 떠오르네요)
이 동등성을 측정하는 문제는 양자역학의 그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어떠한 영향도 주지 않고 그 개체의 동등성... 더 보기
재미있는 논의네요. 이전에 읽었던 '죽음이란 무엇인가'라는 책이 떠오릅니다. 이런 이야기를 즐기는 편이라 졸문 몇자 남겨봅니다.
구성되어 있는 물질이나 구조 측면으로 보면 손상이나 교체가 발생하면 더이상 '나'는 '나'일 수 없겠지요.
기억을 기준으로 한다면 동일한 기억이 복제된 여러 개체는 모두 동일한 개체라고 주장하게 될테고 '나'는 더이상 유일한 개체가 아니게됩니다. (드래곤라자가 떠오르네요)
이 동등성을 측정하는 문제는 양자역학의 그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어떠한 영향도 주지 않고 그 개체의 동등성을 측정할 수 없을 것 같아요. 무언가 측정기기를 가져다 대었을 때 그 개체는 이미 측정하지 않은 대조군과 달라지기 시작했으리라 생각합니다.
물리적으로는 그 개체가 대조군과 같은지 측정하기 위해 시료를 채취하는 순간 아주 미세하지만 대조군과 구조가 달라지겠죠.
기억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두 개체가 의식을 가진 상태에서 동일한 위치에 동시에 존재할 수 없으므로 깨어난 후의 어느 순간을 시점으로 기억이 서로 달라지겠죠.
기억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정의를 먼저 정확히 내려야 될 것 같긴 합니다만 지식이 별로 없는지라...
만일 기억을 시냅스간 연결과 같이 뇌의 화학/전기적 작용으로 정의내린다면 기억을 이식한 뇌의 구조가 변하지 않는 동안은 같은 개체라고 할 수 있겠지요. 그런데 이를 확인하기위해 탐침을 머리에 꽂으면 영향이 있지 않을까요?
그게 아니라 자기 자신과 관련된 일련의 사건에 대한 인지를 기억이라고 한다면 이 문제는 좀 더 복잡해집니다. 이에 대해 물어보는 순간부터 다른 개체가 될 가능성이 높아요. 질의 자체가 기억에 영향을 주게 되니까요. 그렇다고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그 개체가 스스로를 어떻게 생각하는 지 물어볼 수도 없구요.
결론적으로 '개체의 동등성 측정은 불가능할 것이다'라는 의견입니다.
P.S. 뇌에서 떠오르는 내용을 마구 적은 글이므로 전문가께서 보시기에 좋지 않을 수 있읍니다. 자비를 베푸셔서 적절한 지도편달 부탁드립니다.
구성되어 있는 물질이나 구조 측면으로 보면 손상이나 교체가 발생하면 더이상 '나'는 '나'일 수 없겠지요.
기억을 기준으로 한다면 동일한 기억이 복제된 여러 개체는 모두 동일한 개체라고 주장하게 될테고 '나'는 더이상 유일한 개체가 아니게됩니다. (드래곤라자가 떠오르네요)
이 동등성을 측정하는 문제는 양자역학의 그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어떠한 영향도 주지 않고 그 개체의 동등성을 측정할 수 없을 것 같아요. 무언가 측정기기를 가져다 대었을 때 그 개체는 이미 측정하지 않은 대조군과 달라지기 시작했으리라 생각합니다.
물리적으로는 그 개체가 대조군과 같은지 측정하기 위해 시료를 채취하는 순간 아주 미세하지만 대조군과 구조가 달라지겠죠.
기억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두 개체가 의식을 가진 상태에서 동일한 위치에 동시에 존재할 수 없으므로 깨어난 후의 어느 순간을 시점으로 기억이 서로 달라지겠죠.
기억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정의를 먼저 정확히 내려야 될 것 같긴 합니다만 지식이 별로 없는지라...
만일 기억을 시냅스간 연결과 같이 뇌의 화학/전기적 작용으로 정의내린다면 기억을 이식한 뇌의 구조가 변하지 않는 동안은 같은 개체라고 할 수 있겠지요. 그런데 이를 확인하기위해 탐침을 머리에 꽂으면 영향이 있지 않을까요?
그게 아니라 자기 자신과 관련된 일련의 사건에 대한 인지를 기억이라고 한다면 이 문제는 좀 더 복잡해집니다. 이에 대해 물어보는 순간부터 다른 개체가 될 가능성이 높아요. 질의 자체가 기억에 영향을 주게 되니까요. 그렇다고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그 개체가 스스로를 어떻게 생각하는 지 물어볼 수도 없구요.
결론적으로 '개체의 동등성 측정은 불가능할 것이다'라는 의견입니다.
P.S. 뇌에서 떠오르는 내용을 마구 적은 글이므로 전문가께서 보시기에 좋지 않을 수 있읍니다. 자비를 베푸셔서 적절한 지도편달 부탁드립니다.
'철학학교'라는 책이 있습니다. 2권 구성인데, 2권 제10장 '두뇌이식, 원격이동, 그리고 개인의 동일성'에서 질문하신 내용을 다루고 있었습니다.
내용을 기억을 더듬어서 적어보자면 이렇습니다. 먼저 동일성이라고 하는 건 그 육체적 연속성에 달려 있다는 의견입니다. '철수'가 아기 때의 육체에서 계속 성장해 어른이 되고 노인이 될 때까지 '철수'의 몸을 움직이고 보존한다는 점에서 철수라는 존재는 그 신체로 증명할 수 있다는거지요. 즉 신체는 '나'라고 할 수 있고, 이걸 '동물이론'이라고 부릅니다.
근데 이게 뇌 이식에 관한 사고 실험에서 태클이 걸립니다. 말씀하신 "만약 a라는 사람의 ... 더 보기
내용을 기억을 더듬어서 적어보자면 이렇습니다. 먼저 동일성이라고 하는 건 그 육체적 연속성에 달려 있다는 의견입니다. '철수'가 아기 때의 육체에서 계속 성장해 어른이 되고 노인이 될 때까지 '철수'의 몸을 움직이고 보존한다는 점에서 철수라는 존재는 그 신체로 증명할 수 있다는거지요. 즉 신체는 '나'라고 할 수 있고, 이걸 '동물이론'이라고 부릅니다.
근데 이게 뇌 이식에 관한 사고 실험에서 태클이 걸립니다. 말씀하신 "만약 a라는 사람의 ... 더 보기
'철학학교'라는 책이 있습니다. 2권 구성인데, 2권 제10장 '두뇌이식, 원격이동, 그리고 개인의 동일성'에서 질문하신 내용을 다루고 있었습니다.
내용을 기억을 더듬어서 적어보자면 이렇습니다. 먼저 동일성이라고 하는 건 그 육체적 연속성에 달려 있다는 의견입니다. '철수'가 아기 때의 육체에서 계속 성장해 어른이 되고 노인이 될 때까지 '철수'의 몸을 움직이고 보존한다는 점에서 철수라는 존재는 그 신체로 증명할 수 있다는거지요. 즉 신체는 '나'라고 할 수 있고, 이걸 '동물이론'이라고 부릅니다.
근데 이게 뇌 이식에 관한 사고 실험에서 태클이 걸립니다. 말씀하신 "만약 a라는 사람의 신체에서 뇌를 꺼내서 b라는 신체에 이식한다고 해도, 저는 자신이 a라고 믿는 b가 될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에 관한 겁니다.
'기억복제기'라는 게 있다고 치고, '민수'가 자기 기억을 복사해서 '철수'의 몸에 덮어쓰기했다고 칩니다. 혹은 두뇌를 이식했고 성공해서 철수(민수의 뇌)가 잘 생활합니다. 이 때 철수는 여전히 철수인가? 하는 문제가 생깁니다. 물론 대답은 '아님'입니다. 주변 사람들이 아는 그 철수가 아니니까요. 그래서 이 경우에 대답하기 위해 정신적인 활동을 주관하는 두뇌가 '나'이다, 라고 하는 두뇌이론이 생깁니다. 이런 두뇌이론은 동물이론과 뇌 이식에 대한 일관성 있는 대답을 할 수 있습니다.
책에서는, 이런 두뇌이론도 답을 할 수 없는 질문이 남았다고 덧붙입니다. 복제 문제인데, 사람을 복제할 수 있는 총이 있다고 가정합니다. 이걸로 철수를 쏘면 그 사람은 아무 이상이 없고 총을 쏜 사람 옆에 분자적으로 똑같은 철수가 한명 더 생깁니다. 그럼 누가 철수인가요? 하는 의문이 제시됩니다. 철수와 복제된 철수는 육체적으로 완전히 동일하고, 두뇌도 예외는 아닙니다. 두뇌도 같은 두 명의 철수입니다. 두뇌이론으로는 같은 두뇌를 가진 두 사람 중 누가 진짜 철수인지 구분할 수 없죠.
이 경우에 답하기 위해 '흐름이론'이라는 게 또 생겨납니다. 네. 말씀하신 "기억/신체에 의해 자기 자신을 구성한다고 생각합니다."와 정확히 일치합니다. 철수와 복제된 철수가 차이점이 있다면, 복제된 철수는 자기가 지금 왜 여기 있는지 어떤 인과로 설명할 방법이 없습니다. 철수가 학교로 가고 있었다고 하면, 방금 슈퍼마켓이 눈앞에 보이는데, 복제된 철수는 슈퍼마켓이 갑자기 눈 앞에서 사라진 걸로 인식될 겁니다. 이 점을 중심으로 해서, 한 개체라고 하는 건 기억의 연속성(유아때부터 지금까지의 기억, 경험들의 총체)이 한 개체를 구별한다는 내용이 흐름이론의 골자입니다. 흐름이론은 팔다리가 바뀌어도(아, 내가 예전에 팔다리를 교체했지), 두뇌를 바뀌어도(아, 내가 예전에 몸(...)을 교체했지) 여전히 자신입니다. 흐름이론에 따르자면"어, 나 철수야. 최근에 몸을 바꿔봤는데, 어때?" 라는 말을 해도 문제가 없는 겁니다.
'궁금한 것은 만약 영생을 달성하고자 하는 누군가가 있을 때, 본인의 기억을 전송한다고 해서, 혹은 본인의 뇌를 직접 이식한다고 해서, 그 순간 내가 죽지 않는다는 걸 어떻게 확신할까하는 문제'라고 하셨는데, 이건 뭐랄까... 개인의 문제로 넘어가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의식을 잃기 직전까지의 기억이 남아있고, 약간의 필름 끊기는 듯한 기억도 가진 채로 새로 태어났다면 흐름이론을 받아들이는 사람은 '아. 방금 전까지 쓰던 몸을 잃었넹' 하고 넘어갈 겁니다. 육체가, 두뇌가 자신이라고 믿는 사람은 그렇게 받아들이지 못하겠지요. 난 죽었어! 근데 왜 살아있지? 하는 느낌으로 말입니다.
게임에서 흐름이론을 적용해 부활을 설명하는 게임이 몇 있긴 합니다. 바이오쇼크가 그 예입니다.
https://www.youtube.com/embed/eQiFDk0V9Tc?start=221&end=234&
여기서 플레이어는 죽는데, 유전자 재조합 기기에서 이용료(부활 비용..)을 주고 다시 살아납니다. 기억의 연속성이라는 점에서 흐름이론의 채택은 적절하여 여기저기 쓰이고 있습니다(이브 온라인이라든가, 보더랜드 2라든가, 다크 소울이라든가...)
마지막으로 덧붙이자면, 흐름이론도 풀어야 할 문제가 있긴 합니다. 위에서 말한 설명은 개인가 육체적으로 하나만 존재할 때의 이야기입니다. 즉, 철수가 '몸을 바꿔야겠다'고 생각해서 기억을 새로운 몸으로 옮겼는데, 남아있는 몸이 아직 살아있다면, 누가 진짜 철수냐는 겁니다. 늙은 철수와 젊은 철수는 각자 기억의 연속성을 지녔다는 점에서 흐름이론으로도 누가 철수라고 부를 수 있는 지 확답을 내릴 수 없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대답은 동물이론에서 가능합니다. '뭐야, 두 사람이잖음. 그럼 둘 다 각자 다른 개체인데, 철수A랑 철수B라고 하자.'인 겁니다. 늙은 철수와 몸을 바꾼 철수는 다른 사람이라는 것이 동물이론의 설명입니다. 이러면 문제가 없게 됩니다.
이래서 동일성 문제는 아직도 해결하기 곤란한 상황이 됐다... 는 결론만 나옵니다. 어쩌면 누군가가 더 나은 설명을 제시해줄 지도 모릅니다. 쉽지는 않겠지만요.
내용을 기억을 더듬어서 적어보자면 이렇습니다. 먼저 동일성이라고 하는 건 그 육체적 연속성에 달려 있다는 의견입니다. '철수'가 아기 때의 육체에서 계속 성장해 어른이 되고 노인이 될 때까지 '철수'의 몸을 움직이고 보존한다는 점에서 철수라는 존재는 그 신체로 증명할 수 있다는거지요. 즉 신체는 '나'라고 할 수 있고, 이걸 '동물이론'이라고 부릅니다.
근데 이게 뇌 이식에 관한 사고 실험에서 태클이 걸립니다. 말씀하신 "만약 a라는 사람의 신체에서 뇌를 꺼내서 b라는 신체에 이식한다고 해도, 저는 자신이 a라고 믿는 b가 될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에 관한 겁니다.
'기억복제기'라는 게 있다고 치고, '민수'가 자기 기억을 복사해서 '철수'의 몸에 덮어쓰기했다고 칩니다. 혹은 두뇌를 이식했고 성공해서 철수(민수의 뇌)가 잘 생활합니다. 이 때 철수는 여전히 철수인가? 하는 문제가 생깁니다. 물론 대답은 '아님'입니다. 주변 사람들이 아는 그 철수가 아니니까요. 그래서 이 경우에 대답하기 위해 정신적인 활동을 주관하는 두뇌가 '나'이다, 라고 하는 두뇌이론이 생깁니다. 이런 두뇌이론은 동물이론과 뇌 이식에 대한 일관성 있는 대답을 할 수 있습니다.
책에서는, 이런 두뇌이론도 답을 할 수 없는 질문이 남았다고 덧붙입니다. 복제 문제인데, 사람을 복제할 수 있는 총이 있다고 가정합니다. 이걸로 철수를 쏘면 그 사람은 아무 이상이 없고 총을 쏜 사람 옆에 분자적으로 똑같은 철수가 한명 더 생깁니다. 그럼 누가 철수인가요? 하는 의문이 제시됩니다. 철수와 복제된 철수는 육체적으로 완전히 동일하고, 두뇌도 예외는 아닙니다. 두뇌도 같은 두 명의 철수입니다. 두뇌이론으로는 같은 두뇌를 가진 두 사람 중 누가 진짜 철수인지 구분할 수 없죠.
이 경우에 답하기 위해 '흐름이론'이라는 게 또 생겨납니다. 네. 말씀하신 "기억/신체에 의해 자기 자신을 구성한다고 생각합니다."와 정확히 일치합니다. 철수와 복제된 철수가 차이점이 있다면, 복제된 철수는 자기가 지금 왜 여기 있는지 어떤 인과로 설명할 방법이 없습니다. 철수가 학교로 가고 있었다고 하면, 방금 슈퍼마켓이 눈앞에 보이는데, 복제된 철수는 슈퍼마켓이 갑자기 눈 앞에서 사라진 걸로 인식될 겁니다. 이 점을 중심으로 해서, 한 개체라고 하는 건 기억의 연속성(유아때부터 지금까지의 기억, 경험들의 총체)이 한 개체를 구별한다는 내용이 흐름이론의 골자입니다. 흐름이론은 팔다리가 바뀌어도(아, 내가 예전에 팔다리를 교체했지), 두뇌를 바뀌어도(아, 내가 예전에 몸(...)을 교체했지) 여전히 자신입니다. 흐름이론에 따르자면"어, 나 철수야. 최근에 몸을 바꿔봤는데, 어때?" 라는 말을 해도 문제가 없는 겁니다.
'궁금한 것은 만약 영생을 달성하고자 하는 누군가가 있을 때, 본인의 기억을 전송한다고 해서, 혹은 본인의 뇌를 직접 이식한다고 해서, 그 순간 내가 죽지 않는다는 걸 어떻게 확신할까하는 문제'라고 하셨는데, 이건 뭐랄까... 개인의 문제로 넘어가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의식을 잃기 직전까지의 기억이 남아있고, 약간의 필름 끊기는 듯한 기억도 가진 채로 새로 태어났다면 흐름이론을 받아들이는 사람은 '아. 방금 전까지 쓰던 몸을 잃었넹' 하고 넘어갈 겁니다. 육체가, 두뇌가 자신이라고 믿는 사람은 그렇게 받아들이지 못하겠지요. 난 죽었어! 근데 왜 살아있지? 하는 느낌으로 말입니다.
게임에서 흐름이론을 적용해 부활을 설명하는 게임이 몇 있긴 합니다. 바이오쇼크가 그 예입니다.
https://www.youtube.com/embed/eQiFDk0V9Tc?start=221&end=234&
여기서 플레이어는 죽는데, 유전자 재조합 기기에서 이용료(부활 비용..)을 주고 다시 살아납니다. 기억의 연속성이라는 점에서 흐름이론의 채택은 적절하여 여기저기 쓰이고 있습니다(이브 온라인이라든가, 보더랜드 2라든가, 다크 소울이라든가...)
마지막으로 덧붙이자면, 흐름이론도 풀어야 할 문제가 있긴 합니다. 위에서 말한 설명은 개인가 육체적으로 하나만 존재할 때의 이야기입니다. 즉, 철수가 '몸을 바꿔야겠다'고 생각해서 기억을 새로운 몸으로 옮겼는데, 남아있는 몸이 아직 살아있다면, 누가 진짜 철수냐는 겁니다. 늙은 철수와 젊은 철수는 각자 기억의 연속성을 지녔다는 점에서 흐름이론으로도 누가 철수라고 부를 수 있는 지 확답을 내릴 수 없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대답은 동물이론에서 가능합니다. '뭐야, 두 사람이잖음. 그럼 둘 다 각자 다른 개체인데, 철수A랑 철수B라고 하자.'인 겁니다. 늙은 철수와 몸을 바꾼 철수는 다른 사람이라는 것이 동물이론의 설명입니다. 이러면 문제가 없게 됩니다.
이래서 동일성 문제는 아직도 해결하기 곤란한 상황이 됐다... 는 결론만 나옵니다. 어쩌면 누군가가 더 나은 설명을 제시해줄 지도 모릅니다. 쉽지는 않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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