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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9/09/01 13:06:28
Name   The xian
Subject   조국 후보자 이슈는 점점 야당의 손을 떠나는 듯 합니다.
요즘 정치계에서 시끄러운 이슈인 조국 후보자에 대하여 다른 분들은 어떻게 보시는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제 생각의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저는 야당이 조국 후보자 이슈에서 주도권을 점점 상실하고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남은 기간 동안에 [조국 후보자의 명백한 불법을 찾아내지 못하면], 조국 후보자 관련 이슈는 야당이 주도권을 상실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을 막을 수 없을 것이고, 이미 주도권을 상실한 야당 측에서 [아직도 자기들에게 주도권이 있다고 착각하고 시간만 질질 끌거나 자기들이 원하는 청문회만 고집한다면],

조국 후보자는 무난히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생각합니다.


초기 여론전 흐름은 분명히 자유한국당 등의 야당 주장에 우호적이었습니다. 조국 후보자 가족의 이슈에도 미심쩍은 부분이 있어 보였고, 무엇보다 조국 후보자 자신이 오랜 동안 트인낭으로 내로남불성 발언을 한 것이 발굴되면서 국민 정서에 안 좋은 영향을 줬지요. 때는 이때다 싶어서 조국 후보자 이슈를 도배하기 시작한 언론들의 움직임 역시 그 이슈를 확대 재생산하는 데에 혁혁한 공을 세웠고 대학생들이 스스로 들고 일어나 촛불집회 등의 적극적 행동에 나선 것도 이 흐름에 도움을 주었습니다.

조국 후보자의 허물과 불법이 있느냐 없느냐 이전에 일단 조국 후보자의 언행이나 그 동안의 이미지와, 후보자가 된 이후 드러난 정황 사이의 괴리감 등이 어떤 형태로든 국민의 정서를 건드렸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많은 사람들을 분개하게 만들고 분개하지 않고 관망하는 사람들조차도 분명히 조국 후보자에 대한 좋은 인상을 거두거나, 자질에 대한 의심을 하거나 임명이 껄끄럽다는 생각 정도는 하게 만들었습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이고요.

이렇게 초기 여론전은 조국 후보자에 대한 부정적 분위기가 우세했습니다. 그러므로 조국 후보자를 지지하는 쪽에서도 일방적으로 얻어맞으며 청문회에서 소명의 기회를 달라는 지극히 원론적인 말 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습니다. 일각에서는 조국 후보자 반대 움직임에 대해 마치 새누리당과 박근혜씨 지지자가 촛불을 폄하했던 정치적 움직임이나 순수성을 이야기하는 촌극까지 벌어졌는데 사실 그건 정치적 스탠스가 어찌하든 민주주의 국가의 원칙을 위반하는 말도 안 되는 소리였지요. 그리고 애초에 사람이 '정치적 동물'인데 사람이 모이는 집회에 정치적 색채가 없어야 된다는 게 말이 되는 소리겠습니까.


하지만 문제는 조국 후보자의 흠결을 논하는 야당들이 스스로의 헛발질로 그 이점을 말아먹기 시작했다는 것이지요. 뭐 집권세력으로 숱한 조작질을 해가면서 권력을 유지해 오다 야당이 되니 드러난 민낯이기는 하지만 팩트체크 따위 안 하면서 엉뚱한 가짜뉴스를 물고 늘어지고, 가족을 필요 이상으로 물고 늘어지거나, 청문회 시한을 질질 끌다 못해 스스로 어긴다거나, 황교안, 나경원씨 같이 입 다물고 있어야 하는 양반들이 뇌절을 한다거나 등등 참으로 어이없는 일들이 계속 일어납니다.

검찰의 압수수색 역시 어느 한 쪽으로만 유리함을 주는 이슈가 되지 않았습니다. 청문회조차 하지 않은 상황의 압수수색은 조국 후보자의 논란을 각인시킬 수 있는 수단만 된 것이 아니라 반대로 조국 후보자의 임명 지지자들을 결집시킬 수 있는 수단으로도 작동하고 말았지요. 왜냐하면 조국 후보자를 공격하는 야당 인물들을 겨냥하는 양날의 검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같은 법무부장관을 지냈으면서 자기 자신부터 결격사유가 있었던 황교안씨나, 사학 건에 있어 조국 후보자를 언급하면 내로남불이 될 정도로 악명이 높은 나경원씨가 직접적인 대상이 되었지요. 그리고 검찰이 끼어들면서 이슈의 주도권을 야당이 일방적으로 가져가지 못하게 된 것도 악재입니다.

청문회를 질질 끌었던 야당의 대응도 독이 되었습니다. 아시다시피 조국 후보자의 청문회는 법에 정한 기한대로라면 이미 열렸어야 맞습니다. 반대하는 사람들 중에도 청문회 자체는 열려야 한다는 의견이 무시 못할 만큼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여론전으로 꿀을 빨 줄만 알았지 청문회 일정 자체를 차일피일 미룬 것은 판단 미스이고, 판단 미스 이전에 법 위반입니다. 인사청문회법에 따라 기한 내에 청문회를 해야 하는 게 법에 명시되어 있다면, 해야 하는 건 의무입니다. 법을 만드는 국회가 법을 지키지 않은 적이 한두번이 아니긴 합니다만 그런 행동이 괜찮을 리 없습니다. 법에 명시된 일정을 지키지 못한 국회는 그 자체로 지탄의 대상이 되기 충분했고 청와대에도 공격의 빌미를 주었습니다. 스스로 제 발에 걸려 넘어진 것이지요.

청문회를 질질 끌었던 나경원, 오신환 같은 자들은 변명이란답시고 어차피 추가 기한에 하면 된다는 식으로 기한 밖의 일정으로 청문회를 하자며 잘못했다는 생각조차 하나도 안 하는 듯 합니다. 참으로 어리석다 싶습니다. 대통령을 자기 아래로 깔아보는 것인지는 모르겠는데 재송부 일정의 판단 주체는 청와대이고 오신환, 나경원씨가 아닙니다. 법 공부 많이 하셨을 분들이 저런 판단을 왜 하는지 의아할 정도입니다. 권한도 없고 주제 파악도 안 되는 작자들이 답정너식으로 뭔가를 어설프게 밀어붙이려고 하면 이런 뇌절이 나오는 건가 싶습니다.


물론 저는 지금 이런 상황으로 조국 후보자가 임명되는 것은 바라지 않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는데도 그렇습니다. 설령 조국 후보자를 조사해 보니 지금까지 지적된 것에 비해 사실은 흠결이나 불법이 별로 없어 임명되어도 문제가 없는 수준이라 한들 저는 문재인 정부가 조국 후보자를 이제 와서 임명한다 해도 무슨 소득이 있을까 싶기 때문입니다. 당장에, 이렇게 전방위 폭격을 받은 사람이 장관이 된다 한들 개혁 동력이 확보되겠나 싶은 생각이 드니 말이지요.

그리고 이런 과정에서 법정 시한을 위반한 청문회 일정을 합의해 놓고 뭘 잘했다고 입을 털고 있는 법사위 민주당 측 송기헌 간사나, 민주당이, 그리고 이해찬 대표 자신도 이야기를 꺼낼 자격도 없는 논두렁 시계 이야기를 꺼낸 이해찬 대표나, 조국 후보자에 대해 맥락도 뭣도 없는 소리를 한 민주당 인사들의 뇌절도 저는 만만치 않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논두렁 시계 이야기 나올 때는, 정말 개인적으로는 그 이야기를 입에 담은 자들을 모조리 목을 비틀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화가 났습니다.


다만 조국 후보자가 이대로 임명된다면 흥미로울 것 같기는 합니다. 임명되고 나서 진행된 검찰 수사에서 명백한 불법이 밝혀져 낙마한다고 해도, 그렇지 않다고 해도 흥미로운 일이고, 황교안, 나경원씨 같은 자들의 불법은 상대적으로 덜 다뤘던 '선택적 분노'를 조장하는 양심없는 언론들이 지껄이는 양심없는 소리의 영향력이 '분명한 한계'를 맞이했다는 상징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 The xia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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