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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7/04/05 05:31:00
Name   은머리
Subject   '성범죄자' 로만 폴란스키, 美사면 없다 '강경'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4/04/2017040402419.html

https://namu.wiki/w/%EB%A1%9C%EB%A7%8C%20%ED%8F%B4%EB%9E%80%EC%8A%A4%ED%82%A4
[본래 유대인으로 어린 시절 나치 독일에 의해 가족이 뿔뿔이 흩어져 어머니는 아우슈비츠에서 사망했고 폴란스키는 아버지와 겨우 유대인 게토를 탈출했다. 그의 작품들을 감싸고 있는 어두운 정서는 이때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범죄자 찰스 맨슨과 그의 추종자들이 (정확히 말하면 찰스 맨슨은 직접 쳐들어가진 않았다.배후에서 앳킨스 일당을 조종했다고 볼 수 있다.) LSD에 취한 상태로 폴란스키 감독의 집에 쳐들어가[1] 당시 임신 8개월이었던 샤론 테이트와 같이 있던 사람들을 전원 살해한 것이었다.

마지막 피해자였던 샤론 테이트가 뱃속의 아기라도 살려달라고 빌었을 때에 찰스 맨슨의 열렬한 추종자이자 맨슨 패밀리의 주요인물이던 수전 앳킨스는 "넌 살아봐야 소용 없어. 죽어서 더 쓸모가 있을 거야."라면서 16번의 칼질로 잔혹하게 살해했다.

다만 이때 폴란스키 본인은 업무상의 문제로 테이트를 집에 놔두고 밖에 외출 중이었는데 그 덕에 앳킨스 일당에게 살해당하는 것은 모면했다. 이게 행운이라고 봐야 할지 불행이라고 봐야 할지 상당히 애매하다.]


로만 폴란스키 감동의 위상과 개인적 비극은 우리나라 감독에 빗댄다면 누구라야 적절할까요? 없는 것 같아요. 만약 있다면 우리의 사법계는 얼마나 냉정하게 그를 오롯이 성범죄자라 단정지었을 것이며, 만약 우리나라에서조차 그가 유죄판결을 받았다면 대중은 또 얼마나 냉정하게 사면요청을 극구 자제했을까요. 우리나라에선 40년 전 13세에게 약물을 복용시키고 겁탈한 사실을 증명할 방법이 없으므로 아마 한국판 로만 폴란스키감독은 덜 공포스런 마음으로 입국하고 무죄판결을 받았을 거예요.

원래는 서양이 동양보다 철저하게 consequentialism(결과주의)을 고수하는 성향을 두고 그 사고의 근원이 무엇인가라는 의문때문에 이 기사를 가지고 왔는데 미국에선 그리도 오래된 사건을 어떻게 유죄로 판결낼 건지 급궁금해졌어요. 의식의 흐름으로 쓰고 있는 이 글에 관대함을... 오늘 월도짓 사상최고인 것 같아요.

우리나라에선 규범론을 논할 때 결과주의와 의무론을 서양의 도덕사상이라고 막연히 떠올릴 뿐, 우리 일상생활과 밀접하게 관련시켜 어떤 일에 대해 '의무론적으로 판단한다'든지 '결과론적으로 판단한다'와 같은 얘기를 하지 않아요. 그런데 서양사람들은 그런 이분법적인 사고가 좀 더 체화된 것 같아요.  consequence 란 단어도 일상생활에서 자주 쓰구요. 그리고 의무론적 사고는 별로 고려하지 않는 것 같아요. '의무론적 사고'라니 이 얼마나 위화감 느껴지는 표현인가요. 의무를 다한다는 게 아니고 어떤 사건에 대해 개인의 도덕적 동기를 결과보다 중요시하는 경향이에요. 범인의 행위보다 자라온 환경에, 로만스키의 성범죄보다 그의 비극적인 생애와 예술성에 의해 동정심이 더 자극되는 성향이 의무론적 사고에 더 가까울 거예요. 로만 폴란스키감독의 예술적 업적과 개인적 비극이 묘하게 우리를 감화시켜서 그가 저지른 행위의 결과, 그것이 갖는 범죄성을 희석시키거든요.

원래 인간은 이에 쉽게 흔들리게 마련이에요. 서양의 폴란스키나 동양의 폴란스키에 의해 마음이 흔들리는 현상은 동양에서든 서양에서든 보편적으로 나타날만 해요. 차이가 있다면 궁극의 제도적 결과물인데 서양은 확실하게 '어림반푼어치도 없다 이 소아성범죄자야'라고 결론지었다는 사실이겠네요.  어떤 문화에선 쉬운 일이 어떤 문화에선 그렇지 않아요. 가치의 우열을 논하기보다 그냥 이런 차이가 흥미로왔어요. 사실 의무론과 결과주의가 이런 차이를 갖기나 한 건지 장담도 못하겠어요. 오늘 잘 모르면서 떠들기는 최고로 많이 떠든 것 같아요.  모른다고 암말 않는 것보다 마구마구 물어보는 게 더 현명한 거 맞죠?! 철학 잘 아시는 분이 지적해 주시면 정말 고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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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이분 퍼스트 네임이 '로만' 이고 라스트 네임이 '폴란스키' 아닌가요 8ㅅ8;;; 자꾸 로만스키라고 하셔서 글 읽을때 헷갈려요 ㅋㅋㅋㅋㅋㅋ

저 개인적으로는 ~__~ '한 인간이 능동적으로 결정내려서 행동으로 옮긴 것'이 그 사람에게 가해진 일 보다는 더 personal하고 그가 어떤 사람인지 대변해준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 행동에 대한 책임은 세월이 얼마나 지났든 져야하겠죠.. (이게 의무론인가요 ~_~ 모르겠네욬ㅋㅋㅋㅋ)
'나도 불쌍한 사람이고 ㅠㅠ 죽은 아내 무덤 좀 가보게 나 감방 보내지 말아주라' 라는 주장은 ... 더 보기
근데 이분 퍼스트 네임이 '로만' 이고 라스트 네임이 '폴란스키' 아닌가요 8ㅅ8;;; 자꾸 로만스키라고 하셔서 글 읽을때 헷갈려요 ㅋㅋㅋㅋㅋㅋ

저 개인적으로는 ~__~ '한 인간이 능동적으로 결정내려서 행동으로 옮긴 것'이 그 사람에게 가해진 일 보다는 더 personal하고 그가 어떤 사람인지 대변해준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 행동에 대한 책임은 세월이 얼마나 지났든 져야하겠죠.. (이게 의무론인가요 ~_~ 모르겠네욬ㅋㅋㅋㅋ)
'나도 불쌍한 사람이고 ㅠㅠ 죽은 아내 무덤 좀 가보게 나 감방 보내지 말아주라' 라는 주장은 웃기다고 생각해요.

어느 누구나 상황에 따라 가해자도 되고 피해자도 되는건데.. 본인이 가해자 입장일때의 consequence를 이야기 하고 있는데 피해자일때의 입장+감정호소로 디펜스 논리를 펴는건 쌩뚱맞은 것 같아요.
그레이트팤이 어린나이에 부모 잃었다고 "아몰랑 아무튼 까방권+무죄권(?)!!!" 을 주장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ㅡㅡㅋㅋㅋㅋㅋ

또 폴란스키의 영화관/예술적 감성 또는 능력?도 따로 볼 수 있을 것 같고요... 이건 평가하는 개개인의 morality나 취향에 따라 갈리겠죠 ~__~
은머리
ㅋㅋㅋㅋㅋㅋ 수정해 놓을게요 ㅋㅋㅋ로만스키 로만스키하니까 이스키 저스키하는 것 같네여 ㅋㅋㅋㅋㅋ
동양에서 공사구분 잘 안되는 거랑 서양에서 결과주의 도덕론이 더 내면화된 거랑 관련이 있을 것 같아요. 결과주의에 치중하면 처벌이 그만큼 가차없거든요. . 강간기제에 대한 기사를 읽었는데 남성이 성욕이 더 크니 어쩌니 다 구시대적 발상이고 잡아족치면 문제해결이라고 하더라고요.
@ㅅ@ 결과주의, 의무론이 뭔지 몰라서(...) 검색해보고 있는데 대학교때 Engineering Ethics 공학윤리 클래스 들었을때 기록이 새록새록나서 되게 재밌게 월도(....) 하고 있어욬ㅋㅋㅋㅋㅋㅋ 잠만여 더 읽고 생각 좀 정리해서 이 댓글 수정할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일단 제가 이해하기로는-

결과주의/목적론적 윤리: 중간 과정이 어찌됐든 간에 결과가 다수의 행복/이익을 가져다 주는거면 그게 선하고 옳은 것.
의무론적 윤리: 결과가 어찌됐든 선하고 옳은 일을 행해야함. (Ex. 의무론적으로 보면 CIA를 고... 더 보기
@ㅅ@ 결과주의, 의무론이 뭔지 몰라서(...) 검색해보고 있는데 대학교때 Engineering Ethics 공학윤리 클래스 들었을때 기록이 새록새록나서 되게 재밌게 월도(....) 하고 있어욬ㅋㅋㅋㅋㅋㅋ 잠만여 더 읽고 생각 좀 정리해서 이 댓글 수정할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일단 제가 이해하기로는-

결과주의/목적론적 윤리: 중간 과정이 어찌됐든 간에 결과가 다수의 행복/이익을 가져다 주는거면 그게 선하고 옳은 것.
의무론적 윤리: 결과가 어찌됐든 선하고 옳은 일을 행해야함. (Ex. 의무론적으로 보면 CIA를 고발한 whistleblower 에드워드 스노든은 의인임)

이건데 @ㅅ@ 저는 의무론적 관점으로 이랬든 저랬든 폴란스키가 겪은 일은 다른 얘기고, 아동성폭행 건에 대해선 선한 일을 한게 아니니까 벌 받아야함! 이라는 것 같아요 ㅋㅋㅋㅋㅋㅋ
LA 대법원이 그런 맥락에서 판결을 내렸는지는 모르겠지만 ~_~ 판결은 비슷하네요 ㅋㅋ

아 근데 칸트의 윤리학/categorical imperative에 대해 읽는데 너뭌ㅋㅋㅋㅋㅋ 제 사상이랑 맞아서 읽으면서 넘나 행복해옄ㅋㅋㅋㅋㅋㅋㅋㅋ 대만족 ㅋㅋㅋㅋ 대학교때도 이 아조씨에 대해 배우면서 ㅇㅇ 맞아맞아 했던 기억도 나고 좋아여 ㅋㅋ
은머리
나도 모르는 건 마찬가지라 ㅋㅋ 얌전히 기다리고 있을게여. 가르침을 주사와요 ㅋㅋㅋ
아니 저도 칸트의 의무론 대충 검색해 보고 이거 좋은 거잖아 했는데 결과주의와 상반된 게 의무론이라는 거예요. 그래서 내 맘대로 구도를 짜봤는데 쑨 말도 안되는 걸 수도 있어여 ㅋㅋㅋㅋ
결과주의랑 상반되는게 맞지 않나여...? 제가 이해하기로는 결과주의는 막말로 하면 "좋은게 좋은거지 ~___~ 그냥 덮어덮어!!" 이러는거고 의무론은 "졌지만 잘 싸웠다 토닥토닥" 할 수 있는 거니까요. '졌지만 잘 싸웠다'의 상황에서 결과주의는 "잘 하긴 뭘 잘해 졌자나!! ㅡㅡ" 이럴거구요.

제 개인적 경험으로는 서양권이 딱히 어느 쪽으로 더 내면화 되었다.. 라고 할 수 없을 것 같아요;;
물론 뭔가 표면적/대외적으로는 'Doing the right thing just because it's right' 이런 정신을 ... 더 보기
결과주의랑 상반되는게 맞지 않나여...? 제가 이해하기로는 결과주의는 막말로 하면 "좋은게 좋은거지 ~___~ 그냥 덮어덮어!!" 이러는거고 의무론은 "졌지만 잘 싸웠다 토닥토닥" 할 수 있는 거니까요. '졌지만 잘 싸웠다'의 상황에서 결과주의는 "잘 하긴 뭘 잘해 졌자나!! ㅡㅡ" 이럴거구요.

제 개인적 경험으로는 서양권이 딱히 어느 쪽으로 더 내면화 되었다.. 라고 할 수 없을 것 같아요;;
물론 뭔가 표면적/대외적으로는 'Doing the right thing just because it's right' 이런 정신을 높이사니까 의무론에 더 무게가 실리는데
개개인의 케이스로 보면 결과주의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사람들도 매우 많이 봤으니까요.

미드로 예를 들자면 넷플릭스 데어데블 시즌2에서 Matt Murdock/Daredevil이 의무론적이고 (어쨌든 살인은 악하니까 악당이라도 살상은 ㄴㄴ)
Punisher은 결과주의적/목적론적이라고 (동기가 뭐건 과정이 핵잔인하든 뭐든간에 나쁜놈들 다 쥬기고 처단하는게 개이득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근데 저도 제대로 이해한 건지 잘 모르겠어요 -_-ㅋㅋㅋㅋㅋㅋㅋ
은머리
서양사람들이 동양인들보다는 결과주의에 기운 건 맞는 것 같아요. 냉정함의 힘이 거기서 오는 것 같고요. 인공지능에 윤리를 접목시킬 때 사용하는 윤리사상이 공리주의인데 논리로 학습시킬 만한 이론이 이것만한 게 없기 때문일 거예요. 피터 싱어가 공리주의 신봉자이고 비판을 많이 받기도 해요. 동물이 겪는 고통을 최소화하고 인간과 동물의 행복을 극대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제 3세계를 돕되 영리하게 도와야 한다고 말하기도 하더라고요. 그가 비판받는 내용에 대해 지나가다 읽었는데 까묵음.
은머리
글구 제가 서양인들이 결과주의를 더 체화하고 있다고 말한 건 이게 그 근거인데 샘플이 조금이긴 해요. 여기 설문조사결과를 보면 커뮤니티 특징이 한 눈에 보일 거예요.
http://lesswrong.com/lw/lhg/2014_survey_results/

Moral Views
Accept/lean towards consequentialism: 901[60.0%]
Accept/lean towa... 더 보기
글구 제가 서양인들이 결과주의를 더 체화하고 있다고 말한 건 이게 그 근거인데 샘플이 조금이긴 해요. 여기 설문조사결과를 보면 커뮤니티 특징이 한 눈에 보일 거예요.
http://lesswrong.com/lw/lhg/2014_survey_results/

Moral Views
Accept/lean towards consequentialism: 901[60.0%]
Accept/lean towards deontology: 50[3.3%]
Accept/lean towards natural law: 48[3.2%]
Accept/lean towards virtue ethics: 150[10.0%]
Accept/lean towards contractualism: 79[5.3%]
Other/no answer: 239, 15.9%

난 재밌었던게 설문항목 중에 moral view라는 게 있어요. 우린 이런 거 아예 물어보지를 않잖아요. 도덕관이란 게 뭐 공사구분 제대로 하고 불우한 이웃을 돕고 어쩌고 이런 거밖에 생각 안 나는데 이 사람들은 어떤 '주의'를 분명히 표방한다는 자체가 너무너무 신기한 거예요.
@ㅅ@ 샘플 사이즈도 작지만 또 너무 특정적인 커뮤니티 (덜 틀리고 싶은 사람들 - 이런 사람들이라면 보통사람들(?)보다는 자신의 옳고그름에 대한 기준을 매우 깊이 생각하고 정립했을 것 같아여..)의 조사결과라 60%라는 다수가 결과주의로 기울었다고 해도 서양인들은 대체로 결과주의적이야! 라고 generalize 할 수 없을 것 같아요. 그리고 특히나 사회 어디서든 moral views가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이게 되어서.. 잘 융합되지 않고 cluster의 형태로 공존하지 않나 생각이 들어요. 저만해도 저와 비슷한 deontolog... 더 보기
@ㅅ@ 샘플 사이즈도 작지만 또 너무 특정적인 커뮤니티 (덜 틀리고 싶은 사람들 - 이런 사람들이라면 보통사람들(?)보다는 자신의 옳고그름에 대한 기준을 매우 깊이 생각하고 정립했을 것 같아여..)의 조사결과라 60%라는 다수가 결과주의로 기울었다고 해도 서양인들은 대체로 결과주의적이야! 라고 generalize 할 수 없을 것 같아요. 그리고 특히나 사회 어디서든 moral views가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이게 되어서.. 잘 융합되지 않고 cluster의 형태로 공존하지 않나 생각이 들어요. 저만해도 저와 비슷한 deontology로 기우는 사람들이 제 주위에 제일 많지 않나 싶거든요 ~_~ 그래서 '이쪽 사람들은 이러이러한 morality가 대세다' 라고 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동양권에 비해 서양권이 처벌이 더 가차없는 이유는 그냥 판사님들이 피해자에게 더 이입해서 그런 것 아닐까여(....) 그냥 기본적 태도 자체가 동양권에 비해 가해자에게 냉담한 것 같아요.
은머리
오호 그러시군요. 샘플이 매우 작긴 하져. 전 동서양의 사고가 근본적으로 많이 다르다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일단 요까지만 하고 나머지는 동서양철학도분들이 나타나 주시거나 아니면 끝내는 것으로 킄.
이노무스키!
은머리
이런 댓글 달 시간도 있으시구낭...
서양에서는 증거위주로 케이스가 진행되고 일단 증거가 나오면 그 증거를 상쇄하기위한 다른 큰 이유가 있어야하는데 입증하기란 대단히 어렵잖아요. 불필요한것은 하지 않는다는 주의이지요. 폴란스키 감독도 미국의 가장 강력한 법집행인 유아성폭행에 대한 처벌을 뒤짚을만한 사면을 줄만한 근거가 있어야하는데 나이로 사면을 준다면 법체계가 무너지니 안되겠지요. 형평성 때문이기도하구요. 일단 법치국가라는것은 인간적이지 않다 느낄때가 있지만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공평한것 같아요.
은머리
미국이 워낙에 형벌이 겁나게 강한 나라라 가차없어 보이는 뉴스나 소식에 사람들이 아주 익숙해 있는데 우리의 경우 그 가차없음이 이런 저런 지연과 사고의 유연성(?) 때문에 제도적으로 정립이 잘 안되는 것 같아요. 아니면 그냥 기득권이 유리한대로 돌아가는 시스템인 걸까요;;
구밀복검
굳이 의무론적 판단이란 어휘를 쓰는 것이 효율적일까 싶은데..일단 의무론과 결과론(공리주의)는 근대 이후의 윤리학을 양분하고 있지요. 양자 모두 어떻게 하면 도덕적 주관주의를 배격하고 윤리 기준을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것으로 확립할 수 있을지 고민한 끝에 나온 답변들이에요. 편의를 위해 도식적으로 말하자면 의무론은 합리/관념론에서 나왔으며 (유럽)대륙인들이 선호하고, 공리주의는 경험론에서 나왔으며 영미인들이 선호하죠. 의무론의 관점에서 윤리 기준은 인간 내부, 곧 인간 그 자신이에요. 이들에 따르면 인간은 누구나 세상이나 물상 등 객... 더 보기
굳이 의무론적 판단이란 어휘를 쓰는 것이 효율적일까 싶은데..일단 의무론과 결과론(공리주의)는 근대 이후의 윤리학을 양분하고 있지요. 양자 모두 어떻게 하면 도덕적 주관주의를 배격하고 윤리 기준을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것으로 확립할 수 있을지 고민한 끝에 나온 답변들이에요. 편의를 위해 도식적으로 말하자면 의무론은 합리/관념론에서 나왔으며 (유럽)대륙인들이 선호하고, 공리주의는 경험론에서 나왔으며 영미인들이 선호하죠. 의무론의 관점에서 윤리 기준은 인간 내부, 곧 인간 그 자신이에요. 이들에 따르면 인간은 누구나 세상이나 물상 등 객관적인 외부세계와 구별되는 자신만의 정신과 내면이 있어요. 이것이 [(실천)이성]이죠. 이것의 인도에 따르는 것이 윤리고요. 반대로 공리주의의 경우, 윤리의 기준은 계량 가능한 이익이에요. 보다 상냥하게 말하자면 우리 모두의 행복이고, 보다 범연하게는 사회적 실익이죠. 다시 말해 윤리 기준은 인간 내부가 아니라 바깥에 있는 셈이에요.

의무론자의 눈에 공리주의적 인간은 기계나 축생과 다를 바가 없어 아예 윤리적 존재라고 말할 수조차 없는 것이죠. 보편이성, 곧 자기 머리로 자발적인 윤리적인 판단을 하여 행위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타산'에 의해서 행위를 '결정'하는 것이니까요. 예컨대 국가 구조조정 과정에서 비록 피해를 보는 가계가 다수 발생할 테지만 대승적인 관점에서 재정건전성을 회복하자는 식의 판단은 사실상 선택이 아닌 것이죠. 그냥 연립방정식의 해를 구하듯이 기계적으로 양적 비교를 하여 우위에 있는 것이 산출된 것에 불과하지요. 로보트나 286 컴퓨터도 이런 식의 판단은 얼마든지 가능해요. 5만 원 짜리와 1만원 짜리 중 무엇을 가질지를 물어보는 질문이 질문이 아닌 것과 같죠. 5만 원은 1만 원보다 양적으로 우위니 답이 정해진 것이니까요. 의무론자들에게 공리주의자들은 내적인 가치 지향과 윤리적 판단 기준이 없기에 아무 것도 선택하지 못하고 자유롭지 못하며 따라서 윤리가 없어요.

반대로 공리주의의 관점에서 의무론은 거창하기만 할 뿐 근거도 없는 추상적이고 형이상학적인 인간관을 들먹이는 판타지나 종교에 불과한 것이고요. 이들에겐 우리 인식의 근거는 내적 숙고가 아니라 감각과 경험과 구체적인 행위이고, 자유와 윤리도 그로부터 나오는 것이에요. 이들에게 있어 우리가 자유로운 이유는 인류 보편적인 내면의 이성의 법칙이 있기 때문이 아니라 보고 듣고 느끼는대로 행동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세상에 보편은 없고 개개인의 취향과 느낌과 가치만이 있으며 따라서 각각의 다양한 행위들을 객관적인 형태로 계측해서 사회 전체에 이득이 되게끔 하는 것이 진정한 '합리'이고 '이성'인 것이죠. 그러므로 명확하게 우리의 감각과 행복과 쾌락으로 환산될 수 있는 사회적 준칙이 바로 윤리이며, 그 이외의 것은 상상의 산물에 불과해요. 공리주의자의 입장에서 의무론이나 이슬람/기독교 윤리나 별 다를 것이 없는 셈이죠. 명확한 답변과 결과는 내놓지 않은 채 자신들만의 독단에 사로잡혀 공리공론을 반복하니까요. 도그마의 노예이니 당연히 자유로울 수도 윤리적일 수도 없는 것이고요. 예컨대 신약 성서 사도행전에는 아나니아와 삽비라라는 인물이 전재산을 처분해서 야훼에게 봉헌한다고 선언하는 일화가 나와요. 그들은 상당량의 재산을 교회에 기부했지만, 일부의 재산은 여전히 자신들의 소유로 남겼는데, 야훼는 베드로를 통해서 그들의 기만을 꾸짖고 죽음을 내리죠. 공리주의자의 입장에서 이건 황당무개한 일일 거에요. 고작 '신과 양심을 기망한 죄'라는 추상적인 죄목의 무거움이 전재산을 기부하는 호의와 기여를 깃털보다 가볍게 만들어 목숨을 요구할 정도라니.

정리하자면 의무론은 내재적 윤리관이에요. 옳고 그름은 우리 안에 있는 거죠. 반대로 공리주의는 외재적이고요. 옳고 그름은 실재와 결과가 가르쳐 주는 것이죠. 자연히 의무론은 형이상학적이고, 공리주의는 사회(공)학적이에요. 양자 사이의 관점의 차이가 자유/가치/의미/합리/이성/윤리 등에 대한 다른 관념으로 이어져요. 대륙인들과 영미인들의 차이가 명확히 느껴지죠. 아마 폴란스키를 의무론적으로 바라보자고 할 때의 '의무론'은, 의무론의 본질인 '내재론'과 대상을 분석할 때 우리가 취하는 '내재적 관점'의 개념적 유사성에 착안해서 의무론의 어의를 확장시킨 듯 해요. 그래서 제가 생각하기에는 조작적操作的이지 못한 용법이 아닌가 싶고요.

설명충 놀음은 여기까지 하고...폴란스키 영화는 흥미롭죠. 영화와 개인을 분리하자는 이야기는 아니에요. 왜냐하면 폴란스키의 영화들은 홀로코스트 생존자이자 제노사이드 희생자이자 아동 성범죄자인 폴란스키라는 비틀리고 음울한 사람이 아니면 만들 수 없는 음산하고 씁쓸한 작품들이거든요. 폴란스키가 건전한 인간이었다면 시시껄렁한 영화들이나 냈겠지만, 어긋난 자아를 가졌기에 위대한 작품들을 낼 수 있었죠. 사람들은 흔히 탁월한 작품과 창작자를 동일시하다가 실망한다든가 혹은 작품과 창작자를 완전히 분리하는 정신분열적 태도를 취하든가 하지만, 실제로는 가장 뒤틀린 곳으로부터 나오는 광휘가 존재하지요. 예술가는 아니지만 마이클 조던이나 이영호가 대표적이죠. 많은 팬들이 그네들의 개인적인 면모를 접하고서 그 양협함에 실망하곤 하고, 누군가는 '경기는 경기고 인성은 인성이다'라는 가치중립적인 태도를 취하지만, 이는 그네들이 모든 면에서 정명한 인간이었다면 결코 그런 위업을 달성하지 못했을 것이고 따라서 자신들이 그네들의 팬이 될 일도 없었다는 것을 간과하는 것이죠. 그네들이 해당 분야에서 최고가 될 수 있었던 것은 현숙하고 대범한 인간이었기 때문이 아니라 도리어 패배를 결코 받아들이지 못하고 승리를 통해서 자신을 증명하는 데에 집착하는 유아적唯我的이고 자기애적인 성격을 타고났기 때문이지요. 폴란스키와 그의 작품도 같은 이치라고 생각해요.
은머리
아아아.... 저 혼자 창피해서 잠 못 잘 뻔했는데 엘라노어 님, 리베 님도 그렇고 이렇게 댓글을 달아주시니 논의의 가치가 조금은 있었나 봐요. 으흐흐 기분이가 좋은 것.
저는 설명벌레를 무지무지 좋아해요!!!
보통은 사람들이 설명을 잘 안 해주거든요.
이해가 쏙쏙되고 넘 재밌어요.
오 그러니까 제가 의무론은 동양적, 결과론은 서구적이라고 잘못 짝지은 윤리관은 실은, 형이상학적 의무론을 근거로한 가치판단은 구라파식이고 영미식이 공리주의적인 경향이 강한 거군요. 미국이 그런 것 같은 느낌을 막연히 가졌었는데 그런 구분이 있... 더 보기
아아아.... 저 혼자 창피해서 잠 못 잘 뻔했는데 엘라노어 님, 리베 님도 그렇고 이렇게 댓글을 달아주시니 논의의 가치가 조금은 있었나 봐요. 으흐흐 기분이가 좋은 것.
저는 설명벌레를 무지무지 좋아해요!!!
보통은 사람들이 설명을 잘 안 해주거든요.
이해가 쏙쏙되고 넘 재밌어요.
오 그러니까 제가 의무론은 동양적, 결과론은 서구적이라고 잘못 짝지은 윤리관은 실은, 형이상학적 의무론을 근거로한 가치판단은 구라파식이고 영미식이 공리주의적인 경향이 강한 거군요. 미국이 그런 것 같은 느낌을 막연히 가졌었는데 그런 구분이 있긴 있나 봐요.
어떤 주의에의 믿음은 인간의 의식을 생성시키고 실천력을 키우는 모양인지 미국에서 공리주의를 표방하는 비영리단체 중 Center for Effective Altuism이란 데가 있어요. 이쪽 사람들의 사고가 피터 싱어의 그것과 동일한데 이를테면, 백혈병에 걸린 미국 아이의 안타까운 사연이 go viral해서 3만불의 기부금이 모이고 아이를 치료하게 되는 경우는 그닥 effective하지 않아요. 같은 돈으로 사사로운 질병때문에 목숨을 잃는 아프리카 수백명의 아이들을 치료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니까요. 빈곤층을 구제하려고 쏟아부은 막대한 자금이 빈곤구제에 효과가 없으면 냉정하게 원조를 중단하고 효율적인 방법을 강구해야 하는 것이 훨씬 합리적이라 생각하고요. 그런데 이런 공리주의식 사고가 융성하게 싹텄다면 미국이 제 3세계를 원조하는 데에는 선구자역할을 했어야 하는데 별 그렇지도 않은 건 웃기네요 ㅋㅋ. 공리주의보다 자본주의만 부지런히 키워온 듯요.

아아 아무튼 두 분 댓글 너무 고맙구요. 정말 재밌었어요!
헛 세 분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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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877 게임한화생명·T1>젠지>디플러스 기아>KT?, 규모의 싸움 ‘쩐(錢)’ 쓴 한화생명이 증명했다 3 swear 24/09/19 849 0
38876 사회끝까지 기록 찍고 물러나는 더위…20일부턴 전국 '많고 거센 비' 7 the 24/09/19 977 0
38875 경제"월 50만원 부으면 5년 뒤 4027만원"…中企 재직자 저축공제 나온다 8 Groot 24/09/19 1214 0
38874 스포츠‘대시’ 이대성, 십자인대 파열…시즌아웃 위기 1 danielbard 24/09/19 797 0
38873 정치(단독)"대통령과 여사에게 전화했다. 내일 김영선 발표" 24 매뉴물있뉴 24/09/19 1565 0
38872 정치"군, '훈련병 얼차려 사망' 수사자료 고의 파기"…충격 폭로 5 활활태워라 24/09/18 1343 0
38871 국제헤즈볼라 호출기 동시 폭발…8명 사망·2750명 부상(종합) 15 다군 24/09/18 2678 0
38870 정치윤 대통령 15사단 방문…“전투식량·통조림 충분히 보급하라” 23 알탈 24/09/17 1585 0
38869 정치윤석열 정부의 모순된 ‘노동약자’ 프레임 3 오호라 24/09/17 958 1
38868 사회내년 고교 무상교육 없어지나…중앙정부 예산 99% 깎여 6 야얌 24/09/17 1651 0
38867 사회아버지의 결단, 어느날 달라진 제사....기리는 마음이 중요한 것 6 swear 24/09/17 1362 0
38866 국제저체중 추세가 우려되는 선진국 일본 42 오호라 24/09/16 2741 1
38865 정치코레일 암울한 미래… 달릴수록 ‘부채 늪’ 무려 21.3조 21 야얌 24/09/16 1647 1
38864 국제제2차 트럼프 암살 시도 발생 7 공무원 24/09/16 1766 0
38863 사회신장 이식받은 남편, 기증한 아내…이들의 ‘삶’ swear 24/09/15 1198 1
38862 기타매직펜으로 일기도 그리던 '날씨 아저씨'…김동완씨 별세(종합2보) 1 다군 24/09/15 1134 0
38861 스포츠기금을 개인연금에…? 돈관리 손놓은 대한체육회 1 swear 24/09/15 1087 0
38859 기타내가 죽으면 게임 계정 어떻게?…기업마다 천차만별 2 다군 24/09/14 1208 0
38858 정치[한일비전포럼] “한·일 관계 퇴행 막는 장치 필요…DJ·오부치 선언 2.0 만들어야” 3 dolmusa 24/09/14 934 0
38857 IT/컴퓨터손님 폰으로 자신에게 카톡 선물하기 한 대리점 직원 6 whenyouinRome... 24/09/13 1571 1
38856 IT/컴퓨터미 FDA, 에어팟 프로2 '보청기 기능' 승인 5 아란 24/09/13 1259 1
38855 정치“대통령실 이전, 방탄창호 15.7억 빼돌려” 감사원 적발 14 SOP 24/09/13 1580 0
38854 게임'스카웃' 이예찬, 롤드컵 못 갈 수 있다 11 swear 24/09/12 1448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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