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질문 게시판입니다.
Date 20/12/22 22:08:23
Name   [익명]
Subject   타인의 사생활을 묻는 게 두렵습니다
시험에도 번번히 낙방하고 변변한 신체적 사회적 매력도 없었기에, 타인과 비교하며 많이 위축된(혹은 위축된다고 스스로 여기는) 삶을 오래 살았습니다.

그러다보니 내가 불편한 질문들, 그러니까 개인적인 내 생각을 묻는 질문들은 그게 내가 아니라 남을 향할 때도 불편할 수 있겠구나 싶어 일부러 그런 대화주제를 피하고 무난하게 택할 수 있는 가치판단이 배제되는 소재들로 대화를 채워나는 것에 익숙하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취직도 했고 나를 압박하던 여러 요건에서 자유로워지게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그때의 습관은 쉽게 바뀌지 않고 대화의 방향이 타인보다는 가치가 배제된 현상, 그리고 내 이야기로 채워져간다는 느낌이 듭니다.


또한, 지금까지 만났던 여자들은 다들 자기 힘듦을 공감해달라며 제게 부정적 감정을 전이하며 공감요구를 많이 했습니다.

처음엔 좋은 거만 해도 짧은 시간에 이런 얘길 해야할까 아쉽고 또 그냥 감정 쓰레기통이 아닐까 생각이 들어 그런 행위 자체에 대해서 많이 스트레스를 받았습니다.
다행히 단순 공감요구는 뇌를 비웠지만 매우 공감하는 양 기계적으로 답할 수 있는 훈련을 해 어느정도 스트레스를 피할 수 있게 되었으나, 반대급부로 제게 대화를 리딩하거나 하는 것들이 어색하게 느껴집니다. 리딩을 하게되면 마치 라디오에서 게스트 모셔두고 대담하듯 rp를 하게 됩니다.

사회적 자아는 여러명이 있는 자리에서 스몰토크는 아무렇지 않게 분위기 좋게 끌어가지만, 그 한꺼풀을 벗기면 둘만 있을 땐 상대의 반응을 이끌어내지 못할 만큼 수동적인데 자기 이야기만하고, 말만 공손하지 자기 하고싶은대로만 하고 싶어하고 자기 이야기가 끊기는 걸 극도로 두려워하는 내면이 남아있습니다.

제가 호감을 가지고 접근한 많은 사람들은 제 사회적 자아를 보고 호감을 가지다가도 제 내면에 질려하고 떠나가길 반복합니다.

오늘도 왜 너는 대화주도권을 놓지 않고 혼자서 다 하려드냐, 우리는 서로 궁금해하고 질문하고 공감받고 티키타카하기 위해 만나는 게 아니냔 소릴 들었습니다.

맞죠. 연애도 결국 선을 넘지않는 선에서 아래에서 나이스하게 대한들 그 사람은 좋은 사람이지 매력적인 이성이 되지 않는다는 건 정말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머리론 알겠으나 몸이 맘이 참 익숙해지지 않습니다. 무엇이 제 마인드셋을 바꾸는 실마리가 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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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능이 이성을 앞도할 만큼 매력적인 사람이 나타나면 자연스레 해소되지 않을까요? ㅠ
[글쓴이]
그런 순간이 오더라도 원하는 목표를 놓치게 되진 않을까 생각이 들어요
일단 말씀하시는 고민에 공감하고요
저는 결국 연습과 경험이라 생각합니다.
얼마나 많은 이성과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셨는지는 모르지만
더 하시다보면 더 능숙해지고 또 더 잘맞는 분 만나실거라 생각해요
[글쓴이]
연애 분류에 질문을 적었지만 제반 인간관계에서도 이런 고민을 느낍니다
팬터그래프키보드
저랑 비슷하면서도 다르네요
저도 일상에서의 스몰토크는 무진장 잘하는데 한꺼풀 벗기면 오히려 제 얘기를 정말정말 안하게 됩니다.
내면의 이야기를 어디까지 풀어놓을 수 있는가를 고민을 많이해요. 이걸 얘기해도 될까 얘기하면 상대가 뭐라고 반응할까를 너무 생각하죠.

사실 이런 성향은 결과로 나타나는거고 원인은 보통 사람마다 다른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에,
시간의 여유가 된다면 심리상담 받아보시는거를 추천드립니다. 앞서 제가 말한 문제는 아직 해결을 못했지만, 다른 큰 문제는 도움이 엄청 많이 되었어요.
이런 류의 문제는 혼자 ... 더 보기
저랑 비슷하면서도 다르네요
저도 일상에서의 스몰토크는 무진장 잘하는데 한꺼풀 벗기면 오히려 제 얘기를 정말정말 안하게 됩니다.
내면의 이야기를 어디까지 풀어놓을 수 있는가를 고민을 많이해요. 이걸 얘기해도 될까 얘기하면 상대가 뭐라고 반응할까를 너무 생각하죠.

사실 이런 성향은 결과로 나타나는거고 원인은 보통 사람마다 다른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에,
시간의 여유가 된다면 심리상담 받아보시는거를 추천드립니다. 앞서 제가 말한 문제는 아직 해결을 못했지만, 다른 큰 문제는 도움이 엄청 많이 되었어요.
이런 류의 문제는 혼자 해결하기 힘들 수도 있고 (적어도 저는 혼자하기 힘들었고), 그렇다고 남의 도움을 받는게 부끄러울 필요가 없어요.

음 이것저것 쓰다가 지우다 했는데 결국 다 피상적인 연습들 뿐이라서 할말이 아니네요..ㅠㅠ
그래도 일단 머리로는 알고계시니 어떻게든 (자기 힘이든 남의 도움이든) 해결하실 수 있을거라 저는 믿습니다.
화이팅하시고 좋은 밤 되세요.
1
[글쓴이]
어떤 문제들을 해결하실 수 있었는지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이야기한주실 수 있으실까요
팬터그래프키보드
펑탐라로도 한번 쓰긴 했었는데, 상담 받기 전에 검사받고 나서 들었던 말이 "팬터그래프키보드님 상태는 지금 우울증의 경계에 놓여있어서 병원에 가서 치료를 할 수도 있고 상담으로 해결할 수도 있는데요. 그건 팬터그래프키보드님의 선택이에요"이었어요. 저는 상담을 선택했고, 그 문제는 굉장히 나아졌습니다 헤헤
[글쓴이]
답변 감사합니다
호메로스
불편한 질문을 기피한다는건 공감하겠는데, 그게 왜 본인 얘기만 하는 성향으로 이어지는건지 잘 이해를 못하겠어요. 불편한 대화소재가 상대방 입에서 나오면 그 쪽으로 흐를까봐 방어적으로 대화해서 그런건가요?
도움이 될만한 조언은 못드리겠지만, 어떤 사람과 깊이있는 친분으로 나아가려면 마음을 열어야 하는거 같아요. 어느 정도의 실례는 무릎쓰고 민감할수 있는 얘기도 해야 친해졌다고 느끼죠. 감추는게 많으면 많을수록 관계 진전에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해요
[글쓴이]
제가 통제가능한 주제 내에서 대화가 이루어져, 결과적으로 통제할 수 없는 불편한 주제의 대화를 피하기 위해 제 이야기를 한다는 의미로 썼었습니다.
마지막 3번째 줄을 읽고서 저희 아버지가 떠올랐습니다 ㅎㅎ 선생님은 자각하고 계시기에 훨씬 더 양호하십니다.

하지만 대화를 반드시 해야하는 도구로 생각하고 계시는 태도가 글중에 근근히 보여서 그 부분에서 생각의 전환을 하시면 좋을 듯 합니다.
저는 치료가 필요한 수준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과거가 발목을 잡고있다고도 보지 않고, 의식적으로 귀를 열 필요가 있다고 봐요.
스킬적인 부분만 보완을 하시면 별 문제 없을거 같긴한데... 선생님과 대화하고 있다고 가정했을 때 아래와 같은 예시가 떠오릅니다.

1. 부정적 감정을 ... 더 보기
마지막 3번째 줄을 읽고서 저희 아버지가 떠올랐습니다 ㅎㅎ 선생님은 자각하고 계시기에 훨씬 더 양호하십니다.

하지만 대화를 반드시 해야하는 도구로 생각하고 계시는 태도가 글중에 근근히 보여서 그 부분에서 생각의 전환을 하시면 좋을 듯 합니다.
저는 치료가 필요한 수준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과거가 발목을 잡고있다고도 보지 않고, 의식적으로 귀를 열 필요가 있다고 봐요.
스킬적인 부분만 보완을 하시면 별 문제 없을거 같긴한데... 선생님과 대화하고 있다고 가정했을 때 아래와 같은 예시가 떠오릅니다.

1. 부정적 감정을 전이하며 공감 요구를 함
먼저 선생님은 공감 능력이 좋으신 듯 합니다. 공감능력이 좋으시니 A만 이야기해도 그 속내가 보여 어두운 감정이 본인께 전이되었다 느끼시겠죠.
상대방의 투덜거림에 거기까지 공감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불평 불만을 듣고 정답을 찾으실 필요도 없습니다. 좀 더 가벼운 반응도 상관없습니다.
희화해서 조크로 사용해도, 불평에 극히 공감을 해도, 상대방이 말한 것에만 반사신경으로 대응하셔도 충분한 공감을 줄 수 있습니다.
더 친밀해져야 더 깊은 이야기도 즐거워질 수 있기 때문에, 상대방 역시 정답을 듣기 위해 투덜거림이 아님을 인지하시면 좋습니다.
갑자기 정답이라고 진지해지는 순간 상대도 갑분싸인거죠. 날 웃겨줬음 하지, 처방해주길 바라지 않아요.

2. 자기 이야기가 끊기는 걸 극도로 불안해함
위와 연결되는데, 친하지도 않은 사람이 자기 이야기만 하는 것만큼 재미없는 대화도 없습니다.
자신의 이야기만 하시는 이유를 추측하건데, 내가 대화를 주도적으로 이끌어야한다는 강박에서 주로 나오는 습관같습니다. (화두가 없을때 특히)
이끄실 필요도 없고, 끊임없는 대화를 추구할 필요도 없습니다. 궁금한 것을 물어보되, 상대방이 좋아하는 주제를 탐색해보세요.
많은 착오가 있을 테지만, 적어도 '내 이야기는 상대방이 물어볼 때만 한다' 정도로 기준을 정하시고 들어가세요.
침묵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거리감에서 오는 침묵은 쌍방책임이고, 상대방이 이끌어줄때 좀 더 자연스럽게 대화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성향 차)

3. 왜 너는 대화주도권을 놓지않고 떠드냐
선생님만 그런게 아닙니다.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내는 것을 좋아합니다. 무언가 해소되니까요.
하지만 맥락없는 자기 얘기는 기본적으로 재미가 없습니다. 그래서 선생님은 귀를 열어야 합니다.
기술좋게 먼저 상대방이 좋아하는 주제를 던질 요령이 없으면, 적어도 상대방이 먼저 힌트를 줄때까지 귀를 기울이셔야 합니다.
카페에 들어가기 전에 어떤 메뉴를 좋아하는지, 다른 음료는 좋아하는지, 좋아하는 카페는 있는지 상대방의 이야기를 꺼내게 하세요.
그 정도 가벼운 자신의 이야기라면 허울없이 금방 말해줄 테니 그 실마리를 잡고 기어 올라가셔야죠.

0. 일부러 그런 대화주제를 피하고 무난하게 택할 수 있는 가치판단이 배제되는 소재들로 대화를 채워나는 것에 익숙
위의 커피 이야기가 딱 이 정도 무난한 이야기죠. 선생님도 저기까진 너무 잘하시는 것 같고요.
근데 계속 커피 같은 이야기만 하면 달처럼 지구를 빙빙 돌기만 하니, 가까워지기 위한 수단으로 내 이야기만 던지시는 것 아닐까하는 추측도 해봤습니다.
사회적으로 기피되는 주제들을 제외하곤 리미트를 두지 마세요. 가까워지려면 속 깊은 이야기를 어느 타이밍엔 꺼내야 합니다.
내가 아무렇지도 않게 물어봐야 상대방도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합니다.
그게 성적인 이야기든, 가족 이야기든, 묻어둔 것을 꺼내 상대에게 보여줄 때 생기는 친밀감이 있습니다.
핵심은 묻고 듣기 입니다. 내 얘기는 상대방이 듣고 싶어할 때만 해주세요...
[글쓴이]
친절한 답변 감사합니다. 거절에 대한 두려움이 커서 그런가 대화가 끊이지 않아야한다는 압박이 있었습니다. 조언 토대로 더 많이 고민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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