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9/10/27 10:25:40수정됨
Name   The xian
Subject   LOL 2019 월드 챔피언십 8강 그리핀 vs IG 감상
- 어제의 경기는 탑 차이가 경기의 승패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진담 혹은 반농담식의 말에 대한 반례로 쓰기에 충분한 경기였다 봅니다. (다른 커뮤니티의 롤잘알 분들이 분석해서 올려주신 통계만 봐도 너무 명약관화한 일이라 제가 따로 통계를 가져오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씨맥이 경기 후 개인방송에서 탑 외에 나머지 4명이 그 실력으로 지고 있는게 불쌍하다는 식으로 말했던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전반적으로 봤을 때 단판제의 그리핀과 다전제의 그리핀 사이에 - 물론 매우 안 좋은 의미로 - 넘을 수 없는 벽이 있는 것만 또 다시 보여준 경기라고 생각합니다.


- 1경기는 겉보기의 양상만 놓고 보면 소드와 재키러브 간의 역캐리 자강두천이었지만 주위 롤잘알 분들의 말에 의하면 밴픽 단계에서부터 이미 작살이 나고 들어간 경기였다고 하더군요. IG가 좀 더 침착하게 운영하고 재키러브가 뭐 보여주려고 하는 일만 좀 줄였다면 진즉에 끝날 경기였다고 하는데 모든 부분을 다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경기를 몇 번 다시 보니 저도 그 말에 상당 부분 동의하게 되었습니다.

롤알못인 제 눈에도 그리핀은 대체 누가 딜러인지 모를 경기였고, IG는 재키러브가 많이 죽긴 했는데 그게 유난히 눈에 띄었다 뿐이지 다른 선수들 역시 혼자 잘리고 용을 헌납한다든가 파워플레이 시간에 캣타워 치다가 기세가 꺾인다든가 하는 일이 있었으니 말이지요. 물론 IG가 이후 2, 4경기에서는 실수가 줄긴 했지만 여전히 아직 작년의 IG만큼은 아니다 싶었습니다.


- 반면 그리핀이 밴픽도 나름 견고하게 되었고 초반에 절대적으로 우위였던 2경기를 놓친 건 다전제를 이기지 못하는 그리핀의 이유가 반드시 한 선수에게 있는 게 아님을 알려준 경기였다 싶습니다. 제 눈에는 전반적으로 운영상의 역량 부족이 눈에 띈 경기였습니다. 초반에 절대 유리한 우위를 점하고도 어느 단계부터 스노우볼을 굴리는 게 정체되었고 바론 한타에서 망하면서 그냥 끝나고 말았는데, 그 계기는 뭐니뭐니해도 대지용을 두 번이나 놓친 것에서부터가 아닐까 싶습니다.

오브젝트 컨트롤에서 상대가 우위를 점하자 IG는 그리핀의 빈틈을 찾아낸 반면 그리핀은 어느 목적 하나를 제대로 공략하지 못한 채 운영이 흔들렸고, 운영이 흔들리니 그리핀의 움직임은 마치 네비게이션 꺼진 초보운전자처럼 우왕좌왕하는 듯 했습니다. 어느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5인이 제대로 팠으면 뭐라도 했을 시간이 그렇게 속절없이 흘러가 버렸고, 바론 한타에서 지며 상대에게 바론을 헌납한 모습은 진형이 제 눈에도 의아할 정도였습니다. 좀 심하게 말하면 팀명을 가렸다면 시즌 중 진에어의 바론 한타라고 해도 믿었을 것입니다.

킬을 몰아먹고도 자야라는 칼을 중반 이후 제대로 휘둘러보지도 못하다 썩힌 바이퍼, 르블랑을 억제하려는 갈리오의 의미를 별로 보여주지 못한 쵸비, 자르반으로 뭘 보여주기 어려웠던 타잔, 그냥 8강전 내내 상대에게 Feeding하기 바쁜 소드 모두 그리핀의 개인 및 팀 양 쪽에서 '시즌의 그리핀'과 '다전제의 그리핀' 사이의 갭이 크다는 것만 보여줬습니다.


- 3경기는 오브젝트를 챙기는 데에, 교전의 진형에 좀 더 신경썼다면 그리핀이 가져갔을 2경기의 모습이다 싶습니다. 바이퍼의 펜타킬은 멋졌습니다.


- 4경기는 그냥 소드가 집어던졌습니다. 손을 빼야 할 시점에 점멸이고 뭐고 이것저것 쓰다가 죽고 전령 한타에서 아무런 기여도 하지 못하고 나중에는 포탑 안에서 솔킬을 당하는 굴욕을 당하는 등 소드는 팀의 승리에 열중하기보다 상대를 키워주는 데에 열중했고 결국 소드는 팀의 운명도 동료들의 꿈도 다 집어던져 버렸습니다.

저는 2경기에서 제이스가 케일에게 초반 이후부터 계속 지는 것을 보고 왜 이러는 걸까 싶었고 그 꼴을 보고도 제이스를 또 뽑는 것도 왜 이럴까 싶었습니다. 제가 상상하지 못한 건 같은 픽으로 2경기보다도 더 못하는, 그래서 아예 팀을 탈락으로 몰아넣는 모습을 보여줄 줄은 몰랐던 것이겠지요. 타잔이 메자이와 영약을 구매해 뭐라도 노려볼려다가 결국 돈낭비가 된 건 좋지 않은 선택이었지만 굳이 뭐라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 그리핀의 패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건 소드가 맞지만, 소드가 제 모습을 보였거나 도란이 나왔다 해도 더샤이를 꺾었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탑 라이너간의 차이는 명약관화했고 그것이 얼마나 빨리 터지느냐 늦게 터지느냐의 차이였다 싶습니다. 소드 외에 다른 선수들 역시 그룹 스테이지에서의 모습보다는 날이 무뎌진 모습을 보일 때가 상대적으로 많았고, 특히나 2경기의 패배는 최소한 한두 명이라도 방향성을 설정하고 팀원들과 같이 좀 더 엄밀하게 움직였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패배라고 봅니다. 다전제 경험이 한두 번도 아닌데 이런 모습만 보여준다는 것은 개인도 팀도 매우 큰 성찰이 필요하고, 다만 씨맥이 있고 없고는 그다지 중요한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씨맥이 있던 시기의 그리핀 다전제도 실망스럽기는 매한가지였고, 역사에 만약은 없으니까요.

결국 다전제의 그리핀은 또 다시 단판제의, 리그의 그리핀과 다르다는 점만 보여주고 끝났는데 이것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그리핀은 내년 시즌엔 오히려 슬럼프를 겪어도 이상하지 않은 일이다 싶습니다. 뭐 일단 팀이 온전하게 남을지가 의문이긴 하지만요.


- The xian -



5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0119 일상/생각[펌글] 좋은게 좋은거라는 분위기가 세상을 망쳐왔다 15 Groot 19/12/27 5807 5
    10038 일상/생각깨끗한 성욕이라는게 존재하는가? 26 타키투스 19/11/28 8610 5
    10022 스포츠[K리그1] 프로축구 연맹에 닥터스트레인지라도 있나요? (38R 프리뷰) 4 Broccoli 19/11/24 7489 5
    10007 일상/생각나이 9 사이시옷 19/11/20 5299 5
    9999 오프모임11/29 공식(?) 술쟁이의 술벙개 +_+ 82 해유 19/11/18 6624 5
    9996 음악내 그림자가 더 맘에 들지 않나요? 8 바나나코우 19/11/17 4445 5
    9948 일상/생각입김의 계절 5 멍청똑똑이 19/11/07 5264 5
    9935 게임아우터 월드 리뷰 2 저퀴 19/11/03 6146 5
    9928 문화/예술(11.30) 바흐 마태수난곡 - 전석무료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비누남어 19/11/01 5171 5
    9896 일상/생각긴글주의, 뻘글주의) 댓글 스크랩 60개 달성 기념 정리 17 Taiga 19/10/26 5964 5
    9911 게임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 리뷰 3 저퀴 19/10/28 5029 5
    9901 게임LOL 2019 월드 챔피언십 8강 그리핀 vs IG 감상 6 The xian 19/10/27 5654 5
    9835 창작[자작] 동영상을 몰아서 보고 싶었습니다. 2 어키도킹 19/10/14 5086 5
    9811 스포츠또 하나의 "The Flu Game" 6 나단 19/10/09 4903 5
    9799 스포츠위르겐 클롭 감독의 리버풀 FC 부임 4주년 2 손금불산입 19/10/08 4479 5
    9776 기타'적성고사 몰랐던' 유은혜, 광명 고교생 질문에 '진땀' 18 Fate 19/10/04 7166 5
    9773 기타피그말리온, 마이 페어 레이디, 그리고 리타 길들이기 2 o happy dagger 19/10/04 6142 5
    9750 꿀팁/강좌(펌) 이사 준비할때 꿀팁 10개 모음 2 바보의결탁 19/10/01 6939 5
    9945 게임그래서 이제 롤 안 볼거야? 24 Cascade 19/11/05 5507 5
    9706 일상/생각짧은 이야기 1 구름비 19/09/26 4611 5
    9700 도서/문학『오직 한 사람의 차지』를 읽고 Moleskin 19/09/24 5621 5
    9689 역사실록에서 검색한 추석 관련 세 가지 이야기 5 호타루 19/09/22 5100 5
    9640 오프모임<업데이트!!> 9/12일 저녁 모임 생각 중입니다 48 Nardis 19/09/08 6171 5
    9634 오프모임[불판] 태풍속 삼해소주벙 여정은 어디로 가는가? 20 naru 19/09/07 5920 5
    9610 역사외전: 고려 무신정권기 동수국사(史?/事?) 최세보 이야기 메존일각 19/09/01 4941 5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