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엑스포역 근처의 숙소에서 내려다본 여수 앞바다입니다. 낮게 가라앉은 하늘 아래로 오는 길에서 창밖으로 보았던 산들이 저보다 여수에 먼저 와서 바다에 몸을 담그고 자리잡고 있는 듯 보입니다. 저 섬들 너머에 먼바다가 있겠죠.
멀리 보이는 저 섬의 이름이 무엇인지, 또는 저 산의 이름은 무엇인지, 사람들이 사는 집들이 연안에 또는 골짜기에 자리잡고 있고, 그 위를 구름이 푸근하게 감싸고 있습니다.
망원렌즈같은 것이 있으면 더 선명하게 찍혔을텐데, 제 능력보다 더 뛰어난 결과를 담아주는 스마트폰 카메라의 줌을 당겨보았더니 결과물이 신통치 않네요. 비구름 같지는 않은 뚱뚱한 구름덕에 섬전체가 시원하겠습니다.
오동도에는 동백과 대나무가 흔했습니다. 대나무로 이루어진 터널을 지날 때 파도소리와 바람에 댓잎이 흔들리는 소리를 구분할 수 없었습니다.
섬을 산책하다 본 저 좁다란 절벽에서 들은 파도 소리가 여수에서 들은 가장 큰 파도소리 였습니다.
오동도 산책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찍은 제비입니다. 제가 가까이 가도 날아가지 않고 저리 가만히 있더라고요. 이른 시간이라 아직 잠이 덜 깼나봐요. 몸이 어찌나 작은지 바람이 불때마다 흔들흔들 하면서도 카메라를 들이대는 제게 포즈라도 취하는 것 같았습니다. 제비를 저렇게 가까이 본 게 처음이에요. 연미복을 입은 것 같죠? 오동도에 모기가 많아서 저도 산책하다 잠깐 다리를 쉬는 동안 여기저기 물렸는데, 아마 사냥하러 온 모양입니다. 저리 작아도 사냥꾼이죠.
어린 시절, 한시라도 말썽을 부리지 않으면 세상이 어떻게 되기라도 할 듯 굴었던 말썽꾸러기 사촌오라버니의 손을 붙들고 오동도에 왔던 기억이 납니다. 여수가 고향인 오라버니는 제가 불가사리를 징그러워 한다는 것을 알고는 일부러 불가사리를 많이 잡아주었습니다. 불가사리를 말려서 구멍을 낸 다음 목에 걸고 다니면 예쁘다나요. 제가 여수에 놀러오면 저를 놀리느라 눈을 반짝이던 오라버니가 이제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되었습니다. 오동도는 변함없이 그 자리에 있어서 오동도를 걸으며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바람이 많고, 햇빛도 많고, 바닷바람에는 여전히 짠 냄새가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