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신이 직접 찍은 사진을 올리는 게시판입니다.
Date 15/08/17 07:16:20
Name   뤼야
Subject   여수의 섬과 바다

여수 엑스포역 근처의 숙소에서 내려다본 여수 앞바다입니다. 낮게 가라앉은 하늘 아래로 오는 길에서 창밖으로 보았던 산들이 저보다 여수에 먼저 와서 바다에 몸을 담그고 자리잡고 있는 듯 보입니다. 저 섬들 너머에 먼바다가 있겠죠.



멀리 보이는 저 섬의 이름이 무엇인지, 또는 저 산의 이름은 무엇인지, 사람들이 사는 집들이 연안에 또는 골짜기에 자리잡고 있고, 그 위를 구름이 푸근하게 감싸고 있습니다. 



망원렌즈같은 것이 있으면 더 선명하게 찍혔을텐데, 제 능력보다 더 뛰어난 결과를 담아주는 스마트폰 카메라의 줌을 당겨보았더니 결과물이 신통치 않네요. 비구름 같지는 않은 뚱뚱한 구름덕에 섬전체가 시원하겠습니다.



오동도에는 동백과 대나무가 흔했습니다. 대나무로 이루어진 터널을 지날 때 파도소리와 바람에 댓잎이 흔들리는 소리를 구분할 수 없었습니다. 



섬을 산책하다 본 저 좁다란 절벽에서 들은 파도 소리가 여수에서 들은 가장 큰 파도소리 였습니다. 



오동도 산책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찍은 제비입니다. 제가 가까이 가도 날아가지 않고 저리 가만히 있더라고요. 이른 시간이라 아직 잠이 덜 깼나봐요. 몸이 어찌나 작은지 바람이 불때마다 흔들흔들 하면서도 카메라를 들이대는 제게 포즈라도 취하는 것 같았습니다. 제비를 저렇게 가까이 본 게 처음이에요. 연미복을 입은 것 같죠? 오동도에 모기가 많아서 저도 산책하다 잠깐 다리를 쉬는 동안 여기저기 물렸는데, 아마 사냥하러 온 모양입니다. 저리 작아도 사냥꾼이죠. 


어린 시절, 한시라도 말썽을 부리지 않으면 세상이 어떻게 되기라도 할 듯 굴었던 말썽꾸러기 사촌오라버니의 손을 붙들고 오동도에 왔던 기억이 납니다. 여수가 고향인 오라버니는 제가 불가사리를 징그러워 한다는 것을 알고는 일부러 불가사리를 많이 잡아주었습니다. 불가사리를 말려서 구멍을 낸 다음 목에 걸고 다니면 예쁘다나요. 제가 여수에 놀러오면 저를 놀리느라 눈을 반짝이던 오라버니가 이제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되었습니다. 오동도는 변함없이 그 자리에 있어서 오동도를 걸으며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바람이 많고, 햇빛도 많고, 바닷바람에는 여전히 짠 냄새가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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