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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2/05/16 10:22:11
Name   The xian
Subject   금강선 님의 사임에 개인적으로 만감이 교차했던 이유
아시는 분은 아시는 일이고 자기소개에서도 밝히고 있듯이 저는 게임계에서 밥 먹고 사는 사람입니다.


저는 로아를 그렇게 많이 하지도 않았고, 금강선 님과는 일면식도 없고 같은 직장이거나 같은 팀인 적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금강선 님의 사임 방송을 볼 때 참 슬프고 만감이 교차하더라고요.

어쩌면 그것은 제가 이 업계에서 일하면서 건강을 해치고 해쳤던 일들이, 그리고 힘에 부쳐 관리자를 내려놓아야 했던 일이 떠올랐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제가 다른 사이트에서 쓸 때 일부 이야기를 쓴 적이 있지만, 저는 이 생활을 하면서 건강을 해친 쪽에 속합니다.


한 번 잃은 건강은 다시 돌아오지 않습니다. 하지만 저는 몸을 추스리는 쪽보다는 그런데도 어떻게든 해 보려고 미련하게 일하는 쪽에 속합니다. 제가 지금은 관리자가 아닌 것도 한 번 잃어버린 건강을 생각지 않고 미련하게 일했기 때문일까 싶지만, 다시 그 때로 돌아가더라도 결국은 미련하게 일했을 것 같습니다. 아니면, 어쩌면 그걸 버틸 만큼 제가 충분히 강하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고요.

한편으로는, 누군가의 환호를 받으면서 한 자리를 마감하는 것이 정말로 축복받은 일이다 싶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저는 그런 환호 같은 것은 바랄 만한 사람이 아니지만 그게 딱히 아쉽다거나 하는 건 아닙니다. 게임계에서 밥 먹고 살다 보니 운 좋게 관리자도 해 봤지만, 제 자신을 제가 돌아봐도, 저는 관리자였을 때나 실무자였을 때나 과분한 대접을 받았으면 받았지 환호를 받을 만한 사람은 아니었으니까요.


어쨌든 그런 점에서 금강선 님의 디렉터 사임과 그에 뒤따르는 이야기들이 한편으로는 부러웠고,
한편으로는 제가 건강을 잃었던 때가 떠올라 슬펐습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만감이 교차했던 것 같습니다.


언제까지 이 업계에서 일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그냥 이 일을 내려놓기 전까지 제게 딸린 빚이나 다 갚을 수 있었으면 좋겠고, 누구에게 월급도둑 소리나 안 들었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바람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두 번 다시 이 일을 하지 못할 때가 되어서 일을 내려놓는 것이 아니라,
제 스스로 일이 재미없어질 때까지는 일하고 싶네요.

뭐 다시 말하지만, 그것이 제게 가능하다면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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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scade
    글만 읽어 봐도 진짜 심각한 건강상 문제가 있었던 것이 보이니... 오죽하면 의례적으로 하는 인사인 "건강해져서 돌아오겠습니다"가 없을 정도니...

    금강선 신도였던 동생은 '나는 금강선 못잃어' 이러고 있네요 ㅠㅠ
    자몽에이드
    저도 로아를 제대로 해본 사람은 아니지만 이 분의 무용담(?)은 수도 없이 많이 들어봤기에 진심으로 안타깝네요.
    제발 좋은 모습으로 다시 돌아오시길 빌겠습니다.
    무적전설
    건강을 잃으면 모든 걸 잃으니...
    시안님도 금강선님도 응원합니다.
    revofpla
    금 디렉터의 금요일 방송에서 아직도 기억나는 단어는 '억울하다' 입니다. 그 어느 석상에서도 금강선 디렉터가 이정도로 강력한 단어를 쓴 적이 없었는데 저 단어를 보면서 저 자리에서 웃고 있지만 어떤 마음일지....
    10년간 몸이 그 정도로 망가져 가면서도 만들어왔던 통통배가 바닥에 구멍나서 침몰하기 전까지 갔다가 그래도 고치고 고쳐서 이제 유람선까지 왔는데 자기 의지가 아닌 외부적 요인으로 여기서 하차해야만 하는 심정이 어떨지 상상도 가지 않습니다.

    6월 3일 콘서트가 아마 디렉터로 하는 마지막 행사라 하는데 어떻게든 가려고 준비중입니다.
    이정도 성공 거두고 건강때문에 하차해야 한다니 억울하죠
    쾌유를 빕니다.
    페스토
    건강하십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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